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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독서정리

아홉 번째 책 : 사피엔스 - 유발하라리

by 마파람94 2021. 3. 15.

 

아홉 번째 책 유발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를 읽었습니다. 600쪽에 걸친 내용들이 짧지 않은 다큐멘터리를 몇부작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유발하라리 교수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를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균쇠에 영감을 받아 지필했다고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총균쇠의 흔적들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읽은 총균쇠를 다시한번 책을 펼까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유발하라리 교수는 진정한 이야기 꾼인것 같습니다. 사피엔스의 내용을 이해해서 알려면 정말로 딱딱하고 어려운 분야일 것 같은데, 이 내용들을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재미 있게 나열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여느때 처럼 밑줄 거은 책 내용들을 옮겨와 봅니다. 

 

 

p. 48

역사학 교수들이 함께 점심을 먹을 때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에 대해 대화할 것 같은가? 핵물리학자들이 휴식시간에 쿼크에 대한 과학적 대화를 나눌 것 같은가? 물론 그럴 때도 있겠지만, 대개는 자기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을 적발한 교수, 학과장과 학장 사이의 불화, 동료 중 하나가 연구기금으로 렉서스 자동차를 샀다는 루머 등을 소재로 한 뒷담화를 떠든다. 소문은 주로 나쁜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언론인은 원래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었고 언론인들은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무임 승차자인지를 사회에 알려서 사회를 이들로부터 보호한다.

아마도 뒷담화 이론과 '강변에 사자가 있다' 이론은 둘 다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언어의 진정한 특이성은 사람이나 사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전혀 존재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한, 직접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 맡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 껏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는 사피엔스뿐이다.

전설, 신화, 신, 종교는 인지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이전의 많은 동물과 인간종이 “조심해! 사자야!" 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인지혁명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자는 우리 종족의 수호령이다." 허구를 말 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아침을 먹기도 전에 불가능한 일을 여섯 가지나 믿어버릴수 있다는 데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것이다. 원숭이를 설득하여 지금 우리에게 바나나 한 개를
 준다면 죽은 뒤 원숭이 천국에서 무한히 많은 바나나를 갖게 될 거라고 믿게끔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p.60
대부분의 인권 운동가들은 인권이 존재한다고 진지하게 믿는다. 2011년 유엔이 리비아 정부에 시민의 인권을 존중하라고 요구했을 때 거짓말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설령 유엔도 리비아도 인권도 우리의 풍부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일지라도 말이다.

 

인지혁명 이후, 사피엔스는 이중의 실제 속에서 살게 되었다. 한쪽에는 강, 나무, 사자 라는 객관적 실재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신, 국가, 법인이 라는 가상의 실재가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상의 실재는 점점 더 강력해졌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강과 나무와 사자의 생존이 미국이나 구글 같은 가상의 실재들의 자비에 좌우될 지경이다.

단어를 통해 가상의 실재를 창조하는 능력은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일도 했다.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신화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로 신화를 바꾸면 인간의 협력방식도 바뀔 수 있다.

 

상황이 맞아떨어지면 신화는 급속하게 바뀐다. 1789년 프랑스인들은 왕권의 신성함이라는 신화를 믿다가 거의 하룻밤 새 국민의 주권이라는 신화로 돌아섰다. 그 결과 인지혁명 이후 호모 사피엔스는 필요의 변화에 발맞춰 행동을 신속하게 바꿀 수 있었다. 이것은 유전적 혁명이라는 교통체증을 우회하는 고속도로, 즉 문화혁명의 길을 열었다. 이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주행하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협력하는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인간 및 동물종을 크게 앞질렀다.

 

 

p.93 : 15,000~2만년 전 라스코 동굴의 벽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이며, 그림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부 주장에 따르면 이것은 새의 머리를 하고 성기를 발기시킨 남자가 들소에게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다. 이 남자의 아래에 있는 또 한마리의 새는 그가 죽는 순간 육체에서 빠져나오는 영혼을 상징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그림은 평범한 사냥 사고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다음 세상으로의 통행을 묘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추론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맞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것은 고대 수렵채집인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주지 않고 현대 학자들의 선입견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로르샤흐 심리테스트 같다.

 

 

 

 

