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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독서정리

쉰 한 번째 책 :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by 마파람94 2022. 12. 22.


작가가 사는 동네와 관련하여 지은 에세이입니다.
평범한 동네를 의미 부여하며 글을 짓는 재능이 부럽다는 생각입니다.

한편으로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유사한 컨셉으로 다니는 직장에 대한 글을 쓰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나도 이와 같은 글을 쓰기 위해 글감을 모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스치지만
실천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응답이 돌아옵니다.




시험 문제는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어려웠다. 시험에 대비해서 어느 선까지는 순조롭게 공부했는데, 그 선을 넘 자 갑자기 뭐가 뭔지 알 수 없어졌다.

수학은 시간이 모자라 두 문제나 아예 손대지 못했고, 영어는 난이도가 높은 리스닝 문제가 스피커에서 흘러나 오자, 우주에서 방송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들리지 않아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깨끗한 교실에서 모르는 아이들과 가만히 앉아, 우주에서 보내는 방송을 들었던 기억 하나는 신기하게도 밝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춥고 눈발이 살랑살랑 날리는 날이었다. 교문을 들어서자, 재학생들이 입시생 한 명 한 명에게 우산을 건네며 "힘내세요." 하고 말했다. 나는 그때야 비로소 ', 공부를 좀 할걸. 이렇게 인상 좋은 학교인 줄 몰랐네. 하면서 조 금은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고 할지 생각이 모자랐다고 할지.

흐르고 흘러 11



그곳에 사는 어른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한 북적거림이 아니었다. 어린 내게는 그 점도 짜릿했다.

아버지와 그런 곳을 거니는 것 자체도 무척 예외적인 일이었다.

그래서였지 싶다. 아버지도 마치 여행을 하는 것처럼 즐거워 보였다. 걸음이 몹시 빠른 아버지가 조금 여유롭게 거리를 산책하는 모습은 입시의 실패를 잊게 해 줄 만큼 밝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없는 지금, 그날의 구름진 하늘과 싸늘한 공기가, 그리고 공부도 안하고 입시를 치른 민망함이 그저 그리울 따름이다.

그때는, 언젠가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주위에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업을 이어 장사를 하거나, 야쿠자 사무실에 취직하고. 아저씨의 애인이 되어 돈을 마음껏 쓰는 어른스러운 중학생도 있었는데,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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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아, 이거. 어디까지나 비유입니다(웃음)!

우리에게 '책의 신' 외에는 공통항이 없다. 그러나 책의 신의 인도를 따라 지금까지 수많은 술집을 다녔으니, 그 런 정도로 당황하지 않는다.

"아니요, 오늘은 다짐을 먹으러 왔거든요."

"생야채를 못 먹어요"

그렇게 웃으면서 오기를 부리는 것도 술집에 가는 스릴과 즐거움이다.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예도 드물겠지만(웃음). 가게에 따라서 자기의 모드를 전환하거나, 살짝 오기를 부리거나, 정말 뭘 먹고 마시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 역시 인생의 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획일적인 접객은 심심하다. 비슷한 느낌의 가게에만 다 니면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 자기 안의 아이가 따분해한다.
그런 것도 책의 신이 가르쳐 주었으니, 고맙다.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38


마침내 그 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지고, 개도 천국으로 가고, 집 전체가 조금씩 어두워지는 과정을 나는 줄곧 지 켜보았다.

그러다 긴 투병 생활 끝에 어머니가 저세상으로 떠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거의 마주친 적도 없는 사람인데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 어머니가 만들었던 풍경이 우리 모자의 산책길에 둘도 없는 빛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나마 나는 그 심정을 이렇게 글로 남길 수 있다.

에세이의 형태로, 또는 소설에 다른 형태로 담을 수도 있다. 영원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책의 신이 필요한 사 람들이 언제까지 있을지는 알 수 없고, 그중에 나라는 존재는 아주 작은 한 조각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날 분명히 거기 있었던 사람들, 두 말 않고 오로지 살고 일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다소나마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일을 하는 내게 크나큰 기쁨이다.

45 책의 신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같은 장소에 있으면 있을수록, 경치가 겹겹이 보인다. 나이가 더 들면, 더 늘어나리라.

