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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독서정리

열 여섯 번째 책 :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사이토 다카시

by 마파람94 2021. 4. 15.

열여섯 번째 책 :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사이토 다카시
 
혼자라서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하던 시절이 있습니다. 누구나 그런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있어서 각 연령대별 그러한 시간들을 돌이켜 봅니다.
 
10대 시절에는 고등학교 2-3학년 시절이었고, 20대에는 대학 입학하고 국방의 의무를 마치던 스물세 살 중반까지 였습니다. 이 시절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왔던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우습게도 스물 한두살에 손에는 엘빈토플러의 '제3의물결', '권력이동' 같은 책을 들고 다녔습니다. 30대에는 이전보다 상황은 좀 더 나았지만 그 나름대로의 고독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2009~2010년에 공간적인 고민과 고독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보니 이 책의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주장처럼, 나에게도 단독자, 자기력이 있었던 것으로 믿습니다. 그것은 '나는 평범한 사람들과 달라' '나는 내 길을 이루고야 말 거야'라는 힘이죠. 스스로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나의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한 자기 체면 같은 힘이 어려운 시절을 겪을 때마다 한 단계씩 나를 성장시킨 것이 내 유전자에 새겨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의 중요함을 KCW에게도 알려줘야 할 텐데 고민이네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읽고 난 이후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주장에 과거 나에게 있던 시간들이 주마등 같이 중첩되어지나 갑니다.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으면서 그은 밑줄들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내가 읽은 진짜 책

 
 
p. 017 : 내 인생이 10년 만에 뒤바뀐 이유
현역 수험생이라면 몇 년 동안 쏟아온 힘을 그대로 발휘하면 되지만 재수생은 상대적으로 더 절박하다. 중요한 날이니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말로 합리화할 수도 없다.

서른을 넘기면 인생에서 1년 정도는 늦어도 상관없다고 대범하게 말할 수 있다. 지금의 나라면 '1년 늦은 것 정도야 하겠지만 10대 때 1년은 한없이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 운동에 빠져 입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재수를 했지만 그렇더라도 다시 1년을 대입을 위해 허비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상황도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제2 고독기인 직업을 찾던 시기에도 이때와 비슷한 고뇌를 맛보았다. 예를 들어 '○○ 대학의 학생이다' △사의 사원이다. 라고 하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는다. 하지만 대입에 실패한 나는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었다. 학원생이었지만 아침 잠이 많아 학원을 제대로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때는 뒤처진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반드시 증명하겠다는 집념이 무엇보다 강했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현역으로 들어온 한 살 아래 학생들에게 반말을 듣고, 원래대로라면 동급생일 선배들에게 함부로 불리는게 기분 나빠서 견딜 수가 없었다.


p. 021 : 혼자만의 시간이 항상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메이지인의 기억』이라는 아이즈 번사(일본 무사의 한 종류)의 유언이나 베토벤의 생애 고흐의 편지 외에도 밀레나 괴테와 같은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여 탐독했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을 한껏 크게 틀어놓고 귀가 들리지 않게 된 베토벤과 나를 동일시하고, 고흐의 화집에 실려 있는 그의 자화상을 보며 고갱과 사이가 틀어져 귀까지 자른 그의 비통함에 빠져들었다.

어릴 적부터 신동으로 추앙받던 모차르트도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을 맛보았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모차르트가 가진 재능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넘치는 재능을 지닌 고독한 위인의 인생관이나 심리 세계에 심취했다. '아, 이 사람과는 통하는 데가 있구나'라고 하면서 정신적인 친구를 꽤 늘리고 있었다. 또 특출한 사람이 안고 있는 고독감이나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아 생기는 외로움과 초조함을 아주 친근하게 느꼈다. 괴테 아저씨나 고흐 아저씨의 존재는 나의 유일한 등불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공감할 수 있었던 가장 현대적인 인물은 기껏해야 고바야시 히데오(일본의 평론가)였다. 당시의 나는 시대의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p. 038 : 모두와 잘 지내기위해 노력하지 마라.
아사노 아쓰코의 소설 배터리에 나오는 하라다 다쿠미는 자기력에 의해 성장해가는 소년이다. 다쿠미는 투수로서의 자기 재능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갖고 있다. 홀로 연습에 몰두하고, 그런 노력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깊은 신뢰를 다진다.

