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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독서정리

다섯 번째 책 :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

by 마파람94 2023. 3. 5.

 

 

바르셀로나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놀랍고도 낯선 도시들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오늘 포스팅하는 책의 작가가 바르셀로나 출신의 모니카 구티에레스 아르테로 라는 작가입니다. 문득 그녀의 글을 읽다 보니 바르셀로나 여행과 런던 여행이 묘하게 중첩되는 모습이 머릿속을 지나 갑니다. 

 

그녀의 동화와 같은 상상속에서 런던의 한 서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착한 드라마와 같은 글을 접한 것도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밑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박물관이랑 역사 협회가 많아?"

"아니."

"그런데 왜 가보라는거야?"

"왜냐하면・・・・・・ 가보면 알아."

"가서 뭘 하라고? 하트 여왕이 내 목을 치라고 외칠 때까지 말대꾸를 할까? 목이 달아나도 난 여전히 내 불운을 탓하고 있을 거야."

아그네스는 친구한테 괜한 심술을 부렸다고 생각하며 빈 찻잔과 접시를 건넸다.

"거기 가면 뭐가 있는데, 재스민?”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건 네가 뭘 찾고 있느냐에 달려 있지."

아그네스는 무거운 마음으로 세인트팬크러스역을 나섰다. 피트리의 장화를 더럽히던 옥시링쿠스의 황토색 먼지 탓에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져서 다른 곳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통장에 남아 있는 푼돈으로 바르셀로나행 비행기 표를 사버리기 전에 재스민의 제안을 한번 따라보기로 했다. 그런 식으로 이 특별한 도시에 작별을 고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템플역행 지하철을 타러 계단을 내려가면서 그녀는 자신의 실패를 곱씹어보았다.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 29

 

우수에 잠긴 채 길을 잃은 여자였다.

"제가 고고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리빙스턴 박사와 스탠리 경*의 이야기 때문이에요." 그녀가 털어놓았다. "물론 제 부모님은 인디애나 존스 때문이라고 하시지만요."

"그렇다 해도 당신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인디애나 존스만큼 페도라가 잘 어울리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서점 주인은 여자의 미소가 마음에 들었다.

"날은 어두워졌는데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을 못 찾겠어요.혹시 길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어떤 역 말씀인가요?"

"아무데나 가까운 역이요."

"아무 역이나 가면 안 될 겁니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요."

리빙스턴 씨는 자신이 동화 속 체셔 고양이가 된 듯한 느낌이 썩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2층에서 계속 이 광경을 훔쳐보 고 있던 시오반이 눈을 치떴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에드워드가 물었다.

"세인트팬크러스역이요."

.*영국 출신 미국 언론인이자 탐험가 헨리 스탠리, 1869년 아프리카 탐사 중 연락이 끊긴 데이비드 리빙스턴 박사를 찾아 나섰고, 그를 발견한 이후 함께 아프리카를 탐사하며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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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그건 스포일러야."

"호빗처럼 작은 스포일러지." 올리버가 자기 딴에는 재치 있는 농담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나는 고고학자라고.”

"누나가 슬픈 이유가 그것 때문이야?"

"슬프진 않아."

"내가 스스로를 우주비행사라고 생각하는데 한 번도 지구를 떠난 적이 없다면 우울한 기분이 들거야. 평생 자기 동네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한 우주비행사가 어디 있겠어?" 올리버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실패한 우주비행사겠지." 아그네스가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누나 말하는게 꼭 우리 아동심리상담 선생님 같아."

"그 선생님도 스스로를 실패한 인생이라 느낄 거야."

"나는 고고학자야' 또는 '나는 우주비행사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한정 짓지 않으면 돼. 누나에겐 여러 모습이 있잖아. 우선 인간이고, 또 리빙스턴 씨의 직원이고, 미인이고......"

"고맙다."

피터 팬을 멋지게 낭독할 줄 알고, 또 친절하고, 똑똑하 고.... 이게 다 누나 재능인걸?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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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인간은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복잡한 존재야. 스스로를 고고학자라는 틀 안에만 가두어놓는다면 앞으로 무엇이든 다 따분하고 우울할 거야."

아그네스는 올리버 트위스트의 말을 떠올렸다. "누나는 피터팬을 멋지게 낭독할 줄 알지" 하고 영민한 아이가 말했었다. 그녀가 평소 신뢰해 온 양식 있는 두 사람이 그동안 그녀의 시야가 좁았다는 걸 짧은 사이에 차례로 일깨워주었다. 직업적인 성공이 삶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매일매일 반복되는 것들, 일상의 소소한 것들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 거야." 재스민이 덧붙였다. "이를테면 커틀릿 같은 거?"

"그렇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도 여전히 걱정스럽긴 마찬가지

야. 리빙스턴 씨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할까?"

"책임감 있고 열정적인 직원?" "일자리를 얻으려고 자기 조상의 일지를 훔쳐서 대영도서관에 팔아넘겼다고 생각하겠지.

