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전 기록에 영감을 받아 책을 썼다고 합니다. 파올로 코엘뇨의 책을 이번에 읽으면 네 번째 책입니다. 이 책의 줄거리는 옛날 고문서를 토대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여전히 작가의 생각이 녹아있는 글들의 조합이라는 느낌입니다.
실패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평생 그렇게 좌절한 채로 살아갈 뿐이다. 패배는 두렵지만 열정과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것이다. 또한 패배는 용감한 사람들의 것이다. 용감한 사람만이 패전의 명예와 승전의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이 자리에 선 것은 패배가 삶의 일부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말일 것이다. 다만 패배를 해본 사람만이 사랑을 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우리의 인생에서 첫 싸움은 사랑을 위해 벌이게 되는데 그 첫 싸움에서 우리 대부분은 패배한다.
내가 이 자리에 선 것은 한 번도 패배한 적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상처, 수모, 무력감은 물론이거니와 전사들마저 신의 존재를 의심했던 고난의 순간들을 그럭저럭 잘 피해서 살아왔다.
그런 사람들은 "난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난 싸움에서 이겨봤어"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래도 그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안전하다고 믿는 자신만의 우주속에 살아가고 있으니까
38
걸음은 영혼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하라. 그대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얼마나 쓸모있는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그대의 영혼이다. 큰 전투에 참전하는 것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데 일조할 때도 있지만, 길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라 여기며 자살하려던 누군가가 그대가 지어 보인 미소로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면 어떨까. 그대는 의도치 않게 낯선 사람의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삶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고생했던 순간, 땀 흘리며 일했던 순간, 미소를 머금었던 순간을 찬찬히 되새겨본다고 해도, 타인에게 쓸모 있는 존재였던 순간을 정확하게 알아내지는 못한다.
쓸모없는 삶이란 없다. 모든 영혼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 지상에 내려온 것이다.
진정으로 타인을 돕는 사람들은 억지로 쓸모 있는 삶을 살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저 유익한 삶을 이끌어갈 뿐이다. 남들에게 이래라저래라 조언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모범을 보이며 살아간다.
56
산은 늘 그 자리에 있는 듯 보인다. 완전히 자란 나무들은 이미 뿌리를 내린 곳에 그대로 두어야지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대개는 죽고 만다.
그럼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도 저 산과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굳건하고 의연한 삶 말입니다."
하지만 밤이면 문득 잠에서 깨어 생각한다. '나도 저 새들처럼 살고 싶어. 다마스쿠스와 바그다드로 날아갔다가 내가 원할 때 돌아오고 싶어.'
혹은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아무도 모르게 오고 싶은데서 왔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바람. 이유 따윈 설명할 필요 없이 마음대로 방향을 바꾸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
하지만 다음날이면 생각이 달라진다. 새들은 사냥꾼과 다른 큰 새들에게 쫓겨다니기 일쑤고, 바람은 회오리바람에 사로잡혀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언젠가는 여행을 다닐 여유가 생기리라는 꿈. 그래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꿈, 그 꿈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보다는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으리라 상상하면 기운이 솟는다. 이렇게 단순히 꿈만 꾸면 위험할 일이 없다. 위험은 꿈을 현실로 바꾸려 할 때 따르는 것이다.
62
행운의 천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 길을 따라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리 의심이 생겨도 아무리 비난을 받아도 아무리 위험에 처해도 멈추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스스로 갇힌 가치와 편견에 맞서 새로운 길을 떠나려 하면 가족들이 말리고 나선다. "왜 다르게 살려고 해? 넌 필요한 걸 모두 가졌어. 부모님과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오랫동안 원했던 직업도 갖게 되었잖아.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사는게 얼마나 위험한데. 그러지마."
그러나 그들은 과감하게 변화의 첫발을 내디딘다. 때로는 호기심에서, 때로는 야망을 좇아 길을 나서지만, 모험에 대한 주체 할 수 없는 갈망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길이 굽어질 때마다 점점 더 큰 두려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놀라기도 한다. 그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점점 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기쁨. 전능한 신께서 주시는 큰 축복 중의 하나가 기쁨이다. 스스로 행복하고 기쁘다 느낀다면 우리는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마음 안에 두려움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면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아크라 문서 65
죽음과 마주하는 순간에 이르렀을때다. 열정을 품고 삶의 신비를 존중하며 나아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의 길도 아름다우며 그의 집은 가볍다.
