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흔들릴 때 우리가 바라봐야 할 단 한 가지
책을 읽다 보면 저자와 감정이 동화될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런 책입니다. 군데군데 글쓴이의 감정에 이입되어 마음이 짠해지는 구간들이 있습니다.
문체가 쉽고 부드러워 쉽게 읽을 수 있음과 동시에 책 여기저기에서 저자가 마음을 들여 진실되게 쓴 글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자가 경험한 일들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간접 체험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을 다시 새롭게 머금게 되고 힘을 낼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이 가난하다고 느껴지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감정이 너무 메말랐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밑줄 그은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p. 125 : 2장, 삶의 무게를 털어내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래도 당신이 최고야"라고 말한다. 남편은 내심 내가 여전히 자신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해주었으면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좋은 점을 찾고 아쉬운 부분은 그런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 지금은 서로 간의 이런 차이점을 두고 농담을 할 정도까지 되었다. 어느 날 은 내가 전신 거울을 사다가 침실에 걸었더니 남편이 나를 쓱 쳐다보며 한마디 던졌다.
"추리닝이 잘 어울리는지 보려고 산 거야?"
그 말을 듣고 둘이서 깔깔대고 한참을 웃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라는 말처럼 우리 부부 역시 병을 겪으면 서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었다.
나는 청년들은 다 아름답고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빛나는 젊음' 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젊은 열정, 때 묻지 않은 마음, 무한한 가능성, 긍정적인 에너지는 한 사람을 빛나게 한 다.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게 젊음이다. 그러니 사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전전긍긍하거나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기보다는, 그 시간과 노력을 자신만의 매력을 찾고 다듬는 데 쏟는 게 어떨까. 분명 모든 사람이 더 멋지고 개 성 있는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p. 133 : 2장 삶의 무게를 덮어내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
5단계 욕구를 갈망하는데 이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물질적인 것이나 외부 또는 타인으로부터 오는 욕구가 아닌 철저히 자신 안에서만 우러나오고 또 자신에 의해서만 충족될 수 있는 최상위 욕구다. 즉, 참된 나 혹은 내가 참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을 찾고, 그것을 온전히 표현하고 실현하는 욕구가 충족된다면 우리의 모든 욕구가 충족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타인과 사회가 뭐라고 하든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에서 내가 이룰 수 있는 최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면, 그 누구도 그것을 나 자신의 잣대가 아닌 다른 잣대로 재고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언젠가 '중심 잡기 예술가'로 불리는 변남석 씨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개 사람들이 큰 것을 아래에 놓고 점점 작은 것을 위에 쌓아 올리잖아요. 그런데 저는 작은 것을 아래에 놓고 큰 것을 위에 쌓아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그는 남들과 반대로 생각하고 독특한 점을 포착해 예술로 승화시키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로 인해 그가 큰 부를 쌓았는지는 모르겠다.
p. 138
이는 자신의 에너지를 숟가락에 비유한 말로, 어떤 일에 필요한 에너지에 따라 사용되는 숟가락의 개수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밥을 먹는 일에는 숟가락 한 개가 필요하고, 샤워를 하는 일에는 숟가락 두 개가 필요하며, 직장에서 일하는 데에는 숟가락 여섯 개가 필요하다는 식이다. 평범한 사람이야 숟가락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일을 해낼 수 있지만, 몸이 아픈 사람은 애초부터 갖고 있는 숟가락의 개수가 적기 때문에 많은 일을 해낼 수 없다.
