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는 누군가를 알게 되는 것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번 책을 통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버갓 메일의 이야기를 꾸며낸 장본인을 만났습니다. 그녀의 생각과 평소 의견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아쉽게도 그녀는 이 책을 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탈리아 출신 영화감독인 난니 로이도 인터뷰했다. 웨스트 82번 스트리트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도 취재했다. 금요일 오후, 드디어 나는 그 신문에서 정규직 제의를 받았다. 리포터 중 한 명이 그날 밤에 근처에 있는 프런트페이지라는 바에서 술을 사주었다. 말 그대로였다.
첫 페이지. 그날 밤 늦게, 택시를 타고 매디슨 스트리트로 가면서 <뉴스위크> 빌딩을 지나쳤다. 불타는 듯 환하게 조명이 켜진 11층을 올려다보며 혼자서 생각했다. '저 위에서는 다음 주에 발행할 <뉴스위크>를 마감하느라 정신이 없겠지. 하지만 아무도 신경 안 써' 참으로 놀라운 개안(開 EL)의 순간이었다.
나는 <뉴욕 포스트》를 사랑했다. 그곳도 물론 동물원이었다. 에디터는 완전히 호색한이었고 경영 담당 에디터는 사이코였다. 때로는 직원의 반 이상이 만취 상태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일을 사랑했다. 그곳에서 보낸 첫 한 해 동안 나는 글 쓰는 법을 배웠다. (시작할 땐 글쓰기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에디터들과 교열 담당자들이 나를 훈련시켰다. 그들은 말 그대로 나의 유모들이었다. 처음엔 짧은 글을 쓰게 하고, 그다음엔 좀 더 긴 글을 쓰게 하고, 그러다 다섯 쪽짜리 연재물을 맡겼다.
48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나는 그 과제들을 해내면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얼마 후 본능적으로 짜임새에 대한 감각을 익히게 되었다. 프레드 맥머로 라는 엄청나게 유능한 카피 에디터가 있었는데, 그는 내 글을 들고 내 자리까지 걸어와서 어떤 부분들을 왜 고쳤는지 하나하나 이야기해주었다. 절대로 글을 인용문으로 시작하지 마라. 인용할 때 '말했다(said)' 외에 다른 말은 쓰지 마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절대로 맨 마지막에 두지 마라. 분량 때문에 잘려나갈 수 있다. 또 조 래비노비치라는 엄청나게 유능한 피처에디터가 있었는데, 그는 때때로 튀어나오는 나의 문체적 과잉을 잘 제어해주었다. 톰 울프가 《헤럴드 트리 분》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가 그를 똑같이 따라하려는 가여운 노력을 하자, 그 끔찍하게 어리석은 만행에서 나를 구원한 것도 바로 그였다. 선임에디터인 스탠 오포토스키는 색다른 특집 기획을 만들어서 나에게 맡겨주었다. 나는 혹서와 한파에 대한 기사를 썼다. 나는 비틀스에 관해, 보비 케네디에 관해, 그리 고 '인도의 별'이라 불리던 보석 강도 사건에 관해 기사를 썼다.
저널리즘에 대한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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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방에서 뛰쳐나와 타워코트홀로 달려갈까 봐, 내 친구들 앞에서 나를 망신시킬까 봐, 홀 여기저기를 비틀거리며 머리를 찧고 비명을 질러대어 친구들 이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이었을까?
나는 원래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믿었더랬다. 나는 신실한 신도였다. 우리 어머니는 여신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알코올 중독자 부모는 정말 혼란스러운 존재다. 그들은 틀림없이 나의 부모님이다.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주정뱅이다. 나는 그들을 증오한다. 하지만 그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을 증오한다. 그들에게는 어린 시절 내가 우상화했던 바로 그 모습이 깃들어 있다. 또한 괴물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모습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항상 괴물이 된다. 내게 어마어마한 힘을 행사했던 사람들(나는 빨간 코트를 구입하기까지 40년이 걸렸다. 심지어 산 다음에도 딱 한 번밖에 안 입었다.), 그러나 더 이상 내게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게 된 사람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한참 전부터, 나는 어머니의 죽음을 기다렸다. 막상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다른 깨달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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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수많은 실패작품이 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대체 어떤 인간이 친어머니의 죽음을 바란단 말인가? 아니, 그런 식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완벽한 악몽 그 자체였고, 쉰 일곱 살로 숨을 거둘 때까지 술을 마셔댔다.
