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신간이 입고되었길래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지난해 일본인 저자가 쓴 부자의 방이란 책에서 거주하는 곳의 대한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건축학 전문가인 유현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장밋빛 계획들과 생각들이 책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만 현실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미래는 꿈꾸는 자들의 것이라는데 공감을 하면서 책을 읽었고, 꿈꾸는 미래의 공간에 희망을 읽어보았습니다. 주요 내용들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목차-
여는 글: 전염병은 공간을 바꾸고, 공간은 사회를 바꾼다
거짓 선지자들의 시대 / 마스크가 만드는 관계와 공간 / 전염병, 인류, 도시 / 공간의 해체와 재구성, 권력의 해체와 재구성
1장.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중산층 집이 ‘방 세 개 아파트’인 이유 / 155퍼센트 늘어난 집의 의무 / 4도3촌과 가구의 재구성 / 부엌의 새로운 위치 / 사적인 외부 공간의 필요 / 나무를 심는 발코니 / 벽식 구조에서 기둥식 구조로 / 목구조 고층 건물의 시대 / 최고의 친환경 건축 / 포스트 코로나 아파트의 5원칙
2장. 종교의 위기와 기회
종교와 공간 / 벽과 계단의 발명 / 제사장과 아이돌 / 신전과 고깃집 / 예배당의 의자가 가로로 긴 이유 / 스님 vs 목사님 / 시공간 공유가 만드는 공동체 의식 / 이슬람교가 기도를 하루에 다섯 번 드리게 하는 이유 / 전염병이 만드는 종교 권력의 해체와 재구성
3장. 천 명의 학생 천 개의 교육 과정
교실 수업과 온라인 수업의 차이 / 화가와 선생님 / 페이스북과 온라인 수업 / 교우 관계의 부재 / 종이 책, 오디오북, 동영상 수업 / 전교 일등이 없는 학교 / 미래 학교 시나리오 / 교육 큐레이터 선생님 / 교육이란 무엇인가
4장. 출근은 계속할 것인가
일자리의 55퍼센트 / 우리나라 직장에 회식이 많은 이유 / 재택근무와 일자리의 미래 / 거점 위성 오피스 / 내 자리는 필요하다 / 마스크가 바꾸는 인간관계 / 평등한 화상회의 / 슈렉 vs 라이온 킹 / 대형 조직의 관리와 기업 철학
5장. 전염병은 도시를 해체시킬까
전염병과 도시의 역사 / 얀 겔의 실험 / 인구 2배, 경쟁력 2.15배 / 시냅스 총량 증가의 법칙 /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인간
6장. 지상에 공원을 만들어 줄 자율 주행 지하 물류 터널
공통의 추억 / 소셜 믹스와 재건축 / 소셜 믹스의 첫 단추, 발코니 / 정사각형 공원보다 선형의 공원 / 자율 주행 전용 지하 물류 터널 / 가까운 미래의 상상
7장. 그린벨트 보존과 남북통일을 위한 엣지시티
그린벨트의 역사 / LA vs 뉴욕 / 반도체 회로 같은 도시 패턴 / LH의 새로운 임무 / 엣지시티: 도시와 접한 그린벨트의 경계만 개발하라 / 남북한 융합을 위한 DMZ 평화 엣지시티 / 농사꾼의 도시와 장사꾼의 도시 / 소규모 재개발의 장점
8장. 상업 시설의 위기와 진화
디즈니의 위기 / 상업의 진화는 공간의 진화 /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는 공간 /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 오프라인 상업 공간의 진화와 축소 / 새로운 빌딩 양식의 발명 / 두 가지 갈림길 / 전염병이 만드는 공간 양극화 / 공간 소비 vs 물건 소비 / 맛집 앞에 줄을 서는 이유 / 줄어드는 오피스 공간 / 폭이 넓은 상업, 폭이 좁은 주거
9장. 청년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
홍길동 vs 세종대왕 / 21세기 소작농: 월세 / 플랫폼 비즈니스 같은 부동산 / 정부와 대자본가만 지주가 되는 세상 / 악당과 위선자의 시대 / 경계부를 점차 내려야 한다 / 인구수보다는 세대수 / 프루이트 아이고 vs 강남 / 칠레의 저소득층 주택 정책
10장. 국토 균형 발전을 만드는 방법
화폐가 된 아파트 / 서울 한강 전망 vs 뉴욕 허드슨강 전망 / 짝퉁 도시의 양산 / 다양성을 죽이는 심의와 사라져야 할 자문 / 21세기형 스마트 타운 / 소제동 하드웨어 + 대덕연구단지 소프트웨어 / 대전 속 피렌체 / 여주가 사는 길 / 여주에서의 3일 / 라이프 스타일 만들기
11장. 공간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하기
나를 안아 주는 교회 / 건물 안의 사람이 도시 풍경이 되는 건물 / 뒷골목의 사람도 바다를 볼 수 있게
닫는 글: 기후 변화와 전염병- 새로운 시대를 만들 기회
기준이 바뀌는 세상 / 코로나 블루와 공간 / 고래가 코끼리보다 큰 이유 / 기술 발달과 저출산의 시대 / 새로운 뼈대가 필요한 시대 / 조선의 르네상스를 만든 영조의 청계천 준설 작업 /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될 새로운 공간 /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
p.12
