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을 충격적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내용 중에 이정재가 연기한 주인공 에피소드 중에 여동생에게 돈을 빌리러 갔다가 결국 열 받아서 빌린 돈을 내팽개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에게 꼭 필요한 돈이었는데, 순간적인 감정이 폭발하여 돈을 내친 것입니다. 이 책에서 그런 이정재의 극 중 행동을 깔끔하게 이해하게됩니다.
화가 나는 것에 대한 절차, 이를 조절하는 능력, 여러 가지 호르몬, 세상사는 방법 등을 만나게 됩니다. 정말 정신과 의사로 오랜 시간 일한 저자의 농축된 진액 같은 내용들이 여기저기 스며 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데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함정을 파놓고 그를 은근히 실수 구렁으로 밀어 넣는다. 크게 꾸중을 하기 위한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또 걸렸다. 네가 이만큼 잘못했으니 단단히 당해봐야 한다.'
이보다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저놈이 나를 무시해서 저러나 보다. 나는 이렇게 화가 나있는데 저 녀석은 계속 이런 짓을 하니 나를 무시하는 게 틀림없어"
이 정도면 피해의식이 발동하는 경우다. 이게 심해지면 아주 피해망상으로 발전한다. 이런 과민 상태에서 폭발하는 날, 그 피해나 파장이 온 사무실에 다 번진다. 과민 정도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심지어 부하직원을 폭행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당하는 부하나 주위 사람들은 이해가 안 간다. 그만한 일로 왜 저럴까?" 하지만 본인으로선 그간 참고 쌓인 분노가 폭발한 것이니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이 정도면 과민 증후군을 넘어 완전히 정신병이다. 편집 망상증이다.
꾸중의 제1원칙은 일사일건, 한 가지 잘못했을 때 그 일만 꾸짖는 것이다. 많이 모아 크게 꾸중하면 효과가 더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또한 말이 길어진다. 이 역시 꾸중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그래서 꾸중의 제2원칙이라면 '짧게 간단히 한마디' 다.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가 왜 꾸중을 들어야 하는지 쯤은 알고 있다. 거기에 긴 설명을 부쳐 설득력 있게 꾸중하노라면 벌써 잔소리가 된다.
p. 044
제가 더 커질 수도 있고, 참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쓰게 된다. 그리고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게 되고 심지어는 가시 수집가 피해망상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앞에서 이미 언급했다.
화는 다음의 특성을 갖고 있다.
• 성을 한번 내기 시작하면 편도체가 자꾸 가열되어 점점 커지는 경향이 있다.
• 욕설이나 폭언으로 시작된 화가 점점 커져 폭력으로, 그리고 자 첫 살인으로까지 발전될 수도 있다.
• 폭언, 폭행 등 행동으로 표현하는건 대단히 위험하다.
분노 폭발 반응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답은 명백하다. 화를 내기 시작하면 전뇌가 온통 공격 모드로 바뀌어 교감신경이 흥분되고 노르아드레날린 등이 발동하면 전두연합의 이성적인 제지가 거의 마비되고 동물적인 격노 반응으로 발전된다. 이 정도 되면 평생 후회할 일도 서슴지 않게 된다. 화산 폭발 후에 아름다운 산이 완전히 폐허로 바뀌는 처참한 형상이 되고 마는 것과 같다.
정답은 '말로 표현한다' 이다. 참고 가만히 있어도 안 되고 화산 폭발은 더욱 안 된다. 말로 화난 내 심경을 잘 표현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상당한 슬기와 자제가 필요하다. 자칫 사태를 더 안 좋게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p. 052
1 일단 얼마간 참는다.
2 성이 난 순간에는 이성적인 대화가 어렵다는 사실부터 인식할 필요가 있다.
3 돌아서서 조용히 심호흡을 세 번 한다. 격한 감정이 좀 가라앉는다.
4 잠시 자리를 피하는 것도 좋다.
5 냉정해질 때까지 산책하거나 세수하는 것도 열을 식히는 데 도 움이 된다.
6 마음이 차분해져 이성적 대화가 가능하면 조용히 그를 불러 둘 이서 이야기한다.
대화를 할 때는 내 입장보다 상대의 입장을 먼저 듣고 생각하며, 내게는 문제가 없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있다면 반드시 있다 솔직히 사과한다. 그러고 나서 내 기분을 표현한다.