목표는 거창할수도 소박할 수도 있고, 먼 미래에나 실현될 수도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수도 있다. 다만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그들은 늘 겸허하고 명예를 중시한다. 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의 의미를 알고 있으며,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고된 훈련을 받고 직감을 발휘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달성해야 할 목표뿐 아니라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다보니 힘에 부쳐 길을 걷다 말고 멈춰서야 할 때도 자주 있다.
그럴 때면 사랑이 나타나 말한다. "넌 구체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향해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넌 그 목표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야. 힘들면 좀 쉬더라도, 최대한 빨리 일어나 다시 걸어. 네 목표가 널 발견하고 너에게 달려올 테니까."
그 질문을 무시하는 사람. 그 질문에 답하는 사람, 그 질문에 직면하는 유일한 방법이 행동에 나서는 것임을 아는 사람 모두가 같은 난관에 부딪히고 나름의 행복을 찾는다. 그러나 자신이 옳은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이는 겸허하고 용감하게 신의 계획을 받아들이는 사람뿐이다.
아크라 문서 85
내일 해가 뜨면 그대들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나는 오늘을 내 인생의 첫날로 여기리라.
내 곁에 가족들이 있음을 기뻐하며, 그들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리라. 그동안 숱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이해하지는 못 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고요히 공유하리라.
지평선에 처음 모습을 보인 여행자 무리에게 다가가 행선지도 묻지 않고 합류하리라. 그리고 좀 더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면 즉시 그 무리를 떠나리라.
구걸하는 거지를 보면 그 거지에게 돈을 주거나, 돈을 줘봐야 술이나 마시는데 쓸 것이라 생각하며 그냥 지나가리라. 그냥 지나가면 거지는 나에게 욕을 하겠지만, 나는 그것이 나와 소통하는 거지의 방식이라고 받아들이리라.
다리를 부수려는 사람을 보면 가서 말리거나, 그가 다리를 부수려는 이유를 알아보리라. 다리 건너편에서 그를 기다려줄 이가 아무도 없어 외로움을 떨쳐내기 위함임을 이해하리라.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을 처음 보는 듯이 바라보리라. 특히 그동안 너무 익숙해진 탓에 그것들을 둘러싼 마법에 대해 잊고 있었던 소소한 것들을 처음처럼 바라보리라.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에 의해, 내가 알지 못하는 힘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의 모래가 바로 그런 것이다.
98
우정은 사랑의 여러 얼굴 중 하나다. 사랑은 누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고 하여 흔들리지 않는다. 사랑은 조건 없이 친구를 받아들이고 나름의 방식으로 성장해가도록 지켜본다.
사랑은 타인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믿는 행동이다.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사랑받으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사랑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남들 앞에서 잘난 체하며 "예루살렘 전체에서 나보다 더 훌륭하고 관대하고 고결한 사람은 없어"라고 떠드는 사람들을 친구로 삼지 말라.
입장을 결정하기에 앞서 미적대며 사태를 관망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당장 결단을 내리는 사람들을 친구로 두어야 한다.
후자는 필요하다면 언제든 방향을 달리해 살아갈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직접 겪은 모험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면서 도시와 마을을 풍요롭게 한다.
또한, 후자는 자신이 위험한 길로 잘못 들어선 적이 있더라도 그대에게 와서 "넌 절대로 그 길로 가지마"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전에 길을 잘못 들어 위험했던 적이 있었어"라고 말할 뿐이다.
아크라 문서 115
특정한 사회적 지위를 계속 누리기 위해, 혹은 다른 방법으로 는 열 수 없는 문을 열기 위해 친구를 찾는 사람들을 멀리하라.
단 하나의 중요한 문. 즉 그대들 마음의 문을 여는 데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을 가까이하라. 그들은 그대들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대들의 영혼에 함부로 다가오지 않으며, 열어놓은 마음의 문으로 치명적인 화살을 쏘지도 않는다.
우정은 강물과 같다. 강물은 바위들을 빙 돌아 골짜기와 산에 적응하여 흐르다가, 때로 움푹 들어간 곳에 고이기도 한다. 그러다 웅덩이가 차오르면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목적지가 바다임을 강물이 잊지 않듯, 참된 우정은 그 존재 이유가 타인에 대한 사랑임을 잊지 않는다.
"여기까지야. 더는 못 가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라. 그들은 삶도 죽음도 끝은 없으며 영원의 한 단계일 뿐임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만 조금 더 가볼 필요가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가까이하라. 그들은 이미 아는 범위를 넘어 계속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아는 것이다.
공동체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우쭐대며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멀리하라.
