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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독서정리

마흔네 번째 책 : 바다의 뚜껑 -요시모토 바나나

by 마파람94 2022. 12. 6.

마흔네 번째 책 바다의 뚜껑입니다.

 

고향이 인구 7만 정도 되는 남해안의 작은 바닷가 도시에서 자란 저 같은 사람에게 너무나도 공감이 되는 글입니다. 묘사한 바닷가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어린 시절 옛날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합니다.

 

은퇴가 아직 멀게 느껴지지만 만약에 직장을 떠나게 된다면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선택으로 바닷가에 빙수와 같은 것을 만들러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언젠가 차를 타고 고갯마루 너머 옆 도시에 갔다가 불쑥 깨달았다.

옆 도시는 거미게라는 게가 잘 잡히는 곳으로 텔레비전에서도 간혹 다루는 탓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길거리가 사람들로 북적북적하고, 어부들이 운영하는 게 요리 가게는 손님들로 붐비고, 항구는 배로 가득하고, 민박집은 시끌시끌한, 그런 곳이었다.

게 요리를 먹고 길거리로 나섰을 때, 그 북적거리는 느낌을 몸으로 아는 나는 그만 향수에 무릎 꿇고 말았다.

그래, 내 고향도 전에는 정말 이랬는데. 모든 것이 풍요롭고,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오가고, 모두들 즐겁게 일했 다. 그런데 고작 거미게가 있고 없고 차이로 완전히 쇠락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에는 길 양쪽으로 문 닫은 가게가 즐비하고, 오후에도 셔터를 내리고 있는 곳이 참 많았 다. 그런 가게들이 햇살 속에 하얗게 뜨겁게 반짝거리는 광경은 정말 폐허 같아서, 간혹 열려 있는 가게가 오히려 스산하고 애처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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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차례 안내를 한 다음에 하지메랑 잘 안 맞는다 싶으면 가게 일에만 집중하면 되잖아? 그즈음에는 하지메도 혼자서 하고 싶은 일이나 친구들이 생길거야" 엄마의 그런 순수한 면에는 언제나 퍼뜩퍼뜩 놀란다. 듣다 보면 점점 이렇게 바쁜 현대 사회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 시간을 송두리째 비우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틀렸고, 내 마음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우리 엄마에게는 옛날부터 앞날을 내다보는 신기한 힘이 조금 있었다. 엄마가 한 말이 현실이 되리라고 는 그때의 나는 꿈에도 몰랐다. 하루하루의 일에 쫓겨, 평생에 한 번뿐인 이 여름이 예상할 수 있는 시간이기를 원하며 스스로 자신을 좁히려 했다. 사실 시간은 모두에게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있는 것인데, 스스로 틀에 끼워 맞추려고 했다.

언제든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가려했던 자신을 나무라듯 가게를 시작했는데, 여기서 생기는 일을 받아들이고 즐기며 음미하는 것을 잊어 가고 있었다. 조급함이야말로 나를 형편없게, 고향을 형편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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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동료도 이 지역의 소탈한 사람들뿐이라, 아동 바동 하지 않고 손님에게서 어떻게든 돈을 우려내려는 눈 치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결점은 라면 바의 라면이 어이없을 만큼 맛없다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 서 옛날부터 라면 가게를 했던 아저씨의 자식이 운영하고 있어, 아무도 뭘 더 잘해야 한다는 주의는 주지 않았다. 세상이 선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선하고 아름다운 일은 소박하고 눈에 띄지 않게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이 호텔 뒷문에는 고양이 가족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불결하다느니 안 된다느니 고양이가 늘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들 먹이를 갖다 주면서 몰래 키우고 있다. 밤이면 고양이들은 수풀에 가린, 그리고 간간이 새것으로 바뀌는 종이상자 속에서 잠을 잤다. 태풍이 몰아치면 야근하는 사람이 고양이들을 보 러 가기도 한다. 시골이라 그런 넉넉한 인심이 아직은 살아 있었다. 언제든 뒷문에 가면 같은 고양이들이 모여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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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어 보다 커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봐주는 사람이 있다. 그 하나로도 나는 운전을 아무리 오래 해도 좋고 저금이 바닥 나도 좋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경치, 정말 엄청나네. 하느님의 기분이 어떤지 알 것 같아.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막힐 것 같아." 멀리 떠나가는 배가 콩알만 하게 보인다. 한 줄기 하얀 선을 남기고, 마치 하늘을 나는 비행기처럼 바다 위로 멀어지는 것을 우리는 말없이 지켜보았다. 모든 것이 금색으로 빛나고, 금가루를 뿌린 것처럼 반짝거렸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도 빛나고, 너무 아득해서 가물가물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종종 먼 길을 돌아 제 방에 올라가서는 낚시꾼밖에 없는 끝까지 산책했다. 저녁노을이 사라지기 전에 도착하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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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나 손자에게 남기려나?"

나는 옛날부터 그날 하루의 일밖에는 생각지 않았지만, 제법 즐겁게 여행도 다녔고, 이렇게 가게까지 번듯하게 차렸기 때문에 돈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이 시골 동네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탓에 팔리지 않아 이탈리아에서 고생고생 수입해 들여놓은 에스프레소 원두 가루가 고스란히 남았을 때는 좀 난감했다. 그런데 마 침 할아버지들 사이에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거나 설탕을 넣어 마시는 유행이 생기는 바람에, 게이트볼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분들이 들러 주어 그 문제도 깨끗하게 해결되었다.

