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통해 퍼즐과 레고, 나의 뇌와 작가의 뇌 조각을 연결하는 것, 산을 만들어 가는 것, 시뮬레이션과 롤플레잉을 하는 것 등에 대해 책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에 대한 각인을 합니다.
책의 밑줄로 들어가겠습니다.
시각야에서 포착한 영상과 언어야에서 이해한 언어를 토대로 뇌는 장면의 의미를 이해한다. 하지만 TV 화면에서는 잇달아 새로운 정보를 보내오기 때문에 뇌는 그 정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친다. 결국 뇌는 표층만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한편, 독서의 경우는 어떨까.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가 쓴 《설국》雪国의 첫머리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라는 문장을 읽었다고 하자. 활 자는 제일 먼저 시신경에서 포착되어 뇌의 시각야로 들어간다. 거기 서부터 다음과 같은 루트를 거쳐 의미를 이해한다고 사카이 교수는 말한다.
"소리 내지 않고 읽을 때도 음성화할 수 있는 활자는 일단 뇌 안에서 '소리'로 바뀌어 기억과의 대조를 통해 자동으로 단어나 문법 요소를 검색한다. 검색된 정보는 한층 단어의 의미나 문장을 만드는 문법을 분석하기 위해 다른 '언어야'로 보내진다. 거기서 비로소 '읽는다'고 하는 행위가 확실하게 언어와 연결되는 것이 다."_《뇌를 만드는 독서》에서 발췌
이때 설국의 정경이나 등장인물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뇌의 시각야가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시각야에 축적된 과거의 영상을 끄집어내 뇌 안에서 장면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사카이 교수는 이러한 고리가 ‘상상력'을 기르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책을 읽는 행위에는 언어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영상을 머릿속에 떠올리거나 과거의 체험에 비추어 생각한다. 나아가 스스로 얻어 낸 정보를 토대로 한층 자신의 생각을 구축하는 프로세스 가 진행되므로 인간이 지닌 창조적인 뇌력이 100퍼센트 활성화 된다고 생각합니다.”_방송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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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의 청소년 자살도 끊이지 않는다. 인생 경험이 적은 그들을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자살을 줄이려면 자살을 터부시 하기보다 밖으로 드러내서 논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내 목숨을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전 몇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세상 사람은 모두 가족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괴롭고 힘들다고해서 멋대로 관계를 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감정이나 선입관에 따라 쉽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양극 단의 시점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생각하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그것이 세상살이 수업의 특징이다. 베이비박스 문제도 세상 살이 수업에서 다루기 좋은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현실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한편에서는 아이를 버리는 부모가 있다. 그 과정에서 불행하게 아이들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렇게 버려지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구마모토熊本에서 운영하는 베이비 박스 시설이 전국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면, 왜 모든 자치단체에서 베이비 박스를 설치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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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높아질수록 강해지는 끌어당기는 힘
내가 앞서 소개한 <클로즈업 현대>의 '독서' 특집 방송을 본 것은 우연이었다. 저녁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TV라도 보려고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지만, 딱히 관심 가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NHK에 채널을 맞춰 보았다. 때마침 한창 선거 시기여서 선거 홍보 방송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재미없으면 TV를 끄려고 했다.
채널을 맞추니 독서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독서와 관련된 책을 읽으려던 참이어서 한 손에 메모지를 들고 열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내게는 이런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항상 열 가지 이상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그것과 관련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우연히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바로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이 현상은 비단 나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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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개무량한 표정으로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히와타시는 부리나케 달려가 다짜고짜 명함을 내밀었다.
"다케오시의 시장 히와타시라고 합니다. 도서관을 개장하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좋습니다!"
그 자리에서 흔쾌히 도와주겠다는 대답을 들은 히와타시는 의외의 반응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마스다의 머릿속에도 '다음은 도서관이다'라는 구상이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뇌의 회로가 일순간에 이어진 셈이다.
인간이 살면서 축적한 지식, 기술, 경험의 모든 것은 뇌의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다가 어떤 의식이 강해지면 마구 뒤섞여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떠오르기 시작할 때 순식간에 연결돼 회로를 형성하는데, 인간은 그것을 마음이나 생각의 형태로 품게 된다. 거꾸로 말하면 지식, 기술, 경험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으면 마음이나 생각 은 생겨나지 않는다.