그는 좋은 습관을 갖고 있지만, 강속구를 던지는 자신을 스스로 에이스라 말하는 건방진 캐릭터이기도 하다. 심지어 친구에 게조차 "함부로 손대지 마"라고 말한다.

다쿠미는 스스로도 자신을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사춘기 때는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다루기 어려운 면이 있게 마련이다. "가까이 오지 마, 손대지 마"라고 말하는 오만한 당당함도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은 갖는 빛남일 것이다.

이 시기에는 가족 안에 있어도 단독자가 되려고 한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대부분 그런 생각은 사라진다.

자기력은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나는 자기력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힘은 '젊음'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서른다섯 살이 될 때까지도 자기력을 유지했다.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았지만 그 나이가 돼서도 '내 실력은 이 정도가 아니다'라는 자부심이 남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그 기저에는 어제의 나, 1년 전의 나, 10년 전의 ...……… 즉, 어느 구획마다 과거의 나와 단절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는 똑 같아 보여도 삼단 발사 로켓처럼 과거의 나를 분리하면서, 아득히 높은 곳을 향해 가고 싶었다. 그만큼 나 자신에 대한 기대와 자부심이 컸다. 

 
 
p. 042 : 남의 인정이 독이 될수도 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항상 승부 의식을 가지면 어떤 일에든 진지하게 임할 수 있다.

남아돌거라 생각했던 에너지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줄어든다. 특히 30대 이후를 살아가려면 젊은 시절에 에너지를 기술로 전환해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전거는 넘어지는 것이 아무 렇지도 않은 시기에 타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나중에는 배우기가 힘들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시절에 습관처럼 도전을 해온 사람들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시기에 기술을 익혀두면 얼마간의 공백이 있어도 바로 다시 다양한 활동에 응용할 수 있다. 그 기술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이나 에너지를 기술로 전환하는 시간으로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고독한 시기에 자신을 단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필요하면 언제든 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어른이 되면, 사춘기 때처럼 자신을 몰아붙이는 듯한 고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고독할 때 힘을 키울 수 있다. 사춘기 때만큼 집중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 한 밤에 고독한 영혼을 끌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p. 050 : 중요한 순간에는 관계도 끊어라. 

"선비란 헤어진지 사흘이 지나 다시 만날 때 눈을 비비고 다시 불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한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이 속담처럼 사흘 동안 서로가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면, 혼자 있는 시간을 이상적으로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신뢰하는 친구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지 않아도 좋다. 만나지 않는 동안 서로가 고독 속에서 절차탁마(옥이나 돌 따위를 갈고닦아서 빛을 낸다는 뜻)해간다고 마음먹으면 의지가 생긴다. 마음속에 의지할 만한 사람이 있으니 정신적으로도 외롭지 않다.

요즘 20대에게는 애초에 적극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청년기 특히 10대, 20대 때 진짜 힘을 키우지 않으면 인생은 보잘것없이 끝나버린다. 원하는 일을 하고, 인생을 풍요롭게 살고 싶다면 인생의 어느 시기에 스스로 교제를 끊을 필요도 있다.

중학교 친구 중에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공부할 시간이 없다며 내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때 한창 고독에 빠져 24시간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하루 종일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말은 변명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며 거침없이 퍼부었다. 


p. 051
인생에는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있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교제를 완벽하게 끊고 하고 있는 일도 철저히 정리하여 생활 전체를 점검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온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수입이 없어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감수한다면 24시간을 손에 넣기란 의외로 간단하다.

친구는 내 말에 엄청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 만나 보니 "역시 교제를 줄이니 놀랄 만큼 많은 시간이 생겼다며 나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치열하게 공부하여 간절히 바라던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물론 평생을 철저한 고독 속에서 살 순 없다. 혼자 살 수도 없다. 하지만 중요한 시험이나 일의 마감처럼 특별히 집중을 필요로 하는 기간에는 이 방법이 효과적이다.