그 난이도가 높은 정어리 전문점(웃음)도 한없이 그자리에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만약 언젠가 사라진다면, 그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나는 가게의 흔적을 볼 테고, 그 창가에서 마주 웃었던 젊은 날의 우리를 찾으리라.

함께 살아온 음악이나 영화의 역사 속에서 이런 기분을 찾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는, 대개 책이다.

반드시 소설인 것은 아니다. 나의 역사에는 그때그때 내 마음을 울렸던 무수한 책들이 함께하고 있다. 책이 없 었다면, 이 소소한 책의 바탕이 된 미니 커뮤니케이션 책 자를 함께 만들었던 우치누마 씨와도 오니시 씨와도 마이 씨와도 만나지 못했으리라. 모두들 바쁘게 자기 일을 하고 있고, 돈도 되지 않는데 조금씩 힘을 합해 이어 가고 있는 그 같은 기획은 요즘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 무슨 놀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것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작은 반역이며 자유이고, 우리가 지금까지 마음의 근육을 어떻게 넉넉히 키워 왔는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점이라 고 생각한다.

46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큰 회사였다면 기획 단계에서 벌써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진행 사인이 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는 어떻게든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영업력을 동원해서 곳곳에 내 다 팔려 전전긍긍했을지도 모른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서 동네에서 팔고, 동네를 오가던 사람이 사주면 충분한 거 아니야? 그래서 뭘 얻는데? 음. 얻는 거는 없지. 마음의 근육이 조금 더 붙는 정도?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주문할 수 없는 가게에서, 클레임을 걸거나 가게 사람과 싸우는 게 아니라 즐겁게 대 화하면서, 웃는 얼굴로 이쪽 주장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정도 아니겠어?

그래서 뭐가 남는데? 뭐, 아무것도 남지 않지, 때로는 먹고 싶은 것을 끝내 먹지 못하고 피곤해지기만 할지도 모르지.

책의 신 47

맞춰 양보하고, 시간을 무의미하다 싶게 보내지 않고는 추억도 생기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 나날들을 떠올리면 정말 진하고 아름다운 결정으로 남아 있어. 놀라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좋았다면, 아마 그런 결정 그리고 그 결정이 있기에, 내 인생에 남아 있는 내일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아이를 낳을 일도, 남의 밑에서 일할 일도 없다. 노쇠하고 병들어 아이로 돌아가는 부모에 맞춰 지내던 시 간도 완전히 끝났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도,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네네, 그렇게 하세요." 하며 상대에게 양보하는 일이 조금씩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때를 봐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다소나마 그렇게 하고 싶다.

돈이나 육체는 쉬이 넘겨줄 수 없지만, 시간과 마음은 가볍게 양보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시간은 얼핏 봐서는 줄어들 듯 하지만 점점 늘어나고, 나는 피폐해질 듯하지만 점점 풍요로워지는, 그런 신비함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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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작아도 청결하고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서비스해 주는 호텔(밤에 돌아오면 호텔 사람이 모두 잠들어 있거나, 갑 자기 온수가 안 나오기도 하고 욕조는 좁지만!)을 좋아하는 내게는 모든게 일관되어 있어서 따분하고 답답한 고급 호텔에도 지금까지 일궈 온 아름다운 역사와 서비스와 유지의 노하우가 있는 것처럼.

문제는 균형이다. 이쪽 세력을 적절히 남겨 두지 않으면, 창조적인 분야와 예술이 사라져 사람의 정신이 살 수 없을 테니, 결국 지구가 멸망한다. 서양에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적절하게 기능해서 균형 감각이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지만, 일본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늘 전사일 수밖에 없다.

그 잡지의 말미에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해 강연한 내용이 실려 있었다. 그 안에 '오리 지널리티에 대하여'란 말이 있다. 지금까지 일본에 살면 서 무라카미 씨가 조우해 온 여러 가혹한 일을 나 역시 체험해 왔다. 마음에 두고 있으면 소설의 생명이...

81 그 시절의 피리카탄트 서점


다만, 내가 살았던 시대의 패기만큼은 젊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너무 오랜 시간을 그와 함께 지내서, 그의 여러 가지면을 알고 있다. 일로서 관계했던 만큼, 그의 역대 애인보다 결점과 장점을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아낌없이 사람을 소개해 주고, 폭설이 쌓인 길을 체인 없이도 그럭저럭 달리는 뛰어난 운전 기술, 클레이머의 말 을 요리조리 비켜가는 천하일품의 언변 등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하리라.

