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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독서정리

마흔 일곱번째 책 : 다윗과 골리앗

by 마파람94 2024. 12. 22.

 
살아 왔던 여러 장면들이 중첩되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24년 읽은 책들중 세 손가락 안에 꼽고 싶을 만큼 좋았던 책입니다. 왜냐하면 직접 경험했던 일들이 책 구석구석에 녹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윗이 나타났다. 사울은 적어도 다윗이 싸워볼 기회라도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의 칼과 갑옷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다윗은 거부했다. “익숙하지 않으니 저는 이것을 입고 걷지 못하나이다." 대신 그는 허리를 구부려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주워 어깨에 멘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는 양치기 지팡이를 들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골리앗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소년을 보고 모욕감을 느꼈다. 그는 노련한 전사와 결투를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가 본 사람은 양치기였다. 모든 직업 중에 가장 천한 일을 하는 소년이 양치기 지팡이를 곤봉처럼 들고 골리앗의 칼과 맞서려는 것처럼 보였다. 골리앗은 그 지팡이를 가리키며 "네가 나를 개로 여기고 막대기들을 들고 내게로 나아오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그다음에 벌어진 일은 전설이 됐다. 다윗은 돌 하나를 가죽 투석 주머니에 넣고 무릿매질로 노출된 골리앗의 이마를 향해 날렸다. 이에 골리앗은 그 돌에 맞아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는데, 다윗은 그에게 달려가 칼을 빼앗아 그의 목을 냈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했다. "블레셋 사람들이 자기 용사의 죽음을 보고 도망하는지라."

누구도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투에서 한 나약한 소년이 기적적으로 승리했다. 그 이후로 수천 년 동안 이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전해 내려왔다.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표현은 불가능해 보이는 승리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우리의 언어 속에 고착되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사건에 대한 이런 식의 설명이 거의 모두 틀렸다는 점이다.

머리말 23


“해마다 압박 전술을 배우려고 많은 코치가 찾아옵니다”라고 피티노는 말했다. 그는 이제 루이스빌 대학교의 수석 농구 코치가 되있으며, 루이스빌은 골리앗을 무찌르는 법을 배우려는 모든 다윗의 메카가 됐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이메일을 보내와, 그 전술을 쓸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과연 선수들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죠.” 피티노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날마다 두 시간씩 연습합니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선수들은 연습 시간 중 98퍼 센트를 움직이면서 보냅니다. 말하는데 쓰는 시간은 무척 짧습니다. 교정을 할 때-피티노와 그의 코치진이 플레이를 멈추고 지시를 내릴 때를 뜻한다-는 7초 정도만 교정을 해줍니다. 심장박동이 절대 쉬지 못하도록 말이죠. 우리는 항상 뛰고 있습니다.” 7초라니! 루이스빌을 찾아온 코치들은 관중석에 앉아 그 끊임없는 움직임을 보며 절망에 빠진다. 다윗의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하려면 필사적이어야 한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빠야 한다. 하지만 다른 팀들은 이런 규칙이 먹히지 않을 것임을 코치들이 알 만큼 전력이 괜찮다는게 문제다. 그들의 선수들은 이렇게 힘든 플레이를 하도록 절대 설득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필사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라나디베는? 아, 그는 필사적이었다. 패스와 드리블, 슛 능력이 빵점인 선수들을 보면 우리는 그것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약점이 아니었다. 그 약점이 바로 승리의 전략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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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샌들에 베두인족 전통 의상을 입고 군대 상판을 만나러 갔다. 그는 아랍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했고, 평생을 낙타 등 위에서 살아온 사람처럼 낙타를 다루었다. 그는 군대의 기성 질서에 아무것도 엮인 것이 없었기에 그런 질서 안에 있는 사 -람들이 그의 '훈련받지 않은 오합지졸'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 다윗이 있었다. 그는 블레셋 사람과의 전투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칼과 칼이 맞부딪치는 싸움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고대의 모든 직업 가운데 가장 천한 부류인 양치기였다. 그는 군사적 관례의 자질구레한 내용 따위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우리는 명성과 자원을 얻고, 엘리트 기관에 소속되는게 우리를 더 잘살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 반면 물질적인 이점이 우리의 선택을 제한한다는 방향으로 생각하는데에는 충분한 시간을 쓰지 않는다. 상대 팀의 부모와 코치진이 자신에 대한 욕설을 퍼붓고 있을 때, 비벡 라나디베는 코트의 사이드라인에 서 있었다. 그런 비난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움츠러들 것 이다. 하지만 라나디베는 그러지 않았다. “정말로 막무가내였어요. 그러니까, 아빠는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라고 했던 안 잘리의 말을 상기해보라).” 농구계에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가 알게 뭔가? 라나디베는 전혀 아는 바가 없던, 스포츠에 전혀 재능이 없던 소녀들의 팀을 이끌었다. 그는 약자였으며 부적응자였다. 바로 그 점이 아무도 꿈꾸지 못했던 것을 시도할 자유를 주었던 것이다.

제1장 상대의 예상을 무너뜨리는 언더독의 전술 53


다른 부모들처럼 그는 자녀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준비해서 주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거대한 모순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돈의 가치와 일의 의미, 그리고 이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펼쳐나감으로써 얻는 즐거움과 충족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길고 힘든 과정을 거쳐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성공했기 때문에 그의 자녀들이 똑같은 교훈을 얻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 할리우드 거부들의 자녀들은 비벌리힐스에 사는 이웃집 의 낙엽을 쓸지 않는다. 부모들은 자녀가 전깃불 끄는 것을 깜박했다고 눈앞에 전기 요금 고지서를 흔들어대지도 않는다. 농구 경기 장에서 기둥 뒤 좌석에 앉아 코트 바로 옆자리에 앉는 기분이 어떨 까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늘 그런 곳에서 살고 있으니까.

“부유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는 게 저의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힘겨운 경제적 생활환경 속에서 망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부유함 속에서도 망가집니 다. 야심도 잃고 자부심도 잃어버리며, 또 자신의 존재 의미마저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스펙트럼의 양극단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인 셈입니다. 아마 중간 어디쯤에 최적의 지점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백만장자가 아이들을 키우기 힘들다고 우는소리를 하는 것 만큼 공감을 얻기 어려운 것도 드물 것이다. 이 할리우드 거물의 자녀들은 최고로 좋은 집이 아니면 살지 않을 것이고, 1등석이 아니면 어디에도 앉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물질적인 편안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수성가한 인물이었다. 

제2장 작은 학급이 공부를 더 잘할까? 65

언제나 진리라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양육과 소득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그래프를 그려달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리지는 않을 것이다.