"지금이 무슨 19세기인 줄 아니? 그리고 너는 도굴꾼이 아니잖아. 물론 네가 템플교회를 얼쩡거리기 시작했을 때는 살짝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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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부서의 심리학자들과 술을 마시러 나갈 때를 빼면요." 피커딜리에 위치한 포트넘 앤 메이슨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 출간일을 기념하여 가게 진열창을 책 속 유명 장면으로 꾸며놓았다. 미치광이 모자장수의 다과회, 정원에 나와 있는 하트 여왕, 토끼 굴로 떨어지는 앨리스와 흰 토끼...... 아그네스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진열창을 구경하며 캐럴의 고전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재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피커딜리 스트리트 181번지에 이르러서는 금색과 녹색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진열창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에 잠깐 눈길을 던질 뿐이었다. 더없이 편안한 얼굴로 존 우드와 팔짱을 낀 채 천천히 걷고 있는 저 외국 여자는 누구일까. 새하얀 눈이 내리는 잿빛 하늘 아래서 함께 우산을 쓰고 있는 저 낯선 커플은 누구일까.

아그네스는 항상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녀의 성격 형성에 구체적으로 기여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수많은 영향들의 총합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다른 이들로부터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와 함께 하는가에 따라 사소한 영향들이 하나하나 모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훌륭한 은하수를 이루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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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없는 밤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런던 하늘에 별들이 환 하게 반짝였다. 리빙스턴 씨는 그런 밤에 시오반과 함께 달 빛서점의 커다란 피라미드 천창 아래서 심야 데이트를 즐기 던 때를 떠올리며 향수에 젖었다. 그들은 모에에샹동 샴페인을 마시면서, 서로에게 좋아하는 책 구절을 읽어주고 신비로 운 우주와 별에 대한 철학을 논하며 피곤할 틈도 없이 밤새 워 이십 대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때때로 별자리의 기운이 좋고 그녀가 맥베스』의 기막힌 구절에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면 리빙스턴 씨는 재차 그녀에게 청혼 을 했다.

"생명의 와인은 모두 말라버리고 와인 저장고에 자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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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스턴 씨는 화를 내며 꿍얼거렸다.

"영화를 찍고 관광객들로 득실대기 전까지는 훌륭한 서점이었죠. 제인 오스틴, 바이런 경, 오스카 와일드가 해저드서점의 단골손님이었던거 알아요? 언제 오후에 서점 문을 닫고 런던의 다른 훌륭한 서점들을 한 바퀴 돌아봅시다."

"서점 문을 닫는다고요?" 올리버가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다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미안하지만 너는 천문관에 가서 놀아야겠다."

"혼자 가면 들여보내주지 않는걸요."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들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 같구나. 하지만 서점인으로서 여기 이 숙녀분이 꼭 가봐야 할 서점들이 있단다."

"저도 따라갈래요. 서점 주인이 될 생각은 없지만 저도 책 읽는 걸 좋아하잖아요."

"아, 우리 똑똑한 트위스트." 리빙스턴 씨가 무대에서 햄릿을 연기하는 로런스 올리비에처럼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꿈을 꾸기 위해서 굳이 눈을 감을 필요는 없다. 책을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

*미셸 푸코.(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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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얼마만큼인지는 몰랐다는 말이야."

"그래서 얼마만큼인데?"

"결혼에 대한 내 모든 편견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시오반은 우드네의 이상한 크리스마스 만찬에서 그가 아그네스를 비호하려 했던 마음에 감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나는 당신이 웬만해서는 서점 진열창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못 갖는다는 걸 알아. 오늘 저녁 당신 행동의 진정 한 가치를 아는 사람은 나뿐이야."

"내가 셰익스피어를 무지막지하게 인용하며 우드 경감을 못살게 굴어서?"

"아니." 시오반이 그에게 오랫동안 입을 맞추고 답했다. "당신은 내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불의에 맞설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서."

그들은 한참 입을 맞추며 서로에 대한 약속과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사방에 밤의 정적이 내려앉자 서서히 이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둘은 예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쩌면 마음속에 네버랜드를 아로새긴 덕분에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도 몰랐다.

"설마 톨킨의 서한집 때문에 파산 직전이라 내게 청혼한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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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결과를 마주하느니 아무런 모험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던 아그네스는 그 원칙을 깨고 일 상을 벗어나 새로운 직장을 찾아 런던에 정착했다. 하지만 그런 용기에도 불구하고 재스민이 미지의 모험을 향해 그녀를 떠밀 때마다 여전히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그렇게 단단한 껍데기 안에 계속 갇혀 있으면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많이 잃게 될 거야." 재스민은 자기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자는 제안을 아그네스가 거절할 때마다 그렇게 말했다.

"흥미로운 사람은 흔치 않아. 다 시시한 사람들뿐이야."

"리빙스턴 씨도 너처럼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지. 그러다 그분이 어떻게 사는지 봐."

"그분이 어떻게 사는데?"

"책에 파묻혀 살잖아."

"그건 최고의 인생 아냐?"

재스민은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패배를 인정했다.

"네 말이 맞네. 적절한 예는 아니었어. 하지만 너는 좀 더 모험으로 할 필요가 있어. 이 방에 꼭꼭 숨어 있다고 인간의 악의에 상처받을 일이 없을 줄 아니? 안타깝게도 우리는 세상과 단절될 수 없어."

