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십은 아니지만 손자병법관련 알고 있던 사실에 살을 덧붙이고 실천력을 높여보고자 했습니다.
이 둘은 왜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아쉽게 은퇴를 선언했을까요.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은 1972년 20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에 뽑히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갈색 폭격기', '차붐'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독일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축구계의 전설입니다.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은 그를 '20세기 아시아 선수'로도 선정했습니다. 그는 리그 통산 98골을 기록하며 돌연 은퇴했습니다. 왜 단 2골을 눈앞에 두고 100골의 문턱에서 은퇴를 선언했을까요? 이번에는 죽음을 넘나드는 검객 이야기입니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입니다. 전국의 고수와 60여 차례의 진검 승부를 벌이며 '도장 깨기'를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29세 이후 더는 검술 시합을 벌이지 않았습니다. 왜 갑자기 멈췄을까요? 29세라면 젊고 혈기도 왕성했을 텐데 말이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에게도 분명 100승에 도전하고자 하는 충동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의 도전이 이전의 도전과 다를 것임을 감지했고 필시 죽음과 함께 60승 무패 기록이 깨질 것이라는 사실도 알아챘을 것입니다. 그래서 멈춘 것입니다. 이런 지피지기의 상황 판단으로 그는 검의 전설로 남았습니다.
<손자병법>을 익혀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포츠 영웅 차범근, 이안 킨슬러, 샘 라이스, 전설적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는 결과적으로 지피지기를 통해 100승이라는 환상보다는 불태라는 안전한 현실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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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새로운 구조에서는 새로운 생각을 장착해야 합니다. 청소, 밥 하기, 설거지, 장보기, 요리 등 종목을 가리지 마십시오. 남자와 여자가 따로 할 일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합니다. 애초에 하늘에서 분장해 놓은 업무는 없습니다. '30년 동안 아내가 했으니 이제 나머지 30년은 남편인 내가 한다'는 생각으로 일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잘 듣고 온화하게 말하는 태도
흔히 사람들은 '가족끼리인데 뭐 어때' 하면서 아무렇게나 말을 던지고 존중 없는 태도로 가족을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화 란 마치 공을 던지는 일과 같습니다. 공을 부드럽게 던질 수도 있고 세게 던질 수도 있습니다. 부드럽게 던지면 상대방이 공을 받기 더 쉽고 상대와 공 던지기 게임을 계속하기도 더 쉬울 것입니다. 비슷하게 아내, 남편, 아들딸에게 재치 있고 온화하게 말하면 그들도 내 말을 잘 듣고 대화를 이어 갈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프라우스'라는 그리스어는 '온화'로 번역되는 동시에 길들여진 야생마를 뜻하기도 했습니다. 말이 길이 들었다고 해서 힘이 약해 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꾸준한 훈련을 통해 강한 힘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가족과 의견 차이가 생기면 먼저 잘 듣고 온화하게 말해야 합니다. 감정을 다스리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온화함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특성이 있어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가정의 평화, 마음의 평화가 저절로 굴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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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인생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인생을 끌고 가고 있습니까, 인생에 끌려가고 있습니까? 옛날에는 리더와 팔로워, 주인과 종이 나뉘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주인이고 리더인 시대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부가 단순히 월급만을 위해 일한다면 팔로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무실을 오가는 사람들이 행복해한다고 생각하며 정성을 다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면 리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체성을 가지면 리더가 되는 것이죠. 손자는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인 인생의 주인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끌고 가는 인생인가 끌려가는 인생인가
펭귄 효과(Penguin effect)가 있습니다.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바다표범 같은 천적들이 있어 잠시 주저하는 펭귄의 습성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수백 마리가 작은 빙산의 끝에서 머뭇거리는 이때 두려움을 떨쳐 내고 가장 먼저 뛰어드는 펭귄이 퍼스트 펭귄입니다. 그제야 우왕좌왕하던 다른 펭귄들이 뒤를 따릅니다.
