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독서정리

열 다섯 번째 책 : 반도체 주권 국가

by 마파람94 2024. 4. 10.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회사 주식을 더 샀습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긍정적으로 예측했기 때문입니다.



대변화 가운데 특이한 것은 '작은 마당과 높은 울타리'라는 표현이다. 여기서 '작은 마당'은 차세대 핵심기술을 의미하며, '높은 울타리'는 미국의 독보적 존재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조건과 규제를 가한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작은 마당에 해당되는 차세대 핵심기술은 반도체·인공지능·양자컴퓨터·합성생 물학·차세대 에너지 기술 등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첨단기술에 대한 수출통제 정책 등이 작은 마당을 보호하기 위한 맞춤형 높은 울타리라는 것이다.

'높은 울타리'는 차세대 핵심기술을 철저히 미국 주도로 끌고 가되 높은 울타리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개방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여기에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의 전략적 함의가 녹아 있다고 보인다.

작은 마당과 높은 울타리는 "차세대 기술이 민주주의와 안보 를 위해 작동하도록 디지털 혁명의 새로운 문명을 이끌겠다"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미국의 경제안보적 시각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우리에겐 위기이기도 하면서 기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정부의 역량,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경제 수장들의 역할과 역량에 따라 위기가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 사례를 면밀히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캐나다와 IRA 입법 초기 전담팀TF: Task Force를 꾸렸다. 캐나다는 최대 7,500달러가 지급되는 전기차 보조금

미국의 반도체 전쟁 전략 85

반도체는 팀 스포츠
: 누구를 위한 팀 스포츠인가?

이어서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에 따른 중국 제재 문제가 거론됐다. 중국 제재에 따라 대만의 TSMC가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TSMC는 미국에 40% 수출하는 만큼 중국 수출 물량이 상당하다. (2022년 TSMC의 연간보고서에는 매출액의 11%가 중국에 본사를 둔 업체에서 나오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대만에서 온 학자들은 중국의 기술 진보가 대만의 방어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킨다는 안보적 관점에서 반도체를 바라봤다. 그러나 기술 진보를 제한하기 위해 수출을 통제하는 미국의 조치가 중국으로 하여금 자체적 개발 노력을 가속화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케네디스쿨의 조지프 나이 교수5)도 현재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정책은 선택적 디커플링이라고 지적했다. 디커플링을 지속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아 든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미·중 관계는 미·러 관계와 달리 경제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왔다"며 "현재는 작은 마당과 높은 울타리로 표현되는 안보가 결합된 선택적 디커플링, 선택적 디리스킹을 추 진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5) 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소프트파워 선도자. 윤석열 대통령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방문 당시 토론 진행도 맡았다.

미국의 반도체 전쟁 전략 93

국내 생산이 확충되었다는 현장보고도 접수되었다. 오히려 일본 의존도가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국내 소재기업인 솔브레인은 초고순도(12N급) 불산액 생산량을 2배 이상 확충하였고, SK 머티어리얼즈도 고순도(5N급) 불화수소 가스 양산체제를 구축하였다. 불화수소 대일본 수입액이 2021년 기준으로 2019년 대비 1/3 수준으로 급감하였다. 반면 스텔라케미파, 모리타공업 등 일본 기업들은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피해를 입었다.

EUV 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산 수입을 대폭 확대하여 단기적 수급차질 문제를 해결하였고, 미국 듀폰과 일본 기업 TOK로 부터 국내 생산투자를 유치하여 중장기적 생산능력을 확충하였다. 불화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SKC가 신속히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국내 수요기업이 UTGUltra Thin Glass (초박막 강 화유리)라는 새로운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일본 의존도를 제로로 낮추었다.

