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오전에 시간을 정해 놓고 딱 그 시간에만 글을 쓴다고 합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수도꼭지를 열면 물이 나오는 것처럼 해당시간에 글이 술술 쓰인다고 얘기하더군요.
평생에 걸친 그와 같은 훈련으로 탄생한 이야기 입니다. 이 소설은 재미와 더불어 작가의 상상력이 풍성하게 녹아 있는데 덩달아 독자인 저의 상상하는 능력도 향상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꿈에서 깨. 시간이 갈수록 점점 위험해져
대체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눈뜨기 전에 마음의 준비는 시켜줘야죠. 제발 잠망경을 올려 현실을 보여 줘요.」
「미안하네. 얘기를 듣고 나면 다시는 눈을 뜨기 싫어 질거야.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은 사람은 정작 하고 싶을 때는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던 아빠의 말을 떠 올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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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힘든 급커브>를 잘 돌았어. 이제부터는 한 숨 돌리면서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갖게 될 거야. 돌이켜 보니 <훗날>은 제 호시절이었어. 유유자적의 시간을 기대해도 좋아, 친구 제대로 만끽할 수 있겠어?」 JK48이 그에게 피나콜라다를 한잔 내민다.
「꿈속에서 이렇게 둘이 있으니까 참 좋네, 안 그래? 젊은 자크가 대답 대신 가상의 칵테일을 목으로 넘긴다.
「아니 그런데, 당신이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대체 뭐죠? 단지 당신이 만든 아톤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예요?」
「과거의 나와 다시 연결되는 기쁨을 맛보고 싶어서인 것 같기도 해. <아! 젊어서 지혜가 있다면. 아! 늙어서 힘이 있다면!> 이런 격언도 있잖아?」
「이젠 한물간 격언이에요.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청춘에도 <지혜>가 있고 돈 덕분에 노년에도 <힘>이 있죠.」
「나는 물질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감정과 자각, 감성을 말하는 거야. 돈이나 건강과는 아무 상관없는거지.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야. 자네한테 정보를 주고 길을 안내해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네가 자신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자각하게 해 주려는 거야. 자각과 전망. 그래, 이 두 단어가 바로 나를 자네한테 데려와.
JK28은 조금도 공감한 표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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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나 사법 기관, 수형 시설 없이 꿈을 통해 범죄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틀림없이 여유로운 사회 일 것이라고 자크는 믿는다. 상세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샴바야가 말끝을 단다.
「중요한 것은 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존재한다고 우리는 믿어요. 자는 동안 우리의 영혼은 육체를 벗어나 다른 모든 영혼들이 머무는 거대한 구름으로 올라가죠
「모든 영혼이라면, 이 마을 사람들을 말하는 거예요?」 「잠자는 사람들의 영혼 외에 우리 곁에 머물고 싶어 하는 조상들의 영혼도 있을 수 있겠죠. 자손들을 보살 피는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가 그렇게 존재한다는 건 큰 힘이 되죠.」
「그래요, 당연히 그렇겠죠.
남편의 목소리에 조롱기가 묻어 있지만 샴바야는 개의치 않고 설명을 이어 간다.
「영혼도 사람과 마찬가지예요. 우리를 도와주는 영혼도 있지만 더 힘들게 만드는 영혼도 있죠. 우리는 도움이 되는 영혼을 <구닉>이라 부르고, 도움이 되기는커녕 훼방꾼 같은 영혼은 <마라>라고 부르죠.」
「구닉과 마라.」
자크가 마음에 새기듯 따라 말한다.
「사실 영혼들은 원래 모두 마라예요. 우리와 친구가 되는 순간 구닉으로 변하는 거죠. 동물과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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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변화로 한층 자신감을 얻은 자크는 반투명에 가까운 얇은 피부로 덮인 긴 손을 펼쳐 공기를 휘저으며 더 높이 날아오른다.
