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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독서정리

서른 세번째 책 : 꾸뻬씨의 행복여행 - 프랑수와 를로르

by 마파람94 2021. 8. 21.

지난번 책이 1,200쪽에 달하는 분량의 이야기를 읽은 터라 뭔가 조금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필요했습니다. 거실 책꽂이를 살피다가 몇 해 전 아이 논술 공부에 필요한 책이었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집어 들었습니다.

 

부담 없이 읽으면서 동시에 재미와 감동이 있는 책은 이런 책이 아닐까 합니다. 책 마지막 부분에 달하면 일종의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항상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행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며, 그 중에 무엇이 특별히 나에게 와닿는지 알게해줍니다. 또한 그 행복을 책속에 다양한 비유를 통해 음미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저의 밑줄을 저장해 봅니다.

 

p. 18

그녀는 어느 쪽이든 그들과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늘 따지곤 했다. 결국 그녀는 자극적인 남자들을 친절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과 헤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는 당연히 남자들이 그녀에게 더 이상 자극을 줄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사회적으로 비교적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왜냐하면 까뜨린느는 상대방이 중요 인사가 아니면 사귈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꾸뻬는 완전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이해시키기 위해 까뜨린느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친절하면서 자극적이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것이 행복의 필수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사회적 성공과 친절함을 겸비한 사람을 찾는 것이 그리 말처럼 쉽겠는가! 하지만 까뜨린느에게 그 점을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았고, 그녀는 남자에 대해 정말로 까다롭게 굴었다. 수많은 까뜨린느들... 꾸뻬에겐 그녀와 비슷한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까뜨린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남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 역시 성적으로 자극적이면서 동시에 상냥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여자들을 원했다.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 하면서, 동시에 자유롭게 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의 일에 성공을 거두었더라도, 그들은 만일 다른 일을 했다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했다.



p. 26

"행복해?"

그러자 클라라는 포크를 내려놓으며 꾸뻬를 빤히 쳐다보았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감정이 격해진 듯했고, 꾸뻬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를 떠나고 싶어요?"

꾸뻬는 그녀의 눈이 사람들이 울기 시작할 때처럼 젖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절대 그런 게 아니며 (아주 가끔씩 생각해 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질문을 한 것은 단지 자신이 행복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클라라는 많이는 아니지만 약간 안심이 된 듯 보였다. 꾸뻬는 왜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행복해지고 불행해지는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그것보다 먼저 알고 싶은 것이 있었다. 꾸뻬가 그녀에게 행복한가 물었을 때, 왜 그녀는 그가 자신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클라라는 그것이 비난처럼 들렸다고 대답했다. 마치 "넌 절대로 행복해지지 못할 거야." 하고 그녀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고. 다시 말해, 그것은 그가 그녀 곁에 더 이상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꾸뻬는 그런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p. 31

중국도 푸른 연꽃 시대 이후 많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대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꾸뻬는 비비엥에게 행복한가 묻고 싶었지만, 클라라의 반응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조심을 했다. 꾸뻬는 "너무나 편안한 의자군요!" 하고 말하면서 화제를 바꾸었다. 그렇게 시작하면 비비엥은 아마도 비즈니스 클래스 여행이 참으로 만족스럽다고 말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행복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비엥이 투덜거리는 것이었다.

"흥, 이 의자는 퍼스트 클래스보다 훨씬 덜 눕혀지는 걸요"

꾸뻬는 비비엥이 줄곧 비즈니스 클래스로 여행해 오다가, 어느 날 한 단계를 높여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했을 것이고, 그래서 그 이후로 계속 그것을 기억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꾸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비비엥과 꾸뻬는 지금 완전히 똑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똑같은 샴페인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둘이 느끼는 감정은 확연히 달랐다. 꾸뻬는 이 모든 것들에 행복해했다. 비비엥과는 달리 이런 것들에 익숙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비엥과의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비비엥은 비즈니스 클래스로 여행하는 것을 알고 기다렸던 반면, 꾸뻬에게는 이 비즈니스 클래스 여행이 뜻밖의 선물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여행이 가져다준 첫번째 작은 행복이었지만, 비비엥을 보면서 꾸뻬는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만일 다음번 여행에서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게 되면 오늘 비비엥이 1등석에...


