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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독서정리

서른한 번째 책 : 페이머스

by 마파람94 2025. 6. 18.

유명해 진다는 것 그리고 유명해 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명성이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운, 타이밍, 네트워크, 평판의 폭주 등 사회적 요인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Beatles나 무하마드 알리처럼 유명해진 이들과, 잊힌 천재들(예: Connie Converse)을 비교하며 재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실험과 사례로  설명합니다.




악마와 거래했다는 소문까지 떠돌 정도였다. 존슨의 전기는 "업 점프드 더 데빌(Up Jumped the Devil)", "크로스로즈(Crossroads)", 그리고 "어 미팅 앳 더 크로스로즈(A Meeting at the Crossroads)"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19

미국 싱어송라이터 모비(Moby)는 이렇게 말했다. "로버트 존슨이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았다는 사실은 그에게는 참으로 유감이다. 하지만 우리와 음악에게는 말하자면 참으로 다행이다. "20 물론 존슨은 영혼을 팔지 않았다. 하지만 영혼을 파는 이야기는 놀라운 성취를 일궈낸 사람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종종 등장하는 매력적인 은유다. 존슨은 세상을 떠나고 수십 년이 흘러서야 벼락을 맞았다.

여기서 내가 강조하려는 한 가지 사실은 유명해지기 위한 비결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의 제목(원제: How To Become Famous)은 속임수에 가깝다. 이 책은 인기를 얻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가 아니다. 복권 당첨은 무작위 추첨으로 이뤄진다. 구약 성경의 전도서에 나오는 한 구절은 이렇게 말한다. "빠르다고 경주에서 이기는 게 아니며, 강하다고 전쟁에서 승리하는게 아니며, 똑똑하다고 빵을 얻는게 아니며, 지식이 있다고 부유한 게 아니며, 기술이 있다고 은총을 받는 게 아니다. 다만 그들 모두에게 시간과 기회가 임함이니라."

여기서 이 구절의 의미를 놓고 논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프롤로그 갈림길

21

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그리고 호주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그 밖에 모든 곳에서는 실패했다. 반면 존슨과 컨버스의 경우에 성공과 실패는 시간에 걸쳐 나타났다. 그들은 세상을 뜨고 수십 년 후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공간에 따른 것이든, 시간에 따른 것이든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본질적으로 똑같다.

다음으로 《쿠쿠스 콜링》이라는 소설의 사례로 넘어가보자. 이 작품은 2013년 당시 무명작가 로버트 갤브레이스(Robert Galbraith)가 발표한 대담하면서도 매혹적인 추리소설이다. 이 소설은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판매는 부진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성공했으 나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점에서 로드리게스의 범주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훌륭하지만, 또는 훌륭함을 넘어섰지만 성공하지 못한 문학 작품의 반열에 올랐다. 갤브레이스도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철거 노동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후 한 가지 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그것은 ‘로버트 갤브레이스'가 다름 아 닌 J. K. 롤링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쿠쿠스 콜링》은 즉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 이 작품은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롤링이라는 이름의 마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물론 이 사례는 뮤직 랩 실험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즉 《쿠쿠스 콜링》이 성공한 것은 얼리어답터들의 많은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래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소설이 성공하려면 높은 수준 외에도 사회적 자극제가 필요하다.

84 페이머스


그리고 여기서는 롤링이라는 마술적 이름이 그 역할을 했다. (물론 마술적 이름이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해도 수준이 떨어졌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도 유의하자. 어쨌든 수준은 반드시 필요하다.) 갤브레이스/롤링은 《쿠쿠스 콜링》이후로도 똑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여러 편 발표했다. 이들 작품 역시 훌륭했고 수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그리고 롤링의 이름이 없었더라면 이루지 못했을 엄청난 성공을 일궈냈다.
이처럼 이름은 높은 초기 다운로드와 같은 요인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럴 때 마태 효과(Matthew Effect, 매튜효과)가 나타난다. 이에 대해서는 3장에서 다뤄보도록 하자.