이 경우에 주의할 원칙이 있다. '네가'로 시작하는 말은 안 된다.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면 상대가 즉각 방어적이 되어 변명하거나 공격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언제나 내가로 시작하는 말이 좋다. 내 기분이 언짢았다. 짜증스러웠다고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네가 아닌 내가 어떻다는 메시지가 반발 없이 잘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p. 053
감정조절, 특히 분노조절을 위해서는 어릴적 충분한 애정으로 세상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 그리고 돌이 지날 즈음에는 안 돼! 라는 제지도 적절히 주어야 세상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고 참아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배우게 된다. 그리고 유치원에 들어가 보다 부드러운 사회화 훈련이 계속 잘 되어야 한다. 아이의 장래는 이때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 시기의 분노조절 학습이 중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화를 내서 득 보는 일은 없다. 왜 화날 일이 없겠는가?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하자. 이는 전두 연합 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화 다스리기는 결국 전두 연합야가 관리하며, 화가 난 감정의 발원지인 편도체는 내 의지대로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p. 059
상처에 민감한사람 : 마음까지 편해지는 둔감력
일본의 의사이자 작가인 와타나베 준이치 박사는 둔감력이라는 재미있는 말을 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살려면 좀 둔해져야 한다는게 그의 소신이다. 피부도 너무 예민하면 알레르기, 피부염에 잘 걸린다. 도심에서의 생활을 건강하게 누리려면 오감이 조금 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기압만 오면 마치 일기예보처럼 류마티스 관절 통증이 오는 것도 너무 과민해서라고 한다. 장도 조금 둔해야 소화가 잘되지, 조금만 이상한 걸 먹으면 설사를 하고 복통이 오는 것도 과민하기 때문이다. 또한 잠자리가 바뀐다고 잠을 못 잔다면 건강한 인생을 살기는 어려운 것이다.
둔감력이 재능을 키운다는 말도 참 인상적이다. 시험에 한두 번 실패하거나 선생한테 꾸중 들었다고 실망하고 좌절한 끝에 넘어지면 그의 인생은 그것으로 끝장이다. 그 정도쯤으로는 큰 상처가 되지 않을 만큼 둔해야 재기할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둔해야 교감신경 흥분 대신 부교감신경 우위로 되어 마음이 편안하고 혈액 순환이 잘된다. 연애도 둔한 친구가 성공한다. 한 번의 커피 권유에 선뜻 따라나서는 이성은 많지 않다. 둔한 친구라면 정말 오늘은 바빠서 못 만나는 거겠지 하고 다음에 또 신청을 한다. 그러나 민감한 친구는 난 역시 안 되나 보다.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해……… 혼자 소설을 쓰다가 두 번 다시 데이트 신청을 못 하게 된다.
이렇듯 둔하다는 건 큰 장점일 수도 있다. 작은 일에까지 관여하면 작은 데까지 신경을 쓰는 소인배가 된다. 긴 인생 여정에서 실수하고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럴 때에는 좀 둔한 사람이 큰 상처를 받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직업적으로 민감해야 할 사람도 있다. 음악가가 소리에 둔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동물적 음감'이라는 말도 우리 평범한 사람과는 전혀 다른 예민한 음감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발달학상으로 보면 그런 사람은 진화가 덜 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원시인들은 소리에 대단히 예민했다. 소리를 듣고도 사자인지 사슴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했다. 이것은 생존에 관한 문제이다.
현대 도시에서는 사자나 맹수를 상대해야 할 일도 없거니와 그렇게 소리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둔한 쪽이 편하다. 그만큼 음감이 퇴화된 것이다. 이것은 비단 음감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감을 비롯한 인간의 기능 자체가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퇴화되었다. 차가 나오면서 다리가 약해졌다. 스마트폰이 나 오면서 전화번호 외우는 기능이 극단적으로 퇴화한 것이다.
p. 071
외국어 공부, 스펙 쌓기, 해외연수 ・・・・・・ 그리고 엄청난 취업전쟁. 하늘의 별 따기다. 회사에 들어간 끝이 아니다. 승진경쟁만인가. 언제 회사가 문을 닫을지 모른다.
앞으로 100세 시대에는 세 가지 자산을 확실히 준비해야 한다고들 한다. 금융자산, 주택자산, 그리고 개인자산 개인자산으로는 건강, 사회 네트워크, 취미생활 등이 있다. 어느 한 가지도 만만한 게 없다.
어릴 적부터 경쟁의 틈바구니에 끼여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자란다. 심성이 거칠고 격하고 급할 수밖에 없다. 어물쩍하다간 코떼이는 세상이다. 끝없는 경쟁이다. 경쟁에는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다. 어떻게든 승자 그룹에 끼어야 한다.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신 있다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열등감을 바탕에 깔고 산다. 눈만 뜨면 모든게 경쟁이고, 모든 사람이 라이벌이요, 믿을 사람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존심 상하는 일을 겪어야 한다. 이들 모두가 과민 증후군의 예비생이다.