 

p. 46

그는 그 문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문제들이란 것이 스스로 인정하기에 기분 좋은 것들이 아 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이 꾸뻬를 약간 두렵게 만들었다. 그는 두려움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의 환자들이 자신의 문제들에 대해 진심으로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가 하는 일은 바로 그들이 그 두려움을 마주 보고 자신에게 닥친 문제가 무엇인가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꾸뻬 배운 점은, 두려움과 내면의 문제는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여종업원이 그에게 커피를 더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젊고 귀여웠기 때문에 잉리를 생각나게 했고, 그것이 꾸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꾸뻬는 작은 수첩을 꺼내 아무 의미도 없는 작은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생각을 깊이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가끔 그는 자신의 환자가 전화를 붙들고 너무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을 적에 그렇게 하곤 했었다.

꾸뻬가 불행을 느낀 또 다른 원인은 클라라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잉리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영원히 알 수 없을 테지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만일 클라라가 그와 함께 중국에 왔다면 그는 잉리를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클라라와 함께라면 그는 지혜롭게 행동했을 것이고, 그랬으면 실수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클라라에게도 조금의 잘못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꾸빼는 약간은 덜 불행해졌다.


 

p. 104

사촌은 그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지으며 꾸뻬를 쳐다보았다. 꾸뻬는 그 미소가 그녀를 다정하게 대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아이들이 미소 짓는 걸 보면 꾸뻬는 동료 정신과 의사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가 어린아이였을 때 그의 나라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죽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모두 기차에 태워 아무도 그 무시무시한 광경을 볼 수 없는 아주 먼 곳까지 데리고 갔다.

 

꾸뻬의 동료 의사는 바로 그 성을 가진 아이였고, 사람들은 그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함께 죽음으로 가는 기차에 태우기 위해 수용소로 데려갔다. 그런데 그 아이는 잘 웃는 아이었고, 수용소에서조차 모든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 심지어 수용소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까지 웃게 만들었다. 결국 수용소를 지키던 사람들은 아이를 한쪽에 숨겨 다른 아이들이 가는 처형 장소로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아이들이 살아남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웃는 아이들에게 더 잘해 준다. 그것이 언제나 통하지는 않더라도.

시간이 많이 늦었고, 꾸뻬는 매운 음식 때문에 갈증이 나서 술을 많이 마셨다. 그러자 피곤이 밀려왔다. 모두가 문 앞까지 나와서 그에게 작별 인사를 했고, 마리 루이즈는 그를 호텔까지 태우고 갈 자신의 자가용으로 안내했다. 장 미셸의 차처럼 소형 지프차였다. 


 

p. 150

흑인들이 길거리 농구를 하고 있는 지역들도 있었다. 차 안에서 꾸뻬는 아녜스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다.

아녜스가 말했다.

"네가 나에게 그 질문을 할 줄 알았어. 그래서 어제 저녁부터 생각해 봤어. 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 좋아하는 직업을 갖고 있고,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행복한 아이들이 있어, 결국 모든게 내가 원하던 것들이지. 내 행복에 있어 단 한 가지 먹구름 같은 것이 있다면, 모든게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그것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들이 덜 좋아질 수도 있다는 거야."

꾸뻬가 물었다.

"방금 '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니?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과 너를 비교해서?"

"그렇지만은 않아. 우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이나 불행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전혀 몰라. 사실 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자신을 비교해! 내 삶의 다른 시기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지. 그러면 난 내가 지금처럼 행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자신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이 관점이 매우 흥미롭게 들렸다. 비교는 분명 행복을 망가뜨리는 것(배움 1)이지만, 자신이 과거에 비해 지금 더 행복한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꾸뻬는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고, 아네스가 계속해서 말했다.


p.156

꾸뻬는 교수가 공간을 최대한 점유하길 원하는 사람처럼 이리 저리 왔다갔다하며 말하는 걸 보고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매우 박식한 학자인 듯했다. 마침내 꾸는 교수에게 자신이 작성한 행복에 대한 목록을 보여 주었다. 교수는 작은 안경을 끼면서 말했다.

"아네, 아네스에게 들었어요. 아주 좋은 여자지요. 그렇지요. 그렇지요? 난 많은 제자들이 있지만, 아네스는 정말로 총명해요. 그리고 매력적이고……."