일본은 수출규제를 통해 반도체와 같은 한국의 급소를 겨냥함 으로써 한국을 굴복시키고자 했으나 오히려 한국 업계의 공급망 관리 인식과 정부의 소·부·장정책을 크게 강화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4년이 흐른 후 한국의 언론들은 "일본 수출규제는 축복이었다" 는 소재 국산화 시리즈를 보도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반도체 업계에 큰 위기였지요. 그러나 역설적으로 소·부장 국산화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5

170

일본의 반도체 재무장21 실리콘 섬을 향한 꿈

"과거 실리콘 섬은 일본이었고, 지금은 대만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다시 실리콘 섬이 되려 합니다."

2023년 9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반도체 심포지엄에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니시카와 가츠미 경제안전보장실장이 참석했다. 그는 과거 일본 반도체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 면서도 규슈에 세워지는 TSMC 공장을 언급하며 일본과 대만의 협업을 강조했다.

니시카와 실장은 중국을 의식한 듯 민주주의와 투명성을 내세우며 앞으로 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연대하면서 일본의 새로운 첨단 반도체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을 수차례 반복 강조했다. 앞서 기술했던 2023년 9월 1일 홋카이도에서 기공식을 한 '라피더스'22 반도체공장을 중심으로 홋카이도에 반도체 허브를 만들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는 '홋카이도가 동북아 가운데 미국과 지리적으로 좀 더 가깝지 않느냐?'는 반문도 곁들이는 일본의 절박함을 호소해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니시카와 실장의 이러한 발언은 한국과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백분 활용한 것이라고

21 공저자 박영선의 글.

22 일본 주요 대기업들이 일본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으로 2022년 8월 10 일 설립한 파운드리 회사, 라피더스(Rapidus)는 라틴어로 빠르다는 뜻.

한·일 반도체 전쟁 189

그 후 수소문해서 저도 <천칭>을 봤습니다. 오래된 낡은 영상이 었지만 담긴 의미만큼은 각별했습니다. 일본 어느 마을 솥뚜껑 판매회사의 후계자 양성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지요.

13살 소학교를 졸업한 아이 '다이사코'는 아버지로부터 졸업선물로 솥뚜껑을 받습니다. 그리고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그 솥뚜껑을 팔아야 한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십니다. 어린 다이사코는 아버지께 “왜? 이 솥뚜껑을 팔아야 하나요?"라고 묻습니다. 아버지는 “그 솥뚜껑을 팔고 나면 알게 될 거다"라고 답합니다. 어린 다이사코는 왜 이것을 팔아야 하는지를 납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부모는 물건을 파는 상인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 가업을 넘겨줄 수 없다고 합니다. 어린 다이사코는 솥뚜껑을 팔면서 팔아야 하는 솥뚜껑에 대한 내 마음, 팔러 다니는 상인의 마음가짐, 그 물건을 사게 되는 소비자의 마음을 깨닫습니다.

"파는 자와 사는 자의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물건은 팔 수 없다." 진정으로 내가 파는 물건에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진심이 전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지요.

1993년 이건희 회장님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마누라 자식 빼고 모두 바꿔라") 이후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와 반도체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오늘의 삼성은 이건희 회장님의 "반도체 사랑"이 만든 결과입니다.

오늘 영화 <천칭>을 다시 떠올리면서, 대한민국 반도체신화를 이룬 이건희 회장님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

199

완성품 반도체를 직접 만들어 파는 산업보다는 반도체 소재. 장비의 후방산업에 집중 투자해 온 것이다.

한국은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다 보니 메모리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키울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잘하는 팹리스나 일본이 잘하는 반도체 소재·장비 같은 산업에는 상대적으로 여력이 없어 투자가 부족했다.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반도체 장비회사들을 살펴보면,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Lam Research,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이 세계 반도체 장비회사 톱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세메스 SEMES'라는 삼성 계열사가 유일하게 톱 15에 이름을 올렸는데 순위가 12위로 상위 기업들과 비교해 매출액 격차가 큰 상황이다.

한국의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독자적으로 글로벌 판매망 구축 등에 어려움을 겪었고, 한국 대기업들과 거래할 때도 부품 혹은 장비 구매의 높은 울타리를 넘지 못한 측면도 있다. 또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가 중심이 되고 있어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기업들과의 격차가 매우 큰 실정이다.

