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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독서정리

열 일곱 번째 책 - 이처럼 사소한 것들

by 마파람94 2024. 5. 6.


이 책은 평범한 소시민도 용기를 내어 기적을 만들수 있음을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커다란 사각형 틀에 담고 위쪽을 평평하게 편 다음 몇 차례 탕탕 바닥에 내리쳐서 반죽이 구석까지 고르게 퍼지 게 하며 살짝 웃었다. 하지만 팬을 오븐에 넣고 문을 닫자마자 부엌을 둘러보고는 딸들한테 얼른 치우라고, 그래야 자기가 다음 일을, 다림질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너희 지금 산타 할아버지한테 편지 쓰지 그러니?"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 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 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버터와 설탕을 섞어 크 림을 만들면서도 펄롱의 생각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일요일, 아내와 딸들과 함께 있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일, 그리고 누구한테 받을 돈이 얼마인지, 주문받은 물건을 언제 어떻게 배달할지, 누구한테 무슨 일을 맡길지, 받을 돈을 어디에서 어떻게 받을지에 닿아 있었다. 내일이 저물 때도 생각이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또다시 다음 날 일에 골몰하 리란 걸 펄롱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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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살면 우리 딸들이 그 애들이 겪는 일들을 겪을 일은 없어. 거기 있는 애들은 세상에 돌 봐줄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그런 거야. 그 애들 부모는 애들을 멋대로 풀어놨다가, 문제가 생기니까 모른 척 등을 돌 려버렸겠지. 자식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무심해서는 안되는 건데."

"하지만 만약 우리 애가 그중 하나라면?" 펄롱이 말했다.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아일린이 다시 일어나 앉으며 말 했다. “걔들은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

“미시즈 윌슨이 당신처럼 생각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 안 들어?" 펄롱이 아일린을 쳐다보았다. “그랬다면 우리 어머니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미시즈 윌슨이 우리처럼 생각하고 걱정할 게 많았겠어?” 아일린이 말했다. “그 큰 집에서 연금 받으면서 편히 지내는 데다가 농장도 있고 일은 당신 어머니하고 네드가 다 해줬는데. 세상에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 아니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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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창문을 쳐다보고 숨을 들이마시더니 울음을 터 뜨렸다. 친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으로 혹은 오랜만에 친절을 마주했을 때 그러듯이.

“이름이 뭔지 알려줄래?"

아이는 다시 수녀를 흘긋 보았다. “여기에서는 엔다라고 불러요."

"엔다? 그건 남자 이름 아니니?"

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원래 이름은 뭐야?" 펄롱이 말투를 누그려 물었다.

“세라. 세라 레드먼드요."

"세라. 우리 어머니 이름하고 같구나. 어디에서 왔니?"

“저희 집은 저기 클로너걸 너머에 있어요."

“클로너걸이라면 킬다빈에서도 더 가야 하잖아.” 펄롱이 말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레인지 앞에 있는 수녀가 헛기침을 하며 프라이팬을 거 칠게 흔들었고 펄롱은 그게 아이에게 더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보낸 신호임을 알아들었다.

“그래, 지금 놀란 상태니까, 그럴 만도 하지. 아무튼 내 이름은 빌 펄롱이고 저기 부두 근처 석탄 야적장에서 일해, 무슨 일 있으면, 거기로 찾아오거나 아니면 나를 불러, 일요일만 빼고 늘 거기 있으니까."

젊은 수녀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리알과 블랙푸딩을 접시에 담고 큰 통에서 마가린을 퍼서 토스트에 발랐다.

펄롱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건 물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현관 계단에 서 있는데 안에 서 누군가가 열쇠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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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말

이 소설은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허구입니다. 1996년에야 아일랜드의 마지막 막달레나 세탁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 시설에서 은폐·감금·강제 노역을 당한 여성과 아이가 얼마나 많은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적게 잡으면 만 명이고, 3만 명이 더 정확한 수치일 것입니다. 막달레나 세탁소의 기록은 대부분 파기되었거나 분실되었거나 접근 불가능합니다. 이곳에서 일한 여자와 아이들 가운데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거나 노역을 인정받은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많은 여자가 아기를 잃었습니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제대로 된 삶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이곳 모자 보호소에서 죽거나 다른 곳으로 입양된 아기가 몇천 명이나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21년 초 모자 보호소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었던 18개 시설에서만 9,000명의 아이들이 사망했습니다. 2014년 역사가 캐서린 콜리스는 골웨이 카운티에 있는 투엄 보호소에 서 1925년에서 1961년 사이에 796명의 아기가 사망했다 는 충격적인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 시설은 가톨릭교회 가 아일랜드 국가와 함께 운영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곳이었습니다. 정부에서는 막달레나 세탁소에 대해 아무런 사죄의 뜻도 표명하지 않다가, 2013년이 되어서야 엔다 케니 총리가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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