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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독서정리

여덟 번째 책 : 잠 - 베르나르 베르베르

by 마파람94 2023. 3. 26.

 

대학 다니던 시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타나토노트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죽음의 세계를 탐사해 나가는 것을 주제로 한 소설이었습니다. 이런 소재로 이야기를 꾸밀 수 있구나라며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입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읽었던 소설 속 장면들이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 책의 힘이겠지요.

 

이번 소설은 잠을 소재로 한 이야기 입니다. 역시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내고 많은 부분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왜냐하면 하루에 한 번 꼭 겪는 실상(잠)이 떠오르기 때문이겠습니다.

 

 




 엄마의 모습은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침착함, 강인함, 냉정함, 단호함과 과단성 어떠한 경우에도 동요하지 않는 느긋함. 엄마는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은 사람이다.

퐁텐블로에서 엄마와 함께 예정에 없던 저녁을 먹으면서 낮에 벌어졌던 위기 상황의 해법을 찾은 것 같아 그는 가슴이 뿌듯하다. 엄마가 샤를로트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인 것도 큰 소득이다. 그는 엄마가 잠에 대한 견해를 열정적으로 피력하던 순간을 흐뭇하게 다시 떠 올린다.

<우린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요>

사람이 9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30년을 자는 셈이다. 쓸모 없다고 치부돼 잊히는 시간, 우리가 잃어버리는 시간이 장장 30년이다.

30년・・・・・・ 지금의 내 나이보다 많은 시간. <게다가 12분의 1은 꿈을 꾸면서 보내죠.)

그동안 엄마한테서 숱하게 들었지만 한 번도 지겹다고 느낀적이 없다. 도리어 들을 때마다 의미가 깊고 새롭게 다가온다.

잠을 향한 그녀의 관심과 열정은 전염성이 강해, 개척 해야 할 신대륙에 대해 얘기하며 엄마가 목청을 높일 때마다 그는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엄마는 현대의 탐험가야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아주 어릴 적 자신이 잠과 맺었던 독특한 인연을 떠올린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잠과 그의 인연은 각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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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슘도 먹이고 기억력에 도움이 되게 간유도 먹여 보시죠. 비타민도요. 어떤 의사를 찾아가도 쉽게 처방해 줄 거예요. 분명히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집에 돌아와 카롤린이 남편에게 말했다.

「자크가 자는 모습을 관찰해 보니까 안구가 움직이는 시간이 길지 않아. 애가 2단계 얕은 잠에서 3단계 깊은 잠으로 잠깐씩 들어가기만 하지 4단계인 아주 깊은 잠으로 넘어가지 못해서 그래. 깊은 잠에 빠지는 이단계에서 기억이 저장되고 면역 체계가 강화되고 성장호르몬이 생성되는데 말이야.」

「교장 선생님 말이 맞아. 치료가 필요해. 지금처럼 아픈 상태로 계속 놔둘 순 없어. 프랑시스가 의견을 밝혔다.

<병>이라는 단어는 말하지 못하는 고통>에서 온거야.'

 

애한테 상황을 설명하고 잠자는 동안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가르쳐 줘야겠어.」 「아홉살짜리한테?」

「밑져야 본전이지. 이해할지도 몰라. 아니, 분명히 그럴 거야.」

 

이날 밤은 범선을 타고 붉은 모래섬에 다녀오는 얘기를 들려주던 아빠 대신 엄마가 나섰다. 

3 <병>을 뜻하는 프랑스어 단어는 maladie,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뜻하는 프랑스어 표현은 mal a dir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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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숫자 <2>가 적힌 또 다른 수층(水層)으로 내 려가는 소년을 종이에 그렸다.

「이제 세 번째 단계야. 느리지만 깊은 잠이지.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듣지 못하는 상태에서 온몸이 이완되고 호흡이 느려져.

그녀는 다시 한 칸을 더 만들어 <3>이라고 썼다.

「밑에 한 층이 더 있어. 4단계. 느리고 아주 깊은 수면이야. 우리 몸이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단계지. 이때 질 병에 대항하는 저항력이 생기고 성장을 돕는 물질이 생성돼. 낮에 배운 것을 기억에 저장하는 것도 이 단계야. 그래서 공부를 잘하려면 중요하지. 이때부터 꿈을 꾸기 시작해 그녀는 숫자 <4>를 적고 바다 밑에서 웃는 얼굴로 헤 엄치는 소년을 그려 넣었다.

그녀는 그림 옆에 시간의 경과를 보여 주는 선을 하나 세로로 그은 다음 <90분>이라고 썼다.