212

뎀칩을 만들어서 전 세계 무선통신이 지원되는 스마트폰이나, 통신 중계기 및 기지국 관련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에 칩을 납품했다. 카폰(자동차에서 사용하던 전화기)이 주류를 이루던 1980년 대 중반에 퀄컴은 스마트폰의 보급을 꿈꾸면서 무선통신 기술을 개발했다. 재벌 회장이나 국가원수급이나 쓰던 카폰 시대에 5G 기반의 스마트폰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기술적, 사업적 상상력이 있었다.

엔비디아는 1990년 초반 VGA Video Graphics Array 해상도 데이터를 겨우 처리할 수 있는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개발 판매했다. 6 한 화면에 겨우 30만 픽셀값만 있어도 처리하기 어려워서 화면이 정지되던 시대에 한 화면에 830만 픽셀이 있는 시대를(이제는 그 크기도 2배 혹은 4배 더 커져 가고 있지만) 예측하고 준비하는 기술 적, 사업적 상상력을 현실화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처리가 미래에 아주 중요한 컴퓨터의 기능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PC,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서버에 공급되는 GPU를 만들어 성공했다.

또한 M&A 전략도 주효했다. 엔비디아의 또 다른 성공비결인 M&A 전략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상세히 기술하겠다.

6 VGA는 640x480 픽셀의 해상도. 현재 가장 범용의 디스플레이인 4K 해상도에 비해 정확히 27배 작음, 당시에는 GPU(Graphic Processing Unit)라는 용어도 없어서 처리 할 수 있는 혹은 처리하고 싶은 해상도였던 VGA를 차용해서 'VGA 카드'라고 부르기도 했다.

대한민국 반도체에 있는 것과 없는 것 219

엔지니어가 개인별로 인센티브를 받는다고요?

2000년대 초 대만의 미디어텍과 기술 협력을 위한 미팅을 한 적 이 있다. 당시 미디어텍 직원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경쟁력은 칩을 싸게 빨리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당시 이 회사에는 기존의 칩과 동일한 기능을 하면서 칩 면적을 작게 만들어 생산비용을 낮춘 엔지니어에게 절감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제공한다고 했다. 손톱만 한 칩을 작게 만들어 봐야 얼마나 큰 금액을 절약할 수 있을까 하겠지만, 칩 1개에서 1mm²만 줄여도 스마트폰 1억 대에 판매하면 1억㎜²가 되니 그 금액이 얼마나 될지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은 최대한 작고 빨리 만드는데서 승 패가 갈리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에게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목표를 달성해 가는 미디어텍의 파격적 행보를 지켜보면서 '이 회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살아남겠구나'라는 확신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미디어텍은 글로벌 톱 10 기업으로 우뚝 섰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국 팹리스

상당수의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이 대기업에서 분사한 형태로 출발하였다는 것은 대기업이 직접 대부분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도 팹리스 기업들이 활발하게 태동하고 성장하던 시

222

성장 가능성이 큰 미국의 스타트업들에게는 이러한 국가적 보호정책이 늘 있어 왔다.

중국도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 산업 육성을 위해 대대적으로 기업을 지원한다. 앞서 언급한 바이든 행정부의 설리반 보좌관이 중국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 공정한 규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중국을 비난한 배경이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지원을 노골적으로 한다는 것이고, 미국은 우회적으로 민간 기업들을 통해서 공정해 보이는 원칙을 만들어 지원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 반도체에 있는 것과 없는 것 233


예를 들면, 언어모델의 경우 다국어 통역 기능(동시, 순차 통역 기능 등)을 갖춘 AI가 본격적인 서비스를 조만간 시작할 것이다. 메타의 경우 이미 2023년 8월에 전 세계 100여개 언어를 지원할 수 있는 '심리스 M4T'라는 AI 모델을 공개해서 통역·번역 서비스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AI의 개발과 서비스에는 데이터센터라는 수만 개의 서버로 이 루어진 슈퍼컴퓨터가 사용된다. 현재 이 슈퍼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인 서버를 생산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이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프랑스 등이다.