현대 기술에 대한 단상

사회적 영향은 사실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이는 에덴동산에서 유명했던 두 인간으로 이뤄진 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기서 사회적 영향이란 모든 종교적 전통에 대한 소망과 우려였다. 뮤직 랩 실험과 비슷한 연구들은 1세기, 5세기, 10세기, 21세기, 그리고 그 사이에 걸친 모든 시대의 인기에 관해 말해준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종교 및 정치 지도자, 그리고 다양한 규범의 등장은 사회적 영향과 깊은 관련이 있다. 뮤직 랩 실험, 그리고 이와 비슷한 연구가 지금도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오늘날 놀라운 인기와 같은 무언가, 그리고 다중 균형이 과거 어느 시대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지 의문을 품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장 충격과 놀람

108명의 시인들을 다룬 7,887권의 책에서 볼테르(Voltaire)는 10%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중 절반이 넘는 책들이 단 10명의 시인 만을 다뤘다. 결론은 분명하다. "문학적 명성은 극단적으로 편향된 형태로 분포되어 있다."2 마틴데일은 이렇게 주장했다. “유명할수록 더 쉽게 유명해진다."3

이 곡선이 의미하는 바는 비록 수준이 편향된 형태를 보인다고 해도 명성만큼 편향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인기 있는 시인들이 너무 멀리 앞서가는 바람에 인기 없는 시인들이 그들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명성은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문학의 역사, 즉 누가 어떤 성취를 했고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필연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

이러한 멱법칙 분포가 나타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마태 효 과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마태 효과는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이 1968년에 발견하고 연구했던 현상이다.5 머튼이 그런 이름을 붙인 이유는 마태복음 때문이었다. 그중에서 특히 마태복음 25장 29절은 이렇게 말한다. “가진 자는 얻어서 더 넉넉해지지만 없는 자는 뺏겨서 더 가난하게 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하게 된다는 뜻이다.

3장 마술

1750년에 세상을 떠난 바흐는 재능 있는 오르간 연주자로, 그리고 오르간 수리 자문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 홀륭한 연주자로 유명했지만 작곡가로서는 그러질 못했다. 바흐는 1,000곡 넘게 작곡했지만, 살아 있는 동안 발표한 작품은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했다. 그런데 1829년에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이 지금은 상징적인 작품이 된 〈마태 수난곡(The Passion of St. Matthew)>을 발굴해 널리 알리기 시작하면서 바흐의 인기는 갑작스럽게 높아졌다.

디킨슨과 바흐 두 사람은 지지자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두 사례는 사후에 인기를 얻은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요한나 반 고흐-본헤르: 빈센트를 유명하게 만든 여성(Jo van Gogh-Bonger: The Woman Who Made Vincent Famous)》16이라는 책의 제목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반 고흐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동생 테오의 아내인 요한 나 반 고흐 본헤르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었다. 요한나는 고흐의 작품을 널리 알리는 데 평생 힘썼다.

그 밖에 다른 사례는 5장에서 다뤄보도록 하자.

평판 폭포

우리는 문화적 상품과 아이디어, 정치인, 제품에 대해 다른 이들의 의견에 관심을 기울인다. 무엇이 더 좋은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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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것을 사용하거나 즐기느냐에 달렸다. 가령 당신이 지구에서 휴대전화를 가진 유일한 사람이라면, 그것은 별 쓸모가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네트워크 기능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용자 수에 따라 가치가 높아질 때, 네트워크 효과가 모습을 드러낸다. 많은 문화적 상품이 네트워크 효과의 덕을 보고 있다. 사람들은 특정 문화적 상품은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셰익스피어는 그 좋은 사례다.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번번이 놓칠 것이다. 옛날 TV 프로 그램인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도 네트워크 효과를 오래 누렸다.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들의 네트워크에 속하길 원했다. 2023년에 개봉된 영화인 〈바비〉와 〈오펜하이머〉 역시 네트워크 효과의 덕을 톡톡히 봤다. 사람들은 <바비>와 <오펜하이머〉 를 보고 싶어 했다. 그것은 많은 사람이 봤기 때문이었다. 모든 문화에는 시인이나 전쟁 영웅, 정치인, 종교 지도자 등 여러 다양한 상징적 인물이 있다. 이들 역시 부분적으로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그런 지위를 누리고 있다.