P. 94 : 수렵채집인들이 약 9천년 전 아르헨티나의 '손 동굴'에 이렇게 손도장을 찍었다. 마치 오래전에 사망한 이가 바위속에서 우리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고대 수렵채집 사회의 유물 중 우리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p.135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 중 상당수는 돈을 많이 벌어 35세에 은퇴해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유수 회사들에 들어가 힘들게 일한다. 하지만 막상 그 나이가 되면 거액의 주택 융자, 학교에 다니는 자녀, 적어도 두 대의 차가 있어야 하는 교외의 집, 정말 좋은 와인과 멋진 해외 휴가가 없다면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들이 뭘 어떻게 할까? 뿌리채소나 캐는 삶으로 돌아갈까? 이들은 노력을 배가해서 노예 같은 노동을 계속 한다.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우리 시대의 친숙한 예를 또 하나 들어보자.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는 기계를 무수히 발명했다. 세탁기, 진공청소기, 식기세척기, 전화, 휴대전화, 컴퓨터, 이메일 이들 기계는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과거엔 편지를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우편함에 가져가는 데 몇 날 몇 주가 걸렸다. 답장을 받는 데는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개월이 걸렸다. 요즘 나는 이메일을 휘갈겨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슬프게도 그렇지 못하다. 종이 우편물 시대에 편지를 쓸 때는 대개 뭔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뿐이었다. 머릿속에 처음 생각나는 것 을 그대로 적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사숙고했다. 그리고 역시 그렇게 심사숙고한 답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p.152
미래에 대한 걱정은 생산의 계절적 사이클뿐 아니라 농업 자제의 근본적 불확실성에도 뿌리를 두고 있었다. 대부분의 마을은 아주 제한된 종류의 재배작물과 가축을 기르며 살았기 때문에 가뭄, 홍수, 병충해에 취약했다. 농부들은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이 생산 해야 비축분을 만들 수 있었다. 저장고에 곡물이, 지하실에 올리버 오일 통이, 식료품 저장실에 치즈가, 서까래에 소시지가 매달려 있지 않으면 흉년에 굶어 죽을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흉년이나 흉작은 늦든 이르는 오게 마련이었다. 나쁜 시절이 오지 않을 것이란 전제하에 사는 농부는 오래 살지 못했다.

그 결과 농업의 도래와 함께 비로소 인간의 마음속 극장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주연배우가 되었다. 비가 내려야만 논밭에 물을 빌 수 있는 지역에서 우기의 시작은 걱정의 시작을 의미했다. 매일 아침 농부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바람의 냄새를 맡고 눈을 가늘 게 떴다.

 

저게 구름 맞나? 비가 제때 올까? 충분히 내릴까? 폭풍우가 몰아쳐서 파종한 씨앗들을 씻어가거나 묘목을 쓰러트리지는 않 을까? 그동안 유프라테스, 인더스, 황하 유역의 농부들강물의 수위를 점검했다. 이들의 두려움도 다른 이들에 못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강물이 불어나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고지대에서 씻겨 내려온 비옥한 흙이 퍼질 수 있고 광대한 관개 시스템에 물을 댈 수 있었다. 하지만 홍수가 너무 심하거나 시기가 잘못되면 가뭄만큼이 나 들판을 모두 망칠 수 있었다.

농부들이 미래를 걱정한 것은 단순히 걱정할 이유가 더 많았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p.165
그렇다면 인간에게서 진화한 특질은 무엇인가? '생명?' 당연하다. 하지만 '자유?' 생물학에 그런 것은 없다. 평등이나 권리, 유한 회사와 마찬가지로 자유란 사람들이 발명한 무엇이고,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민주사회에 사는 인간은 자유롭지만 독재하에서 사는 인간은 부자유하다는 말은 무의미하다. '행복'은 또 어떤가? 생물학 연구에서는 지금껏 행복을 명확히 정의하거나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는 쾌락이 존재한다는 것만을 인정한다. 쾌락은 좀 더 쉽게 정의하고 측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생명자유, 행복의 추구'는 '생명과 쾌락의 추구'로 번역되어야 한다.

따라서 미국 독립선언문의 해당 구절을 생물학 용어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르게 진화했으며, 이들은 변이가 가능한 모종의 특질을 지니고 태어났고 여기에는 생명과 쾌락의 추구가 포함된다.

평등과 인권을 옹호하는 사람은 이런 추론에 격분할지 모른다. 이들은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안다고! 하지만 그 본질만큼은 우리가 모두 평등 하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안정되고 번영한 사회를 창조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에 반론을 펼 생각은 없다. 이것이 정확히 내가 '상상의 질서라고 말한 바로 그것이니까. 우리가 특정한 질서를 신뢰하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으로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믿으면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p.173
내키는 대로 하라'는 권유 자체가 우리 마음에 새겨진 것은 19세기 낭만주의 신화와 20세기 소비자주의 신화의 결합을 통해서였다. 이를테면 코카콜라 사는 전 세계에서 다이어트 코크를 광고하면서 '다이어트 코크, 기분 좋은 일을 하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사람들이 가장 개인적 욕망이라고 여기는 것들조차 상상의 질서에 의해 프로그램된 것이다. 예컨대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흔한 욕망을 보자. 이런 욕망은 전혀 자연스럽지도 당연하지도 않다.