샴바야가 비행에 재미가 들린 남편을 그만 현실로 돌아오게 한다. 자크는 수면 단계를 차례로 거쳐 올라와 눈을 뜬다. 또 한 명의 새내기 꿈 여행자가 탄생하는 순간. 「날아오르는 영혼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마라들과 구들이 있는) 영혼들의 세계, 즉 자신의 바깥에 존재하는 세계와 연결되거나 자신만의 풍경을 창조해 비행의 속도나 전투 같은 걸 체험하거나
<영혼들의 세계>라는 건 뭐죠?」
「우리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구름 같은 거예요. 살아서 꿈을 꾸는 중인 모든 인간들의 영혼이 모이는 곳을 말 하죠. 당신들한테도 이걸 가리키는 이름이 있나요?」
「잠깐, 생각해 보니까 비슷한 개념이 있는 것 같아요. 프랑스 출신 과학자인 테야르 드샤르댕 신부가 얘기한 <노스피어>라는게 생각나요. 노스피어는 잠자는 사람들의 정신이 한데 모여 지구 위에서 대기의 한 층처럼 거대한 구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꿈을 꾸는 동안 누구나 마음대로 접속할 수 있어요.」
「그렇군요. 당신들한테도 이미 익숙한 거네요. 테야르드샤르댕에 관해 조금 더 얘기해 줘요.」 「창의적인 사람들과 예술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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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고 있는 걸 보면 게임을 개발한 사람이 자각몽자인 게 틀림없어요!」
슈키가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보기엔 순전히 우연이야.」
자크가 슈키의 말을 바로잡아 준다.
어찌 됐든 너무 좋아요! 당신들의 가상 세계는 우리의 꿈속 세계의 연속처럼 느껴지거든요.」
삼바야의 교육은 낮에도 계속된다. 그녀는 자크에게 현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 시각과 청각 그리고 후각의 자극에까지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라고 가르친다.
「당신들이 사용하는 디지털카메라와 비슷하게 생각하면 돼요. 앞으로 이미지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 남았어요. 낮은 해상도를 이제부터 16:9 화면 비율에 고해상도로 높여야 해요.」
시간이 가면서 자크는 점차 새로운 삶에 익숙해져 간다.
저녁이 오면 어김없이 자각몽 훈련이 이루어진다. 샴바야는 자크를 능수능란한 꿈 여행자로 만들고 싶어 한다. 해묵은 물 공포증도 없애 주고 싶지만 그는 아직 엄청난 심리적 거부 반응을 보인다.
어설프기 짝이 없던 꿈 여행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노련미를 풍긴다. 자크는 간단히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거침없이 노스피어를 활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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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는 물속에만 있으면 질식해요. 고래류는 포유류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와 똑같이 숨을 쉬거든요. 그렇다고 수면에만 있으면 물에 잠기지 않은 피부가 햇빛에 말라 심한 화상을 입게 되죠. 게다가 다른 고래들만 큼 몸집이 크지 않아서 숨을 쉬지 않고 20분 이상 자기가 불가능해요.」
「그럼 어떻게 해요?」
「그래서 뇌의 절반만 잠을 자요. 절반이 피로가 풀리고 나면 나머지 절반이 휴식을 취하는 식이죠. 그래서 쉬지 않고 헤엄칠 수 있는 거예요.」 「결국 돌고래는 항상 잠을 자고 있군요. 절반만……………」
실뱅이 활짝 웃으며 설명을 이어 간다.
「돌고래는 늘 꿈을 꿔요. 언제나 반은 현실에, 반은 꿈속에 있는 동물이죠.」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진짜 신기하겠네요. 마치 스크린이 둘로 나뉘어 왼쪽에서는 사실주의 영화가, 오른쪽에 서는 환상 영화가 동시에 상영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돌고래들은 이런 식으로 매 순간 자신들만의 돌고래 노스 피어에 접속해 있구나.
자크는 아련한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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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6단계를 발견하는 거예요. JK64와 내가 계속 만날 수 있으려면 반드시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해요」 그녀가 실망한 얼굴로 물러선다.