교수가 목록을 읽는 동안 꾸뻬는 그가 자기를 진정한 지성이 결여된 사람. 아니면 오히려 진짜 순진한 사람, 또는 어리석은 바보로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떨리긴 했 지만, 죽음을 가까스로 모면했을 때를 떠올리고는 "그렇지요. 그 렇지요?" 하고 말하는 교수 앞에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교수는 진지하게 꾸뻬의 목록을 읽었다. 꾸뻬는 전날 저녁에 원본을 다시 깨끗하게 베껴 적었다.

배움1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2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배움3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 한다.

배움4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배움5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배움6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배움7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배움8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배움9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배움10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배움11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배움12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
배움13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 이다.

배움14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배움15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배움16 행복은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배움17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배움18 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교수가 목록을 읽으면서 혼자 웃자. 꾸뻬는 쥐구멍이라도 찾 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용기를 갖기 위해 한 가지 배움을 생각해 냈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이다.' 이것은 아마도 배움19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교수는 목록과 꾸뻬를 번갈아 보았다.

"이거 대단히 흥미로운데요. 당신은 행복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적는 데 성공했어요!" 꾸뻬가 물었다.

"무엇을 다 적었다는 거죠?"

 

p. 159

"행복을 결정하는 모든 요소들 말이오. 학자들이 연구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에요. 당신의 방법은 결코 어리석지 않아요!"

꾸뻬가 놀라서 물었다.

"내가 적어 놓은 이 모든 배움들이 괜찮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요. 어느 정도는 당신이 적어 놓은 각각의 배움들에 대해 난 적어도 스무 가지가 넘는 연구 주제들을 발견할 수가 있어요. 이를테면... 당신이 여기에 적어 놓았듯이 우리의 행복은 비교하는 것들에 좌우되지요. 배움이 말하는 것처럼 말예요. 자. 당신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겠어요. 먼저, 현재의 당신의 삶과 당신이 원하는 삶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래요."

꾸뻬는 잠시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지금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며, 앞으로의 삶도 이와 같이 지속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문득 클라라를 생각하고는 한 마디 덧 붙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안정된 삶을 이룰 수만 있다면 더 좋겠지만요."

그 말에 교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마치 "아, 가엾은 우리들……." 하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는 꾸뻬가 생각해야 할 두 번째 차이에 대해 질문을 했다. 현재의 삶과 과거에 최고로 좋았 던 시기의 차이를.

꾸빼는 젊었을 때의 좋은 추억을 갖고는 있지만, 그가 느끼기 엔 지금의 삶이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 문득 아녜스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녀 역시 지금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에 비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만난 비비엥은 약간 반대 입장이었 다. 그는 퍼스트 클래스로 여행한 적이 있었으며, 비즈니스 클래스가 그것만 못하다고 불평했다.

교수가 말했다.

"세 번째 질문, 세번째 차이.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과 당신이 갖고 있는 것들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꾸뻬는 이 질문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그가 사는 나라의 가난 한 사람들은 전 세계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부자였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그들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같은 나라에 사는 그들보다 더 부자인 사람들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을 늘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텔레비전 광고가 늘 그런 빈부 차이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많이 갖지 못하는 것. 다른 사람들보다 덜 갖는 것. 그것은 마치 반에서 꼴찌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고, 그 느낌이 그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가장 많은 것을 가진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 이 바닷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바닷가에서는 거의 벌거벗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 이것은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부자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 했다. 가 장 대표적인 예가 별로 쓸모도 없는 아주 비싼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꾸빼는 남과의 비교 때문에 고통받지는 않았다. 


 

p. 177

그녀는 이 기계를 통해 남자들의 뇌와 여자들의 뇌가 완전히 다르게 기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책을 읽는 것과 계산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주목할 점은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의 뇌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해 왔다는 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학문이라는 것은 생 각을 입증하는 것이다.

꾸뻬가 말했다.

"그럼 이 부분에 작용하는 약을 발견한다면 인간은 영원히 행 복할 수 있겠군요."

이미 그걸 찾았는걸요! 쟈스민. 꾸뻬에게 일본인들의 뇌 사진을 보여 주겠어요?"

그러자 화면에는 세 가지 일본인들의 뇌 이미지가 나타났다.

먼저 그들이 일본인들이라는 것을 듣지 않고서는 그것이 일본인 들의 뇌라는 걸 짐작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교수가 말했다.