'퍼스트 펭귄'은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의 컴퓨터 공학과 교수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오늘 날 우리가 물건을 구매할 때 어떤 제품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 다가 주위의 누군가가 사면 선뜻 구매 대열에 합류하는 현상을 펭귄 효과라고 합니다.
78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어쩌면 당신의 존경을 원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존경을 거두고 당신의 길을 가십시오. 그들을 올려다보지도 말고 내려다보지도 말며 그저 '좋게' 보기만 하십시오. 인간이 인간을 존경하는 것은 어쩌면 일종의 편향적 몰입의 결과 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결국 죽어 가는 몸이고 배 속은 더러운 배설물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오십이면 이제 고유의 '자기'를 찾아서 스스로 일어설 때가 됐습니다. BTS의 정국처럼 여러분도 자신의 그룹을 빠져나올 때가 됐습니다.
캄보디아 출신의 당구 여제 스롱 피아비는 스포츠로 삶을 바꾼 대표적인 이주 여성입니다. 2011년에 결혼해 한국으로 온 그는 남편의 권유로 당구를 시작했고 10년 사이에 무서운 속도로 실력이 붙었습니다. 그렇게 여자 프로 당구(LPBA) 최초로 여섯 번의 우승 기록을 세우며 여자 당구계에 실력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스포츠에서는 본인이 대표다. 실패든 성공이든 내가 한 전부가 결국 내 스포츠 인생이고, 그 과정과 결과는 모두 내 몫이다. 지금의 과정과 결과는 자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환경을 떠나 내가 주인공인 인생을 멋있게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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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에어컨 바람이 신통찮아도 수리 비용 때문에 내버리 두고 있는 등 성능에 대해서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겠죠.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앞으로 수십 년도 지금까지처럼 운전을 잘하는 일입 니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많이 낡았으니까, 연식이 오래됐으니까 예전보다 더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겠죠, 과거처럼 함부로 몸을 굴리거나 함부로 술을 마시거나 과식하거나 무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몸의 낡음도 동일하게 이해하고 인식해야 하죠.
오십 대까지 건강 관리의 이유는 건강하게 일하고 건강하게 잘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육십 이후의 건강 관리는 죽음을 전제로 죽음의 품질을 높이기 위함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권석만은 《삶을 위한 죽음의 심리학>에서 "삶은 죽음을 배경으로 할 때 가장 잘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오십 이후 건강 문제도 죽음을 배경으로 해야 잘 보일 것 같다 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관점이 우울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회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뿐입니다. 그 낡아 가는 몸 따라 시선을 옮겨가면서 건강을 잘 관리해야겠습니다.
최고 품질의 죽음은 병 없이 건강하게 무병장수하다가 죽는 것 입니다. 즉 건강하게 잘 살다 짧게 앓고 죽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 는 '구구팔팔이삼사', 즉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노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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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인간은 심심하면 죽습니다. 몸이 다소 불편하고 아프더라도 심 심하지 않게 뭔가를 끊임없이 추구한다면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심하면 건강하더라도 재미가 없어 제풀에 일찍 죽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우주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으로 움직일 수 없고 컴퓨터를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신체적 장애 에도 76세로 사망하는 그날까지 훌륭한 업적을 이뤘고 낙천적으로 자유롭게 살다 갔습니다.
"인생이 재미없다면 그것은 비극이다. 당신이 장애가 있더라도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장애 탓에 못하는 것들이 있어도 너무 유감스럽게 생각마라. 신체적 장애가 있더라도 정신적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아무리 신체를 단련해 건강한 몸을 유지해도 정신적으로 외롭거나 지겨우면 죽습니다. 인간은 괴로워도 죽고 싶지만 외로워도 죽고 싶고 지겨워도 죽고 싶은 존재입니다. 결국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외로움과 지루함입니다.
외로움은 주변 사람들이 차츰 사라지기 때문이고 지루함은 사는데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지루함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한 일입니다.