내재적 가치를 떠나 노래와 영화, TV 프로그램을 알고 이에 대 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다. 가령 <햄릿>이나 <리어왕>, <스타워즈 에피소드 4〉, 〈Yesterday〉, 〈Hey Jude), <Let It Be〉, 또는 바비와 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상대

3장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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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이 그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단기간이 아니라 적어도 3개월 넘게 그 자리를 지켰다. 더 놀랍게도 대다수는 그때까지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그때까지 기록한 최고 순위는 25위였다. 그러나 오프라가 추 천했던 11권 모두 적어도 4위 안에 진입했다.

그래도 오프라가 추천한 책이 일반적인 베스트셀러보다는 성과가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추측은 대단히 합리적이지만 틀렸다. 오프라가 추천한 책들은 일반 베스트셀러보다 더 오래 그 자리에 머물렀다. 실제로 오프라가 추천한 책 중 일부는 베스트셀러에 여러 차례 진입했고, 특히 14권은 페이퍼백 (paperback, 저렴한 용지를 사용한 염가판 도서-옮긴이)으로 출간되면서 150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14권의 페이퍼백은 평균적으로 오프라가 추천한 뒤 42주 만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전반적으로 오프라가 추천하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 수개 월 동안 많은 판매로 이어졌다. 오프라의 선택은 도서 시장에서 약 8,000만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우리는 다음 네 가지 사실이 높은 초기 다운로드와 같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오프라는 청중에게 엄청난 신뢰를 받았다. 사람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믿었다.

3장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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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HOW TO BECOME FAMOUS

방 안의 코끼리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중요한 문제-옮긴이)가 있다.

1991년에 나는 시카고대학교 로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당시 내 동료이자 친구인 마이클 맥코넬(Michael McConnell)은 대학 임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말하자면 교수를 채용하는 책임을 지고 있었다. 맥코넬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의 한 학생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가 최고의 법학 교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는 그 학생의 이름을 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름이 좀 특이해.” 나는 다시 물었다. "얼마나 특이하길래?” 그는 대답했다. “버락 오바마야.”

모두가 알다시피 오바마는 실제로 시카고대학교 로스쿨 교수가 되었다.

4장 방 안의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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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번성하지 못하고 그것이 비롯된 지역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고 상상해 보자. 그랬다면 기독교는 출발점, 즉 전통적인 유대교 사회의 아주 작은 일부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유대교 사회는 기독교를 탄압하고 제거하려 들었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이야기는 기독교의 물리적 흔적이 희미해지면서 빠르게 잊혔을 것이다. 24

기독교가 세상에서 사라진, 또는 아주 다른 형태로 진화한 가상 세계를 상상해 볼 수 있을까? 물론 이 질문에 확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래도 역사가가 아닌 공상과학 작가라면 좀 더 생생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영지주의(Gnosticism, 헬레니즘 시대에 유행했던 종파로, 계시와 신비적인 깨달음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옮긴이)가 승리한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런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25 우리는 지금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그리고 오늘날 기독교가 인정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신약 성서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여기서 구 체적인 논의는 힘들지만, 성경에 포함된 마태복음과 마가복음, 요한복음이 기원후 70~100년 사이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오늘날 우리가 그 복음서들을 부르는 이름은 2~4세기에 붙여졌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오늘날의 성경은 수많은 치열한 논쟁과 이견이 분분했던 선택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다른 선택을 강하게 주장했던 이들에 대한 대응의 결과물이었다.26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신약 성서에 포함되지 못한 문헌들은 4~5세기부터 '경전(Scripture)'

4장 방 안의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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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이러한 점에서 스티븐 킹은 훌륭하다. 그는 익숙한 표현을 자주 사용하면서도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리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따스함과 우울함, 예민함을 하나로 엮어 우리 앞에 내놓는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애수가 서려 있다.