뇌 안에서 연결되어 마음이나 생각으로 형상을 이루기 시작하면 그것이 발신기가 되어 일종의 전자파와 같은 신호를 방출하는게 아 닐까. 나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신호에 반응하여 자신과 비슷한 신호를 가진 사람 혹은 사물을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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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0세기 교육은 단 하나의 정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 누구보다 먼저 퍼즐을 완성하는 아이들을 양산하는 목표를 지향했다. 이로써 일본이 서구 여러 나라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전후 GHQ(연합군 총사령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후 대 일 점령 정책을 펴기 위해 도쿄에 설치한 관리 기구-옮긴이)나 외국 TV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풍요로운 사회 '미국'을 표본으로 삼아 동경심을 전면에 드러내며 성장했던 발전 단계에서는 그런 교육이 정답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사이 일본 사회는 퍼즐을 빨리 정확하게 완성해 내는 사람으로만 가득 차게 되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예외가 아니며 주변의 많은 세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퍼즐형 인간이 못하는게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하나는 처음에 설정된 정답 화면밖에 만들 수 없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완성되는 그림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산과 강의 풍경을 짜맞추던 중 문득 바다 풍경을 넣으면 좋겠다 싶어도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 미키마우스 퍼즐을 중간까지 진행했는데 갑자기 도라에몽을 끼워 넣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이처럼 퍼즐은 풍경이나 캐릭터를 바꾸고 싶어도 도중에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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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훈련에 대해서도 무라카미 류는 꼼꼼하게 파고들어 철저하게 조사했다. 군사 작전이나 특수부대의 능력, 폭약이나 폭파 등의 내용에 대해서는 인터뷰하고 조사한 취재원을 밝힐 수 없는 협력도 있었던 모양이다.
참고 문헌은 북한 관련 책만 해도 95권에 이르고, 주민 기본 대장 (우리나라의 주민등록표에 해당-옮긴이) 네트워크 시스템/예금 봉쇄(은 행예금 등의 금융 자산 인출을 제한하는 것을 말함-옮긴이)/대미 관계/지 정학 관련이 21권, 국제법 관련 7권, 소년병 관련 6권, 군사/안전보 장/특수부대/병기/무기 관련 26권, 화약/폭파/폭발 관련 11권, 건축 설비 관련 13권, 벌레/파충류/독화살개구리/독 관련 14권, 의학 관련 8권, 규슈 경제 관련 4권으로 총 205권의 서적이 인용되었다.
그 밖에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표현을 위해 많은 영상 자료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특수부대나 테러 대책과 관련한 영상 자료가 38건, 북한과 관련해서는 '수령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네'라 는 음악 CD도 5개나 참고했다고 한다. 즉 《반도에서 나가라》라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라카미 류가 그 책에 쏟아부은 인생을 읽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구상에서부터 10년간의 사색과 집필 과정, 200권을 넘는 책과 자료, 수많은 사람의 인터뷰 취재 등을 투자한 결과 만들어진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엔터테 인먼트 작품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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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평소 후지하라 뇌를 타인의 뇌 조각이 달라붙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후지하라 뇌에 무수히 많은 훅과 같은 장치를 만들어 두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타인의 뇌 조각이 쉽게 걸릴 것이다. 혹이란 무언가를 걸어 놓는데 사용하는 돌기처럼 생긴 고리를 말한다. 그 혹은 독 서를 통해서도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독서는 책을 쓴 사람이 바로 곁에 없어도 그 사람의 뇌 조각을 자신의 뇌에 연결해 주는 도구가 된다. 이를테면 뇌 과학자 모기 겐이치로茂木健一郎의 작품을 읽으면 모기 겐이치로의 뇌 조각 이 후지하라 뇌에 달라붙고, 작가 하야시 마리코林真理子의 작품을 읽으면 하야시 마리코의 뇌 조각이 후지하라 뇌에 달라붙는다. 뇌에 달라붙는다고 해도 깔끔한 형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예를 들어 뇌에 무수히 많은 구멍이 질서 정연하게 뚫려 있고 그 구멍 안으로 타인의 뇌 조각이라는 둥근 형태의 공이 쏙 들어가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어떤 장소에서는 뇌 조각이 꽂히는 형태로 달라붙기도 하고, 또 다른 장소에서는 뇌 조각이 뭔가에 걸린 것처럼 덜렁거리는 모습일 수도 있다.