돈은 어느 지점에 이를 때까지는 양육을 더욱 쉽게 만들어준다. 커다란 차이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 지점에 이를 때까지는 말이다. 과연 그 지점은 어디쯤일까? 행복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연 소득이 약 7만 5,000달러 선에 이르면 돈이 사람들을 더 이상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경제학자들이 '한계 수확 체감'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등장한다. 만약 당신 가족의 연 수입이 7만 5,000달러이고 이웃집의 연 수입은 10만 달러라면, 연간 2만 5,000달러의 차이는 이웃이 더 좋은 자가용을 몰고 조금 더 자주 외식을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그 추가 수입이 이웃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으며,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수천 가지의 크고 작은 요소들을 더욱 잘 갖추게 해주는 것도 아니다. 좀 더 정확한 양육-소득 관계의 그래프는 다음과 같이 보일 것이다.

제2장 작은 학급이 공부를 더 잘할까? 67

그러나 곡선이 보여주는 것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안 그런가? 부모의 소득이 충분히 높아지면 양육이 다시 힘들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자라난 세상의 가치가 자녀에게 제공하는 세상의 그것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아주 부자인 사람들은 얘기가 달라진다. 심리학자 제임스 그러브먼 James Grubman은 1세대 백만장자를 묘사하면서 '부의 세계로 이민 한 사람들immigrants to wealth'이라는 멋진 표현을 썼다. 이들 백만 장자들이 자녀와 관련된 문제에서 새로운 나라로 이민한 사람들과 같은 종류의 문제에 직면한다는 의미다. 할리우드 거물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은 중류층이 사는 '고국'에서 자랐고, 결핍은 삶의 거 대한 원동력이자 선생님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돈의 의미, 그리고 자립과 근면한 노동의 미덕을 가르쳤다. 그러나 그의 자녀들이 살고 있는 부유층의 '신세계'에서는 규칙은 달라지고 종잡을 수 없다. '열심히 일해라, 독립심을 키워라, 돈의 의미를 배워라'와 같은 덕목을. 주위를 둘러보면 열심히 일할 필요도, 독립심을 가질 필요도, 돈의 의미를 깨달을 필요도 없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수 있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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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8년에 르누아르와 바지유, 모네의 그림은 살롱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살롱의 6주 전시 기간이 중 간쯤 지날 무렵, 이들의 작품은 주 전시실에서 치워졌고 ‘데포투아 dépotoir(쓰레기장)'로 쫓겨났다. 그곳은 건물 뒤편에 있는 작고 어두 컴컴한 방으로, 실패작이라 간주되는 그림들이 옮겨지는 곳이었다. 그것은 아예 심사에서 떨어진 것만큼이나 안 좋은 일이었다.

살롱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 행사였다. 카페 게르부아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그 점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살롱을 통과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들이 의미를 찾지 못하는 종류의 미술 작품을 만들어야 했고, 다른 화가들의 작품 무더기 속에 묻혀버릴 위험도 있었다.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인가? 살롱의 문을 계속 두드릴 것인가, 아니면 박차고 나와 독자적으로 전시 행사를 열 것인가를 놓고 인상파 화가들은 밤이면 밤마다 논쟁을 벌였다. 그들은 살롱이라는 큰 연못의 잔챙이가 되기를 바랐을까? 아니면 스스로 선택한 작은 연못의 대어가 되기를 바랐을까?

결국 인상파는 옳은 선택을 했고, 바로 그 결정이 전 세계 모든 주요 미술관에 이들의 작품이 걸려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러나 이와 같은 딜레마는 우리의 삶 속에서도 계속 생겨나고, 우리는 종종 그다지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 뒤집어진 U자형 곡선은 어느 시점에서는 돈과 자원이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지 못하며, 또 어느 시점에서는 악화시키기 시작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인상파의 이야기는 두 번째이자 아주 비슷한 문제를 던져준다. 우리는 최상의 것을 얻으려고 분투하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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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예로웠던 점 때문에 살롱은 또한 문제가 됐다. 산업궁은 2층 높이의 중앙 통로를 가진, 약 274미터 길이의 거대한 건물이었다. 전형적인 살롱 전시회는 3,000~4,000점의 그림을 수용할 수 있었고, 이 그림들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4열로 전시됐다.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 찬성을 얻은 그림들만 바로 눈높이 '선상에' 걸렸다. '하늘 높이' 걸리면, 즉 천장 가까이에 걸리면 대중이 작품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르누아르의 그림 중 하나가 데포투아의 하늘 높은 곳에 걸린 적이 있었다). 화가 한 사람은 세 점까지만 제출할 수 있었다. 종종 엄청난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살롱은 커다란 연못이었다. 살롱에서는 잔챙이가 아닌 큰 물고기가 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피사로와 모네는 마네와 생각이 달랐다. 그들은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만약 살롱에서 떨어져 나가 자신들만의 행사를 개최한다면, <올림피아>는 도를 넘은 작품이라고 여기면서 군인과 우는 여자의 그림에는 메달을 수여하는 살롱의 엄격한 규칙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그릴 수 있었다. 군중 속에서 작품들이 파묻히지도 않을 것이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일은 없을 테니까. 1873년, 피사로와 모네는 인상파 동료들에게 무명의 화가 및 조각가, 판 화가 협동조합Société Anonyme Coopérative des Artistes Peintres, Sculpteurs, Graveurs을 결성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는 경쟁도, 심사 위원도, 메달도 없을 것이고 모든 예술가는 똑같은 대우를 받을 것 이었다. 마네만 빼고는 모두 여기에 가입했다.

이들은 카퓌신Capucines 대로변에 있는 한 건물의 꼭대기 층에서

제3장 안을사이더의 자아 관념 03

어느 사진작가가 막 이사를 떠나고 난 빈 공간을 발견했다. 이 공간은 적갈색의 벽으로 된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인상파 전시회는 1874년 4월 15일에 막을 올렸고, 한 달 동안 계속됐다. 입장료는 1프랑이었다. 모두 165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세 잔 세 점, 드가 열 점, 모네 아홉 점, 피사로 다섯 점, 르누아르 여 섯 점, 그리고 알프레드 시슬리 다섯 점 등이 포함됐다. 도시 건너 편 살롱에 전시된 것과 비교하면 작디작은 규모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행사에서 인상파 화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많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실제로 감상할 수 있도록 그림을 걸 수 있었다. 예술사학자 해리슨 화이트Harrison White와 신시아 화이트 Cynthia White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설령 심사를 통과했더라도 살롱의 거대한 그림 더미 속에 묻혔다. 하지만 독립적인 이 그룹 행사를 통해 그들은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3,500명의 사람들이 전시회를 관람했다. 첫날에만 175명이 찾아왔는데, 이 정도만으로도 인상파 화가들에게 비평가들의 관심이 쏠리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쏠린 관심이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중에는 인상파 화가들이 한 것이라곤 권총에다 페인트를 장전하고 캔버스에 발사한게 전부라는 농담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큰 물고기-작은 연못' 선택의 두 번째 부분이다. '큰 물고 기-작은 연못'을 선택하면 외부로부터 경멸을 받을 수도 있지만, 작은 연못은 그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환대받는 장소다. 그곳은 공동체와 우정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지원을 누릴 수 있으며, 혁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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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에 누구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장소다. 피사로는 희망에 가득 차서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쓴 편지를 보냈다. "우리는 틈새를 찾기 시작했다네. 우리는 군중의 한가운데에서 우리의 작은 현수막을 펼쳐 보인 불청객이 되는 데 성공한 거라네." 이들의 도전은 '여론에 신경 쓰지 않고 전진하는' 것이었다. 피사로가 옳았다. 살롱에 서 떨어져 나온 인상파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았다. 그들은 새로운 창작의 자유를 느꼈고, 오래지 않아 외부 세계는 일어나 앉아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현대미술의 역사에서 이보다 더 중요하거나 더 유명한 전시회는 없었다. 그 당시 토끼장처럼 좁은 건물 꼭대기 층에 걸려 있던 그림들을 오늘날 사려고 하면 적어도 10억 달러 이 상이 필요할 것이다.