밥 딜런도 좋은 사례다. 그는 많은 것을 빌려왔다. 그래서 종종 표절 의혹에 시달렸다. (사실 마틴 루서 킹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딜런의 노래를 들으면서 어떤 면에서는 지금까지 익숙하게 들어왔던 것을 듣는다. 그러나 거기에는 뭔가 새로우면서도 기이하고, 심지어 섬뜩하기까지한 뭔가가 더해졌다.

이제 구체적인 사실로 들어가 보자. 물론 모든 선택에는 임의성이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 먼저 낭만주의 문학으로 시작해 보자. 그것은 아직 생생하고 자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내가 특히 사랑하는 상징적인 작품과 인물(<스타워즈〉와 밥 딜런, 스탠 리, 비틀스), 또는 특히 충격적이거나 내가 잘 아는 작품과 인물[에인 랜드, 그리고 한때 유명했던 《라임 스트리트의 마녀(Witch of Lime Street)》]로 시선을 옮겨볼 것이다. 물론 내 선택은 분명히 임의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이며, 심지어 좀 특이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것들에 공통점이 있다면 전염성이 강한 에너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분명하게도 나는 그러한 특성을 사랑한다.

어떨지 모르겠지만 부디 이들 사례를 통해 나의 핵심 주장을 잘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 (대부분의) 분야와 이러한 분야에서 활동한 뛰어난 인재들을 향한 나의 열정이, 그들이 결국 이르게 된 자리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행운이라는 블랙박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외면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때로 그 블랙박스를 열어 거기에 뭐가 들어 있는지 확인할 생각이다.

148

HOW TO BECOME FAMOUS

5장

유명 작가의 탄생 م

리 헌트(Leigh Hunt)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나도 최근에야 알았다. 한 친구가 내게 알려준 덕분이었다. 헌트의 시 <제니가 내게 키스해줬네(Jenny Kiss'd Me)〉를 감상해 보자.

우리가 만났을 때 앉아 있던 의자에서 뛰어올라
제니는 내게 키스를 해줬네.
달콤함을 앗아가려는 도둑 같은 시간이여,
그것도 가져가거라!
힘들다 말해도, 슬프다 말해도,
건강과 재산을 잃어버렸다 말해도,
내가 늙어간다 말해도, 이렇게 덧붙여라
제니가 내게 키스해줬다고.1

훌륭하다. 그렇지 않은가? 재미있고, 기분 좋고, 사랑과 기억, 연애에 관한 진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나는 힘들고 슬프고 아프고 가난하고 늙어갈 것이다. 그래도 제니가 키스를 해줬다면 그걸로 됐다. 헌트의 또 다른 시를 소개한다. 이번에는 좀 더 세련되고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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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에 대한 이러한 소환 작업은 1863년에서 제1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졌다.60 그리고 1940~1968년 동안 두 번째 소환 작업이 이뤄지면서 블레이크는 “젊은 급진주의의 상징적 인물로 우뚝 섰다". 61

연애

앞서 마태 효과는 우리가 좋아하고 인정하는 것을 바꿔놓는다고 말했다. 잭슨은 새뮤얼 존슨이 셰익스피어에 대해 했던 말처럼 이렇게 말했다. “성공은 가치를 높이고 확장한다. 세월에서 살아남은 승자는 규칙을 바꿔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 사람들은 그들의 작품을 깊이 분석하고 가장 인정받는 몇몇 시를 기준으로 삼아 다른 이들의 작품을 평가한다. "62