"지금 잘 보세요. 이번엔 뇌들이 모두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있어요. 일본인들은 특히 이때에 무척 행복했던 것이지요." 꾸뻬가 물었다.

"그런데, 그 기적의 약이 뭔가요?"

당장에 그것을 먹어 보고 싶었고, 클라라에게도 가져다주고 싶었다.

쟈스민이 말했다.

 

"사케요"

그 뇌의 이미지들은 일본인들이 사케, 즉 일본 술인 정종을 큰 잔에 마시고 나서 몇 분 있다가 찍은 것이었다.

꾸뻬는 생각했다. 어째서 정종이나 맥주, 샴페인, 또는 뱅쌍이 좋아하던 고급 와인을 마시면 행복할 때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쟈스민이 덧붙여 말했다.

"이 다음 것을 보세요. 이건 세 시간이 경과한 뒤에 찍은 사진이에요."

일본인들의 뇌는 처음보다 눈에 띄게 푸른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것은 슬픔의 사진과 닮아 있었다. 이때 일본인들의 뇌는 틀림없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진들을 보면, 그들은 뇌를 다시 활발하게 활동시키기 위해 다시 사케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굳이 이런 종류의 실험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날마다 술을 마시기 때문에 혼자 서도 이 비밀을 깨달은 이들이었다.

쟈스민은 이번에는 매우 아름다운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 주었을 때의 남자들의 뇌 사진과 그냥 그저 그런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 주었을 때의 뇌 사진을 화면에 올렸다.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을 보았을 때 남자들의 뇌는 해로운 약을 복용했을 때의 뇌와 같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 꾸뻬는 생각이 굳어졌다. 아름다움, 그것을 경계해야만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p. 190

물을 보는 좋은 방식을 갖고 있었다.

다시금 노승은 읽기를 마쳤고, 또다시 수첩의 목록을 살펴본 뒤 말했다.

"당신은 정말로 마음공부를 훌륭히 해냈어요. 이 모든 배움들은 훌륭해요. 덧붙일 게 아무것도 없군요."

꾸뻬는 기뻤지만 동시에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노승이 새로운 정보나 가르침, 아니면 행복에 대한 훌륭한 이론을 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노승은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덧붙여 말했다.

"날씨가 참 좋습니다. 한 바퀴 걷고 옵시다."

바깥 풍경은 실로 경이로웠다. 산과 바다와 하늘이 동시에 보였다. 장엄한 초록으로 눈부신 날이었다. 그 풍경 속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멎고 충만감이 느껴지는 절대적인 힘이 깃들어 있었다. 꾸뻬는 경지 높은 노승과 단 둘이 있다는 것에 조금 주눅이 들었고,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노승이 지금 원하는 건 꾸뻬가 지적이거나 지혜로운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이 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느꼈다.

이윽고 노승이 말했다.

"진정한 지혜는 이 풍경 속에서 한순간에 발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언제까지나 깊이 감추어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꾸뻬는 문득 깊이 감추어져 있는 그것을 자신이 지금 이 순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침묵 속에 사원 앞에 서서 구름과 태양과 바람이 한 순간 산들과 어울려 노니는 것을 바라보았다. 꾸뻬는 이 것이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것보다 새로운 배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생각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역시 노승다운 가르침이었다. 노승은 침묵 속에서 꾸뻬에게 태고적부터 있어 온 한 가지 영원한 진리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것은 행복에 대한 욕망이나 추구마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과 하나가 되어 존재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근원적인 행복감이었다. 이 근원적인 행복은 자주 찾아오지 않지만,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으며, 세상에서 얻는 다른 모든 행복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었다. 꾸빼는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노승의 웃음이 바로 그 근원적인 행복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때 한 젊은 수도승이 오솔길을 지나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중국어로 노승에게 무슨 말인가를 한 뒤, 다시 다른 수도승이 일하고 있는 사원에 딸린 텃밭으로 내려갔다. 텃밭은 특별한 방식으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노승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자, 날 기다리고 있는 방문객이 한 사람 있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잠시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처음부터 꾸뻬는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노승에게 말했다.

"맨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스님께선 말씀하셨습니다. 행복을 목표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그것은 무슨 뜻인가요."