불확실의 시대
① 불안증 ② 건강염려증 ③ 만성 분노 증후군
어떤 시대,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 이젠 미래학회도 시들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사회에 무슨 미래학회란 말인가.
p. 079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배가 가라앉는 이러한 원시적인 사고가 이제는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몇 번을 다짐하지만 불행히도 계속 일어난다. 모두가 부자가 된다는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정도를 걷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생은 생각보다 긴 여정이다
이 나이까지 살고 보니 인생 참 길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다면 그렇게 허둥대지 않고 좀 찬찬히 살았을 것을 하는 가벼운 후회도 든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문구에 완전히 세뇌된 듯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인생무상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마치 찰나인 것처럼 떠들어 대니 나도 모르게 인생은 짧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일까.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게 편할 것 같지만 실은 대단히 불편한 삶이다. 그러다간 자칫 신상에 문제가 생기기 십상이다. 건강상, 사업상, 혹은 법적 문제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어떻게 평생을 살아? 이런 마음이 들면서 언젠가는 파국이 온다.
인생은 하루하루의 연장이다. 모든 하루를 진지하게 바르게 살아야 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이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 앞에서든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p. 098
차뿐만이 아니다. 이 친구는 말끝마다 자존심 운운이다.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대인관계에서도 걸핏하면 충돌이 일어난다. 길을 걸어도 자기를 추월하는 사람을 못 견딘다. 기어이 따라잡아야 한다. 이 정도면 경쟁 강박증이다.
인생살이 모든 일을 지고 이기는 경쟁으로 본다. 지면 자존심이 상하니까 이를 악문다. 어느 한순간도 편할 날이 없다. 긴장 일색이다. 누가 자존심을 건드리기나 할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충돌이 생길 때마다 그의 병적인 과잉 자존심이 상해서다. 자존심과 민증후군이다.
솔직히 이건 자존심도 아니다. 자존심을 연발하거나 자존심 상해서' 를 입에 달고 다니는 친구는 자존심이 센 것 같지만 사실 그의 자존심은 형편없이 취약하다. 그만한 일에 자존심이 상할 만큼 자존심이 약하단 뜻이다.
자존심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다. 상대를 이기고 지고도 상관이 없다. 자기 양식에 비추어 부끄럼이 없고 품격을 갖춘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존중하게 되는게 자존심이다. 남들이 뭐란다고 일희일 비하거나 더구나 자존심이 상한다고 한다면, 이건 자존심이 아니라 '타존심' 이다. 남에게 의지하는 나약한 존재이다.
p. 102
우선 공급되는 회사로서는 전혀 큰 문제도 아니거니와 거래 선에도 큰 영향이 없는 일이었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둘이 그렇게까지 고집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다만 사장과 임원 앞에서 자존심 상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네가 옳다
조카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때 내가 했던 이야기다. 다른 변호사들도 많이 있는 자리여서 조심스럽지만 꼭 해주고 싶었다.
변호사는 논리 정연하다. 사교 모임에서도 정확하다. 하찮은 논쟁도 정연한 논리 전개로 상대를 녹다운시켜버린다. 한마디 말도 더 붙이지 못하게 만든다. 일상의 가벼운 대화도 변호사가 있는 자리에선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 변호사가 입을 열면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긴 법정이 아니다. 법정에 서야 지면 안 된다. 논리 정연하게 변론을 펴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일상과 법정을 구별해야 한다. 변호사는 영리하니까 이걸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논쟁이 벌어지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직업적 강박증이 발동한다. 변호사 주변엔 친구가 없다는 소리를 더러 듣게 되는 이유는 여기 있다.
그래서 내가 조카한테 한 이야기는 상대방인 '네가 옳다고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변호사란 상대인 '네가 틀리다' 는 걸 증명해야 직성이 풀리는 직업이라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p. 106
요즘 경찰서까지 쳐들어가 주먹을 휘두르고 폭행을 해대는 어이없는 광경을 더러 보는데 이런 사람들은 예외 없이 주폭들이다.
술이 원수다. 멀쩡한 정신으로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나.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꼴 아닌가. 그리고 이들이 행패를 부리며 떠드는 내용을 들어보면, 무엇엔가 화가 난 사람들이다. 억울한 일을 당해 화가 났는데 경찰이 처리를 잘 못해준다는 것. 횡설수설이지만 딴은 억울한 사정이 있어 화가 났다는 내용인 듯하다.