우리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문학과 음악, 또는 미술을 평가하는 걸까? 그 기준은 아마도 상징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은 것에 의해 만 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키츠를 기준으로 헌트와 콘월을 평가한다면, 당연히 키츠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키츠가 더 낫다는 말인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연의 결과로 수준이 높다고 인정받은 작품은 사람들의 취향과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래서 그 작품이 차지한 유리한 지위는 더 굳건해진다. 그것은 그 작품이 더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 작품이 기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연애와 좀 비슷하다. 사실 무척 닮았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 다른 이성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먼저 사랑하게 된 상대가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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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머스

잭슨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최고의 작가는 세월이 흐르면서 승리하고, 그러한 승리의 역사는 장기적인 생존이 문학적인 내재 가치보다 외적 상황과 우연한 사건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63 잭슨은 키츠의 문학적 가치가 헌트나 콘월보다 더 우월하다고 보지 않았다. 64 문학계의 유명 인사들은 아마도 이름 없는 사람들보다 더 뛰어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믿으려 한다. 어떻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유명 인사들의 작품을 읽으면 자라났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믿음이 틀렸는지 모른다.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적절한 시기에 조금의 노력이나 다운로드와 같은 요소가 작용했다면 크래브와 헌트, 브런턴의 작품도 고전으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65 마지막으로 헌트의 시를 한 번 더 감상하자.

훔친 사탕은 언제나 더 달콤하고,
훔친 키스는 훨씬 더 황홀하며,
훔친 시선은 예배당에 더 어울리니,
훔친, 훔친, 너희의 사과들이여. 66

키츠가 이보다 더 아름다운 시를 썼던가?

175

또한 5,080만 달러로 그해 다섯 번째로 높은 매출을 올린 <머나먼 다리〉의 약 6배에 달하는 기록이었다. 그리고 1,700만 달러로 박스오피스 10위를 차지한 〈거미들의 왕국>의 약 18배에 달했다. 15 만약 인플레이션을 고려하고 재개봉까지 포함할 경우, <스타워즈>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3,000만 달러에 달할 것이었다.16

이 금액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아바타〉의 매출보다 6억 달러 나 더 높은 것이다." 그리고 사모아의 GDP보다 약 7억 달러나 더 높다. 18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스타워즈>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앞서는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유일하며, 둘 사이의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또한 〈사운드 오브 뮤직〉과 〈E.T.>, <타이타 닉>, <십계>, <죠스>의 기록을 가볍게 따돌렸다.

이후로 루카스가 내놓은 다섯 편의 후속작 역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은 초반에만 2억 90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후속작들 모두 개봉 초반에 2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19 그 중〈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 험〉은 꼴찌를 기록했음에도 두 개의 루카스 3부작 중에서 최고 수익(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고도)을 기록했다. 만약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한다면(마땅히 그래야겠지만) 역대 19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차지하게 된다. 이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보다 두 단계 아래, 그리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보다 여섯 단계 아 래에 해당하는 순위다. 20

물론 이들은 모두 숫자에 불과하며, 그것만으로 그 시리즈가 문화적 차원에서 미친 영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전 세계 대통령도 그 작품들을 잘 알고, 상원의원도, 대법원 판사도, 당신의 자녀와 부모도 안다. 처음 본 사람과 친해지려면, <스타워즈〉이야기를 꺼내보자. 날씨 이야기보다 효과가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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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머스

<스타워즈>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여러 문화 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은 작품의 내재적 가치를 떠나서 다른 이들과 대화하려면 그 영화를 꼭 알아야 했다. 루크 스카이워커 나 다스 베이더, 또는 오비완 케노비(<스타워즈>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스승-옮긴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저 뚱한 눈으로 바라보는 상대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다른 모두가 〈스타워즈〉 를 좋아하고 열광한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무엇보다 한 가지 이유로 그들과 함께하려 한다. 그것은 무리에서 소외되기 싫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집단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한다.

