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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독서정리

마흔 한 번째 책 : 김 부장 이야기

by 마파람94 2021. 10. 11.

 

김 부장 이야기는 부동산 카페에서 입소문을 탄 후 인기를 힘입어 책으로까지 출판된 내용입니다. 집에 책이 눈에 띄길래 얼른 읽어봤습니다. 일단 그냥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책 장이 순식간에 넘어가는데, 사실 큰 사색을 요하거나 되씹을 내용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세태를 꼬집는 부분도 있습니다.

 

 

"최부장이요?" 김 부장이 흥분한다. 독한 사케가 그 홍분감을 더 한다. 김 부장의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최 부장은 제가 하던 업무 못해요. 상무님, 저 없으면 안 돌아가요."
김 부장, 그게 자네의 문제야."
"네?"

상무님의 속마음이 나온다.

"회사생활에서 가장 중요한게 뭔 줄 알아? 공감과 협업이야 본인이 아무리 잘났어도 공감도 못하고 협업을 할 줄 모르면 조직원으로서는 적합하지 않아. 선후배들, 옆 팀, 다른 사업부와 함께 시너지를 내는게 조직에서는 중요한데 말이야. 하・・・・…… 자네는・・・・・….”

상무님이 말을 잇지 못하고 사케를 들이킨다.
김 부장 눈이 동그래진다.

"괜찮습니다. 말씀해주십쇼."
"자네는 너무 눈과 귀를 닫고 있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그리고 그것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해.

p.120

 

스스로 후배나 선배들 얘기를 잘 듣는지 한 번 생각해봐. 조직이라는 건 잘 어우러진 샐러드 같아야해. 샐러드에다가 콜라를 뿌리면 어떻게 되겠나? 콜라 맛 때문에 샐러드가 엉망이 되겠지. 김 부장 자네가 콜라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

5톤 트럭이 김 부장을 쾅하고 들이받은 느낌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없다.

김 부장이 가장 좋아하는 장어 초밥이 나온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먹음직스럽다. 하지만 지금은 거기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또 하나 얘기하자면 말야. 일이라는건 무조건 열심히, 오래, 많이 하는게 다가 아니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해. 김 부장이 주는 장표나 보고서는 감동적이야. 꼼꼼하고 빈틈없고 완벽해. 그런데 읽고나면 남는게 없어. 뭐가 중요한지,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핵심이 없어.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어. 남들과 다른 생각 다른 시선이 필요한데, 자네 보고서는 이미 다 아는 걸 보기 좋게 정리만 했다는 느낌이야." 상무가 잠시 목을 축이더니 말을 이어간다.



p.121 : 올 것이 왔구나.

 

김 부장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

"팀장은 리더야. 보고서 만드는 사람이 아니야. 보고서에는 팀원의 다양한 의견들이 담겨 있어야해. 팀장이 전부 필터링 해버리면 그건 팀 보고서가 아니지. 리더는 자신이 돋보이기 보다는 구성원들이 돋보이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사람이야. 팀원일 때는 우사인 볼트여도 상관없지만 팀장이 되면 히딩크 같은 감독이 되어야지."

상무가 건배 없이 사케를 혼자서 마신다.

김 부장도 마신다. 이 비싼 사케가 쓰다. 미소국을 마신다. 정사각형 두부가 국물과 같이 입속으로 딸려 들어간다.

상무가 말한다.

"자네도 알지? 내가 팀장 달기 전까지는 별로 인정 못 받았던거. 팀원들이 나보다 체력도 좋고,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고, 영어도 잘 하고………. 내가 팀원들보다 나은 게 없더라고. 그래서 팀장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뭔지 알아? 팀원들 일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주는 거였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 때와 달라 회사가 전부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여기에 올인하겠다는 마음도 없거든."

p.123 : 올 것이 왔구나.


 

"권위의식, 자존심 다 내려놓고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달라고 했어. 알고 있던 것도 확신이 없으면 찾아가서 가르쳐달라고 했고, 그러니까 신기하게 다들 열심히 알려주더라고. 자기들이 공부해서라도 도와주려고 해. 본인들이 공부하고 가르치기까지 하면 그 지식은 완전히 자기게 되는 거잖아. 그러다 보면 업무 효율도 올라가고, 팀 실적도 좋아지고, 팀 고과도 잘 받고 다들 회사 일에 재미 붙이고, 그런게 선순환이지."