만약 나에게 하루에 숟가락 열두 개가 주어진다면 하루 동안 이 숟가락을 어떻게 사용할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오전에 무리해서 숟가락을 열 개 사용하고 나면 오후와 밤에는 두 개의 숟가락으로 살아야 하고, 하루가 끝나기 전 숟가락을 다 사용해버리면 완전히 지친 채로 며칠을 푹 쉬어야 몸을 회복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일을 이제는 좀 더 쉽게 포기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의 생일 파티나 직장 동료 자녀의 돌잔치 같은 일들 말이다.
p. 146
운명이란 게 왜 이리도 가혹한지, 항응고제를 쓰기 말고 멈춘 그 잠깐 사이에 심장에 혈전이 생겨 혈관을 타고 뇌 까지 가고야 말았다. 결국 혈전은 뇌혈관을 막았고, 그는 뇌경색으로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건강하던 사람이, 또 치료를 잘 받고 있던 사람이 작은 골프공에 맞은 일 하나로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급히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다시 투여했지만 상황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고, 가족들에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일러두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그는 내가 당직을 서던 밤에 심폐 정지 상태가 되었고, 급히 심폐소생술 팀을 호출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환자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죽음이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작은 틈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의 삶을 확 낚아채 영원히 잠들게 하는 것'이라고. 이 환자는 내가 당직을 섰을 때 사망한 첫 환자였다. 그 이후로도 나는 여러 환자를 떠나보내야 했다.
p. 153 : 2장. 삶의 무게를 덮어내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
과거에 했던 경험과 평소 갖고 있던 믿음들은 우리의 뇌가 감각을 통해 외부 상황을 접하고, 인식하고, 해석하는 과 정에 무의식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일을 겪어도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 점을 긍정적으로 이용해야 한 다. 모든 사람이 경험하고 느끼는 현실이 다 다르다면, 결국 내가 보는 현실을 나의 생각에 따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남편의 확신과 달리, 그 이후 나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내 노트북을 보관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돌아오는 길에 소중한 노트북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세상의 상당 부분을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인식한다. 넬슨 만델라가 영국의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내가 내 운명의 주인이고 내 영혼의 대장이다)"이라는 구절을 인용해 말한 것처럼,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내가 내 세상의 중심인 것이다. 이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이 모두 내 생각에 따라야 한다는 편협함과 오만함이 아니며, 이기적이거나 남을 해치는 사고방식과도 거리가 멀다.
그 보다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아도 되고, 내 삶의 중심은 바로 나이므로 내가 지각한 세상의 역사는 내가 쓴다는 의미다.
p. 167 : 3장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인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주어진 일에 임하는 자세, 예측하지 못한 불상사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자 세 등은 부모의 태도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받는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또 내가 경험한 많은 환자를 보며 새삼 깨달은 사실이다. 그래서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은 아이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으로 안정감과 보호막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아이의 인생에 주춧돌이 되는 가치와 마음자세를 함양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부모들을 보면 자녀에게 사랑을 많이 주고 지식을 가르치는 일에는 대체로 매우 열정적이나, 아이들에 게 가치와 마음자세를 가르치는 일에는 그에 비해 조금은 소홀한 듯하다. 아동 발달 측면에서 보더라도 아이들에게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가치와 마음자세를 가르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면 엄마가 아이와 함께 놀면서 아이에게 하나, 둘, 셋이라고 수 세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지식을 심어주는 것이고, 다른 아이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사이좋게 놀아야 한단다" 라고 이야기해주는 건 배려와 참을성 같은 가치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또 장난감을 주고 아이 스스로 가지고 놀게 두는 것은 자율성과 창의성이라는 가치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p. 185 : 3장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즉, 자신의 꿈이 줄 수 있는 가능성에 이끌리기보다는 그 꿈을 좋았을 때 따르는 현실적인 위험성을 더 많이 생각하고 꿈을 포기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러 심리학 실험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우리는 돈과 같은 소중한 무언 가를 잃었을 때, 그것을 똑같이 얻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크게 실망하고 괴로워한다. 즉, 1만 원을 얻었을 때는 1만 원짜리 행복을 느낀다면, 1만 원을 잃었을 때는 그보다 훨씬 큰 5만 원짜리 실망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손실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는 절로 피하고자 하는 마음 이 들기 마련이다. 이를 '손실회피편향loss aversion bias' 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부정적인 편향에 묶여서 영영 그 굴레를 벗어날 순 없는 걸까? 흥미롭게도 많은 심리적 편향과 편견은 그러한 편견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식하는 순간 자연적으로 줄어든다. 즉, 우리가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이 편향이 어느 정도 저절로 교정된다는 뜻이다.
p. 200
오리엔테이션이 모두 끝난 후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또 다른 동기가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나영, 집은 잘 잡았어? 가구는 다 장만했고?" "응, 침대는 구했는데 아기 소파와 의자가 없어."