어떤 경우에도 홧술은 안 된다.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화가 나면 전두엽을 비롯하여 편도체가 공격 모드에 젖어 노르아드레날린으로 샤워를 한 형국이 된다. 화가 난 이상 전두엽에 이성적 판단이나 화난 감정을 제어할 힘이 약하다. 거기다 술이 들어가보라. 알코올의 약리 작용은 'up to down', 위에서부터 마비되어 아래로 내려온다. 제일 상부의 전두 연합야의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다. 얌전한 사람도 아주 용감해져서 길 가는 사람을 잡고 시비를 거는 등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한다. 술이 더 들어가면 말도 더듬고 행동도 어둔해지면서 거의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이다. '화+술, 이것은 정말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타인에게 미칠 영향은 물론이고 본인의 신세가 말이 아니다. 술이 깨고 나면 이게 내가 한 짓인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화는 술로 푸는게 아니다.
p. 142
당신의 과민 증후군을 닮으려 하겠는가.
좀 느슨해져 보라. 80점 지향이면 절로 그렇게 된다. 100점 맞으려다 아주 성적이 바닥권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시험공부를 하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친다. 그걸 풀려고 몇 시간을 허비한다. 그 시간에 쉬운 걸 공부했더라면 80점은 맛을 걸 20점짜리에 매달려 밤을 샜으니 그게 풀린다 해도 그저 20점일 뿐이다.
생각해보면 이는 아주 노련하고 논리적인 해법이다. 책을 읽어도 어려운 부분은 건너뛰어라. 신문을 읽어도 마찬가지다. 신문을 보면 가끔 엉뚱한 필자가 너무 어렵게 써서 대학교수도 읽지 못하는 경우도 봤다. 고약한 필자다. 이런 수준이면 전문 학술지에 실을 것이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신문기사로는 적절하지 않다.
완벽주의자는 그 어려운 부분까지 알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느라 다른 중요한 정보를 놓친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특별히 더 많은 것도 아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 있어 완벽증은 병이다.
너무 깔끔해도 병
청결 결벽증도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함께 사는 가족이 피곤해 쓰러진다. 그의 청결 수준에 맞추려다 아주 지치는 것이다. 하루 종일 쓸고 닦고 하느라 이건 가정도 가족도 아니다. 그의 완벽증 때문에 가정이 말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p. 154
마치 세상이 끝장나는 것처럼 부담을 느낀다. 이런 생각만으로 편도체는 전쟁 준비에 들어간다. 앞으로 일어날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우리 인체는 이렇듯 정교하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신포도를 먹을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빙그로 돈다. 신 포도를 먹을 테니 이걸 잘 소화시킬 효소를 분비하라는 명령이 시상하부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교감신경부터 흥분시켜 전투태세를 갖춘다.
must를 결심하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에 들어가며, 이게 오래가면 여러 가지로 심신에 고장이 온다. 차분히 잘 생각해보자. 정말 이 일이 내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가? 온몸이 긴장되고 심신에 병이 와도 어쩔 수 없을 만큼 중대한 일인가? 이걸 잘 생각할 수 있 어야 비상사태가 풀리고 심신이 정상으로 돌아가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다. 빈대 잡느라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하고, 빈대를 잡는데 마치 사자와 싸우는 양 힘을 써서도 안 될 일이다. 이것은 정력 낭비다. 사태를 잘 보고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경계태세 준비가 필요하다.
과장하지 말자.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도 잘 생각해보자, must의 경우야말로 합리적인 정서 반응 기법을 동원, 모든 사태를 차분히 합리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p. 160
그래도 환자들은 아직 더 빼야 한다고 난리다. 피골이 상접한 몰골인데도 그들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은 건강하다고 믿는다.다르다는 것은 개성이다
한국인은 대체로 우뇌형이어서 시각적 판단이나 이미지적 사고에서 우세한 편이다. 속의 내용보다 보이는 외형이 중요한 것이다. 차를 사도 일단 예뻐야 한다. 성능이나 주행거리는 그다음이다. 가게들도 간판이 크고 요란 번쩍이다.
예부터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는 말이 있다. 내 친척 동생 중에 백수건달이 하나 있다. 한데 녀석은 언제나 최고급 신사복에 넥타이다.
"이놈아, 옷 사입을 돈으로 구멍가게라도 내거나 장사를 하지." "형님은 누더기를 입어도 존경을 받지만 나는 그렇게 입으면 누구도 상대를 안 해줍니다."
우리 민족성의 정곡을 찌른 말이다.