 

침팬지 알파 수컷은 권력을 이용해 이웃 침팬지 무리의 영토로 휴가를 갈 생각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엘리트들은 피라미드를 짓고 자신의 시신을 미라로 만드는 데 재산을 썼지만, 누구도 바빌론에 쇼핑하러 간다거나 페니키아에서 스키 휴가를 보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다양한 감정 스팩트럼을 향해 스스로를 활짝 열어야 하고, 다양한 관계들을 두루 맛보아야 하며, 평소와 다른 요리를 시식해봐야 하고, 다른 종류의 음악을 감상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이다. 이 모두를 실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반복되는 일상과 친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먼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냄새와 취향과 규범을 경험 해볼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우리는 "새로운 경험이 어떻게 나의 시야를 하고 내 인생을 바꾸었는가." 하는 낭만주의 신화를 되풀이해서 듣는다.




p.208
1865년이 되자 백인들뿐 아니라 많은 흑인들도 흑인에 대한 편견을 사실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흑인은 백인에 비해 객관적으로 지능이 낮고 폭력성이 높고 성적으로 문란하고 게으르며 개인적 청결에 관심이 적다고 말이다. 따라서 흑인은 폭력, 절도, 강간, 질병 - 다시 말해 오염의 원인이었다.

 

만일 1895년 앨라배마의 어느 흑인이 좋은 교육을 받는 데 기적적으로 성공해 은행원 같은 어엿한 직업을 가지려고 지원서를 냈다고 하자. 그가 채용가능성은 그와 동등한 자격을 지닌 백인 후보에 비해 훨씬 더 적었다. 흑인에게 찍힌 낙인 -천성적으로 신뢰할 수 없으며 게으르고 지능이 떨어진다는 이 악영향을 미친 탓이었다.

어찌면 여러분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사람들도 이런 낙인은 신화이지 사실이 아니며, 흑인들도 백인 못지않게 경쟁력 있고 법을 준수하며 청결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으리라 예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편견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굳어졌다. 좋은 직업은 모조리 백인들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흑인들이 실제로 열등하다고 믿기가 더 쉬워졌다. 평균적인 백인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보라고 흑인이 해방된 지도 여러 세대가 지났어. 하지만 교수나 법률가나 의사가 된 흑인이 얼마나 되냐고, 심지어 은행 출납계 원이 된 사람도 드물어. 이건 그들이 지능이 떨어지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 아닐까?" 흑인들은 악순환에 빠졌다.

 

p. 221 : 18세기 남성성 : 프랑스 왕 루이 14세의 공식 초상화. 긴 가발, 스타킹, 하이힐, 댄서 같은 자세 그리고 커다란 칼을 주목하라. 현대 유럽에서 이 모든 것(칼을 제외하면)은 사내답지 못함의 표시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시대 유럽에서 루이는 남자다움의 전형이었다.

 



p.229
보통 승리의 열쇠는 본국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해외에서 동맹국을 구하고, 다른 사람들(특히 적군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공격적인 야수는 전쟁 지휘관으로서 최악일 때가 많다. 그보다는 유화정책을 쓸 줄 알고, 사람들을 조작할 줄 알고,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볼 줄 아는 협동적인 인물이 훨씬 낫다. 제국을 건설한 사람들은 이런 특징들을 갖추고 있었다.

 

군사적으로 무능했던 로마의 아우구스투스는 안정적인 제국 체제를 건설하는 데 성공하여, 자신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장군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루지 못한 것을 성취했다. 당대에 그를 칭송했던 사람들과 현대 역사가들은 공히 그가 그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온화함과 관용이라는 미덕 덕분이었다고 해석하곤 한다.

흔한 고정관념에 따르면 여자는 남자보다 남을 조종하고 유화책을 쓰는 능력이 우월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사물을 보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이런 고정관념에 진실이 조금이라도 포함 되어 있다면, 여자들은 뛰어난 정치가나 제국 건설자가 되었어야 한다. 전장에서의 더러운 일은 테스토스테론이 가득찬 단순한 마초들에게 맡기고 말이다. 대중적인 신화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확실하지 않다.

세 번째 유형의 생물학적 설명은 완력이나 폭력성은 덜 중요하게 보고대신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남녀가 각기 다른 생존 및 번식 전략을 발전시켰다고 설명한다.





p.253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사과 몇 개가 구두 한 컬레와 맞먹는지를 어찌어찌 계산한다 해도, 물물교환이 늘가능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쌍방이 상대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제화공이 사과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그 순간에 그가 정말 원하는 것이 이혼이라면 어쩔 것인가? 물론 농부가 사과를 좋아하는 법률가를 찾아내서 삼각거래를 주선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만일 그 법률가가 사과에는 물렸으며 꼭 필요한 것은 이발이라고 한다면 어쩌겠는가?

일부 사회에서는 중앙 집중적 물물교환 시스템을 만들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전문 재배자와 제작자에게서 물품을 다 받아 둔 뒤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이런 실험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것은 옛 소련에서 시행되었지만, 비참 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원래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받 는다"던 것이 현실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로 일하고 가능한 한 최대로 받아낸다"로 바뀌었다. 이보다 온건하고 성공적인 실험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잉카 제국이 그랬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는 많은 수의 전문가를 연결시키는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아냈다. 돈을 개발한 것이다.