인상파가 남긴 교훈은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는 것이 큰 연 못의 작은 물고기가 되는 것보다 더 나은 때와 장소가 있다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주변부 세계의 아웃사이더라는 명백한 단점이 전혀 단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세잔은 대중의 눈에 띄는 가시성可視性을 얻는 것과 살롱이 주는 영예를 비교해보았고, 창작의 자유를 누리는 것과 심사단에 의해 선별되는 것을 비교해보았다. 그리고 큰 연못은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캐롤라인 색스도 같은 선택에 직면했다. 그녀는 메릴랜드 대학교의 큰 물고기가 될 수도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명성을 날리는 대학교의 작은 물고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카퓌신 대로변의 방 세 개 대신 살롱을 선택했다. 그리고 결국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제3장 아웃사이더의 자아 관념 95

대학에 가서 유기화학을 수강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더구나 색스는 극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학문적으로 엄격한 대학교에서 유기화학 수업을 들었다. 만약 전 세계에서 유기화학을 듣는 모든 학생들의 순위를 매긴다면 색스는 아마도 상위 1퍼센트 안에 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색스가 유기화학을 듣는 전 세계 모든 학생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다는데 있었다. 그녀는 브라운 대학교의 동료 학생들과 비교했을 뿐이다. 그녀는 미국에서 가장 깊고 가장 경쟁이 치열한 연못의 작은 물고기 한 마리였다. 그리고 자신을 다른 뛰어난 물고기와 비교하는 경험이 그녀의 자신감을 산산조각 냈다. 이런 비교 때문에 그녀는 전혀 바보가 아니었지만 스스로를 바보처럼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와! 다른 학생들은 그 과목을 마스터했어요. 시작할 때는 나와 똑같이 감을 못 잡던 학생들조차 말이에요.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없는 것 같아요.”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

캐롤라인 색스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사회학자 새뮤얼 스투퍼 Samuel Stouffer가 만든 용어인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스투퍼는 미군의 태도와 사기를 조사하기 위한 미 육군의 의뢰를 받아, 50만 명의 남녀 군인을 대상으로 군인들이 부대장을 보는 시각에서부터 흑인 병사들이 자신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지, 그리고 고립된 전초기지에서의 근무를 병사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각하는지 등에 이르는 연구를 진행했다.

제3장 아웃사이더의 자아 관념 99

스투퍼의 요점은 우리가 지구적으로globally, 즉 가능한 가장 넓은 맥락 속에서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함으로써 국지적으로 locally 우리의 인상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박탈감은 상대적이다. 이는 명확하면서도 (탐구에 관한) 매우 심오한 관찰들 중 하나이며, 그렇지 않다면 의문이 풀리지 않는 모든 종류의 관찰 결과들을 설명해준다. 예를 들면 다음 중 어느 쪽이 자살률이 높을까? 스위스, 덴마크,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캐나다 등 국민들이 스스로 아주 행복하다고 공언하는 나라들일까? 아니면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과 같이 국민들이 별로 행복하지 않다고 묘사하는 나라들일까? 정답은 이른바 행복한 나라들이다. 이는 헌병과 육군 항공대에서 본 것과 같은 현상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상당히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곳 에서 당신이 우울한 상태라면, 주위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해서 아 주 나쁘지는 않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함박웃음 을 짓는 나라에서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다면 얼마나 힘겨울 것인 지 상상할 수 있을까?*

캐롤라인 색스가 자신을 평가하기 위해 유기화학 수업의 주위 학생들을 둘러본 것은 이상하거나 비이성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그게 원래 인간이 하는 행동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같은 조건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는데, 이는 엘리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학급의 최상위 학생을 제외한다면 경쟁이 덜 치열한 분위기에서는 느끼지 않을 부담감을 떠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3장 아웃사이더의 자아 관념 IOI

행복한 나라의 국민들이 불행한 나라의 국민들보다 자살률을 높은 이유는 주위의 웃는 얼굴들을 보게 되면 격차가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주위의 뛰어난 학생들을 바라보는 ‘훌륭한' 학교의 학생들은 어떻게 느끼게 될까?

교육에 적용된 상대적 박탈 현상은 아주 적절하게도 이른바 '큰 물고기-작은 연못 효과'로 불린다. 어떤 교육기관이 엘리트 기관일수록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 능력에 대해 더 나쁘게 느낀다. 괜찮은 학교의 반에서라면 최상위에 있을 수 있는 학생들이 정말 좋은 학교에서는 쉽사리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괜찮은 학교에서라면 어떤 과목을 마스터했다고 느낄 학생들이 정말 좋은 학교에서는 점점 더 멀리 뒤처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주관적이면서 어리석고, 비이성적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느낌은 중요하다. 강의실이라는 맥락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느끼는 방식, 즉 학문적 '자아

* 이 사례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한 광범위한 저술을 남긴 경제학자 메리 데일리Mary Daly 의 연구에서 얻은 것이다. 캐럴 그레이엄 Carol Graham의 책 『전 세계의 행복 : 행복한 소작 농과 불쌍한 백만장자의 모순Happiness Around the World: The Paradox of Happy Peasants and Miserable Millionaires」에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칠레의 가난한 사람과 온두라스의 가난한 사람 중에서 누가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논리적으로는 칠레일 것이다. 칠레는 경제가 발달한 현대적 국가다. 칠레의 가난한 사람들은 온두라스의 가난한 사람들보다 거의 두 배나 더 많은 돈을 번다. 칠레의 가난한 사람들이 더 좋은 집에서 살고 더 나은 음식을 먹으며, 더 많은 물질적 편의를 누릴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이 두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 점수를 비교한다면, 온두라스는 칠레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왜 그럴까? 온두라스 사람들은 다른 온두라스 사람들에게만 신경 쓰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은 이렇게 풀이한다. “평균 국가 소득 수준은 행복에 큰 문제가 안 되지만, 평균 소득의 상대적 격차는 문제가 된다. 가난한 온두라스 사람들은 평균 소득의 격차가 칠레보다 더 작기 때문에 더 행복하다.” 그리고 온두라스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의 수준에서 칠레보다 중산층에 훨씬 더 가깝기 때문에 그들은 더 낫다고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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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버드의 얼간이들'은 매우 크고 무시 무시한 연못에 사는 작은 물고기다. '하트윅 올스타'는 매우 푸근한 작은 연못에 사는 큰 물고기다. 이공계 학위를 받을 가능성을 결정 짓는데 중요한 것은 단지 당신이 얼마나 똑똑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실 안에 있는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얼마나 자신이 똑똑하다고 느끼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패턴은 학문적 수준에 관계없이 사실상 어떤 학교에서나 통한다. 사회학자 로저스 엘리엇과 크리스토퍼 스트렌타는 미국 전역의 11개 교양학부를 대상으로 똑같은 수치를 구해보았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그림 삽입]