우리만큼 목측이 발달된 나라도 없다. 눈으로 대충 측량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척 보면 삼천리다.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도 한 시 간 안에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민족은 우리뿐이다. <모나리자> 보고, 깃발을 따라 몇 군데 둘러보고, 정문에서 단체사진 한 장 찍으면 끝이다.
p. 166
스트레스는 주관적이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하찮고 힘든 일이라도 내가 즐겨하면 이건 병을 만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슬아슬한 스포츠 관람은 굉장한 스트레스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즐겨 본다. 나아가 이를 레저라 부르며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으로 삼는다. 이를 유스트레스라 부르는데 즐거운, 기분 좋은 스트레스라는 뜻이다.
반대로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이것은 병을 만든다. 이를 디스트레스 라 부르는데, 보통 스트레스라고 하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같은 낚시라도 즐겨하는 사람에게는 '유스트레스' 요 레저가 되고 스트레스 해소가 되지만, 싫어도 해야 하는 어부에게는 힘든 스트레스 해소는커녕 노동의 축적이 되어 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스트레스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전두 연합야에서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스트레스의 의미
갈비뼈가 아파 응급실에 실려 온 여성이 있다. 울다 웃다 야단이다.
"아픈 사람이 웃긴 왜 웃어요?"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하는 소리가 이렇다.
"남편이 출장 갔다가 돌아와서는 포옹한다는 게…."
p. 175
마음은 급하고, 일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실수가 생기고, 초조를 더욱 부채질한다.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는 등 여러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이는 대단히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새벽 네 시간의 여유
기다리는 상황에서 초조한 반응을 보이면 초조를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 그런다고 정체된 교통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늘어선 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서두르다가는 교차로에서 서로 뒤엉켜 완전히 마비되고 만다. 우리가 이런 상황을 어디 한두 번 경험했 던가.
시간에 쫓기는 스트레스만큼 악질적인 것도 없다. 우리는 경험으로 모두 잘 알고 있다. 해결책은? 사실 간단하다. 미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가면 된다. 나는 스스로 그 점에서 모범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시내 약속은 30분 전에 도착하도록 일찌감치 나선다. 약속 장소 근처 카페에 먼저 도착해 책을 읽는다. 기차 시간은 거의 한 시간 전에 간다. 항상 원고를 마감 기일 전에 보낸다. 편집부에서 깜짝 놀란다. 나는 새벽형 인간이어서 네시 반이면 기상, 웬만한 일은 이 시간대에 처리하고 출근길에 나선다. 어떤 경우에는 러시아워를 피해 다닌다.
p. 181
그렇다고 넘치면 폭력적으로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정량의 분비가 중요하다. 딱하게도 이 호르몬이 쉽게, 더 많이 분 비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과민 증후군에 걸릴 유력한 후보가 된다는 것은 이제 독자들은 이해할 것이다. 따라서 이 호르몬 분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 이것이 과민 증후군의 예방책이다.
이 호르몬은 어떤 일을 하든 적당한 긴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분비된다. 물론 넘치면 과민 상태가 되기 때문에 안 된다. 과민증 후군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르아드레날린의 폭주를 막아야 하고 동시에 우리 마음이 쾌적하고 평화로워야 하며 행복해야 한다. 단순한 예방차원이 아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감동의 시대를 열어야 한 다. 이건 적정량의 노르아드레날린의 흥분과 긴장, 그리고 쾌적, 평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의 합작으로 이루어진다. 감동의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세로토닌이다.
p. 190
• 세로토닌적 삶이란, 합리적인 절충, 조절과 균형감각을 유지한다.
• 외적 성장보다 내적 성숙을 중시한다
•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교양과 자긍심을 키운다.
• 기본과 원칙을 지킨다.
•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다른 생각을 존중한다.
• 역사, 철학, 문학 관련 책을 통해 고전의 지혜를 배운다.
• 변화와 창의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 목표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 환경 우선의 자연친화적 삶과 정품을 지향한다.
•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룬다.
• 명분보다 실용과 협업을 중시한다.
• 재충전을 위한 자기와의 시간을 갖는다(음악, 여행, 공연, 명상,낙조, 산책 등).
이야기가 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잘 읽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거나 실천하는 데 힘든 일이 아니다. 그리고 대체로 건강한 한국인이라면 이러한 삶을 이미 살고 있다. 또한 과민 증후군에 이보다 더 좋은 예방책이 달리 없다. 이렇게만 산다면 처음부터 신경이 민감해질 이유가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도 반(X) 세로토닌적인 삶을 살고 있다.
p. 196
웃기도, 울기도하는 감정 역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다가 웃음이 한번 터지면 그다음은 별것 아닌데도 웃는다. 강연을 할 때도 이 작전을 적절히 잘 구사해야 한다. 청중이 지루해할 때 한 방 터뜨리면 그다음부터는 물 흐르듯 잘 흘러간다. 내 마음대로 된다. 한데 이것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대개 강연자들은 이를 위해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시작이다. 첫마디에 청중이 강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웃음이 터지면 그날 강연은 성공이다. 일단 웃으면 청중이 완전히 내 품에 들어온다. 웃기고 울리고 내 마음대로다. 이래야 강연이 재미있다. 그 속에 내가 꼭 전하고픈 메시지 한두 개를 슬쩍 끼워 넣으면 대 성공이다.