향후 온라인 쇼핑,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원격진료의 비중이 늘면서 산업 구조와 도시 공간 구조의 재구성이 촉진될 것이다. 혹자는 텔레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대면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전염병의 위험을 피해서 대도시가 해체될 거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대도시가 해체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백화점은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으로 대체되고, 학교 교실 수도 줄어들 것이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원격진료가 확대되면 한적한 교외로 이사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교외로의 인구 이동은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SNS나 화상 통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하더라도, 사람들은 추가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p. 094 : 화가와 선생님
한 장소에 모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종교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중동의 유목 민족인 이슬람교도들은 같은 장소에 모일 수 없으니 대신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서 기도드렸다. 이 방식으로 이슬람은 종교 권력을 키울 수 있었다. 한 장소에 모일 수 없다면 시간이라도 맞추고 한 방향을 보아야 한다는 원리다. 이 원리를 수업에 대입해 보자. 온라인 수업을 하면 같은 모니터 영상을 보기 때문에 한 방향을 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생방송이 아닌 녹화 영상을 보게 되면 같은 시간에 맞추지 못해서 선생님의 권위와 권력은 약해진다. 온라인 강의가 아무 때나 필요할 때 들을 수 있느냐, 아니면 생방송이냐에 따라서 선생님의 권위는 차이가 난다.
그래서 요즘 온라인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학회들은 자신들의 협회 행사의 권위를 위해서 강연을 실시간 온라인으로만 송출한다. 아무때나 볼 수 있을 때와 이때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마치 '한정판 제품(리미티드 에디션)'과 같은 개념이다. 온라인 데이터를 한정판으로 만드는 방법은 실시간 중계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권을 유지하기 위해 실시간 온라인 수업으로 지금의 학교를 대체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까? 코로나 위기를 통해 학교를 더 진화시킬 방법은 없을까?
초상화를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사람이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사진기가 나오면서 그 직업은 사라졌다. 대신 화가는 사물을 똑 같이 그려 내는 능력 대신 자신의 머릿속 생각을 그리는 것으로 작업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p. 095 : 3장. 천 명의 학생 천 개의 교육과정
수업이 보편화가 되면 처음에는 기존의 시공간적 제약으로 만들어지는 권위가 사라지는데 집착할 것이다. 교사들이 불필요하게 되는 게 아닌가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선생님의 역할이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다. 이제 화가는 어느 누구도 사진기와 경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선생님은 온라인 수업 동영상 속 일타강사와 경쟁하면 안 된다. 지식 전달의 기능은 일타강사나 유튜브 상의 각종 동영상 자료로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은 지식 전달이 전부가 아니다.
선생님은 지식 전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해답은 '대화'에 있다. 교육이라는 것이 선생님에서 학생으로 일방향으로 전수되는 흐름이 아닌, 학생과 대화를 통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서 학생들 내면의 것들을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 될 것이다. 학생 들 각자는 깊은 우물과도 같다. 선생님과의 대화는 두레박이다. 학생들 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잠재력을 긴 줄에 매달린 두레박으로 길어 내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21세기 선생님들은 20세기 화가들이 했던 고민을 해야 할 때다.
p. 148
둘째, 내려다보는 사람이 권력을 가진다는 원리다. 건축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은 모두 높은 자리에 앉아서 다른 사람을 내려다본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왕은 계단 위 높은 자리에서 마당에서 있는 신하를 내려다본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키가 작은 두목은 상대방을 올려다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뒤로 젖힌다. 그래야만 눈을 내리깔며 상대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내려다보는 시점을 만들 수 있고 이는 곧 자신이 더 강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폭 두목은 너나 할 것 없이 거만하게 고개를 뒤로 젖히고 최고 부하들은 목을 빼고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올려다본다.