노승이 말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당신도 이미 알고 있듯이, 삶에서는 목표는 많은 일들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행복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집과 자동차를 사겠다는 목표처럼 어떤 것을 이루려는 마음은 당신을 삶 속에 자리 잡게 하고, 많은 흥미로운 것들을 이룰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행복은 그런 순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당신이 행복을 목표로 삼는다면, 당신은 그것을 놓칠 가능성이 그만큼 많아지는 겁니다. 더구나 당신이 행복에 도달할지 못할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노승은 한바탕 그 특유의 웃음을 웃고 나서 말을 이었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배움19 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20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배움21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배움22 여성은 남성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서 더 배려할 줄 안다.
배움23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행복의 다섯가지 종류

1. 기쁜일이 일어나는 것, 파티를 여는 것, 여행을 떠나는 것

2.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운동, 정원가꾸기, 그림 그리기 등)

3. 삶의 만족을 느끼고 그 만족감이 지속되는 것.

4. 무슨일이 일어나더라도 받아들이고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

5. 다른 사람들과 함게 하는 행복(우정, 사랑, 나눔)

 

 


p. 199

그 말에 뱅쌍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넌 내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하니?"

꾸뻬가 말했다.

"아니야. 난 먼 미래에 대해 말하는 거야. 모든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는 뱅쌍에게 비행기에서 만난 자밀라와 산꼭대기에 살고 있는 노승에 대해 이야기했다. 뱅쌍은 진지한 관심을 갖고 꾸뻬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없는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말했다.

"전처럼 파티가 즐겁지가 않아, 일은 잠깐 동안만 흥미로울 뿐 이고, 전에 좋아하던 것들도 이제는 다 시들해졌어. 난 언제나 나보다 나은 사람들과 나 자신을 비교해. 다시 말하면 난 전혀 평화로움을 느낄 수 없어. 그리고 원하는 대로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쉽게 화를 내지.

꾸뻬가 말했다.

"행복의 다섯 번째 종류가 있어."

"아, 아마 그게 나한테 남은 마지막 가능성이겠지……." "그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행복이야. 우정, 사랑 나눔.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자신이 다른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지."

뱅쌍이 말했다.



p. 206

뱅쌍은 어느 날부턴가 자신에게 맞는 진정한 행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꾸뻬가 말한 다섯번째 행복, 즉 남과 나누는 행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또한 꾸뻬가 알려 준 사원을 찾아가 정기적으로 노승을 만났다. 노승은 몸집이 점점 작아지고 더 늙어갔지만, 벵쌍과 대화할 때 여전히 그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웃음은 전염성이 있어서 뱅쌍도 가끔 그런 식으로 웃게 되었다.

마침내 뱅쌍은 3백만 달러를 벌기 바로 직전에 일을 그만두었다. 그 후, 자신이 과거에 하던 일과 비슷한 일을 가끔 하긴 했지 만 무료로 일했다. 그 일을 통해 그는 마리 루이즈의 나라처럼 가난한 나라에 사는 양심적인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돈을 갚을 수 있는 일을 시작할 때까지 무이자로 돈을 빌려 주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제대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

뱅쌍은 진심으로 자신의 새로운 일을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행복 철학을 '배움4 -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 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에서 '배움13 - 행복 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로 바꾸었다.

사람들은 뱅쌍이 3백만 달러에 가까운 큰 돈을 벌어 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칭찬받을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는 결코 부자가 아니었다. 


 

p. 212

프랑수아 클로르의 여행이나 마찬가지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꾸는 자신을 찾아오는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음의 글귀가 적힌 카드를 선물하기를 좋아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나는 이 책이 행복에 대한 해답을 준다고 여기진 않는다. 다른 많은 우화나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독자들이 꾸뻬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면서 행복을 향한 자신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때로 행복은 뜻밖의 길에서 찾아오며, 우리가 그것을 찾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발견되기도 한다. 마치 꾸뻬가 만났던 노승이 말한 것처럼.

"첫 번째 실수는 행복을 목적이라고 믿는 데 있다. 이 책을 읽는 순간이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작은 행복의 순간이 되기를 바라며, 다음번 꾸뻬씨의 여행을 따라 나도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파리에서, 프랑수아 를로드

 

작가가 한국팬에게 한 말 : 

"인간은 가까운 사람들과 누리는 좋은 관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 사물에 대한 긍정적 인식, 건강한 신체상태가 유지될 때 지속적인 행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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