제3장 아웃사이미의 자아 관념 107

이제 돌아가서 브라운 대학교와 메릴랜드 대학교라는 선택지 앞에 선 캐롤라인 색스가 어떤 선택을 해야 했는지 재구성해보자. 브라운으로 가면 그녀는 학교의 명성에서 오는 혜택을 얻게 된다. 동창들은 더 흥미롭고, 더 부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맺은 인맥, 그리고 졸업장에 새겨진 브라운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취업 시장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모두는 전통적인 큰 연못의 장점이다. 브라운은 살롱인 셈이다.

하지만 그녀가 감수해야 할 위험도 있다. 일단 과학 전공에서 완전히 탈락할 확률이 극적으로 증가한다. 그 위험은 얼마나 클까? 캘리포니아 대학교 미첼 창Mitchell Chang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을 때 대학교의 SAT 평균 점수가 10점 줄어들 때마다 그 학교의 학생이 STEM 전공 과정을 끝마칠 확률은 2퍼센트포인 트씩 늘어난다. 동료들이 더 똑똑할수록 자신은 더 바보처럼 느껴진다.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수록 과학 전공을 중도 포기할 확률도 더 높아진다. 메릴랜드와 브라운에 다니는 학생들 간의 SAT 점수 차는 대략 150점이므로, 괜찮은 학교 대신 뛰어난 학교를 선택한 대가로 색스가 치르게 될 '불이익'은 자신이 이공계 학위를 받고 졸업할 확률을 30퍼센트나 떨어뜨리는 것이다. 무려 30퍼센트나! 인문학 학위를 가진 학생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반면, STEM 학위를 가진 학생들은 좋은 커리어를 보장받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공계 학위자를 위한 일자리는 넘쳐나고, 보수도 높다. 아이비리그 학교의 명성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이공계 포기 위험이 매우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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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잔뜩 나와서 뭐가 뭔지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맨 왼쪽을 살펴보자. 이들은 반에서 상위 1퍼센트의 성적으로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다. 가장 권위 있는 저널에 세 편 또는 네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면 학자 생활의 시작으로서는 상당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정말로 좋은 학자들이다. 이건 이치에 잘 맞는다. MIT 나 스탠퍼드 대학교를 최상위권으로 졸업하는 것은 탁월한 업적이 니 말이다.

그다음부터 수수께끼가 시작된다. 상위 20퍼센트를 살펴보자. MIT와 스탠퍼드, 하버드 같은 학교는 해마다 대략 24명의 박사 과정 학생을 받아들인다. 따라서 상위 20퍼센트라면 대략 반에서 5~6등쯤 된다. 이들 역시 비범한 학생들이다. 그러나 상위 20퍼센트가 발표하는 논문의 양이 얼마나 적은지 보라! 최상위권 학생과 비교하면 몇 분의 1에 불과하다. 그리고 마지막 열, 그러니까 상위 45퍼센트로 평균을 약간 넘는 학생들을 보자. 이들 역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대학원 과정 중 한 곳에 들어갈 만큼, 그리고 반 에서 상위 절반 안의 성적으로 졸업할 만큼 뛰어난 학생들이다. 하 지만 이들은 논문을 거의 게재하지 못한다. 전문 경제학자로서 이 들의 성과는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제3장 아웃사이더의 자아 관념 Ⅲ


라인 색스처럼 유망한, 하지만 흑인인 학생들을 데려다가 한 눈금을 올려주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할까? 그렇게 하면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수 우대 정책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최선의 선의로 시행되는 일이며 엘리트 학교들은 다른 학교들에서 제공하지 않는, 가난한 학생들을 도와줄 자원들을 종종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허버트 마시가 말한 것처럼 큰 연못의 축복이 복합적이라는 사실을 바꾸지 못하며, 큰 연못의 단점이 좀처럼 언급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최고의 학교는 원하는 것이 무 엇이든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근거로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들 에게 가능한 한 최고의 학교로 가라고 말한다. 우리는 더 작은 규모의 학급이 언제나 더 나은 학급이라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큰 연못이 기회를 넓혀준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우리는 머릿속에 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 있지만, 그 정의는 옳지 않다. 그리고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실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약자와 거인 사이의 싸움을 잘못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단점처럼 보이는 것에 실은 얼마나 많은 자유가 있을 수 있는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은 작은 연못이다.

캐롤라인 색스가 대학에 지원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얻을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대화를 마치면서 나는 그녀에게 만약 메릴랜드 대학교에 가는 것, 즉 작은 연못 속의 큰 물고기가 되기를 선택

제3장 아웃사이더의 자아 관념 117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으니 이는 나를 쳐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이것이 내게서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내가 세 번 주께 간구하였더니.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

「고린도후서 12장 7~10절

우리가 무엇인가를 단점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통적인 지식에서 보면 단점은 우리가 피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피하지 않으면 단점은 당신을 더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시련 또는 역경이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는 않다. 다음 몇 장에 걸쳐서 '바람직한 역경'이라는 것도 있다는 생각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그 개념은 UCLA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로버트 비요 크Robert Bjork와 엘리자베스 비요크Elizabeth Bjork가 생각해낸 것인데, 이 개념은 약자가 어떻게 탁월해질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멋지면서도 잊을 수 없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제를 생각해보자.

1.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이 합쳐서 1달러 10센트다. 방망이가 공 보다 1달러 더 비싸다. 공은 얼마일까?

당신의 직관적인 반응은 무엇인가? 아마 당신은 공이 10센트라 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틀린 답이다. 그렇지 않은가? 야구방망 이는 야구공보다 1달러 더 비싸다. 만약 공이 10센트라면 방망이는 1달러 10센트여야 하고, 따라서 합계를 넘는다. 정답은 5센트가 되어야 한다.

문제를 하나 더 풀어보자.

2. 5대의 기계가 5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5분이 걸린다면, 100대 의 기계가 100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제4장 잃을 게 없는 지점 129


그 어려움을 통해 그녀가 과학의 가치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겁을 먹고 과학으로부터 도망치게 했을 뿐이다. 그러나 고난이 반대의 효과가 있는 때와 장소가 있다. 약자의 승산을 절단 낼 종류의 장애로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알터와 오펜 하이머의 90퍼센트 흐린 10포인트 크기의 이탤릭체 글꼴과 같은 것 이다.