「다 내려오면 한 번의 수면 주기가 끝나는 거야. 대략 90분이 걸려. 이때부터는 다시 위로 올라가는데, 언제든 지 잠에서 깰 수 있는 상태가 돼. 만약 잠이 깨지 않으면 네 개의 수층을 차례로 내려가는 잠수가 다시 시작되는 거지」

자크는 호기심이 당긴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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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장딴지, 무릎, 허벅지가 차례로 물에 잠겼다. 빙초산에 몸을 넣기라도 하듯 아이가 죽상을 했다.

「그대로 버텨, 아들. 걱정마, 아무 일 없을 거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지금 반드시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돼. 결심이 중요해. 언젠가 꼭 수영을 해야 할 때가 생길거야. 지금의 선택이 그때 네 목숨을 구해 줄거야.

 

<할 수 있을 때 하지 않으면 정작 하고 싶을 때는 할 수 없을 것이다>는 말을 한번 생각해 봐.

차가운 물이 수영복에 닿는 순간은 섬뜩했지만 자크는 어금니를 앙다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저 나이에도 수영을 무서워하는 건 정상이 아니라고 아이들이 숙덕 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생각과 적대적인 액체 원소 속에 위협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의 확신이 자크의 머릿속에서 부딪치며 충돌했다.

가슴 높이까지 물에 잠기자 자크가 참았던 비명을 내 질렀다. 수영장 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싫어요! 절대 안 들어가요. 물이 싫다니까요! 바닥에 상어가 숨어 있으면 어떡해요!」

프랑시스가 아들의 상반신을 힘껏 눌러 목이 물에 잠 기게 했다.

「사람 살려요! 사람이 물에 빠져요!」

한 남자가 프랑시스에게 소리를 지르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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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타낸 다음, 바다 밑에서 치솟아 각성 상태인 수면과 맞닿아 있는 역설수면 봉우리를 그렸다.

자크는 급우들은 모르고 자신만 아는 게 생겼다는 사실을 뿌듯하게 여겼다.

이때부터 그는 잠들 때마다 무호흡 잠수에 도전하는 사람처럼 더 깊이 내려가 반드시 역설수면 봉우리를 오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는 여러 번 성공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성공했다고 느꼈다.

「너한테서 잠과 꿈의 세계를 향해 멀리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읽혀서 엄마가 주는 거야.」

 

그녀가 펜 클립에 만년필이 한 자루 꽂혀 있는 가죽 공책을 아들에게 내밀었다.

「꿈 일기장이야, 너의 꿈 일기장. 아침에 깨면 역설수면 단계에 들어가서 새로 꾼 꿈들이 기억날 거야. 잊어버리지 않게 이 일기장에 적어

「꿈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눈뜨는 순간 싹 잊어버리는걸요.」

「기억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돼. 꿈은 새랑 비슷해. 날아가기 전에 붙잡아야 하지. 한번 성공하면 다음부터는 쉬워져. 첫 번째 고비를 넘는게 가장 어렵지

자크가 고개를 갸웃하자 엄마인 카롤린이 <살바도르 달리의 방법>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인 방법을 설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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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애 깨겠어.

아내인 카롤린이 옆으로 다가왔다. 「어, 당신, 오늘은 빨리 들어왔네. 프로젝트가 척척 진척되나 봐?

「아니야. 힘들어 죽겠어! 이러다 그만둘지도 몰라. 도저히 넘지 못할 장벽 앞에 서있는 느낌이야.」

난 당신이 고비를 넘기리라 믿어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나 봐.」

카롤린이 아들의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집어 수면 곡선을 확인했다. 「벌써 5단계에 가 있네. 절대 깨우면 안 돼.

「이것 말고 아이가 역설수면 상태인지 아닌지 확인할 다른 방법은 없어?」

「눈꺼풀 밑에서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고 관자놀이가 오르내리고 목덜미가 뻣뻣해지면서 고개가 뒤로 꺾여. 그리고・・・・・・ 아주 확실한 징후가 하나 있지.」

그녀가 천천히 시트를 들어 올렸다. 「역설수면 상태인 남자들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 해

11살짜리 어린 자크의 성기가 딱딱하게 발기되어 있었다.

 

「이렇게...... 육체적인 현상이 어떻게 수면 5단계에서 가능하지?」

프랑시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순간 꿈을 꾸면서 쾌락을 느끼다 보니 몸에서는 이걸 온전한...... 사랑의 행위로 받아들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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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할 테니까 지금부터 잘 들어. 믿음은 꿈의 반대야. 믿음은 닫고, 꿈은 열어줘. 밤마다 꿈이 믿음을 무너 뜨려 주니까 다행이지, 아니면 너는 늘 다른 사람들의 관점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지배당할 거야.」

<믿음>이란 건 대체 뭐예요?」

우리가 갖는 최초의 믿음은, <으앙> 하기만 하면 모유가 가득 든 젖꼭지가 입에 척 물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녀가 아들의 얼굴을 다정히 쓰다듬었다.