원치 않던 고독에 빠지면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고독을 직면하면 강해진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 보여도 젊은 시절에 몇 년 정도는 고독의 시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 단독자의 혼이 밑바탕에 수맥처럼 쉽 없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혼자가 되면 되는 대로 충실하고 창조적인 시간을 만들어 낼수 있다.


p. 057 : 세상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할 때
평소에 몸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잘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판단에 막힘이 없고 실패도 적다. 하지만 한창 고독에 빠져 있을 때는 몸에 관심을 두고 몸의 상태를 섬세하게 알기를 두려워한다.

한때 요가와 선)에 빠졌던 적이 있는데, 수행 중에는 다른 사람과 말도 섞지 않고 완전한 단독자 상태가 돼야 한다. 요가와 선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수행은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도록 돕는다. 선 수행은 에너지를 내면에 축적하고 자신을 직면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것을 머리로만 하려고 하면 힘만 빼기 십상이다. 철저하게 몸의 감각을 믿고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포인트는 호흡이다.

호흡을 할 때는 입을 다물고 코부터 단숨에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일단 숨을 멈춘 다음 되도록 천천히 입으로 내쉰다. 이것을 '3.2.15'의 리듬으로 실시한다. 이때 공기가 들어오는 느낌과 나가는 느낌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의외로 어렵다. 숨을 다 내쉴 때까지 기를 흩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은 '한 생명의 삶과 죽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숨을 내쉴 때는 가볍게 한 번 죽음을 맞는다고 생각한다. 즉, 호흡을 할 때마다 '삶에서 죽음으로'를 반복하여 떠올리면서 지금 살아 있는 세상과의 거리감을 느껴본다. 


 
p. 063 : 지금 자신의 상태부터 파악하라
1. 자신을 돌아본다., 2. 교양을 쌓는다., 3. 일기를 쓴다.

이 세 가지 방법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다. 혼자인 시간에 이런 기회를 갖는다면 도전의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1. 자신을 돌아본다. : '거울'을 사용하여 내면 들여다보기

보통 거울은 외모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여기서 소개할 것은 조금 다른 거울 사용법이다.

거울을 볼 때 사람은 의외로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한 다. 살이 쪘네' '안색이 어둡군' 등 단순한 반응에서 시작하여 조금 익숙해지면 정신적인 소통을 하고 싶어 한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지금도 20대 때와 같은 열정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나'와 같이 자신을 향해 직접적인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이런 소통이 가능하다면 그 사람은 상급자다. 


p. 090 : 자기 긍정의 힘을 키워라 
중요한 것은 자신 안의 원형(原型)을 언제 만드는 가이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나만의 사고방식의 원형을 확립했다. 그때 내 일의 원형을 갈고닦았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흔히 오래 함께한 부부는 전우와 같다고 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경제 공동체, 운명 공동체로 살아가니 그런 기분도 들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전우라 생각하고, 전우로서 사랑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던 지난날의 자신을 알고 있는 것은 자기뿐이 기 때문이다.


097 : 생각만으로 안정을 주는 마인드 컨트롤
 뭐라고 할까……… 머리가 나빠서 잘 표현하진 못하겠지만요. 이렇게 불을 보고 있으면 까닭없이 참 평화로워져요."

미야케 씨는 곰곰이 생각에 빠진 듯하더니 말했다.

"불이란 건 말이야. 그 형태가 자유롭지 자유롭기 때문에 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무엇으로든 보이거든 준코가 불을 보고 평 화로워진다면 그건 준코 속에 있는 평화로운 마음이 거기에 비치기 때문이야. 그런 걸 이해할 수 있겠어?"

무라카미 하루키. 「다리미가 있는 풍경」 중에서

다음은 '땅' 이야기를 해보자.