난독증은 바람직한 장애가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평생 이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지를 안다면 그럴 수 있다고 믿기 어렵다. 단, 한 가지 묘한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다. 성공한 기업가들 가운데 놀랄 만큼 많은 수가 난독증을 가지고 있다. 런던 시티 대학교의 줄리 로건Julie Logan이 진행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그 숫자는 대략 3분의 1에 이른다. 그 목록에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유명한 혁신가들의 이름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몇 명 만 거론하자면, 영국의 억만장자 기업가인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 랜슨Richard Branson과 그의 이름을 딴 증권중개회사의 창립자인 찰스 슈워브Charles Schwab, 휴대전화의 선구자인 크레이그 맥코 Craig McCaw, 미국의 저가 항공사 제트블루 창립자인 데이비드 닐 먼David Neeleman, 기술 산업계의 거인 시스코의 CEO 존 체임버스 John Chambers, 킨코스의 창립자 폴 오팔리아Paul Orfalea 등이 난독증 환자다. 신경과학자 샤론 톰프슨-쉴Sharon Thompson-Schille 구성원 모두가 성공한 사업가인 저명한 대학 기부자들의 모임에서 연설하면서 즉흥적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학습 장애로 진단받은적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거의 절반이 손을 들더군요. 믿을 수가...

제4장 잃을 게 없는 지점 133

없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 사실을 놓고 두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이 주목할 만한 사람들은 그들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너무나 똑똑하고 창의적이었기 때문에 그 무엇도, 평생을 읽는 일에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장애조차 이들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이면서 더욱 흥미로운 가능성은 부분적으로 그들 이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즉 그들은 굉장한 이 점으로 입증된 역경을 겪으면서 무언가를 배웠다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자녀가 난독증을 앓기를 바라는가? 두 번째의 가능성이 사실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읽기를 뛰어넘은 능력들

데이비드 보이스David Boies는 일리노이 주에 있는 전원 지역의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그는 다섯 남매의 장남이었고, 부모는 공립학교 교사였다. 그의 어머니는 보이스가 어렸을 때 책을 읽어주곤 했다. 그는 책에 있는 내용을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말을 머릿속으로 기억하곤 했다. 그는 3학년이 될 때까지 읽기를 시작할 수도 없었고, 그 뒤에도 굉장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주 느리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몇 년 후, 그는 난독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자신이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일리노이의 농촌 지역에 있는 조그만 도시는 잘 읽는 능력을, 성공을 위한 중요한 증표로 여기는 곳은 아니었다. 많은 학교 친구들이 농장에서 일할 만큼 성장하자마자 학교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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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송 변호사가 됐다. 소송 변호사는 재빨리 판단해야 한다. 그는 해야 할 말을 머릿 속에 담아두지만, 때때로 법정에서 뭔가를 읽다가 그의 뇌가 제때 처리할 수 없는 단어와 마주치면 머뭇거리기도 한다. 그럴 때는 말 을 멈추고 철자경연대회에 참가한 아이처럼 단어의 철자를 한 글자 씩 소리 내어 읽는다. 그건 어색하긴 하지만, 진짜 문제라기보다는 기이한 것일 뿐이었다. 1990년대에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독점금 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검사 팀을 이끌었는데, 재판 과정에서 그는 계속해서 '로그인login'을 '로진lojin'으로 읽었다. 난독증 환자들 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였다. 그러나 그는 대질신문에서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미묘한 뉘앙스, 미세한 얼버무림, 그 사람만의 독특 한 단어 또는 뭔가를 드러내는 단어의 선택 하나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전, 하루 전, 혹은 1주일 전의 증언에서 나온 무심코 흘리는 말이나 넌지시 시인하는 말 가운데 그가 듣고 뇌에 입력하고 기억하지 못할 것이란 없었다.

보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내가 더 빨리 읽을 수 있었다면, 더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일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읽을 수가 없고 남의 말을 들음으로써 배우고 질문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를 기초 수준까지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무척 강력합 니다. 심리 사건에서 판사와 배심원들은 그 누구도 사건의 주제에 관한 전문가가 될 만한 시간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내 강점 중에 하나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논거를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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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자본화 학습capitalization learning'이 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주어진 강점들을 더욱 보강함으로써 무엇인 가를 잘하게 된다.

그러나 바람직한 역경은 반대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CRT 실험에서 알터와 오펜하이머는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학생들이 박탈당 한 것을 보상하도록 강제함으로써 학생들이 더욱 잘하게 만들었다. 이는 보이스가 듣는 방법을 배웠을 때 그가 한 일과 마찬가지의 방법이다. 그는 자신의 결점을 다른 것으로 보상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읽는 능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그는 재빨리 움직이고 적응해야 했으며, 주위 모든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몇 가지 전략을 짜내야 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학습은 자본화 학습이다. 이는 쉽고 분명하다. 만약 아름다운 목소리와 음감을 가지고 있다면 합창단에 들어가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반면 '보상 학습Compensation learning'은 정말로 힘들다. 어머니가 책을 읽어주는 동안에 어머니의 말을 기억하고, 나중에 주위 사람들에게 그럴듯하게 그 말들을 재현하려면 자신의 한계와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불안감과 굴욕감을 극복해야 한다. 단어들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집중해야 하며, 성공적인 재현을 위해서는 당당해져야 한다. 심각한 장애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모든 단계를 마스터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마스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더 잘할 수 있다. 필요해서 배운 것은 쉽게 배우게 된 것 보다 필연적으로 더욱 강력하기 때문이다.

제4장 잃을 게 없는 지점 141

피터슨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 이 파괴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데, 당신이 친화적이라면 그 아이디어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사람들의 감정을 다치게 하고 사회구조를 뒤흔드는 것을 걱정한다면 당신의 아이디어를 밀어 붙이지 못할 것입니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한 바 있듯이, “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맞춘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집요하게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피터슨의 주장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스웨덴의 가구 소매업체 이케아가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회사는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가 설립했다. 그의 위대한 혁신은 가구 비용의 많은 부분이 가구 조립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 은 것이다. 테이블에 다리를 붙이면 그 자체로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테이블의 배송비도 매우 비싸진다. 그는 조립되지 않은 가 구를 팔았고, 그것을 납작한 박스에 넣어 싸게 배송했으며, 모든 경쟁자보다 싼 가격에 팔았다.