똑같은 체험을 해도 그 체험을 통해 뭔가를 배우는 사람과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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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신경이 통과하지 않으면 더 많은 뇌 조각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뇌에서는 시냅스라는 신경물질의 발달로 기능이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아포토시스'(세포사)라는 형태로 사멸한다. 그런데 아포 토시스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독서량을 축적해 수용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때 자신의 특기 분야나 흥미가 있는 내용에만 치우치면 새로운 분야를 접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나는 문과 전공이라서 DNA나 유전자에 대해서는 별 흥미가 없어요." 하거나 "너무 어려운 분야라 우주에 관해서는 관심이 안 생겨요." 또는 "순수문학을 좋아해서 다른 책은 딱히 읽고 싶지 않아요."와 같은 이유를 대면서 자신이 관심 있거나 특기 분야가 아닌 책을 꺼리다 보면 거기에 유익한 뇌 조각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뇌에 달라붙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서툴고 잘 알지 못하는 낯선 분야,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놀랍고 새로운 내용 또는 지금까지 전혀 흥미를 갖지 못했던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물론 이런 노력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뇌의 수용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이질의 회로'를 만들어 내야 하며 이런 시도를 통해 수용체의 형상이나 질이 다양해질 수 있다.
쉽게 말해 난독을 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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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어제부터 오늘, 오늘부터 내일로 뇌가 활성화해 가는 것은 틀림없다. 그럴 경우 지금 보이는 풍경과는 다른 세계가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타인의 뇌 조각과 이어진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 일 것이다.
독서는 관점을 늘리고
자기편까지 늘린다
독서를 통해 타인의 뇌 조각과 자신의 뇌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를 바꿔 말하면 '관점'을 늘리고 '자기편'을 늘리는 일이다. 먼저 관점을 넓히고 늘리는 것에 대해 살펴보자.
독서는 저자가 획득한 지혜를 독자의 뇌에 연결하는 행위다. 자신의 뇌를 타인의 뇌 조각과 연결하면 자신의 뇌가 확장되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지혜를 획득하게 된다. 이로써 독자는 세상에 대 한 관점을 넓혀 다면적이고 복안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세계관(관점)이 넓어지면 옥석이 뒤섞인 정보에 속지 않으며,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선택지가 증가한다. 무엇보다 위험을 분산할 수 있으므로 책을 읽을수록 자기 자신을 지키는 힘이 강해진다.
또 하나인 자기편을 늘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제2장 독서는 작가의 뇌와 자신의 뇌를 연결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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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권장 도서에 지정될 정도의 '명작'인데, 어쩌면 자신의 독해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음먹고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났더니 속이 후련해졌다. 내가 고백했던 상대는 바로 아카기 간코赤木かん子였다. 그는 아동문학 평론가로, 고 요시모토 다카아키吉元隆明와의 논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만큼 식견이 풍부한 독서가다. 와다중학교의 도서실을 개조하는 작업을 부탁했는데, 처음 만나서 한잔하러 간 자리에서 그 얘기를 털어놓았다. 나의 말에 아카기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야 당연합니다. 솔직히 재미없으니까요.”