땅과 연관된 것은 인간에게 편안함을 준다. 흙과 진흙, 더 넓게는 보석도 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미야자와 겐지는 보석을 땅속에서 수백만 년의 시간을 갈고닦은 것으로 그리곤 했다.

아이들은 진흙 덩어리나 진흙 터널 만드는 놀이를 좋아하는데, 사실 어른들도 좋아한다. 도예가 바로 어른들의 진흙 놀이다. 많은 사람들이 흙을 이기거나 물레를 돌려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물레를 돌린다고 할 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돌리는 것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때는 선생님이 있어도 오롯이 혼자서 그릇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p. 100
시인은 우리에게 다양한 이미지와 이마주를 부여해준다. 뒤에서 소개될 나카하라 주야의 시 '달밤의 해변'에서, 달밤에 단추를 줍고 버리지 않는 것은 이미지이지만 "더러움을 버린 슬픔에 / 오늘도 가랑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이마주다. 이렇게 삶 이 우리에게 주는 감정들을 충분히 맛보려면 역시 고독한 상황과 고독한 몽상이 필요하다.

우주적 몽상은 우리가 계속해서 연구하듯이 고독한 상태의 현상이며 몽상가의 영혼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현상이다. (…) 우주적 이 마주는 흔에, 고독한 흔에, 모든 고독의 원리인 혼에 속한 것임을 증명할 수 있다.

_가스통 바슐라르, 몽상의 시학 중에서

그런 의미에서는 이마주의 세계가 빈약한 인생은 심하게 표층적이고 단조로울 것이다. 몽상하는 사람만이 삶의 근원적인 의미에 다다를 수 있다.


p. 110 :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리는 따로 있다.
특훈이란 바닥에 앉아 몸을 앞으로 뻗는 것이다. 몸을 숙일 때 숨을 깊이 내쉬면 수 센티미터씩 유연성이 늘어난다. 특훈의 성과로 몸의 균형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몸을 다루는 원리를 발견하면 그것만으로 처진 기분을 회복할 수 있다.

또 한가지 내가 기분을 회복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욕실에서 허밍을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느끼지만 이때만큼은 혼자인게 편안하고 즐겁다. 목욕을 하면서 허밍을 하는 시간은 오히려 혼자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몇 안 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몸을 울려보자. 그 진동은 더없이 편안하다. 허밍뿐 아니라 소리 내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예전부터 있었던 자신의 몸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발성에는 시 낭송이나 노 래, 염불 등도 포함되는데, 예전에는 마을 여기저기서 시나 노래 를 읊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휴대용 플레이어로 어디서든 음악을 듣고 몸을 흔드는 것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기분 좋게 하나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헤드폰을 쓰고 타인이 만든 음악으로 뇌와 몸을 마비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


 
p. 112
도음은 공기를 매개로 고막을 진동시키고 그것이 청각 신경을 자극하여 뇌가 음악으로 인식하게 한다. 하지만 음에는 '골도음 이라는 음도 있다. 음은 고막을 진동시키지 않고 두개 골 등의 뼈로 전해져 직접 청각 신경을 자극한다. 지금까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개념이지만 이미 '뼈 전도 기능'을 탑재한 휴대전 화가 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평소 자기가 생각한 목소리와 달라 이질감을 느낀다. 자신의 목소리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녹음된 목소리를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기도음골도음이 합쳐진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목소리의 울림은 두개골이나 턱 등의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즉, 다양한 유전적 형질이 모두 합쳐져서 '소리'가 만들어지는데, 보통 골도음만으로 이루어진 음의 울림이 더 좋다.

소리의 울림을 노래보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허밍이다. 허밍은 음의 진동, 바이브레이션 그 자체다. 허밍으로 우리는 음의 진동을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진동이 공기나 물을 매개로 전해지면 울림을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습도가 높은 욕실 욕조에 잠겨 허밍을 하면 몸이 물과 어우러져 이완되고 울림이 강해져 편안한 상태가 된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욕실에서의 허밍을 추천한다.


p. 115 : 나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재충전하라.
여성 잡지에는 매일같이 일상을 즐기기 위한 특집 기사가 실려 여자들은 세심한 정보를 계속 얻는다. 물론 남성 잡지도 있지만 남자의 서재나 자동차, 문구류 등 정해진 소재를 벗어나지 못한다. '꽃중년'의 멋 내기 방법 같은 정보도 전부 여성을 의식해 서 여성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멋을 내기 위한 것이지, 남자들 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

내가 보내는 가장 풍요로운 시간은 목욕이지만 욕조에 잠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여자들처럼 입욕제나 캔들까지 신경 쓰지는 않는다.