일반적으로 책상 정도 크기에 약 60cm 두께의 반도체 덩어리인 서버는 1대당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넘기도 한다. 서버는 그 안에 수많은 반도체가 있으며 그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다.

많은 인력과 장비 그리고 자본을 투자해서 만든 메모리, 프로세 서, 아날로그, 파워칩 같은 반도체는 이런 서버에 집적되어서 챗 GPT 같은 AI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 기업도 더 늦기 전에 서버를 설계, 제작해 판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미·중 기술패권 분쟁의 씨앗이 되었던 10년 전의 슈퍼컴퓨터 사건을 한번 살펴보자.

대한민국 반도체에 있는 것과 없는 것 237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없는 것 4

유연한 조직문화
:실리콘 밸리는 소프트웨어 밸리

199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붙어 있는 산호세 인근에서 수많은 팹리스 스타트업들이 생겨났다. 이 지역을 실리콘 밸리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반도체의 주재료가 실리콘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리콘 밸리에는 팹리스 기업뿐만 아니고, 반도체 장비회사, 반도체 설계 툴 회사 그리고 전방산업인 컴퓨터 제조·판매 회사 도 같이 생겨나고 발전했다. 반도체 생태계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셈이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시놉시스 Synopsys, HP, 시스코 같은 회사들이 실리콘 밸리를 기반으로 창업되고 성장한 대표적인 반도체 전·후방산업의 주요 기업들이다.

그런데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 후에는 실리콘 밸리의 혁신 동력이 꺼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 밸리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기 시작할 무렵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들이 등장했다. 현재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구글, 메타 같은 회사들이다. 이들의 등장 이후 혹자들은 실리콘 밸리를 '소프트 웨어 밸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회사

대한민국 반도체에 있는 것과 없는 것 243

훌륭한 결론을 잘 끌어내는 리더십과 직원들이 격의 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도록 하는 토론 분위기이다.

삼성이 HBM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는 결정을 할 때 그 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다. 엔비디아 측이 삼성에게 의견을 구했으나 삼성 측에서 별 반응이 없었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만약 그때 관련된 직원들이 직급에 관련 없이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 이런 유보 결정이 쉽게 내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성과주의 그리고 그 성과가 승진에만 반영되는 관행은 기업문화의 경직성을 가속화시킨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전문가는 "삼성의 우수한 인재들의 생각과 연구결과가 개인의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기보다는 삼성의 이름으로 알려지고, 그 결과가 임원들의 승진에 이용되다 보니 삼성의 기업문화가 경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를 살펴보자. 그는 중요한 사항은 직접 보고 받고 직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낸다. 특히 공장 현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엔지니어 미팅을 직접 소집한다. 2017년 테슬라 모델 3의 양산이 잘 진행되지 않아 파산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그때 일론 머스크는 침낭을 들고 아예 공장에서 살았다. 각 조립작업장마다 새벽 3시부터 소리를 지르면서 다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조직문화로는 AI디지털 시대에 세대로

266

SK와 ARM: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가 낳은 쓰라린 경험 현대전자에서 LG반도체를 합병하고 SK로 넘어간 SK하이닉스, Hynix는 현대의 Hy와 금성 일렉트로닉스의 Nix가 합쳐진 이름이다.