작가 아리온 버거(Arion Berger)는 이렇게 말했다. “문화적 광풍에 휩쓸리는 것은 신나는 경험이다.” 그리고 <스타워즈>가 바로 그 광풍이었다. 64 잡지 편집자 앤 프리드먼(Ann Friedman)은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친구가 볼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모든 친구의 친구들 역시 볼 것이기 때문에 나도 언젠가는 '포스가 깨어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점차 희귀해지는 진정한 대중문화적 현 상에 사로잡히고 만 것이다.”65 또한 버거는 〈스타워즈〉가 “숭배의 대상이자 엄청나게 널리 퍼진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그 영화는 문화적 분열의 시대에 강력한 구심점이자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었 다. 분열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러한 가치를 좋아하고 절실히 요구한다.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도 모습을 드러냈다. CBS 뉴스 진행자이 자 미국 언론인으로 가장 신뢰가 높은 월터 크롱카이트는 일반적

6장 <스타워즈>가 만들어낸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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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타당한 주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다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최적의 시점을 성공 원인으로 설명하는 접근 방식의 위험성은 특히 무작위 통제 실험을 할 수 없고, 또한 경기 침체나 경기 상승, 시민권 운동, 테러 공격 때문에 성공했다고 쉽게 주장할 수 있는 책과 음악, 영화 시장에서 더 높다. 쉽다. 그런데 타당한가?

<스타워즈>는 초반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개봉 직후에 그 영화는 유명해서 더 유명해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른 모두가 그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도 영화를 보려고 했다. 이러한 현 상은 1977년부터 행운으로 작용했다. 〈스타워즈〉는 〈모나리자〉와 좀 닮았다. 〈모나리자〉는 정말로 유명하고 단지 훌륭한 작품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문화적 규범 (“그 그림은 꼭 봐야 해”)의 수혜자였다. 물론 그 자체로 훌륭하다. 또한 1970년대 말 문화적 현상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영향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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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에서 리와 루카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루카스도 보편적인 주제를 변형해서 세상에 내놨다. 앞서 살펴봤듯이 루카스는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과 그의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 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여기서 캠벨은 다양한 신화 및 종교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비슷한 여정[단일 신화(monomyth)]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27

영웅의 여정이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는 점에 주목하자. 또한 캠벨은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요약했다. “영웅은 평범한 세상에서 초자연적인 신비의 세상으로 넘어가는 모험을 떠난다. 전설 속 강자들과 맞붙어서 결국 승리를 거둔다. 신비의 모험을 끝낸 영웅은 고향으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28 내가 아는 한, 리가 캠벨의 책을 읽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래도 마블이 만들어낸 많은 슈퍼히어로의 인생에는 단일 신화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해서 다양한 시대와 문화에 걸친 매력을 이들에게 부여한다. 그리고 인간 영혼 깊숙이 있는 뭔가를 건드린다. 물론 약점과 고난, 사랑스러움을 뿜어내는 영웅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스 파이더맨은 소녀들 앞에서 수줍음을 타는 10대 청년이었다)와 더불어 리가 창의적이고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다는 사실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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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HOW TO BECOME FAMOUS

밥 딜런과 습관화

인간은 익숙해진다. 가령 새 차를 사면 첫 주는 너무나 기분이 좋다. 그러나 얼마 지나면 그냥 또 한 대의 차가 되어버린다. 처음 가 본 도시는 몇 주 동안 아주 재미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또한 일 상이 된다. 추운 지방으로 이사 가면 첫째 날보다 네 번째 날이 덜 춥게 느껴진다. 그리고 한 달이 되면 춥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처럼 화려한 색상은 쉽게 회색으로 바뀌어버린다. 그것은 말 그대로 진실이다. 고개를 고정하고서 어떤 색상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점차 색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떤 음악, 또는 더 보편적으로 예술은 우리를 이러한 습관화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즉 고개를 움직이게 만든다. 익숙한 대상을 너무 오래 바라볼 때,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회색뿐이다.

8장 밥 딜런과 습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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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많은 이야 기를 할 수 있지만 정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는 《안나 카레니나》를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행하다.” 물론 이 말은 틀렸다. 행복한 가정도 서로 비슷하지 않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행복하다. 성공적인 예술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공하지만, 실패한 예술가는 모두 비슷하게 실 패한다.