1장. 인생의 변곡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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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활 양식에 조금은 변화를 줘야 합니다. 내일이 마치 생애 처음을 맞이하는 새로운 날인 것처럼 말이죠. 사실 따지고 보면 새로운 날 맞습니다. 매 순간 새로움과 신선함을 느껴 보십시오. 마음을 그리 먹으면 내일 무엇을 할지 계획이 생길테고, 일주일, 1개 월, 1년의 일정이 세워질 것이며 계획이 딱 버티고 있으니 희망과 목표가 저절로 완성되겠죠.
넷째, 썩기보다는 낡아 가야 한다
오십부터는 낡아 가는 나이에 접어듭니다. 낡아 갈 것인가, 썩어 갈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나이입니다. 썩어 가는 인생이 되지 마십시오. 50년 정도 살다 보니 다들 '인생 나들이'에 익숙해질 나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외출할 때도 대충 꾸미거나 아무 옷, 아무 신발, 아무 머리로 대충 정리하고 면도도 아예 하지 않고 나가기도 합니다. 50년 낡은 몸을 전보다 더욱더 다듬고 잘 차려입고 면도도 깨끗이 해도 모자랄 판에 젊었을 때보다 몸단장 시간을 줄이고 행색도 평범하다니, 과연 옳은 처신일까요?
오십부터는 옷차림, 향수, 면도, 신발 등 외양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않았다면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단장을 시작하시고, 지금까지 조금씩 해 왔다면 더욱더 강도를 높이셔야 합니다. 집 밖으로 쓰레기 하나를 버리러 가더라도...
2장 흔들리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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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실(實)한 곳을 피해 허(虛)한 곳을 친다는 것이죠, 바위로 계란 치듯 쉽게 이길 수 있는 조건으로 승부하는 선승구전의 사례는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운전면허 필기시험 같은 것입니다. 문제 은행에서 모의고사를 보면 대개는 합격, 불합격의 결과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합격 선이 70점인데 모의고사 점수가 90점으로 나왔다면 본시험에서는 거의 합격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기는 세팅입니다. 영어 시험인 토익이나 토플, 기타 자격시험의 경우도 비슷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미리 합격해 놓고 시험을 보는 것이죠. 또 자격시험의 경우 한꺼번에 공부하기 힘들면 쉬운 과목부터 공부해서 합격하는 것도 일종의 '바위로 계란 치기' 전략이 되겠습니다.
기록경기인 육상, 수영, 마라톤, 역도 등도 대개 경기 전에 선수 간 승패가 결정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도 경기를 위해서는 1차 시기에 대한 기록 카드를 작성해 미리 심판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이때 본인의 시합 최고 기록보다 20킬로그램을 초과해서 허위로 작성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무게를 선택하는 1차 시기부터 현격한 차이가 나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순위가 깨지 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우승 후보는 당일 그 기록을 단지 증명하는 자리가 될 뿐입니다. 특히 압도적 기록 차가 날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겨 놓고 이기는 것이죠.
이기는 것도 일종의 습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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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졸속이라도 속전속결 일찍 끝내라.
兵聞拙速
병문졸속
하지만 <군쟁>의 빠른 길을 돌아가는 것도 지혜'라는 뜻의 “우직지계(迂直之計)"와 대비하면 모순됩니다. 얼핏 정반대의 주장을 하나의 책에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통상 스피드에는 반드시 누락이나 생략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 다. 디테일한 설명 없이 일사천리로 소통하다 보면 오해와 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 가파른 성공세에는 교만과 함께 그동안에는 보이지 않았던 적들이 출몰합니다. 생략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교만은 몰락을 부릅니다. 스피드는 결국 처음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운명을 인도하고는 합니다.
우리는 보통 반대로 돌아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쉽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우회는 대체로 타의로 이뤄집니다. 명령이나 강제가 있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직선 길이나 빠른 길을 택하죠. 그러나 우회가 손해가 아닌 이익으로 전환되는 순간이 올 때가 있습니다.
