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낯선 여행지에서 5일을 머물렀습니다. 당연히 두 곳의 공항을 드나들었고, 그 덕분에 이 책의 내용과 경험이 중첩됩니다.
채찍으로 노동자를 힘껏 후려쳐도 아무 일 없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는 더 열심히 돌을 캐고 노를 저었다. 그러나 일을 하는 사람이 원한을 꾹꾹 누르며 복종하기보 다는 스스로 크게 만족해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직업 들-21세기 초에는 이런 직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 다-이 나타나면서 규칙도 바뀌어야 했다. 예를 들면 나 이든 승객을 휠체어에 태우고 터미널을 돌아다녀야 하는 사람이나 높은 고도에서 음식을 나누어주어야 하는 사람 이 찌무룩하거나 씩씩거려서는 회사에 아무런 이득이 될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정신적 복지가 회사 의 최고 목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요구에서 관리의 기술, 즉 노동자들에게서 헌신을 강탈하기보다는 살살 달래서 얻기 위한 일군의 관행이 만 들어졌다. 영국항공에서는 이것이 정기적인 동기부여 훈련 세미나, 체육관 이용, 무료 식당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 것은 목표들 중에서도 가장 계획적이고, 비정서적이고, 지 속되기 어려운 목표, 즉 친근한 태도를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가 단순한 능률에 머무느냐 아니면 마음 으로 느껴지는 온기 수준으로 올라가느냐를 가르는 것은 있는지 없는지 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약간의 호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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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항공사가 성과급 체계를 아무리 교묘하게 짠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이 고객을 대할 때 반드시 이 약간의 호 의를 추가하도록 강요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능력 을 주입할 수는 있지만, 인간애를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 다. 바꿔 말하면, 항공사의 생존은 회사로서는 생산하거나 통제할 수도 없고, 또 심지어는 엄격히 말해서, 돈으로 살 수도 없는 특질에 의존하는 셈이다. 이런 특질은 세미나나 직원 혜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25년 전 체셔의 한 집, 두 부모가 자비와 유머로 미래의 직원을 기르던 집을 지배 하던 사랑의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그 부모(일반적으로 세계 자본주의의 진정한 인력자원부라고 알려져도 좋을 만한 범주이다)에게 특별히 감사를 하지는 않지만, 이 직원은 필라델피아행 BA 048편을 타려고 게이 트로 가는 불안한 학생을 편안하게 다독거려줄 의지와 수 단을 갖추게 된 것이다.
6. 그러나 진정한 친근감으로도 늘 충분한 것은 아니다. 나는 한 승객이 어깨에 가방을 메고 도쿄로 가는 비행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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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다 그 말을 다시 생각해보곤 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무엇이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향하게 됩니 다. 죽음이 우리에게 우리가 마음속에서 귀중하게 여기는 삶의 길을 따라가도록 용기를 주는 거죠."
5. 보안구역 바로 너머에는 불운한 운명의 초음속 제트기 의 이름을 딴 휴식공간이 있었는데, 이곳은 일등석 승객들 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부가 어떤 면에서 유리한 지 가끔 확인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요즘 값비싼 차와와 인, 옷과 식사는 싼 것보다 값에 비례한다고 생각할 만큼 좋은 경우가 드물다. 현대의 디자인과 대량생산 과정이 세 련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영국항공의 콩코 드룸은 이례적이었다. 이곳은 공항에서, 아니 내 인생에 서 내가 본 다른 어느 곳보다 멋졌는데, 그 멋진 면 때문에 나는 마음이 겸허해졌고 생각을 자극받았다.
이곳에는 가죽 팔걸이의자, 벽난로, 대리석 욕실, 스파, 레스토랑, 관리인, 손톱 손질 전문가, 미용사가 있었다. 웨 이터 한 명이 무료 캐비어, 푸아그라, 훈제 연어가 든 쟁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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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금을 바른 쾌락의 궁전이나 몇 동 지어놓고 다른 곳의 봉건적이고 후진적인 풍경은 그대로 두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콩코드 룸으로 뿜어져 들어오는 정화된 공기 속에는 뭔가 모르게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맴돌고 있었다. 항공사의 전통적인 세 가지 클래스는 사람들의 진정한 재 능과 장점을 기준으로 한 사회의 삼분법을 그대로 표현한 다는 암묵적인 암시이다. 과거의 카스트 제도를 철폐하고 교육과 기회에 누구나 다가갈 수 있게 하려고 싸웠기 때문 에, 우리는 가난만이 아니라 부의 분배에도 진정한 정의의 요소를 도입한 능력주의 사회를 구축한 것처럼 보인다. 근 대에는 빈곤이 가련한 것일 뿐 아니라, 응당한 것이기도 하 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재능이 있고 숙련되었음에도 불 구하고 왜 여전히 우아한 콩코드 룸에 들어갈 수 없느냐 하는 문제는 모든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들이 세계 공항의 과밀하고 혼잡한 공용 대합실의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는 난제이다.
서양은 한때 어떤 종류의 라운지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하면서도 포용력 있는 설명을 제공했다. 2,000년 동안 기독교는 근대 능력주의 체제에 내재한 관 념, 즉 미덕이 반드시 물질적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관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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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했다. 예수는 지고의 인간이자 가장 축복받은 존재였 음에도 지상에 사는 동안 내내 가난했으며, 바로 이예자 체가 올바름과 부 사이의 직접적인 등식을 배제하는 것이 었다. 기독교 이야기는 우리의 교육적이고 상업적인 하부 구조가 겉으로는 아무리 공정해 보여도, 무작위적 요인과 우연들이 늘 공모하여 부의 위계와 미덕 사이의 깔끔한 상 응관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성 아우구스티누 스에 따르면, 오직 하느님만이 각 개인의 가치를 알며, 하 느님은 천둥과 천사들의 나팔 소리가 울려퍼지는 마지막 심판의 날 전에는 그 평가서를 공개하지 않는다. 믿지 않 는 사람들에게는 공상적인 시나리오지만, 소득신고를 대 충 보고 타인을 판단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데는 도움이 되는 이야기이다.
기독교 이야기는 소멸한 것도 아니고 잊힌 것도 아니다. 나는 그것이 지금도 능력주의에 따른 특권의 설명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다. 점심을 푸짐하게 먹고 나서 시계풀 열매 셔벗과 더불어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으로 마무리를 한 뒤, 레기라는 이름의 직원이 나에게 필리핀의 푸에르토프린세사 외곽의 한 빈가에서 콩코드 룸의 가혹할 정도로 장식이 없는 직원실로 오게 된 복잡한 정황을 이야기해주었을 때였다.
결국 능력 주의 체제와 기독교 신앙 체제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좋아 하느냐에 따라 돌 같은 느낌을 주는 벽난로 옆에서 「월스 트리트 저널을 읽는 운동복 차림의 스물일곱 살짜리 기업가와 항공사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의 욕실을 돌아다니며 샤워 부스에서 늘 변하는 다양한 국제적 박테리아 군체를 닦아내는 일을 하는 필리핀 청소부의 지위 사이의 상대적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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