그래도 딜런의 성공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엄청난 역할을 했고 집단 양극화도 그랬다. 2023년 4월에 나는 털사대학교가 주최하고 밥 딜런 대학 연구소(University's Institute for Bob Dylan Studies)가 후원한 '밥 딜런의 세계(World of Bob Dylan)'라는 이름의 콘퍼런스에서 강연을 했다. 그 자리에 수백 명이 참석했다. 그들 모두 딜런 전문가들이었다. 마치 모두가 순례의 길을 함께 걷기 위해 모여든 것 같았다. 나는 연설을 하다가 청중 모두 비록 불확실하다고 해도 딜런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날 뜻밖에도 워싱턴 DC에서 대법원 고위직으로 일하는 법학 교수인 한 동료가 홀에 있던 나를 찾아왔다. 나는 물었다. “당신도 강연자로 오셨나요?” 그는 대답했다. "그럴리가요. 그냥 오고 싶어서 왔습니다."

218 페이머스

11장 HOW TO BECOME FAMOUS

존, 폴, 조지, 링고

백악관에서 일하던 시절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CEO들은 내가 그들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군요. 하지만 아닙니다. 절대 아니에요." 그리고 잠깐 뜸을 들였다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그들이 운이 좋아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겁니다. 물론 능력도 있었겠죠. 그래도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행운이 따랐던 겁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뜸을 들이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일부는 그걸 모르 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저를 보세요. 저도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그것도 많은 행운이 따랐기에 가능했죠."

노래의 내재적 가치 덕분에 비틀 마니아의 등장은 당연한 결과 있다고 주장하는 '예스터데이' 가설로 다시 돌아가보자.

11장 존, 물, 조지, 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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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다운로드와 같은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고, 비틀스는 결국 포 기하고 만다. 여기서 비틀스는 〈Trapped in an Orange Peel〉과 비슷한 운명을 맞이한다. 이 세상은 아마도 영화 〈예스터데이〉의 세상과 비슷할 것이다. 또는 바로 그 ‘예스터데이' 세상일 수도 있다. (비틀스가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영화의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해도 쉽게 설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 비틀스는 1960년대에 실패했는데, 어떻게 그 밴드의 노래가 지금 큰 인기를 끌고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설명의 타당성은 검증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하자면) 역사는 한 번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기에 앞서, 폴 매카트니의 최고 전기 작가가 했던 의미심장한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비틀스는 분명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팝 밴드였다. 동시에 가장 운 좋은 팝 밴드이기도 했다.”1 실제로 비틀스는 행운의 벼락을 적어도 두 번 맞았고, 그게 없었다면 성공하 지 못했을 것이다. 첫 번째 벼락은 브라이언 엡스타인을 매니저로 맞이한 것이었다. 두 번째 벼락은 엡스타인이 결국 비틀스의 프로듀서를 맡게 된 조지 마틴(George Martin)을 우연히 만났다는 것이다. 이 둘은 가장 중요한 행운이었다. 그러나 비틀스를 상징적인 밴드로 만들어준 크고 작은 우연은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비틀스와 관련해서 무작위 통제 실험이나 많은 가상의 세상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틀스의 성공이 필연적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점에서 필연적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11장 존, 폴, 조지, 링고

게다가 그 오리지널 발라드곡을 로이 오비슨(Roy Orbison,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옮긴 이) 스타일로 템포를 바꿔 록으로 편곡했다("와우, 예!"). 첫 녹음이 끝난 후 마틴은 비틀스 멤버들에게 처음으로 정상을 차지할 앨범이 나왔다는 말을 했다.23 그의 예측이 옳았을까?