남자들이 '음. 멋진 혼자만의 시간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을 장면이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이 멋지게 맥주를 마시는 장면 정도일 것이다. 그 정도로 남자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정형화되어 있다. 담배, 중절모, 트렌치코 트로 상징되는 미국의 옛 영화배우 험프리 보가트가 완성시킨 남자의 세계에 수십 년 동안 발만 담근 채 아무런 변화 없이 지 내온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의 미학을 대표하는 아이템이었던 담배도 지금은 세계적인 금연 열풍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p. 120 :  떠날수 있는 용기
낯선 도시가 주는 분위기 때문에 이방인이 된 것 같은 신기한 해방감을 느낄 때가 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방언도 묘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여행이 습관이 된 사람 중에는 방랑이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 한 사람도 있다. 산토카나 호우사이도 고독을 품고 속세를 떠나 자유로이 시를 읊었다

"들어올 것 없는 양손으로 받는다" "기침을 해도 혼자"와 같은 호우사이의 시구는 외로움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여 마음을 아리게 한다.

그러나 산토카의 시구에는 유머가 있다. 그 대비를 통해 보다 선명한 고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뒷모습이 눈물을 흘리고 떠 나가는구나" "헤치고 들어가도 헤치고 들어가도 푸른 산" "어찌할 바 모르는 내가 걷고 있다" "똑바른 길이라 외롭구나" 등의 시구는 그야말로 '떠남'을 동경하는 사람들의 바이블이다.

그들뿐 아니라 문학가 중에는 방랑자가 많다. 마쓰오 바쇼, 고 바야시 잇사, 헤밍웨이, 헨리 밀러 등이 그렇다. 고이즈미 야쿠 모(라프카티오 한)도 방랑자다. 그는 그리스에서 태어난 영국인으로 19세에 미국으로 건너와 40세가 되던 해에 일본으로 와서 귀화했다.

사실 방랑은 그 자체가 고독을 즐기는 기술이다.


p. 126 : 자유롭게 그러나 현실적으로 
스너프킨은 고독과 자유를 사랑하여 혼자만의 시간이 없으면 안 되는 독특한 캐릭터다. 스너프킨은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명석하고 지적이다. 마을 한복판이 아닌 조금 외진 곳에 사는 방랑자로, 마을에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상담도 자주하며서 이웃의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중략-
 
인간은 의외로 무언가를 꾸준히 할 때 가장 상태가 좋다. 계속 움직이는 톱니바퀴를 멈춘 다음 다시 돌리려고 하면 잘 돌아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스너프킨 처럼 계절 내내 온전히 쉬어야 재충전이 된다면 그래도 좋다. 하지만 대부분은 주말만 충전해도 상태가 나아지낟. 중요한 것은 스스로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낼 나름의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다.
 

하모니커 부는 스너프킨 : https://imgur.com/gallery/UJxOR/comment/1301610505

 
나이가 들수록 꿈과 타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형편없는 사람 꿈을 현실로 이루지 못한 사람으로 여기고 실패자로 생각하게 된다. 좌절을 경험했다면 그 후에 꿈을 조금씩 수정해가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어른의 공부가 필요하다.