화폐여러 곳에서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화폐가 발달하는 데는 기술적인 돌파구가 필요하지 않았다. 



p.272
세르반테스는 <누만시아>의 대본을 라틴어로 썼으며, 이 극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 모델을 쫓았다. 누만시아에는 극장이 없었다. 누만시아의 영웅적 행위를 칭송하는 스페인 애국자들은 또 대체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신실한 신도이기도 하다. 첫 단어인 '로마에 주목하자. 이 교회의 수장은 여전히 로마에 앉아 있고, 그 신은 라틴어로 진행하는 예배를 선호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대 스페인의 법은 로마법에서 유래했다. 스페인 정치는 로마인들이 놓은 기초 위에 세워졌으며, 그 요리법과 건축은 이베리아반도의 켈트족 보다는 로마의 유산에 훨씬 큰 몫을 빚지고 있다. 누만시아인들이 실제로 남긴 것은 폐허밖에 없다. 심지어 오늘날 그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도 오로지 로마인 역사가들 덕분이다. 이야기는 자유를 사랑하는 야만인 소재를 즐기는 로마 청중의 입맛에 맞게 각색되었다. 로마는 누만시아를 상대로 너무나 완벽한 승리를 거둔 나머지 패자들의 기억마저 자기들 것으로 만들었다

이런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스토리가 아니다. 우리는 약자가 이기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역사에 정의란 없다. 과거에 존재했던 문화 대부분은 늦든 이르든 어떤 무자비한 제국의 군대에 희생되었고, 제국은 이들 문화를 망각 속에 밀어 넣었다. 제국도 마침내 무너지지만, 대체로 풍성하고 지속적인 유산을 남긴다. 21세기를 사는 거의 모든 사람은 어디가 되었든 제국의 후예이다.



p.291
역사를 좋은 편과 나쁜 편으로 깔끔하게 나누고 모든 제국은 나쁜 편에 속한다고 분류하고픈 유혹이 들기는 한다. 어쨌든 거의 모든 제국은 유혈사태 위에 세워졌고 압제와 전쟁으로 권 력을 유지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오늘날의 문화 대부분은 제국의 유산을 기초로 하고 있다. 제국이 정의상 나쁜 것이라면 우리는 어 떻게 되는가?

세상에는 인간의 문화에서 제국주의를 제거하고 죄에 더렵혀지지 않은 소위 순수하고 진정한 문명만을 남기자는 취지의 학파와 정치운동이 있다. 이런 이데올로기들은 잘해봐야 순진할 따름이고, 나쁜 경우에는 노골적인 민족주의와 편견을 가리려는 표리부동한 눈속임으로 기능한다. 어쩌면 역사의 여명에 출현했던 무수히 많은 문화들 중 일부 문화는 순수하고 죄에 물들지 않았으며 다른 사회에 의해 오염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야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명기 이후에는 어떤 문화도 그런 주장을 합리적으로 펼칠 수 없었으며, 오늘날 존재하는 문화 중에도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인류의 모든 문화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제국과 제국주의 문명의 유산이며, 어떤 학술적, 정치적 외과수술을 한다 해도 환자를 죽이지 않고 제국의 유산만을 도려낼 수는 없다.

예컨대 오늘날 독립한 인도 공화국과 영국령 인도 제국 사이에 존재하는 애증관계를 생각해보라. 영국은 인도를 정복하고 점령하는 과정에서 인도인 수백만 명의 목숨을 희생시켰다. 

 

p. 294 : 타지마할은 '진정한' 인도 문화의 예인가. 아니면 무슬림 제국주의가 만든 이방인의 창조물인가.

 




p.334
그다음에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서 인용된 문구가 나온다.

'자연의 강철 논리와 싸우려는 사람은 자신에게 인간으로서 생명을 부여한 바로 그 원리와 싸우는 것이다. 자연과 싸우는 것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다.'

세 번째 밀레니엄의 여명기인 지금, 진화적 인본주의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히틀러와의 전쟁이 끝난 후 60년간, 인본주의를 진화와 연관시키는 것은 금기였다. 생물학적 방법에 의한 호모 사피엔스의 '업그레이드'를 옹호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프로젝트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하급 인종이나 열등한 집단을 멸절시키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많은 사람이 인간 생물학에 대한 우리의 해박한 지식을 이용해 초인간을 만드는 문제를 심사숙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신조와 생명과학의 최근 발견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 간극을 그다지 오래 무시하고 있을 순 없을 것이다. 우리의 자유주의적 정치·사법 제도는 모든 개인이 신성한 내적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더 나누게 바꿀 수 없는 이 본성이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윤리적, 정치적 권위의 근원이 된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개인의 내면에 자유롭고 영원한 영혼이 거한다는 전통 기독교 신앙의 환생이다. 




p.342
틀림없이 이집트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무바라크는 어떻게 반응할까? 가장 가능성이 큰 행동은 즉시 세금을 낮추고, 시민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지원금을 풀고, 만일에 대비해 비밀경찰을 보강하는 것이다.