1949년 국도 건설로 시작한 정주영 회장이 현대전자의 창립자 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과 함께 정주영 회장도 1980년대 전자산업에 관심을 가진 선각자였다. 이러한 연유에서 1998년 LG반도체를 합병한 이후 현대그룹이 2000년대 초 '왕자의 난'을 겪지 않고 현대전자를 지금껏 가지고 있었다면 차량용 반도체 분야가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이런 역사를 알게 되면 정의선 회장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미련을 두는 것도 이유가 있을 법하다. 정의선 회장은 한때 현대·기아자동차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를 했었다. 내게도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만나서 현대·기아자동차 의 반도체 생산을 삼성에 의뢰하고, 삼성이 대신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는 신뢰를 쌓는 것이 어떠한가?"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그러한 정의선 회장의 생각이 2023년 가을에 이재용 회장을 만나서 이루어졌고 이제 삼성이 자동차용 반도체를 현대에 제공하고 함께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268

전기

반도체 기업들은 공장을 세울 때 물 공급은 물론 전력 공급 문제를 가장 먼저 검토한다. 전력사용량 1위인 삼성전자의 2022년 전력사용량은 21. 73TWh (테라와트시)다. 부산광역시 전체 전력 사용량 21. 49TWh보다 많은 사용량이다. 전력사용량 2위 SK하 이닉스의 2022년 전력사용량은 10.04TWh다. 이는 대전광역시 전력사용량 10.02TWh보다 많다. 8

대만전력공사가 판매하는 전력의 1/5을 대만의 반도체 제조업 이 사용한다. 대만전력공사의 업종별 전력판매량 통계를 보면 2021년 반도체 제조업의 전력사용량은 32. 8TWh로 전체 전력판 매량의 19.7%를 차지했다. 9 대만은 2021년과 2022년 2년 사이 모두 3차례 대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전력수급 불안은 반도체 업계에 치명적 리스크이다. 이에 따 라 대만전력공사는 TSMC 2nm 공장이 들어서는 신주과학단지 등에 초고압 변전소를 확충 신설하고 있다.

반도체공장의 멈춤은 그냥 단순한 멈춤이 아니다. 생산라인에 있는 웨이퍼를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한다.

2018년 3월 9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에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8 한국전력 국회 제출 자료(2023.10).

9 코트라 대만 무역관.

반도체 주권국가의 길 279

전문가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는데 이는 생성형 AI 학습·운용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천문학적 수준의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가 SMR 개발과 관련한 사업에 관여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기존 전기자동차 충전에 필요한 전력 수요의 5~6배는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고, 역으로 이들 기업들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기는 이제 반도체 제조공정뿐 아니라 관련 산업에도 매 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물 먹는 하마와 같은 반도체 관련 산업의 전력 수요는 전기를 무엇으로 생산할 것인가를 국가적 프로젝트로 만들었다. 전기의 공급원이 무엇인가에 따라 가격경쟁력은 물론 기후변화와 직결된 탄소중립의 문제가 지구촌 전체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다.

11 WSJ(2023.12.12)

반도체 주권국가의 길 283
: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

무어의 법칙은 계속될 수 있을까?

반도체 업계의 최근 10여 년간 가장 큰 화두는 '무어의 법칙이 과연 종말을 고하는가?'였다. 무어의 법칙은 단순화하면 반도체의 성능이 매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인텔의 공동창 업자 고든 무어가 1965년 논문에서 천명한 것으로 50여 년간 실제 그 트렌드를 명확히 보여 왔다.

이러한 기조가 2010년대 들어와서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2020년대에는 무어의 법칙이 깨졌다는 것이 업계에서 인식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65nm 공정에서 45nm 공정으로 가는 속도 가 2~3년 내에 가능했는데, 현재는 7nm에서 5nm 혹은 3nm로 진화하는 속도가 짧게 봐도 4~5년씩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10 억분의 1 크기 나노는 상상만으로도 그 미세한 크기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원자 하나의 크기가 약 0. 1nm이니 실제 우리 눈으로 는 그 크기를 분간하지 못한다.

반도체에서 사용하는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실제로 원자보다 10배 정도 큰 사이즈로 만들어진다. 결국 '더 작게의 싸움'인 반도체의 크기를 줄이는 일이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반도체가 연산해야 할 양은 과거에 비해서 수백, 수천 배 높아지고 있고 향후에는 수백만 배보다도 높게 나 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29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