스너프킨적인 사람은 자신의 꿈이나 고독을 현실 가운데서 잘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행동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는 남 다른 깊이가 생겨 스너프킨 같은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p. 129 : 우울한 세상을 지나가는 법
요즘에는 '랩이 최고!'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친구끼리 어깨를 끌어안고 적당히 흥이 오르면 혼자 고민할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원래 사춘기에는 누구나 감당할 수 없는 우울을 안고 산다. 그것을 시대의 분위기라 넘겨짚고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절대 성장할 수 없다.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고개 숙인 청년'에는 눈앞의 것(구겨진 비옷, 카레빵)에만 연연하는 시대적 분위기에 저항하는 화자의 목 소리가 담겨져 있다.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숙임으로써

너는 내게 묻는다

내가 무엇에 목숨을 걸었는가를

꾸겨진 비웃과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카레빵과

화살처럼 올곧은 영혼과

그것밖에는 갖지 못한 자의 걱정으로

그것밖에는 가지려 하지 않은 자의 소탈함으로

"다니카와 쇼타로, '고개 숙인 청년' 중에서


 
p. 138 : 책은 모든것을 말해 준다.
「방장기」, 가모노초메이

모노초메이는 헤이안 말기 교토 시모가모 신사의 신관 가문에서 태어났다. 전도유망한 사람이었지만 늦은 나이에 출가하여 방장이라는 암자를 짓고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하며 생애를 마쳤다. 이 책은 내내 삶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무상관을 노래하는데, 그러한 무상관은 고독을 이해하는 데 적절한 관점이다.

「한 줌의 모래, 이시카와 다쿠보쿠

"이시카와 다쿠보쿠는 감성적인 표현의 달인이다. "일을 해도 / 일을 해도 여전히 고달픈 살림 / 물끄러미 손바닥을 보고 또 보네"와 같이 혼자 있을 때의 공허함을 읊는가 하면, “벗들이 다 나보다 훌륭하게 보이는 날엔 / 꽃을 사들고 와 아내와 즐기리라” “동쪽 바다 자그만 섬 하얀 백사장에 / 나는 눈물에 젖어 게 와 벗하였노라” 등 고독감을 위로해주는 노래를 옮기도 했다.
 
혼자일 때 흥얼거리기만 해도 나만 외로운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위로받고, 자연스레 작가와 정서적으로 연대하게 된다.


p. 151 : 혼자 있을 때 볼수 없던 것을 본다.
깃발은 펄럭펄럭 펄럭이기만
허공 깊숙이 춤추며 들어가는 것 같다
_나카하라 주야, 천' 중에서

'달밤의 해변'이라는 시는 달밤에 파도치는 바다에서 단추를 줍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것을 주워서 어딘가에 쓰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나
달을 향한 그것을 내버려 두지 못하고 파도를 향한 그것을 내버려두지 못하고
나는 그것을 소맷자락에 넣었다
달 밝은 밤에 주운 단추는
어째서 버려지게 되었나
나카하라 주야, '달밤의 해변 중에서

이 시는 타인과의 추억을 그리는 시가 아니다. 시의 화자는 보잘것없는 단추를 버리려고 하는데 버릴 수가 없다. 버려진 단추의 자신을 투영했기 때문이다.

p. 161 : 능력보다 중요한 자기기대감.
그는 구제 고교생(1950년까지 있었던 일본 교육 기관으로, 교육 내용은 오늘날 대학 교육에 상당했다) 이었으니 누가 봐도 어엿한 엘리트였다. 하지만 엘리트였기 때문에 자신에게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날마다 노력하면서 성장할 자신의 모습을 확신하고 있었다.

말이 쉽지, 스스로에게 기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 있는 사람일수록 자부심이 클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생각, 즉 자기력(自期力)은 재능과 무관하다. 하지만 재능이 좀 부족하더라도 높은 자기력을 갖고 있다면 그것 이 성장의 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하야시의 글에서 “평범한 사람을 증오한다"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 '이 사람은 어딘가 비뚤어진 사람이구나 친구도 없을 거야'라고 동정했지만, 동시에 나 자신과 너무나 닮아 있어 거울을 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오만한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 시절, 그 정도의 오만함은 가져도 되지 않을까, 자기 존재에 대한 강한 자신과 그로 인한 오만함에 의해 스스로에 대한 강한 믿음이 생겨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젊은 시절 가눌 길 없는 고독을 버티게 해 줄 힘은 자신에 대한 기대밖에 없다. 나는 자기에 대한 기대를 뜻하는 '자기력'이라는 말을 학창 시절 내내 가슴에 새겼다.