한번 웃음보가 터지면 청중은 긴장을 풀고 또 다음을 기다린다. 옷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럴 때는 강연자가 물만 마셔도 웃는다. 감정 역치(emotional threshold)가 아주 낮아졌다는 증거이다. 감정 역치가 낮아지면 작은 자극에도 웃는다. 이것을 낮추는 재주가 없으면 강연은 아주 지루해지고 청중은 잠들거나 나가버린다.
p. 198
감정은 폭발하는 최하점(역)이 낮을수록 잘 터진다. 화도 마찬 가지다. 한번 내기 시작하면 감정 역치가 자꾸 낮아져서 별것 아닌 일에도 자극되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화를 낼수록 감정 역치는 낮아지고 그럴수록 화는 더 증폭하고 이성은 점점 마비된다. 신경은 더 예민해지고 끝내 민감 폭발하게 된다.
그래서 민감증후군의 예방책이 중요하다. 감정 역치를 높이면 웬만한 일에는 감정이 동요되지 않아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도 되지 않을뿐더러 신경도 건강한 상태로 유지된다. 상처는 건드리면 더 성을 내는 법이다. 다음 장에서는 뇌가 과민 상태에 않도록 해주는 대표적 예방책 12가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p. 199
그러나 저 작은 힘 들이 모여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고 지금도 세계 정상으로 가는 강국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흐뭇하고 든든할 수가 없다. 절로 힘이 솟아나고 웃음이 난다.
자연에도 혼이 있다
꽃과 같은 식물에도 혼이 있다는 걸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식물뿐 아니라 물에도 바위에도 혼이 있다는 걸 나는 깊이 체험하고 있다. 베란다에 핀 꽃과 대화를 해보라. 예쁘다고 말을 걸면 꽃이 반 응을 한다.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그리고 그 꽃은 오래도록 피어 있다. 밉다고, 더럽다고 말하면 고개를 돌리고 일찍 지고 만다.
우리 회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지만 나는 그 사실을 믿는다. 꽃 앞에 앉아보라. 우선 내 마음이 편안하고 예뻐진다. 꽃 앞에 앉 아 원수를 갚겠다고 이를 가는 사람은 없다. 나는 이것이 꽃이 발 하는 맑고 고운 기운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예쁘다고 칭찬하는 사 람의 기운도 틀림없이 꽃에게 전달될 것이다.
물에 대한 실험 사진을 보고 나는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물한
그릇을 떠놓고 예쁘다 밝다 하고 칭찬하면 물 분자가 원래 맑은 물의 정체인 정육각형의 모습으로 반듯해지고, 대신 더럽다고 말하면 일그러진다. 말로 할 뿐 아니라 그릇에 글로 쓴다 해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이걸 일본 학자들이 특수 촬영해 보고한 것이다.
p. 207
뼈아픈 지적이 내게는 큰 각성제가 되었지만, 당시의 내게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작용해 출혈성 위궤양을 앓기까지 했다.
그런 훈련 덕분인지 나는 요즘 조용히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남의 이야기에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은 어느 누구 못지않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나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쳐다보거나 내 의 견을 물어올 때까지 기다린다.
말을 해야 제 실력을 자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다변가에게 내가 전하고픈 충고가 있다. 물어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이 원칙 하나만 잘 지켜도 존경받는 사람이 된다. 말하지 않아도 당신의 존재감은 주위를 압도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무언가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대체로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몇 마디 하면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다 넘겨 짚을 수 있다. 그리고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걸 기다릴 수가 없다. 중간에 짜증을 내기도 하고 그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드리는 충고가 있다.
'당신 수준으로 사람을 보지 마라.'
저런 바보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화가 치미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말자. '저 사람은 나와는 엄연히 다르구나' 이렇게 담담히 받아들이는게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비결이다.
p. 221
이타심은 본성이다.
인간에게는 남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은 본성이 있다. 남을 돕고, 그가 기뻐하는 걸 보면 나도 즐겁다. 이것이 전두엽에 있는 거울신경의 기능이라는 건 앞서 언급했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가난 한 주머니라도 열게 된다. 인간에게는 감정이입이라는 아름다운 품성이 있다. 그 거지의 딱한 심정이 내 마음에 와닿아 무언가 도움이 되어야 할 것 같은 강력한 사명감을 갖게 된다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 각박한 인심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 살기도 급한데 남을 위해? 얼른 이해가 안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부자들은 대체로 이러하다. 우선 이들은 가난한 사람의 그 아프고 딱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 스스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불쌍하다는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다.