그러나 1950년대 중반에 캄프라드는 난관에 부딪혔다. 스웨덴 가구 제조업자들은 이케아에 대한 집단 거래 거부 운동을 시작했 다. 그들은 이케아의 낮은 주문가에 분노했고, 더 이상 이케아의 주 문을 받지 않았다. 이케아는 파산에 직면했다. 필사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던 캄프라드는 남쪽을 보게 되었고, 스웨덴에서 발트 해만 건너면 노동력이 훨씬 싸고 나무가 풍부한 폴란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 점이 캄프라드의 개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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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점에 아주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그런 것으로는 겁먹지 않습니다. 그 점이 내가 누구인지를 규정하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로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나에게 난독증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절대로 그 첫 번째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최선의 경우에 난독증은 그렇지 않았더라면 잠자고 있었을 기술들을 개발하도록 만든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생각도 안 해보았을 일들을 하게 만든다. 캄프라드가 사업을 위해 폴란드로 편치 않은 여행을 가거나,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과 함께 택시에 올라타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연기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일들을 하는 것 말이다. 궁금할까봐 하는 얘기지만 캄프라드는 난독증 환자다. 그렇다면 개리콘은? 그가 정말로 좋은 트레이더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실패의 가능성을 다루는 방법을 배운 것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커리어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밝혀졌다. 현재 그는 골드만삭스의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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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이 터지는 굉음을 듣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폭탄은 거리 저쪽 또는 다음 블록에 떨어졌다. 이들에게 폭탄 공격의 결과는 '거의 맞을 뻔한 사람들' 그룹과 정확히 정반대다. 이들은 살아남았고, 이런 일이 두세 번 되풀이되었을 때 공격과 관련된 이들의 감정은 "불사신의 느낌을 맛보면서 흥분에 빠지게 된다”. 빗맞은 목표물에 게는 정신적 외상이 그대로 남는 반면, 폭탄이 멀리 빗나간 사람들 은 스스로를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대공습에서 살아남은 런던 시민들의 일기와 회고록에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수많은 사례가 발견된다. 먼저 그중 하나를 보자.

처음으로 사이렌 소리를 들었을때 나는 아이들과 함께 정원에 파 놓은 방공호에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죽게 될 것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채 상황이 해제됐다. 방공호에서 나온 이래로 나는 그 무엇도 우리를 해칠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근처에서 터진 폭발로 자신의 집이 뒤흔들린 한 젊은 여성의 일기에 나오는 다음 대목도 살펴보자.

나는 형언할 수 없는 행복과 승리감을 느끼며 누워 있었다. “나는 폭격을 당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계속 이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새로 산 옷이 얼마나 잘 맞는지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구절을 계속 해서 되풀이했다. “내가 폭격을 당했다!...... 폭격을 당했다고!.......

제5장 결핍과 용기 163

내가!"

간밤에 많은 사람들이 숨지거나 다쳤는데 이런 말을 하는게 끔찍하게 들리겠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그처럼 완전무결하게 행복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런던 시민들은 대공습에 그렇게도 동요하지 않 았을까? 800만 명이 넘는 대도시 전역에 퍼져 있는 4만 명의 사망자 와 4만 6,000명의 부상자는,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거의 맞을 뻔 한 사람들'보다는 폭격당한 경험으로 오히려 대담해진 '폭격이 멀리 빗나간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과 같이 맥커디의 설명이 이어진다.

우리 모두는 공포에 쉽게 빠질 뿐만 아니라 두려워하는 상태가 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공포를 극복하면 희열감 을 얻는다. 우리가 공습으로 공포에 빠질까봐 두려워해왔다면, 실제 상황이 되었을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침착한 겉모습만 내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안전한 상태라면 예전의 우려와 현재의 안도감, 그리고 안전하다는 느낌 사이에서 오는 대비 덕분에 자신감이 생겨난다. 이 자신감이 바로 용기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다.

대공습의 한복판에서, 단추 공장에서 일하던 중년의 노동자는 시골로 대피하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공습 때문에 두 차례나 집에서 뛰쳐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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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판정하는 일에 대해 논평 했다. 몇 년 뒤 키츠, 워즈워스, 콜리지, 스위프트, 에드워드 기번, 그리고 새커리와 같은 유명 시인 및 작가를 상대로 한 비공식 설문 조사에서 같은 관찰이 이루어졌다. 절반 이상이 열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아버지 또는 어머니를 여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직업적 성취와 어린 시절 사별의 경험 사이에 놓인 연관 관계는 아무도 무 슨 상관이 있는지를 밝히지 못한 길 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이젠슈타트는 좀 더 야심찬 프로젝트를 착수하기로 결심했다.

아이젠슈타트는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1963년, 1964년이었 죠. 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으로 시작했는데, 이어서 브리태니커와 아메리카나 백과사전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아이젠슈타트는 호머에서 존 F. 케네디에 이르기까지 두 백과사전 어느 쪽에서든 반 페이지 이상을 차지하는 모든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그 것이 성취를 나타내는 대략적인 기준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제 그는 699명의 명단을 갖게 됐다. 그다음에는 명단에 있는 모든 사람 들에 대한 생애 정보를 체계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아이젠슈타트는 이렇게 말했다. “10년이 걸렸습니다. 모든 종류의 외국어 도서를 읽고 캘리포니아와 의회 도서관, 뉴욕 시의 계보학 도서관에도 갔습니다. 좋은 통계적 결과를 갖게 됐다고 느낄 때까지, 부모를 잃은 사람들의 프로필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추적했습니다."

아이젠슈타트가 믿을 만한 생애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던 573명 의 걸출한 사람들 가운데 4분의 1은 열 살이 되기 전에 적어도 부모 중 한 명을 잃었다. 34.5퍼센트는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45퍼센트는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적어도 부모 한 명이 죽었다. 질병과 사 고와 전쟁으로 기대 수명이 오늘날보다 훨씬 낮았던 20세기 이전에 도 그것은 놀라운 수치였다.

제5장 결핍과 용기 173


아이젠슈타트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같은 시기에 역사학자 루실 이레몽거 Lucille Iremonger는 영국 총리들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초점은 19세기 초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때까지에 맞추어졌다. 루실은 어떤 종류의 배경과 자질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였던 시기의 영국 정계에서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던 사람들의 부류를 예측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러나 아이젠슈타트와 마찬 가지로, 그녀가 썼듯이 한 가지 사실 때문에 곁길로 새게 됐다. 그 사실은 “너무 자주 나타났기 때문에 그것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이 아니지 않을까, 그 여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표본 집단에 속한 총리들 가운데 67퍼센트가 열여섯 살이 되기 전에 한 부모를 잃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총리가 배출되는 영국의 상류 층에서 같은 기간에 부모를 잃는 비율의 대략 두 배였다. 미국 대통령들 사이에서도 같은 패턴을 찾을 수 있다. 조지 워싱턴부터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44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12명이 젊었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 이후로 어려운 유년기와 부모의 사별에 관한 주제는 학술 문 헌에서 계속해서 다뤄졌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뛰어난 재능을 ...