장차 나는 꿈속 시간 승강기인 아톤을 발명하게 돼요. 자신의 꿈속에서만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죠. 정상적인 세계에서는 물질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어요. 하지만 꿈의 차원은 물리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아요. 그래서 젊은 시절 자신의 꿈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거죠!」
「무슨 얘길 하는 거예요?」
「아톤의 발명은 수면 6단계의 발견에 달렸어요. 아톤이 수면 6단계 속에 있다는 말이에요. 내가 반드시 발견해내야 해요. 엄마가 찾던 게 바로 그거였어요. 그것 때문에 엄마가 이곳에 왔고, 역시 그것 때문에 엄마가 파리로 돌아갔어요. 클라인 가문인 이상 나는 가업을 이을 책임이 있어요. 다시 엄마를 찾아가야 해요.」 가지 말아요! 당신 삶은 바로 이곳에 있어요!」
「어떤 삶 말이에요? 야자열매를 따 먹고 꿈을 꾸고 꿈 얘기나 하면서 늙어 가는거? 고작 그걸 하라고 날 붙잡는 거예요? 그건 16년 동안 할 만큼 했어요.」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요?」
「이카르는 서양에 가서 공부를 계속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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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몸을 뉘었던 침대가 문득 낯설고 불안하 게 느껴진다.
자크 클라인은 시트 속으로 몸을 밀어 넣으며 눈을 감는다. 아무도 자신을 괴롭힐 수 없는 배에 타고 있다는 상상을 하던 시절을 떠올린다.
전적으로 안심해도 되는 곳이 있다고 믿는건 어린애 같은 발상이야. 어른이 되고 나면 행불행이 모두 장소를 가리지 않 고 예고 없이 우리를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지.
삼바야가 옆으로 와서 눕는다.
「이제 그만 자요.
그녀가 말한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잠에 빠진다.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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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도 없고 외과 수술에 필요한 마취약도 없었지...
자크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잔에 다시 포도주를 채워준다. 이카르의 잔에도 덩달아 조금 따라 준다. 「뉴스가 우리를 계속 스트레스 상태에 묶어 두기는 하지만 어쨌든 전쟁도 폭력 상황도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이야 전지구적으로 평균적인 삶의 수준이 향상했어.
매년 새로운 질병과 전염병들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지. 프랑스에서는 1900년에 50살이던 평균 수명이 오늘날 80살로 늘어났어. 환경오염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위한 노력을 이끌었고, 재활용 제품의 사용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독재가 줄어드는 반면 민주주의는 늘어나고 있어. 언론의 자유도 계속 확대되고 있지. 이렇듯 객관적으로는 모든 것이 나아지고 있는데도 세상이 정반대의 느낌을 갖는 것은 우리를 공포에 가두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가 동원되기 때문이야.」
「왜요?」 호기심에 찬 이카르의 눈이 반짝인다.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면 소비가 늘고 정치인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위임하게 마련이니까. TV 뉴스를 시청하면서 인류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는 것은 마치 파리를 알고 싶은 사람이………… 병원 응급실에 가보고 구경을 끝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온통 부상자와 환자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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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해 국립 과학 연구소 산하에 두게 한다. 클리닉의건 연구원이 사실상 공무원 신분이 된 셈이다. 이 때부터 모르페우스를 향한 제약 회사들의 로비와 직능 단체의 공격은 무의미해졌다.
하루는 차관이 아내인 샤를로트와 클라인 부부, 그리고 에리크 자코메티를 국방부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로 초대한다.
「더 이상 언론의 관심을 끄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조용히, 아주 조용히 해주세요. 인간 생체 실험 중 사망자가 생겼다느니 하는 얘기는 앞으로 듣고 싶지 않아요. 어쩔 수 없이 사고가 일어나면 즉시 저한테 연락을 취해 주세요. 시신은 제가 처리하죠.
차관은 단순한 행정적 조치를 언급하듯 이 말을 내뱉는다.