그다음에는, 뭐든 너무 심각하다고 믿는 거야. 가령 오줌을 싸는 것 말이야.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이게 그 다지 심각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돼.」

그녀가 아들의 이마에 나 있는 Y자 모양의 상처에서 늘한 손끝을 갖다 댔다.

「우리는 노동의 절대적 중요성을 믿지. 광고를 믿고, 신문 기사를 믿고,

정치인들의 약속을 믿어. 짓밟힌 조국을 믿고,

직접 한 번 만나 보지도 않고 신을 대신해 얘기하는 사제복 차림의 사람도 믿어.

인쇄된 종잇장에 불과한 돈을 믿지.

자유를 믿고, 사랑을 믿어. 가족을 믿고, 자식은 부모를, 부모는 자식을 믿지.

우리는 불멸을 믿어.

마지막에 가서는 <괜찮을 겁니다> 하고 말하는 의사를 믿지. 그런데 이 순간, 아주 뒤늦게, 우리가 애초부터 <아무 얘기나 믿는 사람> 취급을 당하며 살아온 게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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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잖아. 계속 만나다 보면 점점 그 사람의 말에 영향을 받게 돼. 그러면 이 사람은 역시 첫인상과 다르지 않구나, 하는 결론을 내리지. 하지만 무의식은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아. 다른 사람이 조작할 수 없는 너의 자유로운 영역이야. 무의식에 적극적으로 접속하는 습관을 길러. 그러면 무슨 일에든 여유를 갖게 될 거야.」

「그런데 내 무의식은...... 수영을 못하게 하잖아요.」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몽유병 증상을 일으키는 게 내 무의식이잖아. 내 생각엔 무의식 아래 깊은 곳에 한 층이 더 있는 것 같아. 일종의 <괴물 자아>가

그녀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천천히 내뱉었다.

「그래서 생각의 바다 밑으로 무턱대고 잠수해 들어가면 안 되는 거야. 해양 잠수처럼 단계를 밟아 내려가야 해. 너무 서둘러 멀리까지 가려다 보면 심해의 괴물들을 만날 수도 있어.

그날, 자크는 엄마가 잠든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한 밤중에 일어났다. 다시 몽유병 증세가 나타날지도 몰라 의자를 놓고 앉아 엄마를 관찰했다. 목덜미가 뻣뻣해지고 눈꺼풀 밑에서 안구가 움찔움찔하는 걸 보니 역설수면에 들어간 게 분명했다. 베개에 얹힌 주먹이 꼭 쥐어져 있었다.

엄마의 스마트폰에 나타난 수면 곡선이 수면 5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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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완벽하게 자각몽을 통제함으로써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 안정을 이뤄요. 스튜어트에 따르면 세노이 사회에서는 불안이나 우울증, 공격성, 자살 충동 같은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해요. 잠을 길들여서 이런 성향들을 완벽하게 제어한다는 거예요」

그녀가 방금 언급한 말레이 부족의 이름을 보드에 적었다. <세노이> 그러고 나서 몇 번을 힘주어 읽었다.

「경청해 줘서 고마워요, 여러분. 잊지 말고 기억해 둬요. 잠을 잘 못 자면 첫째, 침대 매트리스를 딱딱한 걸로 바꿔 봐요. 둘째,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요. 셋째, 저녁에는 커피나 오렌지주스를 마시지 말아요. 넷째, 벤 조디아제핀 계열의 화학 수면제 복용을 피해요. 다섯째, 섹스를 해요. 뭐니 뭐니 해도 이게 최고의 천연 수면제 죠.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 여러분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하세요.」

편안한 분위기로 변한 강당이 떠나가도록 박수갈채 가 쏟아졌다. 학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감격한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됐다. 이런 집단적인 호응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강당을 나서는 그녀를 향해 사진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졌고, 몇몇 기자는 인터뷰까지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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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구렁이와 보아 뱀도 자기 몸 보다 더 큰 먹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잠을 많이 자는 동물이다. 고양잇과 동물은 가장 꿈을 잘 꾸는 동물이며, 사람처럼 몽유병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영양은 계속해서 짧은 낮잠을 잘 뿐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 세 시간만 자는 암소와 말, 당나귀, 코끼리도 잠이 없는 동물에 속한다. 미어캣은 잠을 자면서도 항상 주변 소리에 귀를 세운다. 가끔씩 한쪽 눈을 떠서 주변을 경계하는 플라밍고는 서서 잠을 잔다. 갑오징어와 문어는 자는 동안 안구가 빠르게 움직인다. 꿈을 꾼다는 증거다. 고래는 물속에서도 잠을 자는데, 20분마다 한 번씩 숨을 쉬기 위해 물 위로 올라간다. 잠의 왕은 역시 하루에 열아홉 시간을 자는 박쥐와 열여덟 시간을 자는 나무늘보다. 라플란드 지방의 곰들은 9월 29일에 겨울잠에 들어 이듬해 4월 3일에 깨어난다.