상무는 잠시 김 부장의 반응을 살피더니 말을 잇는다. "나는 그렇게 배운 내용을 임원들 앞에서 발표할 때도 그냥 하지 않았어. 항상 팀원 누구에게 배운 내용입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입니다. 누구가 조사한 자료입니다. 그런 식으로 팀원들이 돋보이도록 했지. 그게 다야. 다시 말하지만 난 절대 뛰어난 사람이 아니거든."

김 부장의 시선이 상무의 어깨에 머물러 있다. 김 부장이 누군가의 말을 이렇게 오래도록 듣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지난 일이 생각나는지 상무는 목에 핏대를 세운다. "나는 내가 모르는 게 있으면 개인적인 일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도 상대가 대리는 사원이든 계약직이든 가리지 않고 물어봐 김 부장 그거 알아? 

p.125 : 올 것이 왔구나.


 

 

스무 살이 지나면 다 성인이지라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나오고 보니 그것도 아닌거 같더라고요. 오십이 넘어서야 의심이 드네요."

"모든 성인은 여전히 유아기, 청소년기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각각의 시기가 따로 떨어져 있는게 아니라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어릴 때 친구를 만나면 그 시절 기분으로 돌아가는게 다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부모님에게 어릴 적 받지 못했던 인정과 공감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인간관계에 강하게 투사되고 그런 부분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나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부장님도 마찬가지고요."

"무슨 말씀하시는지 이제 좀 이해가 갑니다. 회사나 집에 서의 제 모습을 돌이켜보니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저의 본성이 어떤지, 제가 고쳐야 할 것들이 뭔지 조금씩 알 것 같아요."

김 부장의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진다.

“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수고하셨습니다."
p.244

 

 

 

그랬다. 내가 잘난 척하면서 가장이랍시고 회사일에 매여 있는 동안 나는 아내 손바닥 위에 있었다.

아내가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다. 세상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집안일만 하는 마누라가 아니라 공자, 노자, 제갈공명・・・・한다 아무튼 그런 사람이었다.

창피하다. 우리 집 서열은 아내가 1등, 아들이 2등, 내가 3등이다.
p.258

 

 

 

손님들한테도 다보여, 행동에서 보이는 진심은 모를 수가 없어" 김 부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큰형의 말이 가슴에 와 박힌다.

5

차 한 대가 또 들어온다.

이번에도 낡은 차다. 놈팽이다. 건물주가 저런 차를 타다니, 김 부장은 새삼 놀란다. 얼마 전에 세차장 오픈한다고 연락했더니 찾아왔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차마 연락하지 못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어이, 김 부장! 세차 부탁해!" "오셨습니까. 놈팽이님!"

"족발집에서 볼 때보다 얼굴이 좋아졌네.

"대기실에 앉아 계시지요. 놈팽이님.

세차가 끝나고 놈팽이와 함께 맞은편 편의점으로 간다. "배고프다. 이 앞에 한식 뷔페가 있었는데 얼마 전에 문을 닫았어. 

p.279 : 15도, 45도, 90도


 

인생 참 모르는 거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운명?

운명도 결국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모든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

인생 전반전에서는 찾지 못했던 진짜 나의 모습, 스스로 내면에 쌓아온 쓰레기들, 이제는 이 고압수로 다 허물어버리고 싶다. 이 비눗물로 다 씻어버리고 싶다.

외부에서 찾아온 인생의 가치를 내 안에서 찾고 싶다. 내가 집착하던 시계, 가방, 정장, 넥타이, 구두, 그 외에 다른 것들은 모두 껍데기였다.

내가 그것들을 소유하고 있던게 아니라, 그것들이 나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미 내가 던진 야구공에는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
다음에 던질 공에 집중하면 된다. 지금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현재에 실패한 것이지 미래에까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내 인생 전체가 실패한 것도 아니다.

p.288

 



오십 중반을 넘어 예순이 다 되어서야 알겠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가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아이가 커서 좋은 대학가고 대기업 다니고, 남들보다 좋은 집 살고 좋은 차 타면서, 최종적으로 내가 임원 되는게 인생의 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정한 답이 아니었다. 남들이 아니 어쩌면 허울뿐이던 나의 또 다른 자아가 세워놓은 규정을 그저 따라가려 했던 것뿐이다.

남들이 가졌다고 나도 다 가져야 할 필요가 없다. 남들이 써놓은 성공 방정식을 내가 풀 필요가 없다. 그저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 그게 진정한 의미의 인생이다.

"안녕히 가십쇼!"

p.289 안녕히 가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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