p. 169 : 한계를 알아야 가능성을 알수 있다.
또 좋은 화도 작품에는 늠름한 풍정(情)이 있다. 꽃은 고독하게, 자신의 세계를 갖고 힘 있게 우뚝 서 있다. 그래서 꽃을 통해 살아 있는 인간의 강한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한 유파의 분에게 들은 바로는 다도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대에 센노리큐가 완성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리큐는 히데요시 로 인해 죽음에 내몰렸다. 하지만 그는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정신이 다도의 기본 정신이 될 수 있었다.

전통적인 일본 문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고요하게 보여도 그 밑바탕에는 은근한 긴장감이 흐른다. 다도를 떠올려보자. 다도는 그냥 차를 즐기는 시간과 다르다. 지금 이 순간이 일생에 오직 한 번밖에 오지 않을 만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하는 사람들을 더욱 온화하게 배려하고 환대한다. 그것을 의식하는 사람들과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모임에는 절도가 있고 좋은 긴장감이 흐른다.

그러한 일본 문화의 전통적인 정신은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에서 말한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하이데거는 "죽음을 외면하고 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존재에 마음을 쓸 수 없다. 죽음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자신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영향을 준다”


p. 180 : 이해해야 이해받는다.
감정을 이입하여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영화는 재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헤어진 애인과 함께 자주 불렀던 노래가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면 시도 때도 없이 그때를 떠올린다. 언젠가는 노래방에서 한 참 노래하다가 울음을 터트린 친구가 있었다. 그때 "너 왜 울어? 슬픈 노래도 아닌데?"라고 물었더니 친구가 "이 노래를 들으면 옛날 생각이 나. 그때 정말 행복했는데.. "라고 대답했다. 나는 친구의 마음에 백번 공감했다.

나에게도 이별 주제가가 있었다. 서로에게 소원함을 느끼는 시기에 비슷한 내용의 노래를 들으면 이상하게 그때의 멜로디 나가사가 한참 동안 마음에 남는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이별했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런 노래는 한참을 마음에서 지울 수 없다.

문학도 같은 의미에서 마음을 울린다. 예를 들어 비련의 명작 춘희(라트라비아타)』가 변함없이 사랑받는 것은 인간의 기본 감성인 사람의 마음이 엇갈리는 비극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는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깊게 만나지 않고 '썸'만 타기 도 한다. 3~4개월 정도 사귀다가 헤어지는 일도 흔하다. 더 심할 때는 겨우 며칠 사귀다가 헤어진다. 사귀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도 점점 빨라진다. 


 
p. 189 : 약속한 것과 단절하라.
여자들은 그런 사람을 '오타쿠' 같다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자들도 본능적으로 여자들이 그런 성향을 꺼려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수집가라는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결혼 후에야 남편이 미니카 오타쿠였다는 것을 알고 아연실색했다는 이야기도 꽤 들었다.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남자가 좋다는 여자도 많다. 하지만 '자기만의 세계'라는 의미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똑같이 자기만의 세계를 즐기더라도 '오타쿠 같은 수집가'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은 인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 둘은 어떻게 다를까.

오타쿠적인 수집가가 갖는 문제 중 하나는 정신적인 성장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니카 라면 미니카 세계에, 전투 피규어라면 전투 피규어 세계에 집착하여 이대로 사는 게 좋아. 정신적인 성장 같은 건 관심 없어. 이 세계 이외에는 관심 없다'며 수집 대상 이외의 것은 밀어낸다.