실제로 자선냄비나 사랑의 모금함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은 대체로 서민층이다. 대기업에서 내는 거액의 기부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부에 인색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한국 유니세프를 이끌고 있는 오종남 교수의 증언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자기들이 기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니세프 기금 참여는 세계에서 한국이 1위이고 액수도 세계 상위권이라고 한다.
서구의 부자는 이 점에서 조금 다르다.
p. 227
늘 보리밥 한 그릇에도 행복했다. 부잣집에 태어난 사람이 그런 즐 거울을 알까? 하고 싶은 것을 다 했으니 남은 건 권태뿐이다.
사람은 못 해본 것이 많을수록 삶의 의욕이 넘쳐난다. 그리고 어느 한 가지라도 이루는 날, 이를테면 처음으로 외국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의 그런 흥분은 평생을 간다. 그러고 보니 세상은 참 공평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럴 때 비로소 세상 불공평하다 는 불평이 사라진다.
생로병사,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생'이 제일 먼저일까? 뒤따라오는 세 글자와는 전혀 다르다. 삶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인 듯싶다. 생(삶)이란 '노병사' 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이다.
생=고라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다. 삶은 식은 죽 먹듯 쉬운 게 아니다. 부자는 부자대로, 천재는 천재대로 나름의 고민이 있고 불행이 있다. 일단 태어난 이상 삶은 고행길이다. 이것을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편하다. 그러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덤이라 생각하라. 좀 어두운 이야기가 된 것 같지만 그 깊은 뜻을 잘 헤아릴 수 있다면 좋겠다.
p. 233
그의 피맺힌 절규가 산과 바다를 찢어놓는다. 내가 가슴이 찡해 눈물을 흘린 것도 이 장면에서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울지 않았다. 한참을 망연자실해 있던 그가 이 외마디를 외치더니 그의 조수 등과 함께 해변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그리스인 조르바 이야기-구부정한 허리에 너풀 너풀, 어설픈 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모든 걸 초월한 표정이다. 천천히 시작한 춤은 점점 더 격렬하고 빨라진다. 온 우주가 그와 함께 돌아간다. 이제 그는 지구 상의 아웅다웅하는 인간이 아니다. 무엇엔가 큰 존재에 이끌려 어쩌면 편안해졌을 것도 같다.
인간은 결코 완벽할 수는 없다. 실패할 수도 있는 나약한 존재이다. 저 산이 알고 바다가 알고 하늘이 보고 있다. 그 영화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는 이게 아닌가 싶다. 파도는 태풍을 만나 험한 바위에 부딪칠 때 비로소 위풍당당한 파도가 된다.
뱃사람도 태풍을 만나 난파선을 몰아봐야 진정한 뱃사람이 된다. 크게 되려면 크게 잃어야 한다는 것은 인생의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진실이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발표하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천신만고 끝에 잡은 대어를 뱃전에 묶어 개선장군처럼 회항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대어는 상어 떼에 다 뜯기 고 앙상하게 뼈만 남지 않았던가. 실패할까 두려워 마라. 하늘이 웃는다.
p. 242
세월은 큰 존재의 법칙에 따라 흘러간다
하물며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작은 일에도 마치 산이나 무너져 내린 듯 한숨을 쉬고 절망의 늪에 빠지지만, 하늘이 내려다보면 정말 웃기는 이야기이다. 무변광대한 대우주의 흐름에 한 점 티끌도 못 되는 일로 그렇게 절망하다니. 여보게, 하늘을 웃기지 마시게. 내가 운다고 지구가 멈출까. 태양이 뜨지 않던가. 강물은 그 순간에도 유유히 흘러간다. 그 화사한 벚꽃도 며칠을 가던가. 더구나 벚꽃이 피면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더욱 빨리 질 수밖에 없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너무 아쉬워 말라. 피면 지는 것이 꽃의 운명이다. 이것이 대자연의 법칙이요 무언가 큰 존재의 흐름인 것이다.