그가 책방을 하면서 차를 운전해 준 이 기간에 나는 부모님을 모두 잃었고, 친구 한 명을 잃었다.

언니가 병으로 수술하고, 부모님은 입원하고, 나는 독감 두 번에 중이염까지 앓아서 여러 병원을 한꺼번에 다녀야 했을 때, 그가 없었으면 어땠을지 끔찍하다.

천사 99


그래서 그런 부분을 아련한 분위기로 포착해 내는 감독이 많다.

도쿄 생활에 지친 나머지 시골에 내려가 빙수 가게나 열어 볼까 싶어서 고향으로 내려갔더니, 놀러 온 여자가 나이는 비슷한데 성격이 음울해서 처음에는 귀찮고 성가셨는데 마침내 사이가 좋아져서 서로의 재능을 발휘했으 니 잘됐지.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좋은 거야. 하는 식으로......(웃음).

'엄마가 죽었는데 장인 기질의 아빠는 주인공의 뜻에 부합되는 반응을 보여주기는커녕 동네 어귀에 있는 미치 광이 할머니의 너저분한 집에 눌러살면서 아이까지 만들어서 어쩌자는 거야! 하고 성질을 부렸지만, 아빠에게 도 생각이 있겠지 하고는 화해

이런 식의・・・・(웃음).

나의 소설은 꼼꼼히 읽어야. 그 이면에서 송송 솟는 테마의 샘물을 알 수 있는 이상한 구조다.

122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마음껏 즐기겠노라!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때보다 재력도 인기도 체력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처절하게 깨달았다. 재력도 인기도 체력도 있었는데, 나는 언제나 자살 직전의 상태에 있었다. 그걸 깨달은 지금, 남은 시간은 신이 내게 준 시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행복한 나머지 황홀해진다. 깨달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글은 전부. 나 처럼 인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 깨달음을 쌓을 수 있도록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자매 집에 묵었던 날에서 20년 이상 지난 어느 여름. 나와 우리 아이와 친구는 음악 페스티벌에 갔다.

한동네에 사는 소카베 게이치 씨와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는 스즈키 게이치 씨가 출연하는 데다, 아이도 환영하 는 낮 시간의 축제이고, 마지막 무대는 그 유명한 옐로 매 직 오케스트라여서 아이를 데려가도 괜찮지 않을까 했다.

영웅들 149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을지. 그 과정을 서포트했던 스태프, 교섭의 험난함. 살해당할지도 모르는 위험, 일정의 조정, 벽 너머까지 음악이 울려 퍼지도록 하는 음향 장치,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그 장소에 가서 노래를 부르면 되는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사전 작업이 없었더라면 그가 서 있었던 쾌적한 공간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가 해 보자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실현에 옮긴 것 자체가 영웅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엄청난 것을 보고는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어느 때, 불현듯 자문한다. 자신의 현장에서, 뭘 하면 그들의 행동에 비견되는 일이 될까?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그들이 얼마나 큰 현실적인 노력을 통해 그 장소에 섰는지를 깨닫게 된다. 책 한 권이 세상이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이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그 책을 손에 든 사람이 책에 들이는 시간. 항상 그런 것을 잊지 말고, 한 걸음이라도 누군가의 히어로에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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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그리고 올해, 마이 씨는 남편의 일 때문에 아주 멀리로 이사 가게 되었다.

이제 마이 씨가 갓난아기를 안고 걸어가는 모습을 한 동네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무척 허전하다.

인생에는 여러 시기가 있으니, 지금은 오히려 그 같은 날들이 있었음에 감사하고, 각자 새로운 인생을 행복하게 그리면서, 앞으로도 때로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이라는 배는 간혹 멋대로 출항 준비를 하고는 항 구를 떠나간다.

그다음은 키를 잡고, 각자의 기분을 밝게 전환하는 것뿐.

마이 씨는 우연이지만, 다이자와의 우리 집 바로 근처에 살았다.

언덕을 내려가면 마이씨 방의 불빛이 보였다. 함께 외식을 하고는 언덕 아래에서 헤어졌다.

뒷이야기 60 시모키타자와의 오노 마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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