아크라 문서 117
두 연인을 묶는 끈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어떤 옷을 입느냐가 아니라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우아함이 결정된다.
칼을 잘 휘두르느냐가 아니라 전쟁을 피할 수 있게끔 대화를 잘 끌어가느냐에 따라 우아함이 결정된다.
군더더기를 모두 덜어내고 단순함과 집중에 초점을 맞추면 우아함을 얻을 수 있다. 자세가 단순할수록 더 좋고, 수수할수록 더 아름답다.
단순함이란 무엇일까? 단순함은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맞닿아 있다.
하늘에서 내린 눈이 고운 이유는 한 가지 색깔이기 때문이다. 바다가 멋진 이유는 표면이 고르기 때문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래와 바위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 문이다.
그러나 하나하나를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이 얼마나 심오하고 완전한지를 알게 되고 그 귀함을 깨닫게 된다.
삶에서는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훌륭한 것이기도 하다. 단순한 것들은 스스로 그 가치를 드러낸다.
122
들판에 핀 백합은 특별히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는데도 가장 영광스러운 시절의 솔로몬 왕보다 멋스럽다.
마음이 단순해질수록 자유로이. 두려움 없이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을 할 때는 대담해질수록 몸짓 하나하나에서 우아함이 배어 나온다.
우아함은 고급스러운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각 문화에는 아름다움에 관한 나름의 개념이 있는데, 우리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를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모든 종족. 모든 사람은 대개 비슷한 가치들을 우아함과 연관 짓는다. 친절한 대접, 존경, 예의범절이 바로 그것이다. 오만은 증오와 시기를 유발하지만, 우아함은 존경과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오만한 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굴욕감을 주지만, 우아한 이는 빛 속을 걸어 다닌다.
오만한 이는 지성을 선택된 소수만의 것이라 여기며 말을 복잡하게 꼬아서 하지만, 우아한 이는 복잡한 생각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풀어서 한다.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걸을 때 우리는 우아하게 빛을 뿜으며 걸어간다.
아크라 문서 123
일을 하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며, 그들 또한 우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생활을 위해 의무적으로 하는 일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벌지만 훗날 그 시간을 돈으로 되살 수 없음을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언젠가 쉬게 될 날을 꿈꾸며 일생을 보낸다. 마침내 그런 날이 왔을 때 그들은 너무 늙어 인생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온 것이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여기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어쩔 수가 없었어."
둘째, 마찬가지로 생활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타인에 대한 헌신과 사랑을 충실히 이행하는 일이 있다.
이런 종류의 일을 우리는 '봉헌'이라고 칭한다. 가령 두 사람이 같은 재료를 사용해 같은 요리를 한다고 하자. 한 사람은 요리에 사랑을 쏟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저 배나 채울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요리를 한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무게를 달 수도 없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만들어낸 요리는 확연히 다르다.
봉헌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보상을 받는다. 일에 애정을 쏟을수록 그에게선 더 큰 애정이 솟아난다.
128
'신성한 힘'이 우주에 생명을 불어넣을 때, 모든 행성과 항성. 바다와 숲, 골짜기와 산이 창조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받았 다. 인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참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거나 불의를 벌하는 일은 할 수가 없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땀 흘려 밭에 물을 대고 농사를 지을 것입니다. 그것이 창조주를 찬양하는 저만의 방식이니까요."
그때 악마가 다가와 달콤하게 속삭였다. "네가 하는 일은 저 바위를 언덕배기까지 계속 밀고 올라가는 것과 같아. 언덕배기에 올라가면 바위는 다시 언덕 아래로 굴러내려 간다고."
악마의 말이 옳다고 여긴 사람들이 말했다. "삶이란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게 전부구나."
악마의 말이 옳지 않다고 여긴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 바위를 사랑할 겁니다. 꼭대기까지 밀고 올라가는 동안 늘 사랑하는 바위 곁에 있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봉헌은 무언의 기도이다.
아크라 문서 129
돌이 많은 땅에 떨어져 곧장 위로 뛰어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해가 떠오르자 씨앗은 누렇게 말라버렸고 뿌리가 없었기 때문에 시들어 죽고 말았다. 일부는 가시나무들 사이에 떨어졌는데, 가 시나무들이 자라나면서 짓누르는 바람에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일부는 비옥한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고, 그 열매에서 싹이 나면서 4개, 30개, 60개 100개로 점점 열매의 수가 늘어났다. 어떤 씨앗이 자라나 번성하여 다음 세대를 깨우칠지 알 수 없으니, 다들 가는 곳마다 씨앗을 뿌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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