*이 12명은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먼로, 앤드류 잭슨, 앤드류 존슨, 러더퍼드 헤이스, 제임스 가필드, 그로버 클리블랜드, 허버트 후버, 제럴드 포드, 빌 클린턴과 버락 오 바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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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젠슈타트와 이레몽거를 비롯한 사람들이 찾아낸 증거는 부모의 죽음에서 '폭격이 멀리 빗나간 사람들'이 가진 효과 또한 있음을 시사한다. 아버지가 자살했다면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유년 시절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절을 기억 속 가장 먼 저편으로 밀어내버릴 것이다. 그 시기에도 어떤 장점이 그 속에서 나타날 수 있다. 브라운은 이렇게 쓰고 있다. “고아가 된다거나 부모와 사별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아니다. 그러나 걸출한 인사가 된 고아들이 존재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는 결핍에서 어떤 미덕이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아백혈병과의 싸움

제이 프레이레이히는 1955년 국립암연구소에 도착해 암 치료 책임 자인 고든 주브로드Gordon Zubrod에게 보고했다. 주브로드는 캠 퍼스 한가운데 있는 병원의 주 건물 2층에 있는 소아백혈병 병동에 그를 배정했다.

* 브라운의 논문은 여덟 살 때 어머니를 잃은 워즈워스의 유명한 시구로 시작된다.

우리의 모든 배움과사랑의 중심이자 축이었던 어머니,
어머니가 우리를 두고 떠나신 후 으레 그렇듯
우리는 하나로 뭉치게 되었네.

↑ 영국의 수필가 토머스 드퀸시 Thomas De Quincey가 표현했듯이,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는데서 오는 장점은 인간의 천성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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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다는 느낌 사이에서 오는 대비 덕분에 자신감이 생겨난다. 이 자신감이 바로 용기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다.

첫 번째 줄부터 시작하자. 우리 모두는 공포에 쉽게 빠질 뿐만 아니라 두려워하는 상태가 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공포를 극복하면 희열감을 얻는다. 영국에서는 누구도 이전에 폭격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런던 시민들은 그 경험이 끔찍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들을 벌벌 떨게 했던 것은 폭격이 시작 되었을때 어떻게 느끼게 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었다. 독일군의 폭탄은 몇 달이고 우박처럼 쏟아졌고, 폭격에 벌벌 떨 것이라고 예측했던 수백만 명의 멀리 빗나간 사람들은 그 공포가 너무 부풀려 졌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들은 무사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 났을까? 공포의 정복은 희열을 낳았다. 예전의 우려와 현재의 안도감, 그리고 안전하다는 느낌 사이에서 오는 대비 덕분에 자신감이 생겨났던 것이다. 이 자신감이 바로 용기의 아버지이자 어머니다.

용기는 힘든 시기가 시작될 때부터 사람을 용감하게 만드는, 원 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다. 용기는 힘든 시기를 겪고 나서 그 시간이 어쨌거나 아주 힘겹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비

* 미래의 어떤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느낄지 예측하는 것을 ‘정서 예측affective forecasting'이 라 부르며, 모든 증거는 사람들이 정서 예측을 엉터리로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를 들면 심리학자 스탠리 J. 래치먼Stanley J. Rachman은 뱀에 대한 공포를 가진 사람의 집단을 뽑아서 이들에게 뱀을 보여주거나, 폐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뽑아서 이들에게 작은 금속제 백장 안에 서 있도록 했다. 공포스러운 대상에 대한 실제 경험은 실험 참가자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덜 무서웠다는 점을 그는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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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메리의 한 교회에 있던 마틴 루서 킹을 만나러 갔다. 바깥에는 성난 폭도들이 '남부 연맹'의 깃발을 흔들면서 모여들었다. 폭도들은 차를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운전사는 후진을 해서 다른 길을 찾으려고 했지만 다시 한 번 가로막힐 뿐이었다. 셔틀즈워스는 어떻게 했을까? 필립스 고등학교에서처럼 그는 차에서 내렸다. 다시 맥워 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코카콜라 병이 그의 주위에 있는 차창을 산산조각 냈고, 그는 뭔가 이상한 냄새를 감지하고 멈춰 섰다. 최루가스 냄새가 풍겨왔다. 그는 파머에게 손짓으로 나오라고 한 다음 폭도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파머는 풍족한 생활로 펑퍼짐한 몸뚱이를 셔틀즈워스의 가녀린 그림자 속에 감추려고 애쓰면서 지옥에 온 것처럼 겁먹은 채 따라갔 다. 폭도들은 흩어졌고, 그들의 곤봉은 느슨해졌다. 그리고 셔틀즈워스는 재킷의 실오라기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제일침례교회의 문까지 걸어갔다. “비키시오.” 그가 한 말의 전부였다. “어서요. 비키세요."

세 번이나 포탄이 멀리 빗나간 경우였다.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집이 폭파당하거나 광기 어린 폭도들에게 둘러싸이는 것과는 다르다. 더욱 나쁜 상황이다. 단지 끔찍한 한순간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그 피해는 멍이나 상처처럼 빨리 치유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최악의 공포가 현실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여 전히 쓰러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아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들 역시 셔틀즈워스와 대공습의 포탄이 멀리 빗나간...

제5장 결핍과 용기 187

그놈은 덩치가 가장 크지도 않았고, 목소리도 가장 크지 않았지만, 분명히 가장 능글맞았다오. 그놈은 위기에 빠지면, 다른 녀석을 끌 어들여 위기에서 벗어났지. 한번은 그놈이 깊은 우물에 빠졌는데, 소리를 지르거나 울었냐고? 아니, 그놈은 아주, 아주 크게 휘파람을 불고 노래를 불렀지. 그리고 어떤 늑대가 옆을 지나가다가 그 소리를 듣고는 머리를 우물로 들이밀었더니 토끼놈이 이렇게 말하는 거야. “여기까지 오느라고 한참 걸렸네. 여기는 두 명이 있을 자리는 없어. 거기는 날씨가 겁나게 뜨거울 거고, 여기는 끝내주게 시원하다고. 그 두레박을 타고 여기까지 와보지 그래?" 이 말에 늑대가 안달이 나서 두레박에 올라타고 밑으로 내려가니까, 토끼는 올라오는 거야. 두 놈이 서로 지나갈 때, 토끼가 크게 웃으면서 말했지. "사는 게 다 그 래. 어떤 놈은 올라가고 어떤 놈은 내려가고."

가장 유명한 브레어 토끼 이야기에서, 브레어 여우는 타르tar로 꼬마 인형을 만들어 토끼에게 덫을 놓았다. 브레어 토끼는 타르 꼬마를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달라붙어버렸고, 타르에서 떨어져 나오

↑ 『흑인 문화와 흑인 의식 : 노예에서 해방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민속 의식Black Culture and Black Consciousness: Afro-American Folk Thought from Slavery to Freedom』에서 로렌스 레빈 Lawrence Levine의 기록이다. "이 토끼는 이야기들을 엮어낸 노예들과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어떻게든 해야 했다. 토끼의 작은 꼬리와 자연적인 지적 능력-이들은 충분해야 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그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의지했다-은 이들이 토끼에 게 도덕적인 오명을 남기지만 토끼가 생존하고 심지어 정복하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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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지에 대한 우리의 정의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바깥에 있 는 사람들을 향해 문을 닫아버리는 것에 불과할 때가 많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윗은 잃을게 없었다. 그리고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설정한 규칙을 비웃을 자유가 있었다. 이것이 우리와는 조금 다른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옵션 트레이더나 할리우드의 프로듀서와 같은 일자리를 얻는 방법이고, 지혜 밖에는 가진 게 없는 소수의 시위 참가자들이 불 코너와 같은 상대와 맞설 수 있는 방법이다.

