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시간 죽이기 용도로 들었습니다. 공장 견학기를 쓴 책인데, 하루키가 이런 책도 쓰다니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 책입니다.
교육 표본의 용도만 충족시키면 충분한 셈이니, 인형을 만드는 것처럼 세밀하게 채색하기보다 인체모형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장인 아저씨에겐 현장의 긍지라는게 있어서 "아니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도 정확하게 만들어야지"라고 한다. 애당초 교토 사람들이란 이런 부류의 일에 한해 상당히 고집스러운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누가 "어이, 다카하시. 얼굴에 그만 좀 신경 쓰라고"라고 하면 오히려 더욱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거.
이 작업장의 일은 장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독립성이 강해서 분업이란 게 거의 없다. 일을 시작한 사람이 끝내는 게 원칙인 모양이다. 그러므로 대형 인체모형 같은 것도 한 사람이 하나를 전부 칠한다. 간은 사이토 씨, 생식기는 니시다 씨, 대장은 몬자키 씨 하는 식의 분담은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기술을 발휘해 채색하니까, 당연히 완성된 모형 한 구한 구는 약간씩 차이가 난다. 사용된 색들이 좀 밝다 싶은 인체가 있는가 하면, 수수하고 차분한 배색도 있다. 세부에 몰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얼마간 융통성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시험 삼아 안자이 미즈마루 씨에게도 한번 맡겨보고 싶군요.
그건 그렇고 이 장기 채색에는 여러 가지 요령 내지는 기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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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정은 잘 알겠지만 그래도 CD 공장이 보고 싶다. "안 됩니다"라고 하면 할수록 보고 싶은 마음이 들끓는 게 인지상정이다. 생각해 보니 지금껏 공장 견학을 해오면서 취재 자체에 전적으로 "NO"라는 의사를 표명한 기업은 CD 공장이 처음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CD 공장을 견학해 볼 가치는 충분할 것 같다. 그렇다면 CD 공장은 왜 그렇게 견학이나 취재를 꺼릴까?
우선 첫 번째 이유는 티끌과 먼지가 CD 생산의 천적이기 때문이다. CD는 극히 세밀하고 정확하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먼지나 이물질이 섞여 들어도 불량품이 생기고, 그 탓에 생산 라인이 24시간 멈추기도 한다. 따라서 생산공정의 중추에는 되도록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CD 생산이 현재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 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바쁜 것이다. 하루 24시간 풀가동하는데도 모자란다고 하니, 견학하는 사람에게 신경 쓸 틈은 없겠다.
세 번째 이유는 기업 비밀유지. 말할 필요도 없이 각 기업은 자사의 최첨단 기술을 CD 생산에 결집시키고 있는 터라, 그 정보가 타사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극단적으로 꺼린다. 나 같은 문외한이 봐보았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지 않나 싶겠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하이테크 전쟁 195
발주된 지점으로 보내고, 각 지점에서 고객의 주문에 따라 아데랑스 전문 이발사가 가발을 손질하면, 드디어 모든 과정이 종결된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니까 발주일로부터 한 달이라는 대기 기간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가격은 간단한 제품이면 20만 엔, 다섯 단계 증모법을 정확히 지킨 가발은 60만 엔 정도 (1986년 현재)로, 이 가격을 비싸다고 생각하든 싸다고 생각하 든 그건 당사자 마음이다. 가격은 머리칼의 양과 면적에 따라서도 다르고, 흰머리가 섞인 가발은 섞는 과정이 번거로우므로 요금이 추가된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가발의 수명은 사오 년. 관계없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약 올리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정말 머리숱이 적은 사람은 여러모로 돈이 많이 들어 힘들 것 같다.
아데랑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대머리가 되는 원인의 70퍼센트는 유전이고, 이런 경우에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그만큼 헛수고라고 한다. 즉 처음부터 대머리가 될 운명을 안고 태어난 것이다. 당사자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다. 그러니까 눈이 나빠지면 안경을 쓰고 이가 빠지면 틀니를 하듯이 가발을 쓰면 됩니다.라고 아데랑스의 홍보 담당자는 말한다.
한없이 밝은 복음 생산 공장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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