MLB 최고의 수비수이자 '어썸(awesome) 킴', 김하성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2장·흔들리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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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함부로 한 방향의 적에게 모든 힘을 쏟다가는 제3의 적에게 당하거나 어부지리를 줄 수도 있는 구조였습니다. 적을 옆에 두고 잠들어야 하는 '적과의 동침' 처럼 언제 상대로부터 기습당할지 몰라 불안해하면서도 공생해야만 하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죠. 이런 배경에서 나온 대표적인 사례가 <구지>의 '오월동주(吳越同 舟)'입니다.
적대 관계의 오나라와 월나라지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얼마든지 힘을 합할 수 있다는 것이죠. 후일 전국 시대의 '합종연횡(合従連衡)'도 그렇게 탄생한 전략입니다. 현대판 합종연횡 응용 사례로는 기업 간 제휴나 인수 합병, 선거전, 외교전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당시 전쟁은 일대일 데스 매치가 아니라 다수 대다수의 팀 대결 양상이었고 팀 멤버 중 하나가 갑자기 어느 쪽으로 될지도, 어떻게 상황이 변할지도 모르다 보니 영원한 혈맹도 영원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상대의 멸(滅)보다는 나의 불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그 시대에 필요한 것은 상대와 공존하면서 내가 강하면 공격하고 내가 약하면 연합하거나 피하거나 항복하면서 내가 강해질 때까지 시간을 버는 전략이었습니다. 단순하게 '승리하는 것', '상대를 멸하는 것' 등 승패의 이분법이 아니라 멸할 수 없는 상대와의 공존을 전제로 하는 다분법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140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능력이 있어도 없는 듯하라
【집손】
능력이 있어도 없는 듯하라.
能而示之不能 능이시지불능
1편 <시계>
조선 시대 왕족인 서천령이 장기를 잘 뒀는데, 어느 날 서울로 올라와 당번을 서게 된 병사 한 명이 말을 끌고 와 세 판의 내기 장기를 두자고 청했습니다. 서천령이 두 번 이기자 그 병사는 한 판은 다음에 하자며 말을 맡긴 채 돌아갔다가 몇 달 후 다시 찾아와 새로 세 판을 두고 세 판 모두 이겨 말을 끌고 돌아갔습니다. 말을 사랑하는 병사가 말 먹이기가 어려워지자 꾀를 써 말을 살 찌운 것이죠,
2장 흔들리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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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서천령은 다시는 바둑 자랑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선 중기에 유봉인이 편찬한 <어우야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어리숙해 보이는 것이 이득이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난득호도(難得糊塗)"라고 합니다. 어리숙해 보이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총명하기는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다.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욱 어렵다. 집착을 내려놓고 1걸음 물러서면 마음이 편해지니 원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이 될 것이다.
聰明難 糊塗難由聰明轉入糊塗更難放一着退一步當下心安 非圖後來福報也
총명난 호도난 유총명전입호도갱난 방일착 퇴일보 당하심안 비도 후래복보야
난득호도에 대한 부연 설명입니다. 겉과 속이 다르고 쉽게 속 내를 드러내지 않는 중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사자성어죠 그래서 그들은 각종 그림, 공예품, 심지어 월병에도 이 글씨를 써넣으며 집집마다 이를 새긴 액자를 걸어 두고 있습니다.
난득호도는 청나라의 화가 겸 서예가로 유명한 정판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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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손자의 '능력이 있어도 없는 듯하라'는 능이시 지불능은 전략을 사용하면서도 전략이 없는 듯 보이는 "용이시지불용(用而 示之不用)", 이로움을 줘 적을 유인하는 "이이유지(利而誘之)", 자신을 낮춰 적을 교만하게 만드는 "비이교지(卑而驕之)" 등의 궤도와 상호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나를 드러내지 않는 지혜
앞다퉈 자기 자랑을 하고 자기 홍보에 여념이 없는 시대에 실력을 함부로 드러내지도 말고 오히려 감추라니! 현대인에게는 어쩌면 다소 생뚱맞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추는 것이 전혀 현대적이지 않다는 의견에 대한 반론이 되는 이야기를 하나 해 보겠습니다. 코카콜라의 특허권 이야기입니다.