참으로 하찮은 일로 너무 끙끙대지 말자. 세월이 지나 다시 돌아보면 내가 왜 그만한 일로 그렇게 괴로웠지, 절로 웃음이 날 것이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첫사랑의 아픔, 내일은 태양이 뜨지 않을 것 같은 그 깊은 절망의 늪에 허덕이던 일을 생각해보자.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단편으로 남아 있을 뿐 찌릿한 아픔이 아름다운 꿈으로 씁쓰레한 웃음을 짓게 된다. 모든 건 흐른다. 우리가 자고 있는 사이에도 세월은 큰 존재의 법칙에 따라 쉼 없이 흘러간다. 우리의 사랑도 아픔도 그리움도 모두 싣고 흘러간다.
p. 243
빌딩 사느라 빚을 갚아야 하니 밤낮 은행 대출을 갚느라 허둥지둥, 아등바등한다. 어느 한순간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이 친구가 얼마나 지독한지, 동창회비를 내지 않는다. 종로에 있는 빌딩에서 세를 받으면 회비를 내겠다지만 누구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그 친구한테 술은커녕 커피 한잔 얻어 마셔봤다는 사람 하나 없다. 주위에 친구가 있을 리 없다. 허름한 점퍼 차림에 이곳저곳 부동산 사무실을 기웃거리고 돌아다니는 게 그의 일과요 사는 재미이다.
재미라고는 했지만 그게 무슨 재미일까. 부동산을 사고파는데는 항상 송사가 걸린다. 그래서 그의 또 하나의 일과는 법원 출입이다. 언제나 소송사건이 끝날 날이 없다. 변호사 사무실에도 아주 상근이다. 송사만큼 신경 쓰이는 게 또 있을까.
어느 날 그가 응급실에 중풍으로 실려 왔다. 과민 증후군이 원인이다. 이 친구 생활을 지켜보노라면 중풍 아니면 심장병이 오게 되어 있다. 어느 아침 회진 시간, 내 가운을 붙잡고 건강 비결을 묻는 다. 진지한 표정이다.
"내 비결은 부동산이 없고 법원 송사가 없다는 점일세. 따라서 자식에게 물려줄 게 없다는 것도 내 건강의 비결이지. 넉넉하지 않 은 월급이지만 친구들 술도 한잔씩 사고 영화, 연극도 자주 보고 여행도 간다네. 다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제 밥벌이는 잘하고 사네
p. 250
감동의 재료
감동 인생은 긍정 일색이다. 부정적인 민감 증후군과는 차원이 다르다. 감동 상태에 있는 한 어떤 부정적인 생각도 얼씬대지 못한다. 이 중요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일에는 어떤 것과 어떤 경우가 있을까?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들을 기술해보면, 감동은 외부에서 오는 것과 내부에서 오는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외부에서 오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진선미를 만났을 때이다.
진실된 것, 착한 것, 아름다운 것은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상에서 우리는 본성대로 잘 살지 못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진선미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의 본성을 깨우치게 하면서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이보다 차원은 낮지만 새로움을 만날 때, 의외의 일을 경험할 때, 그리운 사람을 만날 때 등, 이런 것들은 일상의 작은 일이지만 그리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일이다.
감동은 외부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내 마음속에서 오는 것도 많다.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에 여백이, 여유가 있어야 한다. 감정 이입, 공감 회로가 작동하는 순간 우리는 감동에 빠진다. 작은 성공의 체험도 감동을 준다. 그것이 또 의욕을 북돋아 더 큰 성공, 더 큰 감동을 준다. 감동이 당신을 성공적인 인생으로 이끈다.
p. 267
이게 내 최종 목표요. 내 인생의 목적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큰 목적을 위해 오늘까지 작은 목표들을 향해 매진해왔던 것이다. 어렵긴 해도 잘 가고 있다는 게 내 자평이다.
도대체 목표와 목적은 어떻게 다른가? 이 글을 읽는 독자는 그런 질문을 해올 것 같다. 그러나 내 사색의 깊이로는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목표란 사회적으로 가시적인, 대체로 단기간에 일궈야 할 과제요 골인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의 목적이라면 이것은 철학가의 몫이지 내가 대답할 차례는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런 깊은 철학적 사색을 할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용감하게 목적이라는 말을 쓴 것은 지금까지 해온 작은 목표의 최종 결산이라는 뜻인 것 같다. 최종 목표가 내 인생의 목적이라고 나 스스로 생각하고 그렇게 정한 것이다.
목적이 있는 삶
철학가가 뭐라 하든 인생의 최종 목표 목적을 갖는다는 건 큰 힘 이 된다. 어떤 난관과 스트레스도 목적을 위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 없다. 그리고 이 목적을 위해서라면 나는 어 떤 것도 아까울 게 없다. 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다.
목적을 위해 하는 일이라면 모든 게 즐겁고 보람차다. 이건 마
치 종교인의 순교정신과도 같다. 나는 이 목적을 위해 내 모든 것
p.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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