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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독서정리

열 번째 책 : 아처 - 파올로 코엘뇨

by 마파람94 2022. 3. 16.

파올로 코엘뇨의 책을 몇 권째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첫인상이 사람에게 중요하듯이 작가의 책을 처음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 그의 책 연금술사를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계속 그의 이름이 있는 책을 자연스럽게 믿고 선택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그러고는 연금술사와 비교하여 실망을 하기도 하죠. 이번 책은 간결하고 좋다는 생각입니다. 아처 우리말로 하면 궁수쯤 되려나요. 아처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독자가 처해 있는 모든 업에 적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겁에 질린 이방인은 닳아빠진 다리 가운데로 갔다가 발밑의 까마득한 낭떠러지를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는 아까와 똑같은 자세와 동작으로 복숭아 나무를 향해 화살을 날렸으나 멀리 빗나갔다.

바위 위로 돌아온 그의 낯빛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 "당신은 실력과 기품과 좋은 자세를 모두 갖췄습니다." 진이 말했다. "활쏘기 기술에 능통하고 활을 다룰 줄도 알지만 정신을 다스리는 법은 익히지 못했군요. 모든 상황이 순조로울 때는 잘 쏘지만 곤란한 상황에서는 표적을 맞히지 못합니다. 궁사가 언제나 전장을 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다시 수련을 시작해 곤란한 상황에도 대비하십시오. 계속 궁도에 매진하세요. 그것은 평생에 걸쳐 가야 할 길이니까요. 화살을 정확하게 잘 쏘는 것과 영혼의 평정을 유지하고 쏘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이방인은 다시 한번 깊숙이 절한 뒤 어깨에 멘 기다란 가방에 활과 화살을 챙겨 떠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소년은 의기양양했다. "본때를 보여주셨네요! 아저씨는 정말 최고예요!"

프롤로그

23

 

 

동료가 꼭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며 "저 사람이 최고야"라 고 말하는 눈부신 인물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래서 때때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는 사람들이 동료가 될 수 있다. 그들은 실수로 인해 종종 노력의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수많은 실수 끝에 마침내 공동체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과업을 이루어낸다.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그저 가만히 기다리다가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지 결정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34

 

 

궁사에게는 그런 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중요하다. 표적을 마주하기에 앞서 활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리며 언제든 자유롭게 방향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손을 펼쳐 시위를 놓으며 궁사는 스스로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나는 활시위를 팽팽히 당기며 머나먼 길을 지나왔다. 지금껏 위험을 무릅써야 할 때 피하지 않고 내 모든 것을 쏟았으니 이제 이 화살을 쏘겠다."

동료 35

 

 

표적은 가닿아야 하는 목적이다.

표적을 선택하는 이는 궁사다. 하지만 표적은 늘 멀리 떨어져 있고, 화살이 빗나가더라도 절대로 표적을 탓할 수는 없다. 여기에 궁도의 아름다움이 있다. 상대가 더 강했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변명할 수 없다는 것.

네 표적은 너 스스로 선택했으니 그 책임도 너에게 있다. 표적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고, 오른쪽에 있을 수도 왼쪽에 있을 수도 있다. 다만 너는 표적 앞에 서서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거리를 좁혀야 한다. 표적이 화살 끝에 아주 가까이 닿은 듯 느껴질 때 비로소 활시위를 놓아야 한다.

표적 61

 

 

평정을 유지하고 숨을 깊이 쉬어라. 동료들이 네 움직임 하나하나를 주시하다가 필요한 순간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상대 역시 너를 지켜보고 있으며, 네 손이 안정적일 때와 떨릴 때의 차이를 그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그러므로 긴장이 될 때는 숨을 깊이 쉬어라. 심호흡은 활쏘기의 모든 단계에서 집중에 도움이 된다.

활을 잡는 법 83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그날 아침의 활쏘기에 너무 휘둘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수많은 날이 남아 있고, 각각의 화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삶이다.

잘하지 못한 날들을 교훈삼아 네가 흔들린 이유를 알아내라. 잘한 날들을 거울삼아 내면의 평온으로 이르는 길을 찾아라. 하지만 두려워서든 즐거워서든 정진을 멈춰서는 안 된다.

궁도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표적을 보는 법 99

 

진의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두 사람은 어느새 작업실 앞에 와 있었다. “함께 와줘서 고맙구나." 그가 소년에게 말했다.

하지만 소년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제가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표적을 볼 때 집중하고 있는지, 자세가 우아한지, 또 활을 제대로 잡고 있는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항상 네 곁에 있는 완벽한 명인을 떠올리며 그를 공경하고 그의 가르침을 받들기 위해 무엇이든 하거라. 많은 이들이 신이라 부르고, 어떤 이들은 '그것'이라 부르고, 또 어떤 이들은 '재능'이라고도 부르는 그 존재는 항상 우리를 지켜 보고 있단다.

에필로그 137

 

 

가르쳐달라고 했다. 말을 돌보는 일보다 훨씬 재미있어 보였거든. 하지만 그분은 내게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이제 죽음을 더는 물리칠 수 없다고 말씀하셨어. 내가 그동안 몸을 너무 망가뜨리며 살아와서 죽음이 아주 가까이 왔다고 내가 궁술을 배운다 해도, 그저 잠시 죽음이 내게 이르지 못하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하셨지.

 

바다 건너 아주 먼 나라 사람이 궁술을 익히면 죽음의 나락으로 이르는 길을 잠시 피할 수 있다고 그분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내 경우엔, 남은 삶 동안 그 심연의 가장자리를 따라 걷고 있으며, 언제라 도 그 속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의식해야 한다고 하셨어

그분이 내게 궁도를 가르쳐주셨다. 내게 자신의 동료들을 소개해주었고, 나를 시합에도 나가게 해주셨지. 그리고 머지 않아 내 명성이 온 나라에 퍼졌어.

그분은 내가 충분히 배웠다고 판단하시고는 내 화살과 표적을 치워버리고 활 하나만을 기념품으로 남겨주셨단다. 자신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내가 진정한 열정을 품을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씀하셨어.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목공이라고 말했지. 

 



에필로그 141

 

그분은 내게 축복을 빌어주시며 궁사로서의 명성이 나를 파괴하고 다시 예전의 생활로 이끌기 전에 어서 그곳을 떠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라고 하셨단다.

그로부터 나는 매 순간 나의 악습과 자기연민에 맞서 싸워왔다. 나는 집중과 평정을 유지하고, 내가 기꺼이 선택한 일을 하며, 현재의 순간에 절대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단다. 죽음은 여전히 아주 가까이 있고 나는 내 바로 옆에 있는 심연의 가장자리를 걷고 있으니까."

죽음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 옆에 가까이 있다는 말을 진 은 하지 않았다. 소년은 아직 어렸고,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궁도는 인간의 모든 활동에 스며 있다는 말도 진은 하지 않았다.

그는 아주 오래전 자신이 받은 것처럼 소년에게도 축복을 빌어주며 그만 가보라고 말했다. 긴 하루를 보내고 이제 잠에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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