그때 난 서른 살이었다. 5년 동안 신문기자로 일 한 다음, 잡지에 글을 쓰는 프리랜서 기고가가 되었다. 헤럴드 헤이어스가 《에스콰이어》를 지휘하던 후반기에, 클레이 펠커가 <뉴욕>을 지휘하던 초창기에 글을 썼다. 현기증 나는 시절이었다. 《에스콰이어》나 《뉴욕> 같은 잡지들이 시대정신을 대변했고, 거기에 글을 쓰던 (대부분의 남성들은 거만하고 원기 왕성하던 시절이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논픽션을 창조했다고 믿었고, 레스토랑에 우우 몰려다니며 밤늦게까지 즐기는 풍경도 자신들에게서 시작됐다고 믿었다. 독자들이 정말로 잡지에 관심이 있었고, 신문 가판 대에 《에스콰이어> 최신호가 진열되는 날이면 난리법석이 벌어지던 시절이었다. 그 일부가 된다는 건 진심으로 재밌는 일이었다. 나는 <에스콰이어》의 필자였고 여성에 대한 칼럼을 썼다. 종이 매체의 세계, 내가 몸 담았던 그 작은 세계 안에서 나는 약간 유명해졌다.
63 전설
영화는 개봉하고,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혹평이 쏟아지고 극장은 텅텅 빈다. 어쩌면 앞으로 다시는 일을 못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내게 전화하지 않고, 그 영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인생도 계속된다. 차기작을 만들 수 있는 행운을 잡는다.
그래도 실패작은 거기 남아 있다. 지난 삶의 역사 속에, 난폭하고 강력한 힘을 빨아들이는 자기장을 거느린 블랙홀처럼.
한편으로 실패의 장점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실패를 통한 성공에 대해, 실패의 힘에 대해 책을 쓴다. 그들은 실패가 성장의 경험이었고, 실패로부터 뭔가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이 맞길 바란다. 내가 보기에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앞으로도 언제든 또 다른 실패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나의 최대 실패작은 어떤 희곡 작품이다. 소위 엇갈린 평을 받은 작품인데, 그 말인즉슨 좋은 평을 받긴 받았으나 《뉴욕 타임스》로부터는 혹평을 들었다는 뜻이다. 몇 달 동안 그럭저럭 버텼지만 그 후에 완전히 망했다. 투자금을 몽땅 날렸다.
172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내가 쓴 것 중 최고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특히나 가슴이 찢어지는 경험이었다. 지금도 그 작품을 1분 이상 떠올릴 때면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다른 실패한 희곡이 더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 희곡들은 극단의 공연 목록에서 살아남았고 아마추어 극단들도 공연하곤 한다. 하지만 그 작품은 그렇지 않다. 아무도, 어디에서도 무대에 올리지 않는다.
당신은 이 작품에 뭔가 희망적인 조짐이 보일 거라는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을지도 모르 겠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는다. 가끔씩 이런 몽상을 한다. 내가 죽어갈 때, 그 작품을 부활시킬 만한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침상에 다가와 작별 인사를 던질 때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어요?" 그 사람은 동의한다. 다른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나는 덧붙인 다. "제 희곡을 다시 무대에 올려주시겠어요?" 너무 애처롭지 않은가.
173 실패작
하루에 6킬로미터씩 뛰고 견 과류와 딸기류만 먹던 사람들도 갑자기 죽는다. 하루에 위스키를 4리터씩 들이키고 담배를 두 갑씩 피우던 사람들도 갑자기 죽는다. 당신은 하루아침에 추첨 게임의 기로에 놓인다. 궁극적인 기회의 게임. 언젠가 당신의 운도 다할 것이다. 모두가 죽는다. 그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하루에 아몬드를 6개씩 먹든 안 먹든, 신을 믿든 안 믿든. (신에 대한 믿음이 무척 편리하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정해진 계획이 있으며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는 생각은 굉장한 안도를 줄 것이다. 다만 내가 그것을 믿지 않을 뿐이다. 친구 중 누군가가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어." 라고 할 때마다 한대 때려주고 싶다.)
어떤 시점에 이르면 나는 그냥 늙었거나, 나이를 좀 더 먹었거나, 늙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노인이 될 것이다. 나이 때문에 실제로 제구실을 못하게 될 것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읽거나, 말하거나,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될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제대로 먹지 못 하고, 동네를 한 바퀴 걷지도 못할 것이다. 여전히 내가 농담거리로 삼고 있는 나의 기억력도 돌이킬 수 없이 희미해져서,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저 아는 척해야 할지도 모른다.
199 나이 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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