이런 특징은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다른 유인원에게도 나타나는 동물적 본능이다. 흔히 말하는 얼짱 각도는 카메라가 위에서 내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찍는 것이다. 그래야 턱이 갸름하고 눈이 크게 나오기 때문이다. '애완동물 각도'라고 할 수 있다. 이 각도는 보호 본능을 자극하고 호감을 주는 각도이기도 하다. 만화 영화 <슈렉 2>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올려다보는 표정이 대표적이다. 반면 권력을 만드는 카메라 각도는 아래에서 위쪽으로, 보는 사람이 올려보는 듯한 각도로 찍는 것이다. 만화 영화 <라이온 킹> 각도다. 주인공 사자 '심바’는 바위 위에 올라서 있고 다른 동물들이 다 올려다보는 각도다. 보통 책상 위에 놓인 랩톱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로 찍으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것처럼 촬영된다. 이럴 때 나의 모습은 못생겨 보이지만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된다. 의도치 않게 권력자의 거만한 표정이 된다. 겸손하게 보이고 싶다면 책을 쌓아 놓고 그 위에 랩톱 컴퓨터를 올려놓고 화상회의 할 것을 추천한다. 장화 신은 고양이가 될 것이냐 심바가 될 것이냐는 카메라 앵글로 선택하면 된다.
p. 178 : 소셜 믹스와 재건축
우리는 소셜 믹스를 위해서 재건축할 때 같은 단지 내에 분양 아파트 옆에 임대 아파트를 넣었다. 몇 년이 지났더니 아파트 소유자들은 임대 주택 주민들과 엘리베이터도 공유하기 싫어하고 자녀들을 같은 학교에 보내기도 싫어하는 현상이 생겼다. 좋은 의도의 정책이 왜 실패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선하지 않은 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공산주의는 인간을 너무 착하게 봐서 실패했다. 인간은 결코 부와 권력을 공평하게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다. 역사를 보면 공평한 분배를 주장하던 자들이 나중에 오히려 독재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이 이렇게 이기적이기 때문에 소셜 믹스는 상대방의 배경이 어떤지 모르는 '익명성'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 공간 속에서 익명성의 소셜 믹스를 가능하게해 주는 장소가 공원, 벤치, 도서관이다. 이런 공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만들면 소셜 믹스가 된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긍정적인 소셜 믹스가 일어난 곳은 2002년 월드컵 때 시청 앞 광장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정치 성향, 소득 수준, 교육 수준, 성별, 나이, 종교적 배경과 상관없이 하나의 공통된 추억을 만들었다,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지금 시대에도 광화문 광장에 많은 사람이 모인적이 있지만 같은 정치적 이념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였던 추억이다, 그런 모임은 사회 전체를 통합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열시킨다. 투쟁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모임의 공간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한강공원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pp. 188,189
미래 도시에 새롭게 도입될 필수적인 지하 인프라 시설은 일반 자동차는 다니지 않고 자율주행 로봇만 다니는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터널’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도요타 자동차가 후지산 근처에 개발 중인 스마트시티 ‘우븐 시티 WovenCity’의 주요 아이디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븐시티에서는 도시의 한층 전체를 물류 터널로 이용한다면 내가 제시하는 것은 기존 대도시의 지하에 직경이 작은 터널을 뚫는 것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이같이 천장고가 낮은 지하 도로망으로 자율 주행 운송 로봇이 다니면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우선 로봇만 다니는 낮은 천장고의 터널은 트럭이 다니는 터널보다 단면이 10분의 1 이상 작기 때문에 건설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요즘은 지하 터널을 기계가 뚫기 때문에 공사 기간과 비용이 과거만큼 많이 들지 않는다. 둘째, 작은 크기의 운송 로봇은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1킬로그램짜리 피자를 배달할 때에도 60킬로그램 이상의 사람이 100킬로그램이 넘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한다. 결국 161킬로그램을 이동시키는 에너지가 소비된다. 택배 트럭은 배달 내내 다른 물건들도 싣고 다녀야 한다. 운송 로봇은 그런 낭비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10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 자율 주행로봇으로 피자를 배달한다면 사람까지 운반을 안해도 되기 때문에 가볍게 11킬로그램만 이동하면 된다. 에너지 효율이 16배 좋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게다가 5G 기술을 이용한 자율 주행 로봇은 헤드라이트도 켤 필요가 없고, 사거리에 신호등도 없이 교차로를 지나다닐 수 있다. 이동 속도와 흐름이 인간이 운전하는 교통수단과 비교가 안되게 효율적이다. 지하 자율 주행 로봇 전용 도로망은 지하 하수도, 지하철, 지하 광케이블 망처럼 경쟁력 있는 미래 도시의 필수 인프라 구조가 될 것이다.