자크는 연신 소시지와 감자칩을 먹으면서 동물의 수면에 관한 많은 지식을 쌓고 나서 TV를 끄고 잠을 청한다. 저녁 8시, 10시에도 그의 시선은 여전히 천장의 Y자 모양 검은 점을 향해 있다. 아주 오래전에 파리를 때려잡다가 생긴 자국인데 위치 때문에 손을 못 대고 지저분하게 놔둔 게 분명하다고 웅얼거린다.

밤 10시 30분. 다시 엄마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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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톤이라는 기계는 용도가 뭐죠?」

「우선, 아톤은 기계가 아니야. 뉴턴, 나아가 아인슈타인의 물리 법칙에서도 벗어나는 꿈의 차원에서만 작동 가능한 원리야. 꿈의 세계는 물질세계에서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는 전혀 새로운 시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 현실에서 우리를 제약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있지. 그 덕분에 내가 지금 자네와 마주할 수 있는 거야.」

「한마디로 아톤은.... 꿈속에서 시간을 되돌아가게 해주는 원리군요?」

「더 정확히 말해, 젊은 시절 자신의 꿈속에서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해 주지

남자가 흔들의자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기며 자크에 게 뒤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열대의 섬을 찾은 휴양객들처럼 나란히 해변을 걷는 동안 자크는 방금 들은 정보를 이해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혼잣말을 한다.

 

「젊은 시절 자신의 꿈속에서 시간을 되돌아가게 해주는 기계... 물질의 물리학 법칙에서 벗어난다………….

더러 이걸 믿으라고요?」

「그 증거가 여기 있잖아. 바로 나 말이야.」

남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자크를 마주 보고 선다. 정확히 같은 키다. 검은 머리 자크가 새치 머리 자크에게 다가가 얼굴을 어루만진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직접 확인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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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자연스러울 수도 있어. 중세 사람들이 전기를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고대 사람들이 원자 폭탄을 상 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선사 시대 사람들에게 달 착륙은 상상 밖의 일이 아니었을까? 모든 것은 인식의 문을 여는데 달렸어. 강아지 퐁퐁처럼 말이야. 우리한테 보이지 않다가 장막을 걷는 순간 선명하게 드러나는 세계가 있어.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기억해?

<인식의 문을 깨끗이 닦는 순간 모든 것은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 무한히 드러난다고 그는 말했지.」

「그룹 도어스에게 영감을 준 사람이죠?

맞아. 그는 올더스 헉슬리한테도 영향을 미쳤지. 지금 우리가 자네 꿈속에서 만나 한가하게 문화를 논할 때는 아니야! 자네는 내일 당장 해결할 일이 있는 사람이야. 자네 나이에, 자네 시대에, 자네 동시대인들의 편협한 시각으로는 20년 뒤의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만은 알아둬. 역사의 바퀴는 빠르게 굴러가고 있어. 현재의 기술들은 더 이상 물질로 만들어지지도 않는, 완전히 새로운 도구들로 대체될 거야. 자크, 날 믿어. 그리고 날 자네에게로 데려온 시간의 숨결에 몸을 맡기고 놀라움을 경험할 준비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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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키가 순식간에 잠이 들면서 앞으로 푹 고꾸라진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자크는 그가 쓰러지면서 갑판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게 재빨리 붙잡는다. 그러고 나서는 혀가 기도를 막지 않도록 안전하게 모로 누인 다음 척추가 반듯이 펴지게 머리에 수건을 한 장 받쳐 놓는다. 응급조치를 끝내고 나서 그는 키를 잡고 동료가 가르쳐 준 내용을 차근차근 떠올리려고 애를 쓴다. 세포 깊숙한 곳에서 생긴 기쁨이 금세 온몸으로 번진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눈을 감는다.

지금 나는 아빠처럼 하고 있어. 아빠가 꿈속에서 가르쳐 준 걸 내가 현실에서 하고 있어. 내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가 지고 있는 섬으로 가기 위해,

쌍동선이 바람을 안으며 가벼운 요동을 일으킨다. 자 크의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는 쥐스틴이 몰아넣었던 타락과 죽음의 길에서 벗어났다. 샤를로트와 함께했을 평범한 삶에서도 도망쳤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살아 움직이면서 JK48의 응원 속에 세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는 내 무의식의 현현일까? 수호천사일까? 꿈속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계를 발명한 미래에서 온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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