해결이란 정말 재미있다. '이제 틀렸네. 싶을 쯤에는 반드시 찾아온다. '반드시 어떻게든 될 거야' 하는 생각으로 머리를 짜내다 보면 전혀 다른 곳에서 불쑥, 아주 어이없이 찾아오는 것인 듯하다. 나도 가게 문을 연 후 에스프레소가 한 잔도 팔리지 않아 어쩌나, 뜨거운 물을 섞어 아메리카노로 팔아야 하나 하고 골머리를 앓던 차에 게이트볼을 치고 돌아오는 할아버지들이 우르르 빙수를 먹으러 찾아와, 그중에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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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야, 왜 다들 할아버지가 살았고 아버지도 살았던 집에 그 자식들이 계속해 살 수는 없다고 상식처 럼 생각하게 되었을까? 나, 만약 내가 살던 집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없다면, 죽을 때 상당히 아쉬울 것 같아. 자 신이 흥청망청 다 써 버렸다면 모르겠지만, 그저 남겨 놓기만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잖아? 이해를 못 하겠어. 그런 상황이면 사람은 죽을 때 어디로 마음을 가져가야 돼?"

"그러게, 참 이상하지. 우리 할머니도 '내가 죽으면 상황이 복잡해질 거다. 서류만 가지고는 잘 처리되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미안하다' 하시면서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신경을 쓰셨어. 그리고 보석류나 현금을 몰래 엄마에 게 넘겨주기도 했고. 몸도 아프신데. 그게 아니라도 하고 싶은 일이 아주 많으셨을 텐데" "우리가 바보인 걸까?"

"바보면 어때. 하지만 바보 나름으로 당당하게, 조용히 살고 싶어..." 하지메가 말했다. 고개를 숙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나는 하지메가 우나 보다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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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럴 거야. 우리 할머니, 매일 식물들 돌보는 게 일이었는걸. 모자 쓰고 마당에 나가서 주문한 모종을 심고,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에 울고 웃고 하시면서 늘 마당에 계셨어." "환경 보호라고 하면, 사반나나 열대우림을 떠올리도록 세뇌되어 있잖아. 가까운 곳에 눈을 돌리면 난처해하는 누군가에게"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 생각도 그래. "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조그만 아픔・・・・・・ 할머니의 나무를 남기고 싶은 마음, 우리는 그 정도밖에 짊어질 수 없지 않을까. 사람은 그렇게 멀리 있는 것에까지 마음을 쓰도록 장대하게 생겨먹지 않았다고 생각해. 물론 하지메의 남자 친구처럼, 뜻이 있어 먼 나라의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예외지만, 나는, 평생 자기 나라 밖으로 나가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말하는 거야. 예를 들어서, 지금 저기 있는 바다에 옛날에는 훨씬 더 많은 산호가 살아 있었어. 거의 숲처럼 해초도 풍성하게 자랐고, 작은 새들이 떼 지어 날아다니는 것처럼 물고기도 많았고. 그런데 지금은 없어. 그 상황이 나는 정말 안타깝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가 없어." 하지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사라지는 거라면, 뭐 그 건 그대로 의미 있는 일이겠지. 하지만 새로 떠밀려 온 것 에 그 빈자리를 메우기 걸맞은 의미가 없다면, 나는 싫어. 전기나 수도, 병원, 그런 것들이었다면 받아들였겠지. 그런데 사실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으려 할 만한 가치 있는 것들이 아니었어. 그래서 나는 빙수 가게를 하고 있는 거야. 혹시라도 내가 하는 빙수가 게가 너무 멋져서, 어느 날 누가 나를 죽이려 하거나, 나를 덮치고 불을 지른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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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지. 텔레비전을 너무 봤네. 하지메가 웃었다.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말이지. 그래도 모두의 마음속에서 여기 빙수 가게가 있었다는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이 앞을 지나면서 나와 빙수와 에스프레소의 맛을 떠올려 준다면, 나는 여기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한 셈이잖아. 그건 또 내가 이 동네의 자연에 한 일이기도 하고, 여기에 오직 순수한 사랑을 남겼다. 그게 전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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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빙수 가게가 그런 것처럼 확실하고도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이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솔숲에 빙수 가게는 없었어. 그리고 이 인형도, 얼마 전까지는 이 세상이 없었지. 내 머릿속에서만 살아 있는 생물이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존재하고 있잖아.....이거, 어쩌면 대단한 일인지도 몰라"

나는 생각했다.

의도하고, 자긍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고, 머리를 써서 여러 가지로 고민하면 정말로 이루어진다. 이 세상에, 지금까지 형태도 흔적도 없었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그걸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누가 없애 버리려 하거나, 일부러 획일화하려 해도, 아무리 억압해도 절대 없어지지 않는 그런 힘을.

때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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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줌마는 자기 생각에 따라 제 발로 고향으로 내려와 고향을 사랑하고 또 미워하면서 가게를 꾸리고 있고, 망고스틴 가로수 길을 지키면서 소탈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내 인생을 이렇게나 바꿔 놓았다.

그리고 하지메는 그녀 자신도 힘겨워 견딜 수 없는 시기였는데, 내 일을 거들고 나를 찬찬히 관찰하고, 또 이 동네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자신이 지금 하고 싶은 일도 찾았다. 모두가 자기 주변의 모든 것에 그만큼 너그러울 수 있다면, 이 세상은 틀림없이…………. 별빛이 이어지듯 그것은 커다란 빛이 되어, 맞설 길이 없을 만큼 거대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빛나 보이리라.

마치 언젠가 곳에서 한없이 멀리까지 이어지는 내 고향 바다와 사랑하는 만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때처럼. 금빛에 싸인 먼바다의 반짝임을, 눈을 찡그리고 바라보았을 때처럼. 지금 내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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