거북이가 세상 모든 경기에서 출전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었던 술수를 부린 경주가 끝나고 난 뒤, 사슴은 “그래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로 빨리 달린다고 생각해"라며 불평을 한다. 이에 거북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머리를 써서 너를 이길 수 있다고."

작은 속임수

빌 허드슨의 유명한 사진에 찍힌 소년은 월터 개즈던Walter Gadsden 이다. 그는 182센티미터 키에 열다섯 살이었고 버밍햄 파커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행진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구경꾼이었다. 그는 보수적인 흑인 가정 출신이었고, 그의 집안은 킹에게 대단히 비판적인 논조를 가진 두 개의 신문사를 버밍햄과 애 틀랜타에 소유하고 있었다. 개즈던은 켈리 잉그램 공원 주변에 펼쳐 진 구경거리를 보려고 오후에 학교를 나섰다.

사진에 나오는 경찰관은 딕미들턴Dick Middleton이다. 



제6장 물어뜯겨도 물러서지 않는다 231

“나도 모르게 개의 머리 앞쪽으로 무릎을 들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개즈던은 “나를 물어봐, 여기 있으니까” 하고 말하듯이 수동적으로 몸이 앞쪽으로 기울어진 순교자가 아니었다. 그는 미들턴을 붙잡고 몸을 가눌 수 있었으며, 그래서 예리한 한 방을 날릴 수도 있었다. 나중에 민권 운동계에서 돌던 말에 따르면 그는 레오의 턱을 부러뜨렸다. 허드슨의 사진은 세상이 그 사진을 보고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약간의 브레어 토끼식 속임수였던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이용해야 한다.

“물론, 사람들은 개에게 물렸습니다." 20년 뒤, 워커는 당시를 떠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적어도 두 명 또는 세 명이 물렸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사진 한 장은 천 마디 말과 맞먹는 가치가 있습니다."*

제6장 물어뜯겨도 물러서지 않는다 233


실종은 도시 전체의 관심사였다.

“ 캔디스에게 이런 짓을 한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느 기자가 더크슨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 혹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들이 살아가 면서 잃어버린 듯한 사랑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클리프가 대답했다.

월마는 답을 이어갔다. “우리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었던 문제는 캔디스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딸을 발견했죠.” 월마의 이야 기가 이어졌다. “지금으로서는 그 사람을 용서한다는 말은 할 수가 없겠네요.” 그러나 월마는 '지금으로서는'이라는 구절에 힘을 주었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뭔가 끔찍한 일을 했거나, 그런 일을 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권위 행사

월마 더크슨은 마이크 레이놀즈보다 더 영웅적이었을까?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하지만 옳은 질문이 아니다. 이들은 각자 선의로 행동했고, 이를 위해서 대 단히 용감한 길을 선택했다.

둘 사이의 차이점은 힘의 사용을 통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더크슨 부부는 부모로서 복수 하고 싶은 충동과 싸웠다. 무엇을 이룰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인의 힘을 확신하지 않았다. 부부는 메노파 종교의 전통을 가진 집안에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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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도가 이 나라에서 그 어떤 것보다 범죄를 더 많이 막았는데도 말입니다."

영국은 북아일랜드 분쟁의 초기에 같은 원칙에 따라 행동했다. 사람들은 폭탄을 만들거나, 자동화 무기를 숨겨놓거나, 대낮에 총 격전을 벌이는 것을 금지당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시민사회도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프리랜드 장군은 폭도와 무장 세력 을 가혹하게 다룰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프리랜드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마찬가지로 레이놀즈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힘과 권위를 선의로 행사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기 시작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로워 폴스에서 첫 집을 수색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체 지역을 급습한 것은 상황을 악화시켰을 뿐이다. 1970년대 중반에 북아일랜드의 모든 가톨릭 가정은 평균 두 번씩 수색을 당했다. 몇몇 지역에서는 수색 횟수가 열 배 또는 그 이상에 이르렀다. 1972~1977년에는 북아일랜드에서 16~44세까지의 모든 가톨릭 남성 신도들은 적어도 한 번 체포됐다. 설령 그 모든 사람들이 뭔가 불법적인 일을 했다손 치더라도 이 정도로 가혹하다면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힘의 한계에 대한 이 마지막 교훈은 쉽게 배울 수가 없다.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 는 것, 즉 원한다면 얼마든지 집을 수색할 수 있다거나 원한다면 사람을 얼마든지 오래 가둘 수 있다는 사실이 알고 보면 가장 큰 제약 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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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당신께서 6월 24일에 도로에서 나를 두고 떠났기 때문입니다. 내가 영원한 실체를 믿어왔다면, ……… 내가 그 영원한 실체를 향해 달려갔다면, 이는 내가 혼자였기 때문이며, 당신께서 신에게 가있기 위해서, 내 마음을 당신의 풍부하고 더 우월한 삶으로 채우기 위해서 더 이상은 여기에 없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 유대인을 받아들이는 것은 특권도 행운도 아니었다. 악행과 불운이 성취할 수 있는 것에는 진정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것은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과 상처받은 사람들이었다. 읽는 재능이 없다면 듣는 재능이 생기게 된다. 도시를 폭격한다면 죽음과 파괴가 남지만, 포탄이 멀리 빗나간 사람들의 공동체를 낳게 된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없어진다면 고통과 절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열 명 중 한 명은 절망에서 빠져나와 불굴의 힘을 얻게 된다. 엘라 계곡에서 거인과 양치기를 본다면 당신의 눈은 칼과 방패, 그리고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남자에게 끌릴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아름다움과 가치 중 수많은 것들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많은 힘과 목적의식을 가진 양치기로부터 나온다. 마그다와 앙드레 트로크메의 장남은 장-피에르였다. 그는 예민하고 재능 있는 10대였다. 앙드레 트로크메는 그 아들에게 헌신했다. 전쟁이 거의 끝나갈 무렵의 어느 저녁에, 가족들은 비용Villon의 시, 「교수형 당한 남자의 발라드」 발표회를 보러 갔다. 다음 날 밤, 저녁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장-피에르가 화장실에서 목을 맨 모습을 발견했다. 트로크메는 숲 속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면서 울부짖었다. “장-피에르! 장-피에르!” 훗날 그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나는 내 안에서 죽음을, 내 아들의 죽음을 이고 간다. 나는 목이 잘린 소나무와 같다. 소나무 꼭대기는 재생되지 않는다. 소나무는 뒤틀리고 잘린 채로 남는다.

하지만 이런 말을 쓸 때 그는 잠시 멈추어야 했을 것이다. 르 샹 봉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암 시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그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소나무는 성장하면서 점점 굵어지고, 아마도 나 또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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