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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두 번째 책 : 흑산 - 김훈 어린 시절에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망해서 애달프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허나 지금은 왕조 실록의 역사적 사실이 아닌, 백성의 삶들을 살펴보면 망해야 하는 왕조였다는 생각이 차고 넘칩니다.이 소설 흑산을 덮으며 다행히 조선이라는 나라가 망해서 잘 되었구나 라는 입장을 굳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불쌍한 죽음들이 주마등 처럼 스칩니다.김훈 작가의 다른 책에서 두 사람의 천주교 신자인 황사영과 안중근을 이은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망하게 해 달라는 황사영이 보낸 백서와 그 나라를 망하게 한 자를 단죄하는 안중근의 입장을 교차해서 볼 수 있는 글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 소설로 그 장면이 예전보다 선명해졌습니다. 한편 그 시절의 통치 이념이 불과 200년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 2025. 9. 4.
마흔 번째 책 : 지지 않는 청춘 읽던 책을 마저 읽고, 다음 책을 미리 준비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도서관 통로를 지나가는 찰나에 눈에 띄어 뽑아낸 책인데, 인생의 의미를 함축한 명언을 잔뜩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우연히 읽게 되어 그 의미를 엿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특별히 눈에 띄는 글이 있었습니다. 눈에 띈 내용 중 선반, 밀링, 프레스를 조작하며 기계공작 일을 했던 저자의 경험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그 경험이 인생을 논할 때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밀링, 선반, 프레스를 조작하는 부분이 순서대로 머릿속 이미지로 남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인생을 논할 때 도움이 된다 하니까요.배우는 기쁨배우면 배울수록꿈이 커진다 힘이 생기고 남을 도울 수 있다남을 웃게 할 수 있다남을 기쁘게 할 수 있다배움은 청년에게 가장 숭고한.. 2025. 8. 10.
서른 아홉 번째 책 : 체호프 단편선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서 체호프의 단편집을 읽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궁금했거든요. 이런 대 작가들은 시간 나면 어떤 책을 읽을까 하고선요. 그래서 체호프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최근에 책을 구입할 기회가 생겨 빠지지 않고 목록에 두었던 체호프의 책을 구입했습니다.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되는 스토리 텔링과 그에 상응하는 상황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변의 장면들을 묘사하는 글들이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밑줄입니다.황홀한 느낌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이제 내가 그녀의 풍만한 육체를 꼭 껴안고 황금빛 눈썹에 입 맞추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믿고 싶지 않았으며 스스로를 학대하고픈 심정이었다. 그녀가 나를 별로 애타게 만들지도 않고 그처럼 쉽게 .. 2025. 8. 9.
서른 여덟 번째 책 :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히사이조 책을 읽다가 이 부분은 꼭 누구에게 전해주면 좋겠다는 구절을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면 잊힐세라 제 빨리 책갈피와 메모를 하고 다시 이 블로그에 옮겨와서 표시를 해둡니다. 기어코 그 사람에게 전해 줬을 때 어떤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이번 책을 읽으면서 특히 그런 부분을 만났습니다. 히사이조와 요로 교수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보석을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요로아마 다른 동물들은 뇌가 너무 작아서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인간은 뇌가 진화하고 의식이 생겨났지요. 그렇게 되면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해서 이해한 결과와 귀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해서 이해한 결과 중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눈과 귀로 들어오는 서로 다른 정보가 모두 자기 자신이 받아들이는 정보임을 이해하는.. 2025. 7. 30.
서른일곱 번째 책 : 빛과 실 - 한강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한강의 글을 또 접합니다. 책 표지 처럼 거울로 빛을 반사해주는 모습이 기억으로 남습니다.이 소설을 쓰며 나는 묻고 싶었다. 인간의 가장 연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 그 부인할 수 없는 온기를 어루 만지는 것 그것으로 우리는 마침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덧없고 폭력적인 세계 가운데에서?그 질문의 끝에서 나는 다음의 소설을 상상했다. 『희랍 어 시간』을 출간한 후 찾아온 2012년의 봄이었다. 빛과 따스함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소설을 쓰겠다 고 나는 생각했다. 마침내 삶을, 세계를 끌어안는 그 소설 을 눈부시게 투명한 감각들로 충전하겠다고. 제목을 짓고 앞의 20페이지 정도까지 쓰다 멈춘 것은, 그 소설을 쓸 수 없게 하는 무엇인가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 2025. 7. 23.
서른여섯 번째 책 : 관찰의 눈 참나원. 이런 책도 있다니. 편견없이 책을 읽으려 노력합니다만.감히 지난 10년 간 읽었던 책중에 꼴찌에 올립니다. 솔직히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했네요. 수첩이나 일기장에 메모한 글을 출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기로 1시간 30분 투자했습니다.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충격적인 번역도 깜짝 놀랐습니다. 나원참.예전에 나는 스스로 두 가지를 약속했다. 적어도 1년의 80퍼센트 동안 긍정적인 경험을 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옮길 때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매일 하는 일이든, 타지에서의 연구든, 내가 묵는 도시나 산중의 게스트하우스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 수년간 현장에서 생활하다 보면 연구는 살아서 생명력을 얻는다. 그래서 스스로 계속되기도 하고 혹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라는 것을 .. 2025. 7. 21.
서른다섯 번째 책 : 곁에 두고 읽는 니체-사이토 디카시 가수 신해철의 노래를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나에게 쓰는 편지를 좋아하는데요. 그 노래 중 랩이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고 약간은 내레이션과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다음 내용인데요.'고흐의 불꽃 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에는 도움 될 것이 없다 말한다.' 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사실 제가 아는 니체는 신해철 나에게 쓰는 편지 가사속 저 부분이 전부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이번 책을 읽었다고 해서 철학자 니체라는 큰 산에 대해 알았다고 말은 못 하지만, 작게나마 산자락 둘레길을 잠깐 체감하는 느낌입니다.좀 뜬금 없지만 나에게 쓰는 편지 중 나머지 내레이션 가사를 옮겨와 봅니다.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계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 2025. 7. 19.
서른네 번째 책 : 나태한 완벽주의자 제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만 실상은 결론적으로 부지런해야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지금 이 순간 개구리와 팬케이크 예시가 뇌리에 남습니다.RAIN, SMART, 90초 법칙, '나는 지금 손을 흔들고 있지 않아', 4시 이후 커피, 1~5분 찬물 샤워, 울트라리언 루틴도 기억에 남겠습니다. 빠른 해결책이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책은 없지만, '나는 불쌍하다'라는 태도를 단호하게 버리는 것이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평온의 기도 Serenity Prayer를 새로운 좌우명으로 삼아보라. 아니, 아예 가슴에 새겨 넣고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라.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 그리고 그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우리가 실제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너.. 2025. 7. 14.
서른세 번째 책 :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고 합니다. 실제 쓴 약을 복용하기 쉽게 달콤한 것으로 덧입힙니다. 문학의 당의정설을 이십 대 중반쯤 대학 다닐 때 교양 과목 '문학의 이해' 라는 과목으로 배운적이 있습니다. 이 책이 입에 쓴 철학을 재미있는 영화로 연계한 당의정 같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읽기가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뒤쪽에 가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장도 있긴 하지만-저에게는 스타워즈가 그랬습니다.-대체로 정신 차려 읽어야 됩니다.-사실 모든 책이 그렇긴 하죠.어쨌든 한 열흘 만에 다 읽게 되었는데, 작가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유명한 영화에 대입해서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만약 쉽지 않았을 터인데, 어려운 철학을 영화와 접목시켜서 설명한 데 대해 박수를 보냅니다. 철학과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 2025.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