"그래? 내가 쓰지 않는 파파산의자(크고 둥근 동나무 필 격에 두꺼운 쿠션을 있은 복고풍 의자)가 있는데, 줄까?"
고맙게도 맷은 그다음 날 그 의자를 우리 집에 가져다주었다. "사실 내 여동생이 어릴 때 한국에서 입양되어 왔어." 맷은 그제야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그래서 나에게 더 측은지심을 느끼고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거대한 나라, 아니 이 엄청난 대륙에서 혈혈단신으로 지내는 동안, 내 주변에는 나를 안타깝게 여기고 도와주기 위해 애썼던 좋은 동기들이 여럿 있었다. 힘든 수련 과정 중에 동기들은 고맙게도 늘 곁에서 이리저리 부족한 나를 챙겨주었다.
레지던트 수련을 시작한 그 첫 몇 달이 내가 미국에 온 이후로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p. 217 : 8장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을
마치 내가 의학의 역사 속 한 장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신비한 느낌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 돔 아래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거대한 '위로 자 그리스도 상 christus consolator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바로 거기서 많은 환자와 그들의 가족이 예수님의 발을 잡고 회 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린다고 했다. 그 커다란 발 밑받침 대에 적힌 글을 읽어보았다.
"COME UNTO ME
ALL YE THAT ARE WEARY AND HEAVY LADEN
AND I WILL GIVE YOU REST.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그 글을 보는 순간, 마치 하나님이 내게 '이곳이 바로 네 가 있어야 할 곳이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p. 230
그때 그 선생님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출전한 대구시 대회에서 입상을 해서, 담당 선생님과 함께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그 덕분에 처음으로 대구를 벗어나 서울이란 곳에 가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여자 중학교 출신으로 이런 대회에서 수상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던 시절에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그 상패는 아직도 우리 부모님 집에 전시되어 있다).
내가 만약 그때 나를 뽑아주지 않은 선생님들을 원망만 하고 있었더라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용기를 내어 "나도 데리고 가면 안 돼요?"라고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내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단 생각이 들었을 때 불평불만에 차 있기보다는, 내가 받고 싶은 대우를 침착하고 조리 있게 요청할 줄 아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기술임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미국에서 흔히 쓰는 표현 중 "If you don't speak up for yourself, no one will(네가 너의 입장을 잘 표현하고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도 너를 대신해주지 않는 다)"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의사를 똑똑히 표현해 효과적으로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누누이 가르치는 것이다.
p. 256 : 4장. 거칠고도 소중한 내 삶을 견고
가져보지 않았고 정신과 전문의가 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빨리 세상을 지는 게 너무 아쉽지는 않은지, 아니면 짧았던 생이었지만 자신이 걷고 싶은 길을 걸으며 후회 없이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는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지. 삶에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일은 무엇이고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나는 그 물음의 끝에서, 결국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매 순간마다 우리에게 가장 중 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나는 도나의 답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열심히 수련하느라 애 많이 썼고 또 병마와 싸우느라 수고 많았어.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길 바라. 잘 가, 도나.'
Tell me, what else should I have done?
Doesn't everything die at last, and too soon? with your one wild and precious life?
Tell me, what is it you plan to do
p. 257
말해보세요. 내가 달리 무엇을 했어야 하나요? 결국에는 모든 것이 죽지 않나요. 그것도 너무 일찍? 말해보세요. 거칠고도 소중한 하나뿐인 삶을 걸고 당신은 무엇을 하려고 하나요?