사실 나 역시 아들에게 책을 권장했을 때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아닌 내가 감명받은 책을 억지로 읽게 했던 적도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권장하는 책은 대부분 '교훈적인 것'이나 '세계 명작' 같은 종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이가 책에 흥미를 느끼지 않아 한발 뒤로 물러섰던 적도 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아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포인트는 책의 세계에 자기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작이 모두 재미없다는 말이 아니라 내가 접했던 두 권의 명작은 나 자신으로 하여금 그 세계에 빠져들지 못하게 했던 것뿐이다. 감히 명작을 두고 이런 말을 하는게 송구하지만, 아동기에 흔히 말하는 명작만을 접하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는 것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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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거대한 롤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시뮬레이션을 반복함으로써 인생을 조감할 수 있게 된다. 인생을 평평한 곳에서 바라보면 현재 나아가고 있는 하나의 길밖에 안 보인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전체 인생을 바라보면 그 옆에 나 있는 다른 길도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나의 베스트셀러 《마흔, 버려야 할 것과 붙잡아야 할 것들》坂の上の坂이라는 책에서 자세히 기술했듯이 인생의 산은 하나가 아니다. 인생의 후반을 향해 하나의 큰 산을 넘어가는 이미지가 아니라, 쭉 이어진 여러 개의 산을 올랐다 내려갔다 하면서 마지막까지 산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인생 후반에 여러 개의 산을 오르락내리락할 생각이라면 일을 통해 오른 가장 중점이 되는 산과는 다른 산을 인생의 전반이나 중반부터 만들어 둬야 한다. 그 산을 구축하기 위해 25세에서 55세 까지의 30년간 조직에서 일하는 주축과 달리 왼쪽에 두 개, 오른쪽에 두 개 정도 각기 다른 커뮤니티에 자신이 설 자리를 만들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든 재난지역 지원을 위한 커뮤니티든 철도 동호인 커뮤니티든 상관없다. 그 밖에 테니스, 클라리넷, 장기, 바둑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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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메니에르 증세가 발병하면서 회사라는 인생의 주축에서 일단 퇴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그때 독서량을 축적함으로써 조감도를 볼 수 있는 풍성한 시야를 획득할 수 있었 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이탈해도 상관없 다고 하는 심리적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양이 질로 바뀐다.
300권 돌파
3년간 해마다 100권의 책을 읽으면 300권이 된다. 독서량 이 300권을 넘어서면서부터 하고 싶은 말이 넘치기 시작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상을 접하다 보면 자신도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맨 처음 시작한 것이 자신의 의견을 적 어 나가는 변변찮은 작업이었다. 처음에는 두세 줄 정도의 메모를 끄적거리다가 마침내 1,000자 정도의 잡문을 썼다. 요즘 같으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교육학자 사이토 다카시斎藤孝 선생은 “독서는 글자로 샤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정량이 넘어가면 직접 글을 쓰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나의 경험으로도 그랬다. 책 한 권이 대충 200쪽이
제3장 독서는 내 인생에 이렇게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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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육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할 무렵에는 정보 편집력에 대한 기술이 제대로 갖춰질 것이다. 나는 이렇게 교육하는 편이 바 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선두 기업을 중심으로 인재 채용 시 응시자의 자질을 가려낼 때 정보 편집력을 중요시하기 시작했다. 상징적인 사 레이겠지만,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가 모인다고 하는 구글의 입사 시험을 들 수 있다. 구글의 입사 시험 문제는 매우 독특하기로 유명한데 언젠가 이런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스쿨버스 안에 골프공을 채워 넣는다면 얼마나 들어갈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구글이 원하는 답은 하나가 아니다. 전문적이면서 도 난해한 수식을 사용해 물리적으로 증명한 사람도 채용되겠지만, '스쿨버스에 타고 있는 아이들이 버스 안에 채워 놓은 공을 밖으로 내던져 버릴 테니 결국 하나도 담을 수 없다'처럼 의외의 엉뚱한 답을 제시하는 사람도 채용된다고 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각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주어진 문제에 대해 단시간에 모두가 수긍할 만한 답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일이 다. 빠른 머리 회전(정보 처리 뇌)뿐 아니라 유연한 머리(정보 편집 뇌)를 테스트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사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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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당연히 상대와 공 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 이럴 경우 독서만이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독서