이런 선제 조치는 효과를 낸다. 해가 바뀌고 시간이 흘렀지만, 놀랍게도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바라크는 환불을 요구한다. 당 신네 알고리즘은 쓸모가 없어!" 그는 정치학자들에게 소리친다. 그 돈을 뿌리지 않았다면 궁을 하나 더 지을 수 있었어!" 정치학자는 반론을 편다. “하지만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예측했기 때문입니다. 무바라크는 경호원들에게 그들을 체포하라고 손짓하면서 말한다. '일어나지 않는 일을 예언하는 예언가 라고? 그런 놈이라면 카이로 시장에 가서 거의 공짜나 가까운 값에 열몇 명이나 고용할 수 있었겠지."


그러면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 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가령 유럽인이 어떻게 아프리카인을 지배하게 되었을까를 연구하면, 인종의 계층은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며 세계는 달리 배열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p. 403
남미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그런 지식이 필요 했다. 아마추어 과학자였던 선장은 탐험 도중 만나게 될 지형을 연 구하기 위해서 탐험대에 지리학자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전문 지 리학자 여러 명이 그의 초청을 거부하자, 선장은 케임브리지를 졸업한 22세의 찰스 다윈에게 이 업무를 제안했다. 다윈은 영국 국교회 성직자가 되기 위해 공부했으나, 성경보다는 지리학과 자연과학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그 이후는 알다시피 역사가 되었다. 선장이 군사 지도를 그리느라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윈은 실증적 자료를 수집하고 통찰력을 형성했으며, 이것이 종국에는 진화론으로 꽃피었다.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달 표면에 착륙 했다. 탐험에 앞서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은 몇 개월간 달과 환 경이 비슷한 미국 서부 사막에서 훈련을 받았다. 이 지역은 여러 아 메리카 원주민 공동체의 고향인데, 우주비행사들과 한 원주민과의 만남을 담은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느 날 훈련 중이던 우주비행사는 늙은 아메리카 원주민과 우연 히 마주쳤다. 남자는 우주비행사들에게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 냐고 물었다. 그들은 달을 탐사하기 위해 곧 떠날 원정대의 대원들 이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노인은 잠깐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 다. 자신을 위해 부탁을 하나 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무엇을 원하세요?" 그들은 물었다.

우리 부족 사람들은 달에 신성한 정령들이 산다고 믿는다오. 그 들에게 우리 부족에서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를 당신들이 전해줄 수 있을까 해서." -중략-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은 한 마디도 믿지 마세요. 이들은 당신들의 땅을 훔치러 왔어요."

 

 

p. 406 : 1459년 유럽에서 제작된 세계지도(유럽은 오른쪽 모퉁이에 있다. 세부사항이 가득 그려져 있는데, 유럽인들이 전혀 모르는 남아프리카 같은 곳조차 그렇다.

 

 

 

 

p. 409 살비아티의 세계지도(1525년), 1459년의 세계지도는 대륙과 섬과 상세한 설명으로 가득 차 있었던 데 반해 이 지도는 거의 공백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연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어느덧 반 공간과 만난다. 이 지도를 본 사람에게 최소한의 호기심이 있다면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점 너머에는 뭐가 있지?" 지도는 답을 주지 않는다. 보는 사람에게 돛을 올리고 찾아보라고 요구할 뿐.

 





p. 451

네덜란드인들은 정확히 어떻게 금융제도의 신뢰를 얻었을까? 첫째, 이들은 기일에 맞춰 전액을 반드시 갚았다. 그래서 대부업자들에게 신용을 얻었다. 둘째, 사법제도가 독립되어 있는 데다 사적 권리, 그중에서도 사유재산권을 보호했다. 자본은 민간인들의 재산을 보호해주지 않는 독재국가에서 새어나와 법치와 사유재산권이 있는 국가로 흘러들어갔다.

당신이 독일에서 금융업을 하는 건실한 가문의 아들이라고 상상 해보자. 아버지는 유럽의 주요 도시들에 지국을 열어 사업을 확장 할 기회를 살피고 있다. 아버지는 당신을 암스테르담으로, 동생을 마드리드로 보내면서 투자금으로 각각 금화 1만 개를 주었다. 동생은 스페인 왕에게 이자를 받고 자본금을 빌려준다. 스페인 왕은 프 랑스 왕과 싸울 군사를 구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

당신은 네덜란드 상인에게 돈을 빌려주기로 한다. 상인은 맨해튼 이라 불리는 황량한 섬 남단의 잡목투성이 땅에 투자하고 싶어 한 다. 그는 허드슨 강이 교역의 주요 동맥으로 떠오르면서 그곳의 부 동산 가치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양쪽 모두 대출은 1년 내에 갚기로 되어 있다. 1년이 지나간다. 네덜란드 상인은 자신이 구매한 땅을 높은 가격에 팔아서 수익을 올리고, 약속한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는다. 당신의 아버지는 만족해한다.

