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용이 책 제목과 상관없이 이상하게 된 점을 지나칠 수가 없네요. -대기업 사원, 대리 이야기 위주라...
책 내용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마도 전편 때문에 기대치가 컸던 탓인가 봅니다. 재미가 없었다기보다는 공감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1편에서는 많은 부분 공감할 만한 얘기들로 구성되었는데, 2편은 오히려 상식 밖의 이야기가 더 많아 보였습니다.
어쨌든 재미있게 뚝딱 잘 읽었고, 누군가 사놓은 책 두 권을 대여료 없이 공짜로 봤기에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책 산 사람 옆구리를 찔러 3편은 빌려서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역시 오늘도 빠뜨림 없이 밑줄 옮겨옵니다.-비록 적지만...
37 : 정대리 대기업 외제차 #회사원스타그램
캐리어를 창고에서 꺼낸다. 여행용으로 가지고 갈 때 이만 한게 없다. 공항에 이 캐리어만 끌고 가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은 쳐다본다. 옷과 액세서리를 가득 채운다. 3박 4일인데 한 달은 매일 갈아입을 수 있을 정도다.
김포공항에 도착한다. 여자친구와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간다. 비행기에서 무조건 사진 찍어야 할 장소는 게이트와 비행기를 연결하는 다리통로다. 설렘이 가장 극대화 되는 장소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차려입은 공항패션까지 사진 한 컷에 반드시 담겨야 한다.
비행기에 탑승한다. 이코노미석을 예약했는데 여자친구가 비즈니스석에 앉는다. 사진만 찍어달라고 한다.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걸치고 잡지를 보는 척한다. 그럴 듯하다. 사진을 수십 장 찍고 본래 자리인 이코노미석으로 간다. 제주도 도착하기 전인데 벌써 100장은 찍었다.
여자친구는 앞머리에 롤을 감는다. 정 대리와 여자친구는 피곤했는지 이륙도 하기 전에 잠이 든다. 정 대리는 고개를 뒤로 젖혀 입을 떡 벌리고 있다.
167 : 그래서 오늘은 축제
사실 고민이 있는데.……… 결혼하기로 한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지.…….” "내가 살면서 제일 후회하는 게 뭔 줄 알아? 나를 위해 못 산 거야. 니 할애비 챙기고 자식들 챙기다 보니까 금방 노인네가 되어버렸어. 지금 건강하기만 하다면 내가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거만 하며 살란다. 여기 있는 노인네들 이 세상 떠날 사람들이잖아. 얘기해보면 다 똑같은 말만해. 자기 인생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산 게 너무 억울하다고.
할머니도 얼마 후면 세상을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게 너무 가슴 아프다.
권 사원은 할머니 손을 꼭 잡는다.
"뭘 그리 걱정해? 결혼해서 행복하지 않을 것 같으면 안 하면 되지. 누가 뭐라고 할 거야. 인생 대신 살아줄 거야?" "맞아요……… 고마워요, 할머니."
권 사원은 울컥하는 마음을 추스르고, 얼른 가방에서 사 온 것들을 꺼낸다. 그리고 마이구미 봉지를 뜯어 할머니에 게 내민다.
"할머니, 여기 우리 할머니가 좋아하는 마이구미 포도맛."
187 : 그래서 오늘은 축제
이제야 조금 알겠다. 연애를 할 때는 사랑의 결실이 결혼인 것 같지만, 실제로 그 결혼은 사랑에 현실이 더해진 시작점이다. 마치 취업준비생들한테는 취업이 모든 게 끝인 것 같지만, 혹독하면서 허무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우리끼리 우스갯소리처럼 하던 얘기가 있다. 인생에서 마음대로 안 되는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사랑, 두 번째는 결혼, 세 번째는 USB 한 번에 꽂기. 완전 틀린 소리는 아닌 거 같다.
권 사원은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오늘 출발하는 버스는 모두 떠나고 없다. 모텔에서 자야 한다. 그 자식이랑 있느니 혼자 있는 게 낫다.
모텔에 짐을 놓고 근처 바닷가로 간다. 가족들과 연인들이 폭죽놀이에 한창이다. 낮은 하늘에 연기가 폴폴 떠간다. 이 밤에 혼자서 바닷가를 걷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다들 누군가와 같이 있다.
그런데 외롭지 않다.
312
"그건 권 사원이 잘했으니까 그런 거지. 개인적으로는 권 사원 같은 팀원과 더 일해보고 싶었는데 아쉽네."
"감사합니다. 저 그런데 이사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들어주세요."
"그래, 물어봐."
권 사원은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조심스러운 얘기를 꺼낸다. "어떻게・・・・・・ 임원이 되신 거예요?"
"음? 허허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내가 어떻게 임원이 된 걸까 믿을지 모르지만 나는 임원 될 생각이 별로 없었어. 내가 그렇게 조직생활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 냥・・・・・・ 하던 대로 묵묵히 한 것밖에 없는데 이렇게 됐네. 사실 김 부장이 퇴사할 땐 나도 좀 힘들었어. 김 부장처럼 애사심 강하고 회사일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거든 그런 사람이 하루아침에 공장 발령나서 나가는거 보니까 허탈하기도 하고, 회사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 그런데 뭐 별수가 있나. 수십 년 하던 일을 놓을 순 없더라고 다행히 팀원들이 잘 따라주고, 전무님 상무님도 믿어주시고, 그러니 나도 못하는 부분은 못한다고 인정하면서 여기까지 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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