p. 243
SF영화 [엘리시움]을 보면 부자들은 환경이 파괴된 지구를 탈출해서 우주 정거장 같은 인공 환경의 도시를 만들고 분리되어 생활한다. 그곳에는 완벽하게 쾌적한 자연환경이 있고 어떤 병에 걸려도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문제는 이곳엔 선택된 갑부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공 천국 개념의 공간은 영화 [메이즈 러너]에서도 나타난다.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전 지구를 덮을 때 인류가 생각해 낸 방식은 철저하게 출입이 통제된 도시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병에 걸리지 않은 선택받은자들만이 들어가서 생활하게 된다.
이러한 미래 사회의 공간이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것은 이러한 진화의 방향이 이기적인 인간에게 나타날 자연스러운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는 우주 정거장처럼 떠 있는 우주 도시 ‘스페이스 콜로니’를 기획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프린스턴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제라드 오닐Gerard O’Neil이 1975년에 생각해 낸 아이디어다. 지구와 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어서 힘이 제로가 되는 지점에 영화 [엘리시움]에서 나온 것과 같은 거대한 원형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중 도시 개념은 일본 만화 『총몽』에도 나오는 것으로, 거의 대부분의 SF 미래 상상 도시에 빠지지 않고 나온다.
주거 공간이건 상업 공간이건 이런 인공의 환경에서 선택된 사람들만 지낸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구분된 공간은 계층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그러한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여러 혁명의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p. 279 : 9장. 청년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
셰어하우스 브랜드 기업으로 집중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부동산과 동산 두 가지 자본의 날개 중 한 개의 날개로만 날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청년들은 부동산 날개가 잘렸으니 비트코인과 동학개미 주식만이 탈출구로 남은 것이 현실이다
집값이 폭등하고 은행 대출 없이 집을 사야 하는 세상이 되면 두 집단은 좋아한다. 바로 대자본가와 정치가들이다. 빈부 격차가 커질수록 자본가는 자본의 집중을 얻게 되고, 정치가는 집을 소유할 수 없어서 임대 주택을 구걸하는 표밭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악당을 잡으면 세상이 좋아진다고 믿지만 실제로 세상에는 악당과 그 악당을 손가락질하면서 그 상황을 통해서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챙기는 위선자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악당과 위선자 사이에서 국민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기적인 인간이 만드는 사회에서 권력은 쪼개서 나눠 가질수록 정의에 가까워진다. 돈은 권력이다. 따라서 부동산 자산은 권력이다. 부동산이 정부나 대자본가에 집중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서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정의로운 사회다. 내 아이를 위해서 거대 권력을 가진 정치가나 기업가가 착하기를 기대 하기보다는 부동산 자산이 나누어진 사회를 만들어 물려주고 싶다.
p. 297 : 10장. 국토 균형 발전을 만드는 방법 (화폐가 된 아파트)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은 아파트에 살고 있고, 아파트 디자인도 거의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85제곱미터로 제한해 놓은 중산층의 주거 형태는 방 세 개가 있는 똑같은 모양의 집이다. 내 집이나 친구의 집이나 다 똑같다 보니 내 집의 가치 판단 기준이 집값밖에 남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획일화가 되면 가치 판단의 기준은 정량화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집값, 성적, 연봉키, 체중 같은 정량화된 지표로 사람들을 평가한다. 우리나라 중산층의 기준은 5천만 원 이상의 연봉에 30평형대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2천 시시 (cc) 이상의 중형차를 끄는 것이다. 모든 기준이 정량화된 지표다.