 

하지만 마드리드에 있는 당신의 동생은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프랑스와의 전쟁은 잘 끝났지만, 스페인 왕은 이내 터키인들과의 분쟁에 말려들었다. 왕에게는 새 전쟁 자금이 필요하고, 한 푼도 아 쉬운 상황이다. 빌린 돈을 갚는 것보다 전쟁 자금이 훨씬 더 중요하다.

 

p. 457 : 1660년의 뉴암스테르담은 맨해튼 섬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날 이 정착지의 방어벽 자리로는 월스트리트의 도로가 지나간다.

 



p. 469
대서양 노예무역은 아프리카인에 대한 인종적 증오에서 생긴 것이 아니다. 주식을 구매한 개인이나 그것을 판매한 중개인. 노예무역 회사의 경영자는 아프리카인에 대해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사탕수수 농장 소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농장주들이 농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았고, 그들이 원한 유일한 정보는 손익을 담은 깔끔한 장부였다.

대서양 노예무역이 그것만 아니라면 흠이 없었을 기록에 새겨진 유일한 오점이 아니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앞장에서 이야기했던 벵골 대기근 역시 이와 비슷한 역학에 의해 유발되었다. 영국 동 인도회사는 벵골인 1천만 명의 삶보다 자기 이익에 더 신경을 썼다.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벌인 군사작전에 돈을 댄 것은 자기 자녀를 사랑하고, 자선사업에 돈을 내고, 좋은 음악과 미술을 즐기는 네덜란드의 정직한 시민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바, 수마트라, 말라카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중히 여기지 않았다. 지구의 한켠에서 현대 경제가 성장하는 데는 수없이 많은 범죄와 악행이 뒤따랐다.

19세기에도 자본주의 윤리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유럽을 휩 쓴 산업혁명은 은행가와 자본 소유자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었지 만, 수백만 명의 노동자에게는 비참하고 가난한 삶을 선고했다. 유럽 식민지에서는 사태가 더욱 나빴다. 1876년 벨기에의 왕 레오폴 드 2세는 중부 아프리카를 탐사하고 콩고 강 유역의 노예무역과 싸 우는 것을 사명으로 내건 비정부 인도주의 기구를 설립했다.


p. 471
농업혁명과 마찬가지로, 현대 경제의 성장은 거대한 사기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인류와 세계 경계 는 성장을 거듭했을지라도 기아와 궁핍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더 욱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는 이 같은 비판에 두 가지 대답을 가지고 있다. 첫째 자본주의는 오직 자본주의자만이 운영할 수 있는 세계를 창조했다.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려 했던 유일하게 진지한 시도는 공산주의였으나, 그것은 거의 모든 면에서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나빴 기 때문에 다시 시도해볼 배짱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원전 8500년의 사람은 농업혁명에 통한의 눈물을 흘렸을 수도 있지만 농업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는 자본 주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다.

두 번째 대답은 우리가 인내심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자들은 천국이 눈앞에 와 있다고 약속한다. 인정하건대, 대서양 노예무역이나 유럽 노동계층 착취 같은 실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교훈을 얻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파이가 좀 더 커지도록 놔두면, 모두에게 좀 더 두꺼운 조각이 돌아갈 것이다. 성과가 평등하게 분배되는 일은 영영 없겠지만, 모든 남자와 여자, 어린이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히 돌아갈 것이 다. 심지어 콩고에서도.

실제로 긍정적인 신호가 조금 보인다. 최소한 순수한 물질적 기 준에서는 기대수명, 어린이 사망률, 칼로리 섭취 -2014년 평균 적 인간의 생활수준은 1914년에 비해 상당히 나아졌다. 


p. 482
그보다 신분이 떨어지는 사람들 앞에는 금으로 된 나이프와 포크가 놓있다.” 하지만 19세기 말 화학자들이 막대한 양 의 알루미늄을 값싸게 추출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오늘날 인간 총 생산량은 3천만 톤에 이른다. 만일 나폴레옹 3세가 자기 백성의 후 손들이 샌드위치를 싸거나 남은 음식을 가져갈 때 값싼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정말 놀랄 것이다.