가령 파스퇴르 말이에요. 이제는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브라질의 페드로 2세한테 광견병 바이러스를 미리 주입해 놓은 사형수들을 상대로 자신이 개발한 백신을 테스트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가 1884년에 보낸 서신을 우리 부처에서 보관하고 있어요. 파스퇴르는 사람들 모르게 계획을 실행에 옮겼죠. 알자스 지방에서 실험에 성공한 케이스에 대해서만 세상에 알렸어요. 이 사례를 보면 현실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훗날 기자들과 역사학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는가가 중요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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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아득하게 뻗어 있는 뉴런들의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자크는 붉은 섬유들이 얽히고설킨 거대한 숲을 유유히 날고 있다. 여기가 어디지? 그는 눈앞의 이들이들하고 끈적끈적한 붉은 물질, 이것이 만들어 내는 황홀한 광경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한다.
「자네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거야
자크가 소리를 좇아 몸을 돌리자 백발의 JK67이 보인다. 어느새 옆에 나타난 그가 초현실적인 풍경 속을 부유하고 있다.
「자네 혼자 경험하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순간이지.
「여긴 어디예요?」 자크가 거듭 큰 소리로 묻는다.
「자넨・・・・・・ 자네의 무의식 속에 있어. 정확히 말하면, 자네의 무의식이 시각화된 뇌를 보고 있지. 무의식한테는 현현의 욕망이 있지. 비물질적인 것은 다 물질적인 것이 되고 싶어 해. 영혼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생각은 입으로 발화되고 글로 쓰이길 바라지 하늘을 날아다니고 벽을 통과하는게 지긋지긋한 유령들은 육신을 빌려 의자에 앉고, 걸어 다니고, 잠을 자고, 고통을 느끼고 싶어 하지. 누가 이름을 불러 주길 원해, 존재하고 싶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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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은 빠짐없이 모두 기억하고 있다. 무의식은 어느 하나 용서하지 않았다. 그의 기억은 항상 <사람들이 널 못살게 군다>, <사람들이 널 함부로 대한다>, <너에게 일어난 일은 부당하다>는 정보들을 저장했다. 아버지의 죽음.
또 하나의 부당함.
수영장에서 윌프리드한테 맞아 이마에 난 상처.
그를 용서했다고 믿었는데, 아니다. 나는 여전히 그를 원망하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궁금해하는 이 상처를 내게 남 긴 그가 최대한 고통스러운 벌을 받았으면 한다.
어린 시절 수치스러웠던 순간들, 그의 나쁜 성적을 공개하던 교사들, 반장들의 괴롭힘, 교장 선생님들의 비아냥거림, 실망스럽기 짝이 없던 결과들.
나는 아무도 용서하지 않았다. 내 의식을 괴롭히는 것들을 무의식 깊숙한 곳에 숨겨 두고 있었을 뿐이다. 내 의식을 방 해받기 싫어 용서하는 척했지만, 그런 상처들은 내 안에 더 깊이 각인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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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부모를 원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주어진 신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삶의 시련들을 받아들이자
심지어는 윌프리드, 키암방, 제약 회사들도 내가 어떤 사람 인지 깨닫게 해주지 않았나.
부당함과 배신을 받아들이자. 그것들 역시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나의 성공이 곧 최고의 복수이므로 더 이상 복수를 꿈꿀 필요가 없다.
나는 성공할 수 있다. 멋지고 개성 있고 용기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이룬 일은 나 이전에는 아무도 이룬 사람이 없다. 어머니는 실패한 것을 나는 성공했다. 나는 최 고다. 더군다나 또 한 명의 멋진 사람, 즉 미래의 나 자신으로 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조만간 발명할 것이다.
중년의 자크는 머리 위에서 번쩍거리는 번개에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치고 백발의 자크를 끌어안는다.
「됐어요. 이제 깨달았어요. 입장을 정했어요. 당신을 믿어요, JK67. 현자의 탈을 썼을 뿐 복수심에 불타는 겁쟁이, 마조히스트인 내 무의식이 하는 말을 이제 듣지 않을 거예요.
그가 나이 든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다정하게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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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심리적 개념을 통해 어떻게 내가 나의 스플 여덟 살 적 꿈속으로.... <실제로> 갈 수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히 어떤..... <기계적인> 프로세스 가 있을 거예요.
