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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독서정리

아홉 번째 책 : 새들 - 요시모토 바나나

by 마파람94 2022. 3. 3.


호기심에 들었다가~
20대 전후의 시절 생각도 나고, 그 시절 감수성도 다시 떠오르기도 해서 잘 읽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 상처를 덮어가며 치유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나를 발견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그래서 어른이 되어가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나와 미사코에게 다가왔다. "좋아. 무엇보다 시에 대한 해석이 훌륭하군. 그리고 둘 다 열정적이어서 정말 그 인물들 같았어."

스에나가 교수가 말했다.

뭐야 좋다는 느낌을 드러내다 못해 얼굴까지 찡그린 거였어. 하고서 나는 안도했다.

그는 대개 많은 말을 빠르게 늘어놓는데, 그 숨차고 가벼운 말투와는 반대로 언제나 침착하다. 사십 대 후반 이면서 청년처럼 동안이고, 또랑또랑한 눈과 통통한 볼 때문에 한층 젊어 보인다.

문학과 시에 대한 스에나가 교수의 애정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의 생명에 영양을 보급하는 것은 책이다. 그는 늘 책을 끼고 산다. 책은 그를 살아 있게 하고, 그는 책을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린다. 뿌리가 뒤 엉킨 나무처럼, 책과 그는 서로 돕고 있다. 그 단순한 시스템을 정말 좋아한다. 사람들 대부분이 제시하는 정보는 너무 많아서, 나는 때로 머리가 아프다.

사가가 얼마나 질투를 하든 상관치 않고 친해진 사람은 스에나가 교수가 처음이었다. 나도 어른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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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느낌이야. 매일 깜짝깜짝 놀라곤 하지." "요즘 세상에 교수님네 아기는 정말 아기답게 동글동글하고 반짝거렸으니까요."

내가 말했다.

"그래 봐야 시대가 이런데, 기껏해야 아이 때나 그렇겠지 계속 동글동글하고 느긋하게 커 나갈 수는 없을 거야 어딜 가나 답답한 얘기뿐. 게다가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시대잖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어딘가 먼 곳에 위대하고 멋진 것이 있을 거라고 느꼈는데, 그런 시대는 이미 끝났어.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 남다른 여유로움이 사라질 듯한 기분이 들어.

그래도 인간에겐 돈으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상상을 뛰어넘으리만큼 거대한 시스템을 향한 동경이 있지 않나 싶어. 그러니 아이들이 최소한 집에서는 마음껏 자유롭게 지냈으면 하는 거지. 숲에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언젠가는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것도 점점- 어려워지겠지. 보나 마나 상당히 삐딱해지겠지. 우리 가족은 반면 가족 간의 연대는 강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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