2천 년 전 지중해 연안 주민들은 피부 건조증에 시달릴 때면 손 바닥에 올리브기름을 칠해서 문질렀다. 오늘날 사람들은 핸드크 림 튜브를 연다. 다음은 내가 동네 가게에서 사 온 평범한 핸드크림의 성분 목록이다. 탈염수, 스테아르산, 글리세린, 카프릴릭 트리글 리세라이드, 프로필렌 글리콜, 이소프로필 미리스트산염인삼 추 출물, 방향성 물질, 세틸알코올, 트리에탄올아민, 다이메티콘, 악토 스타필로스 우바우르시 잎 추출물, 마그네슘 아스코빌 포스페이트, 이미다졸리디닐 요소, 메틸파라벤, 장뇌, 포르포리 파라벤, 히드록 시이소해실 3 - 시클로섹센 카복스알데히드, 히드록시시트로넬랄, 리날룰, 부틸페닐 메틸프로플로날, 시트로넬롤, 리모넨, 게라니올거의 모든 성분이 지난 2세기 동안 발명되거나 발견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은 봉쇄를 당해 심각한 원자재 난을 겪었다. 특히 화약을 비롯한 폭발물의 원료가 되는 초석이 부족했다. 가장 중요한 초석 산지는 칠레와 인도에 있었고, 독일 내에서는 전 혀 생산되지 않았다. 사실 초석은 암모니아로 대체할 수 있지만 생산 단가가 비싸기는 마찬가지였다. 


p. 489
그런 원숭이들은 원숭이 사회에 결코 적응하지 못했고, 다른 원숭이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높은 수준의 불안과 공격성에 시달렸다. 결론은 뚜렷했다. 원숭이는 물질적 필요를 넘어서는 심리적 필요와 욕구를 지니고 있음이 틀림없고, 만일 이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매우 큰 고통을 받는다.

 

할로의 새끼 원숭이들이 젖도 안 주는 천 엄마의 품에서 지내는 것을 더 좋아한 것은 이들이 것만이 아니라 감정적인 유대도 찾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후 몇십 년 동안 수없이 많은 후속연구가 이루어져, 이 결론은 원숭이뿐 아 니라 여타 포유류와 조류에까지 적용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늘 날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할로의 원숭이와 동일한 환경에 처해 있다. 농부들은 일상적으로 송아지를 비롯해 온갖 새끼들을 어미에게서 때어내 고립 상태에서 사육한다.


오늘날 농장에서 기계화된 조립 라인의 일부로 키워지는 가축의 숫자는 모두 수십억 마리에 이르며, 해마다 이 중 약 50억 마리가 도축된다. 이 같은 산업적 사육방법은 농업 생산량과 인류의 식 재료 양을 급증시켰다. 기계화된 농작물 재배법과 산업적 가축사육법은 현대의 사회경제 질서의 기반이다. 농업이 산업화되기 전에 들판과 농장에서 생산된 식량의 대부분은 농부와 가축을 먹이느라 낭비 되었고, 생산량 중 아주 낮은 비율만이 장인과 교사, 사제와 한료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사회에서 농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90퍼센트를 넘었다. 농업이 산업화되자, 적은 수의 농부로도 많은 사무원과 공장 노동자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하게 되 었다.

 


p. 533

인간이 권력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되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사람들이 더 많은 영향력을 누리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태도로 보인다. 이 견해에 반대하는 사람 중 일부는 정반대 입장을 취하여, 인간의 능력과 행복 사이에는 역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며, 인류가 점점 더 많은 힘을 갖게 될수록 우리의 진정한 욕구와는 동떨 어진 차가운 기계적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진화의 결과 우리의 마음과 신체는 수렵채집인의 삶에 맞도록 주조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에 농업으로, 그다음에 산업으로 이행한 탓에, 우리는 부자연스러운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선고를 받았다. 타고난 성향과 본능을 모두 표현할 수 없으므로 가장 깊은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삶이라는 것이다. 도시 중산층의 안락한 삶을 이루는 어떤 것도 매머드 사냥에 성공한 수렵채집인 무리가 경험한 흥분의 도가니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에 근접 할 수 없다. 새로운 발명이 하나씩 이루어질 때마다 우리는 에덴의 낙원으로부터 몇 킬로미터씩 멀어질 뿐이다.

하지만 이처럼 모든 발명의 뒤에서 어두운 그림자만을 보려는 낭만적 고집은 진보가 필연이라는 믿음에 못지않게 교조적이다. 우리 는 우리 내면의 수렵채집인과 접촉이 끊겼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지난 2세기 동안 발전한 현대 의학 덕분에 어린이 사망률은 33퍼센트에서 5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이 사실이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더라면 사망했을 어린이 본 인뿐 아니라 그 가족과 친구들의 행복에 엄청나게 기여했다는 것을 의심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보다 좀 더 미묘한 것은 중도를 취하는 입장이다. 



p.536
철학자, 사제, 시인 들이 행복의 본질을 수천 년 간 곰곰이 생각해온 결과 그들은 우리의 사회적, 윤리적, 정신적 요 인들도 물질적 조건만큼이나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지었다. 어쩌면 현대의 풍요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번영에도 불구하고 소외와 무의미 때문에 크게 고통받고 있는지도 모른 다. 어쩌면 우리보다 잘살지 못했던 선조들이 공동체, 종교, 자연과 의 결합 속에서 커다란 만족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최근 몇십 년간 심리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은 무엇이 실제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도전에 나섰다. 그것은 돈일까. 가족일까. 유전일까 아니면 덕성일까?