두 번째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상식이나 전제를 의심하면 서 유연하게 복안 사고를 하는 기술)이다. 영어로는 Reasoning skills (skill set needed to think critically and logically)라고 표현한다. 성숙 사회에 서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모두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찾아낸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답을 이해하거나 자신이 찾아낸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답을 타 인에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논리적으 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가운데 자신이 소중하게 지켜 나 가고자 하는 가치의 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법칙이나 사회 적으로 수용 가능한 대처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사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힘에 해당하
제4장 정답이 없는 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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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하는 힘을
기르는 독서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프레젠테이션하는 힘'(상대방 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표현 기술)이다. 영어로는 Presentation skills(skill set needed to share ideas in a dynamic, interactive way)라 고 표현한다. 소통하는 힘을 통해 정보나 이미지를 인풋하여 시뮬레 이션하고 롤플레잉 하는 힘으로 상상력을 증대시켜 '가설'을 설정한 다. 상대방에게 그 가설을 설득시키려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논리적인 설명만으로는 상대를 설득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아무리 가치가 크고 논리 정연한 생각이라도 상대에게 제대로 전 달하지 못하면 그 가치가 훼손당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적합한 정서적 표현을 통해 전달해야만 상대가 나의 의견에 동 의하고 마음이 움직이기 마련이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가 제대로 이 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힘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성숙 사회에 서는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이 기술에 해당하는 학교 교과목으로는 모든 실기 교과를 들 수 있다. 음악, 미술, 체육, 기술, 가정 등의 실기 교과는 자신의 감성이 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체육은 신체를 통해 표현하는 프레
제4장 정답이 없는 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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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그림이나 조각, 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며, 음악도 소리나 리듬을 통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기술과 가정 역시 요리, 의복, 공작물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행위인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힘은 상대의 뇌에 자신의 뇌 조각을 '연결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때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가능한 한 솔직하게 그리고 알기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타인'을 그려 보는 것이며, 그다음으 로 상대가 나와는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프레젠테이션은 상대방 머릿속에는 자신과 다른 영사 실이 있다는 생각으로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를 비춰 줘야 한다. 예를 들면 A와 B라는 이미지밖에 머릿속에 없는 상대방에게 갑자기 C라는 이미지를 프레젠테이션 한다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는 C라는 이미지를 대신할 무언가로 C라는 이미지를 전달해야 한다. 이것이 포인트다.
즉 어떤 생각을 프레젠테이션 하려면 수없이 많은 이미지를 편집하여 제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A와 B라는 이미지밖에 머릿속에 없는 상대방에게는 A와 B와 관련한(상대방이 친근감을 가질 수 있는) 요소를 조합해서 C라는 이미지를 표현해야만 그 프레젠테이션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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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례에서는 나무 탑을 무너뜨린 동생을 혼내서 반 성하게 할 수도 있고, 재밌는 장난감을 쥐여 주고 다른 방에서 놀게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동생과 함께 아까보다 더 높은 스카이트리에 도전할 수도 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각자의 성향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때 그 장소에서, 그 시각에 그리고 자신이 가진 수단으로 부족하거나 한계가 있는 조건에서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놀이의 묘미다. 바꿔 말하면 놀이는 의도한 대로 진행되면 더 이상 놀이가 아닌 것이 된다. 상황이 급변하고 복잡하 게 바뀌는 가운데 자신의 태도를 수정하는 능력을 시험하고, 또 그것을 즐기는 것이 놀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어렸을 적 내가 살았던 공무원 주택 단지에는 건물 사이에 공원 이 있었다. 공원에는 모래터와 철봉, 그네 그리고 비록 작기는 했으 나 공터도 있었다. 우리 세대의 남자아이들은 툭하면 야구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장소가 좁아서 제대로 된 야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생각해 낸 것이 삼각 베이스(홈베이스와 일루, 삼루를 삼각으로 이 어서 행하는 야구를 간략화한 놀이)다.