반면에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중산층의 기준이 나만의 독특한 맛을 낼 줄 아는 요리를 할 수 있다, 즐기는 스포츠가 있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다, 외국어를 할 수 있다 같은 정성적 기준들이다. 이렇게 가치관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라이프 스타일이 전체주의적이라 부를 만큼 획일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량적 가치관으 로 행복을 측정하는 나라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
집의 모양이 어디를 가나 똑같은 아파트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있다. 바로 아파트가 화폐화 된다는 점이다. 지갑에 들어 있는 오만원권 지폐에는 신사임당이 그려져 있다. 같은 모양의 종이돈은 부산에 가도 있고, 광주에 가도 있고,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디를 가더라도 같은 모양의 돈을 교환하면서 경제적 활동을 한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p. 322 : 여주에서의 3일
“금요일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날이다. 수요일쯤에 스마트폰 앱으로 숙박 시설을 정하고 택배로 2박3일 동안 갈아입을 옷과 랩톱 컴퓨터를 여주의 숙소로 부쳤다. 금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고 여주로 향했다.
한강변의 시원한 경치를 보면서 자전거로 달리니 여주의 구도심에 위치한 숙소에 오전 11시경에 도착했다. 앱으로 체크인 된 숙소에는 내 옷이 옷장 안에 잘 정리돼 있었다. 숙소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가볍게 옷을 갈아입은 후 랩톱을 가방에 넣고 자전거를 타고 강가에 있는 자전거 서비스센터에 들렀다. 그곳에서 내 자전거 페달과 의자를 업그레이드 주문하고 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가볍게 자전거를 타고 남한강이 잘 보이는 카페에 자리 잡고 랩톱 컴퓨터로 필요한 업무를 봤다. 이곳에 오면 나 말고도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온 친구가 많다. 그 친구들과 여주 구 도심에 위치한 여러 재미난 장소에서 이틀간 간간이 일과 휴식을 취했다. 도시 전체가 여유롭다 보니 소설가나 음악가들의 작업실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여주는 바이크족들의 메카와 같은 곳이다. 나는 이곳의 도시 풍경과 라이프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언젠가는 이사 와서 여기에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일요일 오후 짐을 다시 택배로 부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p. 330
누구든지 들어와서 사용할 수 있게 개방했다. 건축 재료적으로는 1층에 투명한 유리를 사용하여 내부가 잘 들여다보이게 만들어 행인들이 들어가 보고 싶게 디자인했다. 이 교회의 특징 중 하나는 교회의 상징인 십자가를 보이지 않게 처리한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십자가를 눈에 띄게 하기 위해 가장 높은 곳에 배치하는데 그럴 경우 기독교인이 아니면 위화감을 느끼기 쉽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십자가를 건물의 모서리에 놓았고, 형태가 있는 모습으로 만들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빈 공간으로 십자가를 만들었다. 바람에 움직이는 나뭇잎 같은 모양의 수백 개의 철판으로 구성된 면을 만들고 십자가 모양으로 구멍을 뚫었다. 이로써 바람이 불 때마다 숲의 나뭇가지에서 나는 듯한 소리가 난다. 이 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무속 신앙인 이 교회에 들어와서 회심한 일도 있었다고 하니, 외부인에게 턱이 낮은 교회를 만들겠다는 목적은 달성된 듯하다.