성장하려면 적어도 한 번은 익숙한 지점에서 빠져나와 그것들과 단절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수집가처럼 자신의 쾌락에 안주하는 것은 행복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안정감을 주지만, 결국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로 남을 뿐이다. 그런 사회성 없는 상대를 인생의 파트너로 삼는 것은 불안한 일 아닐까.


 
p. 200 : 고전에 의지하라
고독은 나와 위인들을 잇는 지하수맥이기도 하다. 나는 그 사실에 큰 희열을 느꼈다. 괴테가 파고, 다자이 오사무가 판 장대한 문화와 예술의 수맥은 깊고 넓어 막히는 법이 없다. 수맥을 향해 파내려가다 보면 그들 또한 이전에 수맥을 판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지하수맥에 내려가다 보면 대단한 사람들이 북적이는 어마어마한 흐름을 볼 수 있다. 그런 고독은 하나도 두려울 게 없다.


p. 201
하지만 혼자서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려서는 수맥을 향해 갈 수 없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고민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는 영원히 지하수맥에 도달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음악을 끄고 '나는 어떤 존재인가?' 하고 생각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자기만의 얕은 생각으로는 수맥을 향해 파내려가기 어렵다. 자기만의 힘으로 파내려 가는 것은 아무런 장비 없이 손으로 땅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손으로 땅을 파다 보면 진행 속도도 느리고 손도 아프다. 게다가 힘도 점점 떨어진다. 적당히 파다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포기하기 쉽다. 혼자만의 힘으로 가닿을 수 있는 곳은 그 정도 깊이다. 그 정도로는 지하에서 우물물이 솟아나지 않는다.

그런 평탄함이 행복이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사람은 살아가는 한 고독을 피하기 어렵다. 아무리 평탄한 삶을 산다고 해도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이나 공허감은 피할 수 없다. 때로는 불안이나 공허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실체를 모른채 한없이 끌어안는 경우도 많다. 근본적인 문제와 직면하지 않으면 공허한 행동을 끝없이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책을 매개로 내면을 파고든다면 진행 속도는 놀랄 만 큼 빨라진다. 책이 지하수맥을 향해 갈 때 도르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책의 주인공이 네비게이터가 되어 정신의 깊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 만일 어느 정도 자신의 기질이나 처한 상황에 맞는 주인공을 만난다면 자신이 맞이할 고독의 예행 연습을 할 수도 있다.


 
 
p. 205
오래된 히트곡이기는 하지만 카르멘 마키(일본의 가수)가 부른 '때론 엄마 없는 아이처럼 (데라야마 슈지가 주재하고 있던 극단 천정 天'에 신입 여배우로 입단한 카르맨 마키의 데뷔곡이다)'이라는 곡은 데라야마 슈지(극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가가 작사한 곡이다.
 
“때론 엄마 없는 아이처럼 /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고 싶어/ 때론 엄마 없는 아이처럼 / 혼자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라고 외로운 마음을 노래한 데라야마의 삶의 여정을 알아가다 보면 이 곡이 가슴에 보다 깊이 스며들 것이다.

지하수맥에 도달하려면 어쨌든 언어라는 도구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솔메이트를 찾는다는 기분으로 독서해야 한다.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고독에 짓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p. 214 : 해설
최근에 블로그나 트위트에 속마음 ~ 중략 ~ 라면서 서로를 갉아먹는다. 결국 모두 외로워질 뿐이다. 그뿐 아니라 오가는 말들이 가벼우면 아무리 많은 말을 주고받아도 진짜 마음은 전해지지 않는 공허함이 생긴다.

모든 인간은 고독하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모든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억에 근거하여 받아들인다.

"인간만 고독한 것은 아니다. 살아 있는 모든 동물도 고독의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다. 살아 있는 한 누구나 혼자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평소 생활 속에서 고독을 받아들이는 연습은 가능하다. 내가 권하는 방법은 타인과 이야기할 때 자신의 마음속에 생기는 감정과 생각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면 타인에게 들은 말이 마음속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완전히 차단하지 말고, 소통 가운데서 고독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 다. 그것이 자신과 마주하는 첫걸음 아닐까.

중요한 것은 고독을 피하지 말고, 자신은 물론 상대 역시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고독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그것이 나약한 자신을 알아가면서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이 책에서는 그 연습을 적용하여 멋지게 고독을 돌파한 어른의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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