-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 여름날 중에서
죽음의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아마도 자신이 걸어온 삶에 대한 만족감이 아닐까 싶다. 짧은 인생을 살았다 해도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사랑받고, 또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온 사람에게, 타인이 그 삶을 어떤 이유로든 다른 삶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또 세상과 작별하는 날에는 나의 지위나 업적, 재산보다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나눈 사랑의 대화, 뜻깊은 경험들과 추억 들이 나를 더 크게 위로해주진 않을까. 그렇기에 나는 나의 거칠고도 소중한, 하나뿐인 내 삶을 걸고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를 죽음의 순간에, 내가 사랑했던 것들과 나와 함께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고 싶다.
p. 260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living outside in 내 진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 living inside out. 내 인생의 내비게이션은 사회나 타인에게서 오는 게 아닌, 오직 내 안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이나 후배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인생을 딱 한번 살다 갑니다. 그런데 내 인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 싶나요?" 그러면 많은 학생이 되묻는다.
"아니요. 진짜 내 인생을 살고 싶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나의 진심을 잘 모르겠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일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아이들은 자기 안의 소리를 듣고 표현하는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지 않아서, 더더욱 이런 훈련이 필요하다.
나는 주로 이렇게 한다. 바쁜 일상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어놓고 소음이 적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곳으로 간다.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얹어 차분히 심호흡을 한다. 마음이 고~
p. 268
수년을 고통 속에서 살았고 교수와 의사로서의 삶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삶의 쉼표를 얻은 덕분에 내 삶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었고, 또 집중해서 글을 쓰는 기회까지 얻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뜻하지 않은 불운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것을 마냥 절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어떠한 상황도, 아니 심지어 최악의 상황도 언제나 무한히 나쁘지만은 않고, 최선의 상황도 언제까지나 무한히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언제나 좋은 점과 나쁜 점은 공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사고는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으로 고착되기가 더 쉽다.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더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에서 실시한 어느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면 한 그룹의 환자들에게 '30퍼센트의 실패율이 있는 치료'라고 이야기했을 때 대체로 그 치료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다른 그룹에는 똑같은 치료를 '70퍼센트의 성공률이 있는 치료'라고 말하자 대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70 퍼센트의 성공률에 다시 말해 30 퍼센트의 실패율이라고 설명을 덧붙여 주면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사람들도 다시 부정적으로 생각을 고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30퍼센트의 실패율이 다시 말해 70퍼센트의 성공률이라고 설명해 주면 부정적이던 평가가 크게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의 뇌와 몸은 부정적인 것을 더 깊고 강하게, 오랫동안 느낀다. 실제로 떡 하나를 훔쳐 간 사람에 대한 분노는 쉽게 잊지 못하는데 반해, 나에게 떡 하나를 더 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은 빠르게 잊곤 한다. 그러니 일부러라도 긍정적인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고 자꾸 떠올릴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매일이 내 마음에 들지 않고, 좌절이 내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 같아도 나 스스로를 다독여야 한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진실하고 참되게 살았다고,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의미 있게 살았다고, 그렇게 작지만 기쁘고 감사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위로해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p. 289 : 장, 거칠고도 소중한 내 삶을 걸고
병을 않게 됨으로써 명상을 배우고, 또 매일 나와의 미팅을 습관처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내가 병에 대해 크게 감사하는 부분이다. 여러 명상 전문가들의 가이드를 따라 좀 더 심도 있게 명상하며, 내 안에 있는 여러 생각과 갈등을 내려놓고 풀어내는 훈련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불편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어구로 마음을 채우는 연습을 하면서 나는 나를 사로잡는 불평과 걱정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워졌다.
돈도 들지 않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하지도 않는 간단한 일이지만 명상이야말로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치유해 주는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듯하다. 신체의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도 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 운동도 하는데, 정신의 건강을 위해 이 정도는 투자해볼 만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다른 사람과의 미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지금 여기 나'와 만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볼 순 없을까. 이 순간의 나 자신을 만나고, 또 내 삶에 주어진 복에 감사하는 명상의 시간을 삶의 우선순위로 두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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