과제의 첫 단계는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행복에 대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의는 '주관적 안녕'이다이 견해에 따르면, 행복은 자신 속에서 스스로 느끼는 무엇이다. 다 시 말해 내 삶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느끼는 즉각적인 기쁜 감정이나 장기적인 만족감이다. 그것이 내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라면, 어떻게 외부에서 측정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람들에게 어떤 기분을 느끼느냐고 물어보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의 행복감을 평가하려는 심리학자와 생물학자는 설문지를 나눠주고 그 결과를 계산한다. 주관적 안녕을 묻는 전형적 설문지는 인터뷰 대상에게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동의하는 정도를 0에서 10 사이의 척도로 평가하게 한다. “나는 나 자신 이런 모습이라는 데 만족한다. " "삶은 보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미래를 낙관한다." "삶은 좋은 것이다."


p.550
우리는 정치적, 사회적 개혁이나 반란이나 이데올로기에 시간을 그만 낭비하고, 대신 우리를 정말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에, 즉 우리의 생화 학 시스템을 조작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우리가 뇌의 생화학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절한 요법을 개발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면, 혁명을 일으키지 않아도 과거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일례로 프로작(미국 일라이릴리 제약사가 개발한 항우울제 옮긴이)은 생화학 시스템 자체는 바꾸지 않지만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줌으로써 사람들을 우울 증에서 빠져나오게 돕는다.

 

과거 뉴에이지 세대의 유명한 구호만큼 생물학자들의 주장을 핵심적으로 대표하는 것은 또 없다. "행복은 내부에서 시작된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 성형수술, 아름다운 집. 높은 자리는 우리에게 전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지속적 행복은 오로지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에서만 온다.'

미국 대공황의 절정기인 1932년 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소설 (멋진 신세계 속에서, 행복은 최고의 가치이며 향정신성 약물이 경찰과 투표 대신 정치의 기반 자리를 차지한다) 모든 사람은 날마다 '소마'라는 약을 복용하는데, 생산성과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합성 마약이다.

 

지구 전체를 지배하는 세계 정부는 전쟁이나 혁명, 파업이나 시위로 인해 위협 받는 일이 전혀 없다. 모든 사람이 현재의 상황에 어떻든 대단히 만족하기 때문이다. 헉슬리의 미래상은 조지 오웰의 1984 보다 훨씬 더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p.553
우리의 행동은 뭔가 신성한 우주적 계획의 일부가 아니다. 내일 아침 지구라는 행성이 터져버린다 해도 우주는 아마도 보통 때와 다름없이 운행될 것이다. 그 시점에서 우리가 아는 바로는 인간의 주관성을 그리워 하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부여하는 가치는 그것이 무엇이든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중세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발견한 내세의 의미는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인본주의적, 혹은 민족주의적 의미보다 더 심한 망상이 아니었다.

 

어떤 과학자가 자신은 인간의 지식을 증가시키므로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어떤 병사는 자신은 고향을 지키기 위해 싸우므로 삶에 의미가 있다고 하고, 어느 기업가는 새로 회사를 세우는 데서 자신의 의미를 발견한다고 하자. 이들이 찾는 의미가 중세 사람들이 경전을 읽거나 십자군 전쟁에 참전하고 새로운 성당을 짓는 데서 찾았던 의미보다 더 환상적인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행복의 관건은 의미에 대한 개인의 환상을 폭넓게 퍼진 집단적 환상에 맞추는 데 있을지 모른다.

 

내 개인적 내러티브가 주변 사람들의 내러티브와 일치하는 한 나는 내 삶이 의미 있는 것 이라고 확신할 수 있으며, 그 확신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 것은 꽤 우울한 결론이다. 행복은 정말로 자기기만에 달려 있는 것 일까?



p.584
역사는 우리에게 한 모퉁이만 돌면 금방 일어날 것 같아 보이는 일도 미처 에 상치 못한 장애로 실현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가르쳐주고 있 다. 그 결과 예상 밖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1940년대 에 원자력의 시대가 갑자기 도래했을 때, 2000년쯤에는 원자력을 활용하는 다양한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만발했었다.

스푸트니크 위성과 아폴로 11호 우주선이 세계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을 당시, 사람들은 앞다투어 20세기 말이 되면 우리가 화성과 명왕성에 건설한 우주 식민지에 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이런 예측 중에서 실현된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편 인터넷의 존재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디지털 존재들이 제기하는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책임보험에 가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앞에 서술한 환상 혹은 악몽은 그 저 상상력을 일깨우기 위한 자극제일 뿐이다.

 

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역사의 다음 단계에는 기술적, 유기적 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에도 근본적인 변형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이다. 또한 이러한 변형은 너무나 근본적이어서 사람들은 '인간적'이라는 용어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2050년이 되면 일부 사람들이 이미 죽지 않는 존재가 되어 있을 것 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보다 온건한 사람들은 다음 세기 혹은 다음 천 년에 대해서 말한다. 하지만 7만 년에 걸친 사피엔스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몇천 년도 별것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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