「아니 기계적인 것과는 무관해. 하지만 <기하학적인> 것과 연관이 있지. 해결책은 우리 이름에 들어 있어, 자크」
「옛날에 윌프리드가 독일어로 클라인이 <작은>이라는 뜻이라고 나를 놀렸던 기억이 나요.」 「그것 말고 다른 개념들도 많아
「클라인 블루요? 아니면 옷 브랜드 캘빈 클라인? 영화 <미스터 클라인>? 다 한 번씩 들어 봤어요…………….. 「학교에서 수학 시간에 배운 걸 떠올려 봐…………. 아빠가 가르쳐 준 걸 기억해 내 봐. 아빠가 우리 성과 관련이 있는 특이한 형태에 대해 얘기해 준 적이 있잖아」
「혹시・・・・・・ 클라인의 병?」
「바로 그거야. 당대의 유명한 수학자이자 우리 선조인 펠릭스 클라인이 이 병을 발명했지. 독특하게 생긴 병인데, 혹시 기억나?
「입체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긴 걸로 기억해요. 뫼비우 스의 띠는 숫자 8이 옆으로 누운 모양이잖아요. 그래서 표면도 없고 이면도 없죠
「클라인의 병은 길게 늘어난 주둥이가 옆구리에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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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세공을 하듯 항아리의 끄트머리를 당겨 주둥이를 만든다. 돌출한 주둥이 부분을 길게 쭉 늘인다. 백발의 자크는 중년의 자크에게 늘어난 주둥이를 구부려 항아 리 옆구리에 박아 끼우라고 시킨다.
JK471 주둥이 관을 구부린다.
아래쪽 끄트머리를 쫙 벌려서 항아리 밑바닥과 합쳐져 통하게 만든다.
그들의 눈앞에 클라인의 병이 탄생했다.
Ekastsov/ Dreamstime.com
두 자크는 뒤로 물러나 자신들의 작품을 바라본다. 「이게 당신이 그토록 말하던 아톤인가요? 꿈속에서 클라인의 병으로 바뀌는 무의식의 뉴런인가요?」 「어때, 아름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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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요. 3분의 1이나. 게다가 12분의 1은 꿈을 꾸면서 보내죠.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관심이 없어요. 잠자는 시간을 단순히 몸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보거든요. 깨는 순간 꿈은 거의 자동적으로 잊혀요. 밤마다 매지근하고 축축 한 침대 시트 밑에서 벌어지는 일이 나한테는 신비롭기만 한데 말이에요.
잠의 세계는 우리가 탐험해야 할 신대륙이에요. 캐 내서 쓸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 가득 들어 있는 평행 세계죠 앞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단잠 자는 법을 가르치는 날이 올 거예요. 대학에서는 꿈꾸는 방법을 가르치게 될 거예요. 대형 스크린으로 누구나 꿈을 예술 작품처럼 감상하는 날이 올 거예요. 무익하다고 오해를 받는 이 3분의 1의 시간이 마침내 쓸모를 발휘해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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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이 조금 더 비중 있게 다뤄진 것은 인생의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향하는 작가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반영한 결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20대의 자크가 아톤이라는 꿈속 시간 승강기를 타고 온 40대의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다. 아톤은 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없이는 불가능한 개념이다. 현실에 갇혀 아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20대의 자크에게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 주는 것은 바로 잠자는 시간을 깨어 있는 시간보다 소중히 여기는 말레이시아 세노이족의 자각몽이다. 파리에서 말레이시아,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주인공 자크의 여정은 한계를 뛰어넘으며 밖으로 확장되다 제자리를 찾아 안으로 돌아오는 그 의 내면의 여정이기도 하다.
클라인의 병
번역을 마치면서 이 책을 「파피용의 속편처럼 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꿈은 뇌의 작업이기 이전에 <현실의 과잉>을 견딜 수 없는 인간이 만든 탈출구이자 상상력의 산물일 것이다. <마지막 희망은 탈출>이라며 지구를 버리고 다른 태양계에 있는 다른 행성에서,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 보려던 천재 과학자 이브는 꿈이라는 파피용호에 탑승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즐겁고 유쾌한 독서였다. 꿈을 기억해 내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상상력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은 현실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카롤린 클라인의 말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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