게다가 제대로 된 베이스가 없었으므로 나무나 돌로 표시해서 베 이스를 삼았다. 공만큼은 누군가가 가지고 왔지만 방망이가 없을 때 도 있었고, 그럴 때면 근처 공사장에 가서 나무막대기를 가져와 방망이 대신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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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몰랐는데 당시 로마는 매우 위험한 도시였다. 때로는 살인 사건까지 일어나는 중앙역에서 잔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던 모양이다. 일본에서 멀리 떨어진 해외,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 속에서 경찰서에 신고하고 대사관을 찾아가고 여행 사 주재원과 영어도 안 통하는 호텔 직원을 상대로 머물 곳과 귀국 비행기 편을 알아보는 동안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정말이지 지옥 같은 상황에서 괜스레 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사건을 체험함으로써 한 단 계 성숙해지지 않았나 싶다. 만약 목숨을 잃었더라면 본전 치기도 못 한 일이 되었겠지만, 극한 상황이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체험함으로써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을 갈고닦을 수 있다. 위기에 처했을 때 인간은 머릿속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연결하고 편 집해서 최선의 대책을 생각해 내고자 한다. 극한 상황을 체험하는 것에 관해서는 미디어팩토리에 있었을 무렵, 평론가인 니시베 스스 무西部邁 선생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자가 제정신을 차리려면 병에 걸려 죽기 직전의 상황까지 가 보거나 독방에 들어가 앉아 말없이 정신을 모아 깊은 생각에 잠겨 보거나 전쟁에 나가는 수밖에 없다.”
니시베 선생이 하고자 했던 말은 인간이 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그만큼 강한 충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이 조금 힘들다거나 지옥 같은 연수에 참가하는 정도로는 가치관이 갑자기 변하지 않는 다. 반나절만 지나도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고 만다.
한편, 죽음은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는 궁극의 극한 상황이 다. 암을 선고받은 사람의 체험담을 읽어 봐도 죽음을 눈앞에 서 의식함으로써 세상이 전혀 달라 보인다고 한다. 물론 엄청난 공포감이 밀려왔겠지만, 운 좋게 거기서 되돌아올 수 있다면 아 마도 그때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지식 체계와는 전혀 다른 편집이 뇌 안에서 일어날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 어른의 여행 그리고 극한 상황에 직면해 보는 것 등은 독서와 더불어 정보 편집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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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가 비슷한 다른 정보 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책의 저렴한 가격과 제조원가는 상당히 우수하다."
이처럼 고도로 합리적인 책이라는 단말기를 1,000~3,000엔 정도로 손에 넣을 수 있다. 200쪽 전후에 담긴 방대한 지식 덩어리를 겨우 1,500엔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투자 효율은 상당히 높다. 또한 책은 다 읽고 나면 성취감이 있다. 특히 종이책의 경우 책 갈피나 책에 붙어 있는 가름끈을 책장과 책장 사이에 끼움으로써 여 기까지 읽었다고 하는 성취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실감할 수 있 다. 또는 대여섯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책상 한구석에 쌓아 놓으면 물 리적인 감각으로 읽은 양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전집이나 시리즈물 등은 전부 읽기까지 그에 상응하는 인내심 이 필요하다. 시오노 나나미塩野七生의 《로마인 이야기》와 같은 장대 한 시리즈물은 재미는 있지만, 마지막까지 읽으려면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인내력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인내심이라는 측면에서는 전자책보다 종이책 쪽
이 훨씬 더 실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나는 프랑스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 프랑스인에게는 절 대적으로 고독한 인생관이 깊게 가로 놓여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생명을 얻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결국 타인과 완전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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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가 되어 이슈가 되는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았다. 내가 발견한 책도 아닌데 유명세에 끌려 읽는다는 것이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 측면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유행을 좇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서점 계산대 옆에 쌓아 놓은 '불티나게 팔리는 책'에는 손이 안 갔다. 40대가 되면서 독서가 일상의 일부가 되자 그런 편견이나 겸연쩍음이 없어졌다. 그 냥 자연스럽게 화제를 끌고 있는 책은 읽어 두자는 심경이 되었다.
예를 들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 면》もし高校野球の女子マネージャーがドラッカーの《マネジメント》を読んだら과 같은 베스트셀러는 내가 30대였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또 고 히로 미郷ひろみ가 쓴 《대디》ダディ와 같이 일부러 화제성을 연출한 책은 출판사의 전략이 빤히 보여서 괜히 싫어했었다. 하지만 독서가 일상이 되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오히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언급되었던 책의 경우 흥미진진한 공통의 화제로 삼을 수 있으니 읽어 두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지금은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에서부터 모조리 읽어 나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내용이냐 화제성이냐는 제쳐 놓고 애초에 순위 상위에 들어가는 책에는 그럴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책을 선택하는 계기는 무엇이든 상관없으며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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