엡스타인은 비틀스가 대중 앞에 설 수 있도록 쉼 없이 노력했다. 레넌의 한 전기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당시 “비틀스가 잠시 인기를 끌다가 사라진 많은 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철저하게 뻔뻔한 매니저가 있다는 사실이었다".24 엡스타인은 <탱크 유어 럭키 스타스(Thank Your Lucky Stars)>(정말 멋진 이름 아닌가?) 라는 유명한 토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예약을 잡았다. 그 무대에 서 비틀스는 <Please Please Me〉를 연주했다. 비틀스가 화면에 등장했을 때, 밖에는 100년 만의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이 말은 많은 10대가 집에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는 뜻이다.?5 그 노래는 두 달 만에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얼마 후 마틴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랄 만한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레넌-매카트니가 만든 노래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앨범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앨범 이름은 당연하게도 “Please Please Me"가 되었다. 그 밖에도 이 앨범에는 <I Saw Her Standing There), (P.S. I Love You〉, 〈Do You Want to Know a Secret?〉이 수 록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때도 비틀스를 신뢰하 지 않았던 EMI는 앨범 제작에 큰돈을 들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11장 존, 폴, 조지, 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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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보자(5장 참조), 킨크스의 레이 데이비스(Ray Davies)는 분명히 창조적이고 독창적이었다(<Lola〉를 들어보자). 그리고 원래 홀리스의 멤 버였던 그레이엄 내시(Graham Nash)도 단지 좋은 수준을 훌쩍 넘어 섰다(〈Our House)를 들어보자).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레넌이나 매카트니와 같은 반열에 올라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그리고 여러 다양한 사안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가장 먼저 1961년, 또는 1963년에 레넌과 매카트니는 지금 우리가 아는 레넌과 매카트니가 아니었다. 비틀스의 초기 성공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그들의 천재성이 꽃피우기 위한 분명한 필요조건이었다. 레넌과 매카트니는 시간과 돈이 많았고 확신이 강했기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리고 혁신을 창조할 수 있었다. 그들은 실험에 도전할 수 있었다. 또는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다음으로 1960년대 초 비틀스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면, 데이비스와 내시, 또는 많은 다른 이들이 무엇을 했을지, 또는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다.

이제 코니 컨버스 사례로 돌아가보자. 컨버스가 1961년에 작곡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향후 몇십 년 동안 어떤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냈을까? 컨버스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주로 가족이나 친구에게 만 자신의 고유한 창조성을 보여줬다는 사실은 만약 그녀가 아주 풍요로운 시절에 포크 음악 부활에 앞장섰더라면 과연 어떤 일을 해냈을지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녀는 어떤 인물, 또는 어떤 존재가 되었을까?

286 페이머스

이러한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 간 것이 바로 존 롤스(John Rawls)의 《정의론》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혁신가들은 인구 통계적 요인은 물론,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은 다양한 요인 때문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시대정신이 그들 편에 서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올라타야 할 파도가 일지 않았을 수도 있다. 올바른 경쟁자와 영감의 대상, 또는 최고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쩌 면 네트워크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도 그들에게 길을 보여주지 않았거나, 적절한 시점에 미소나 용기의 말을 건네지 않았거나, 힘을 불어넣어 주지 않았거나, 계약을 제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잭슨의 표현대로, 우리는 수많은 "헌트와 사우디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 그 주요한 이유는 그들이 우발적인 상황 때문에 실패했기 때문이다".5 우리는 많은 이들에게 똑같은 이유로 또 한 번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

이러한 생각은 비극을, 또는 수많은 비극을 언급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들의 비극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기회를 얻지 못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 그들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한 우리의 비극이기도 하다. 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진정한 비극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또한 가능성, 또는 영감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관심을 받지 못한 수많은 아인슈타인이나 셰익스피어, 또는 밀턴들은 얼마든지 새롭게 발견될 수 있다. 실제로 그들은 매일 발견되고 있다. <모나리자>와 제인 오스틴, 윌리엄 블레이크, 존 키츠, 로버트 존슨, 코니 컨버스가 새롭게 발견된 것과 똑같이 여전히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우리 사이에 있을지 모르는 그들의 존재에 계속 주의를 기울인다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들은 애초에 더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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