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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독서정리

서른 아홉 번째 책 : 어린왕자를 찾아 떠나는 여행

by 마파람94 2021. 10. 10.

아마도 작가는 생텍쥐페리의 열열한 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가 비행기로 날았던 발자취를 따라 비행여행을 떠난 기행문입니다. 덕분에 비행 편에 동승한 느낌을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한 듯한 느낌입니다. 더불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도 경비행기로 보고 싶은 소망을 갖게 한 책이 되겠습니다.

 

밑줄은 얼마되지 않지만 오랜 여운이 남을 책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책 속에 높은 하늘에서 바라본 사진들의 느낌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그 사진들 때문에 비행기를 같이 타지 못한 여운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의 목차와 비행루트 그리고 생텍쥐페리의 비행기 소개

 

32 어린왕자를 찾아 떠나는 여행

어머니가 비행을 허락했을 리는 만무했다. 생텍쥐페리의 말은 거짓이었다. 그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우로브레우스키는 이 말을 믿어주고 소년을 비행기에 태워 하늘로 날아 올랐다. 지금도 앙베리외 공항의 클럽 하우스 벽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진 플레이트가 장식되어 있다.

"1912년 7월조종사이며 항공 작가였던 앙트완느 드 생텍쥐페리가 하늘의 세례를 받았다."

"비행기에 태워만 준다면 나도 그 정도 거짓말은 할 수 있어!" 비행기에 오르기 전 다미앙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그런 일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대뜸 이렇게 내뱉는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소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큰 꿈 인가 보다. 이제 소년 생텍쥐페리의 꿈은 시대를 뛰어넘어 끝없이 이어져간다. 아니, 현대에는 생텍쥐페리의 후예들이 꿈의 규모를 키워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두 사람을 태운 스탕프는 저물기 시작한 저녁 햇살을 받으며 앙 베리의 하늘을 서서히 우회한다. 문득 하늘의 세례를 마친 생텍쥐페리가 날개는 저녁 바람에 부딪쳐 흔들리고 엔진은 그 노래로 잠자는 혼을 달랜다.' 라고 읊조렸던 것이 생각난다.

"그런데 왜 날개는 두 개죠?" "공중에 떠오르는 장력을 마력이 적은 엔진보다 많이 만들어내기 위해서야."

 

비행 루트에서 내려다본 도시들 1


196 어린왕자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 역시 언제나 사막을 사랑해왔다. 모래 언덕 위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인가 침묵 속에서 빛나는 것이 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가 다시 말했다.

나는 문득 사막에서 그렇게 신비로운 빛을 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어린 시절, 나는 무척 오래된 집에서 살았다. 그런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 집에는 보물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것을 찾으려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보물 때문에 그 집 전체가 매력에 넘쳐 있었다. 우리 집은 가장 깊숙한 곳에 하나의 비밀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간에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내가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어린왕자> 중에서

바다와 사막이 겹쳐지고 한편으로 불모지라고 생각되는 이 땅. 생텍쥐페리는 사막을 헤치고 들어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 풍부한 결실을 손에 넣었다. 책임이란, 사랑이란,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긍지란 작가로서 계속 써 내려가던 이들 주제는 이 땅에 있던 그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었다. 또한 그러한 주제의 원천은 사막에 잠겨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샘이었다.

비행 루트에서 내려다본 도시들 2

 

202 어린왕자를 찾아 떠나는 여행, 자, 사막으로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의 무대로 사막을 택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쓰기까지 생텍쥐페리는 하늘을 날고 하늘을 경작하면서, 인간의 역사와 자신의 성장을 응시해갔다.

이 이야기에 하늘을 나는 장면이 없는 것은 생텍쥐페리가 시간의 흐름 속을 날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늘을 난다는 것이 여기서는 '시간'을 날아가는 것이기도 하고, 어린 왕자와 나누는 대회는 시대라는 하늘을 오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구체적으로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은 필요 없었다.

사막을 날아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왕, 허영심에 가득 찬 사람, 술꾼, 사업가, 지리학자, 가로등을 켜는 사람 등 갖가지 모습을 한 별나라의 주인, 지구에서 만난 철도 종업원, 약장수, 그리고 소중한 것을 가르쳐준 여우, 마지막으로 왕자를 별로 돌아가게 한 뱀, 무엇보다 왕자가 별에 남겨두고 왔던 장미꽃을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들은 생텍쥐페리가 하늘 위에서 응시하고, 시간의 흐름 가운데서 명상하며 찾아낸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가 《어린 왕자》에 대해 품고 있었던 조화롭지 않은 느낌이 사라져 간다. 생텍쥐페리는 뉴욕에서 시공을 날아다니며, 그리운 노래를 생각해내고, 어린 시절로 돌아갔던 것이다.

"좋아, 마지막 컷이다."

나는 모두에게 전했다. 샤를레이, 리샬, 에릭이 머리를 끄덕였다. 헬리콥터는 한껏 고도를 낮춰, 한 모래언덕을 향해 날아간다. 카메라가 바로 앞에서 모래언덕을 포착한다. 모니터 안에 빛과 그림자, 두 가지 색으로 분리된 가장자리가 모래를 말아 올리며 지나간다. 헬리콥터가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 모래언덕이 점점 늘어간다. 고도도 점점 높아간다. 이 윽고 모래언덕의 수가 영원처럼 펼쳐지며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다. 정신을 차렸을 땐 태양은 이미 사라지고 하늘에 별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여기서, 저 별에서 왔다는 어린 왕자와 만날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이것이 내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경치입 니다. 앞 페이지에 있는 것과 똑같은 풍경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잘 보여주기 위해 다시 한번 그렸습니다. 어린 왕자가 이 땅에 나 타났다가 다시 사라진 곳이 이곳입니다.

-《어린 왕자> 중에서

생텍쥐페리의 근무지와 그가 마지막 신호를 남긴 곳

 

 

 

에필로그 205

바다 표면 위까지 고도를 낮춘다. 파도가 차례차례 모니터 안을 고속으로 지나쳐간다.

"앙트완느 드 생텍쥐페리, 응답 바랍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굽이치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는 무선으로, 아직까지 행방을 알 수 없는 그의 비행기를 향해 그렇게 외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글을 마치고 긴 한숨을 내쉰다. 손가락에 까슬까슬한 기분이 든 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료로 사용했던 촬영 일지에서 떨어진 사 막의 모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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