"숲에 가서 살면 되지. 헨리 소로처럼."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 221


"그래, 맞아." 재스민이 웃었다. "자연을 노래하는 키츠의 시처럼 네 눈에 낭만적으로 보이는 이 벽은 유럽의 가장 미래 주의적인 그 마천루를 짓고 남은 자재로 만든 거야." "이 주방과 정원은 시티에 있는 그 강철과 유리 건물과 정 반대나 마찬가지인데……."

재스민은 친구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의 벽이 무너진 건 실패였어. 하지만 로버트 할아버지는 자신의 손으로 그걸 아름다운 무언가로 바꿔놓으셨지. 이모 할아버지는 두려움에 굴복하거나 실망감에 좌절하지 않으셨어. 자신의 오만 탓에 집이 무너질 지경이고 평생 모아 온 재 산을 잃는다는 생각에 낙심할 수도 있었지만 말이야."

"삶이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아그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버트 할아버지는 용기 있는 분이셨구나."

"포기하지 않는 게 바로 용기야. 죽을 만큼 겁이 나도 계속 나아가는 거지."

"존을 내 삶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 아그네스가 마침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너무 오랫동안 철벽 속에 살아서 그런지 누군가와 친밀한 사이가 되어 삶을 공유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아. 높고 단단한 벽을 쌓고 산지 너무 오래라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게 된 건 아닐까 두려워. 그리고 만약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더라도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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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말을 해?"

"존 우드가 내 방어벽들을 산산조각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야. 그는 나를 공격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나는 더 이상 저항할 수가 없어. 그가 내게 입을 맞출 때마다 나는 항복을 선언하지.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 그녀가 재스민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더이상 떨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착한 남자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없기 때문이야.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절대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

"다 잘될 거야." 재스민이 아그네스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정원 위에 쏟아진 희미한 달빛을 함께 바라보았다. 겨울날의 보름달이 무척 아름다웠다. "하지만 만약 결과가 좋지 않고 이 주방 벽이 무너졌던 것처럼 네 삶 전체가 무너지더라도 이 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어. 최악의 실패로 인한 폐허 속에서도 이 유리벽 같은 기막힌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걸."

존 우드는 네 시에 도착할 거라던 예고와 달리 이미 세 시에 아담한 장밋빛 전원주택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이르게 찾아온 바람에 그는 자신이 기대하던 환대를 받지 못했다. 험상궂은 표정의 붉은 머리 거구가 문간을 가로막고 그를 들여보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 271

 


"그분이 내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고 있어요?"

"어서 전화해 봐요." 록우드 경감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통화가 이어지는 동안 존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녹색 풍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침묵을 지켰다. 그녀가 통화를 마치자 이상하게도 시간은 물론 삶 자체가 잠시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근처 나무들 사이를 살랑 이는 바람 아래로 그녀의 운명을 굴리는 톱니바퀴들이 운명의 세 여신과 묵은 빚을 청산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앨리스 숀이 방금 애시몰린 박물관의 이집트 컬렉션 큐레이터직을 제안했어요. 제 이력서에서 옥시링쿠스 발굴에 참여했다는 내용을 읽고 제 지도교수셨던 파이로 박사님에게 연락했더니 그분이 날 그 자리에 추천하셨대요. 몇 년 전 애시몰린 박물관과 바르셀로나 대학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거든요. 면접을 두 차례 통과해야 하지만 그 자리에 저만큼 적합한 후보를 찾기는 어려울 거라네요. 이 주 안에 박물관측에서 나를 고용하지 않으면 자기 자리를 내놓겠대요."

"축하해요."

아그네스가 존을 힘껏 껴안았다. 절로 웃음이 나왔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그 착한 남자가 그녀를 땅에 붙들고 있지 않았더라면...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 277-

 


"차 한잔 같이 마실 시간은 있을 것 같군요." 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계산대에 잔 네 개를 올려놓은 다음 모에에 샹동 삼페인 한 병을 따고 거품이 나는 금빛 술을 따랐다. 네번째 잔에는 비시 생수를 따라 올리버에게 주었다. 에드워드는 콜더컷이 그의 상상 속에서 급한 일들을 끝마치를 기다렸다가 잠시 주목해 달라고 말하고는 상황에 걸맞은 엄숙한 분위기로 건배를 제안했다.

"행복의 비결은 자유에 있고 자유의 비결은 용기에 있음을 명심하라." 리빙스턴 씨가 잔을 높이 들며 말했다.

"내가 아까 미리 경고했지." 재단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 내내 투키디데스를 인용하고 있다니까."

“행복과 자유와 용기를 위해." 아그네스가 한마디 거들고 샴페인을 마셨다.

"우리 반지 원정대의 주역께서 옥스퍼드에서 가져온 좋은 소식이 있나요?" 서점 주인이 샴페인 거품을 음미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제가 꼭 프로도라도 된 것 같네요."

"반지 때문에요? 당신은 내 들러리잖아요."

"옥스퍼드 때문에요." 아그네스가 리빙스턴 씨에게 한쪽 눈 을 찡긋했다. "새로운 소식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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