또 다른 디자인상의 특징은 건축물의 주입면이 곡선으로 휘어져 있다는 점이다. 현대 도시의 건축물은 대부분 상자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건축 입면은 보통 평면으로 되어 있어서 길을 걷는 사람과 평행을 이루면서 아무런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건축물 같아 보인다. 이때 건축물의 입면을 곡면으로 만들면 두 종류의 현상을 갖게 된다. 건축 입면 곡면이 바깥쪽으로 볼록하게 휘게 되면 길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건물이 행인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반대로 곡면이 오목하게 들어가면 거리 위 행인을 품어 안는 느낌을 주게 된다. 우리를 안아 주는 사람의 팔은 동그란 원호를 그리게 되어 있다. 이러한 곡면 은 나를 안아 주는 느낌을 주는데, 건축 공간 중에서는 돔 아래에서
p. 337 : 11장, 공간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하기 : 뒷골목의 사람도 바다를 볼 수 있게
세 번째 프로젝트는 바닷가에 있는 카페다. 처음 이 카페를 디자인할 때에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실내 카페 면적을 최대한으로 키우기 위해 대지의 바닷가 쪽에 가로로 길게 건물을 배치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뒷골목을 지나는 행인의 입장에서 보면 카페 건물은 바다 풍경을 막는 병풍이 된다. 그리고 바다 경치를 보기 위해 서는 돈을 내고 카페에 들어가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해서 건물을 분절시켜 여러 개의 동으로 나누었다. 그래야만 골목길에 있는 사람도 건물과 건물 사이로 바다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 다. 이를 위해서 건축주를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건축주에게 새로운 디자인은 공사비를 줄이고 영업 면적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을 분동하면서 나누면 건물과 건물 사이에 빈 공간이 나오게 된다. 그만큼의 공사 면적은 줄어들게 된다. 물론 건축물 입면의 총량은 늘어나지만 대신에 여러 개의 건물을 나누어 짓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을 데크 공간으로 만들면 영업 면적이 된다. 게다가 각 동들을 다른 높이로 짓게 되면 낮은 건물의 옥상을 높은 건물에서 테라스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건축한 것보다 더 많은 영업 면적이 늘어나게 되면서 공사비는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일반적으로 카페의 모든 자리에서 바닷가를 볼 수 있게 1자로 만들면 카페의 모든 자리에서 보는 풍경이 다 똑같은 모양이 된다. 이 경우 한 번 찾아온 손님은 재방문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개의 건물로 분동 하면 여러 개의 다른 위치에서 각기 다른 풍경이 연출할 수 있다.
p. 344
처음에는 이 게임을 하는 아들을 보면서 쉴 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지 왜 게임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멍 때리면서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을 뒤에서 바라보다가 아들이 왜 이 게임을 하면서 쉬는지 깨달았다. 그에게는 메이플 스토리의 게임 배경 화면이 고향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스크린 속 게임 공간이 그에게는 내가 어려서 뛰놀던 골목길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어렵지 않은 메이플 스토리 게임을 하면서 움직이는 배경 화면을 보는 것은 아들에게는 움직이는 풍경을 보는 산책과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과 게임 같은 가상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상공간은 어른 세대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처럼 개인의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을 만 든다. 그리고 그 기준은 미래를 만든다.
코로나 블루와 공간
인류 문명의 역사는 시공간 확장의 역사다. 기차를 발명해서 내가 경험 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했고, 전화기 발명으로 내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영역을 확장했다. 백 년 전 조선 시대 때 사람은 평생 마을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은 더 넓은 공간을 경험하며 산다. 물론 우리가 사는 집은 최소한의 규모로 작지만, 대신에 현대인은 몇 천 원 커피 값을 내고 여러 카페 공간을 소비할 수 있고 멀리 해외여행도 갈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
p. 346 고래가 코끼리보다 큰 이유
코끼리는 체중이 몇 톤이지만 고래는 수십 톤에 달한다. 대체적으로 수중 포유류 동물은 육지 포유류 동물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가 차가운 바닷물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진대사가 많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몸집이 클수록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로 세로 높이의 길이가 2배가 되면 면적은 4배가 되지만 체적은 8배가 된다. 덩치가 커질수록 차가운 바닷물과 닿는 표면적의 늘어남에 비해 체적이 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때 바닷물과 닿지 않는 안쪽의 세포는 체온을 유지하는데 유리해진다. 그래서 가장 큰 수중 포유류는 가장 큰 육지 포유류보다 체중이 25배 정도 무겁다.
여기에 구조적인 이유가 추가된다. 길이가 2배 늘어나면 체적은 8배 늘어나서 체중은 8배가 된다. 늘어나는 무게는 오롯이 뼈가 지탱 해야 한다. 이때 뼈의 강도를 위해서 뼈의 단면적이 8배 늘어날 수는 없다. 단면적은 면적이기 때문에 4배만 늘어난다. 그러니 단위 면적당 받아 내야 하는 무게가 2배가 늘어나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단순 산술적으로 길이가 2배 늘어날 때마다 뼈의 밀도도 2배여야 늘어 나는 체중을 버틸 수가 있다.
그래서 동물은 몸집이 커질수록 뼈가 단단해져야 한다. 몸집이 작은 닭 뼈는 씹어 먹을 수 있지만 몸집이 큰 소뼈는 씹어 먹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뼈의 밀도가 늘어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육지 동물의 몸집은 무한대로 커지기 힘들다. 반면 바닷속에서 살면 늘어나는 체중을 물의 부력으로 감당할 수 있다. 그래서 고래는 코끼리보다 몸집이 수십 배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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