'워런 버핏이 사랑하는 글로벌 종합 음료 압도적 1위 기업', '1주 가 9,216주가 된 주식 분할 신화', '60년 가까이 현금 배당 증액을 유지한 배당왕' 등이 코카콜라 130여 년의 역사를 설명하는 수식어입니다. 이런 코카콜라가 지금까지 레시피를 특허 등록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특허 등록을 하면 20년 동안 배타적 독점권을 부여받는 대신에 그 기술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바꿔 말하면 코카콜라 레시피는 영업 비밀로 보호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코카콜라가 레시피를 특허로 등
2장 흔들리지 않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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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에 가까운 대군만을 믿고 교만하게 적을 깔보며 "말체 찍을 던지면 강물의 흐름도 막을 수 있다"라고 큰소리치다가 통진 (東晉)의 8만 군대에 의해 쫓기고 끝내는 전진의 붕괴를 초래했습니다.
로마 제국 몰락의 주원인은 아무도 통제 불가능한 무소불위의 권력에 있었습니다. 황제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과 교만은 오판을 낳았고 파국을 불렀습니다. 군주의 교만과 방종은 자기를 비판하거나 제어해 주는 힘이 약하거나 부재할 때 생기죠. 로마 제국의 제5대 황제 네로와 광해군의 광기는 그들의 정신병적 발작이 아니라 교만을 견제하고 절제시킬 대칭 세력과의 균형이 깨진 탓입니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가 행렬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던 말이 있습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가 봅니다. 역사를 살다 간 모든 이가 승리를 외치는 순간을 경계했습니다.
194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순발력과 대처 능력, 스트레스 내성, 자제 능력, 위기관리 능력 등을 확인한다는 명목이죠, 하지만 인권 침해 등 부작용으로 압박 면검은 형태를 달리해 구조화 면접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분노는 다시 바뀌어 희소식이 될 수 있고 성냄은 다시 바뀌어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망한 국가는 다시 존재할 수 없고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다.
怒可以復喜 慍可以復悅亡國不可以復存死者不可以復生 노가이복희 온가이복열 망국불가이복존 사자불가이복생
12편 <화공>
오십 이후에는 한순간 욱하는 감정으로 30년, 40년 친구와도 절교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감정은 단면이고 우정은 축적입니다. 순간의 감정으로 30년 동안 축적한 우정의 적금을 깨는 일은 없어야겠죠. 감정은 계란 같은 것으로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내 계란이 깨지면 내가 스스로 수습하면 되지만 타인의 계란이라면 내가 수습하기 힘듭니다.
3장 주고받는 감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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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는 전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평생에 벗이 하나 있으면 많은 것이다. 둘이면 매우 많은 것이며 셋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의 소설가 헨리 애덤스의 말로, 진정한 벗은 매우 드물다는 뜻입니다.
오십,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생애 주기 관점으로 친구의 범위를 확장해 왔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는 성장 과정 중심, 사는 지역 중심, 직장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친 구 '더하기' 활동을 이어 왔습니다. 여기에 교회, 절, 성당 등 종교 모임과 골프, 야구, 축구, 등산 등 스포츠와 취미 모임이 추가될 것입니다. 대체로 '주어진' 친구들입니다. 분명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주어졌습니다. 태어난 국가, 부모 형제, 고향 친구들처럼 말이죠.
이제는 타성에 의한 우정관으로는 향후 50년의 우정을 만들어 갈 수 없습니다. 오십이라는 우정의 변곡점에서 새로운 국면의 지피지기로 친구 관계를 모색해 놔야 즐거운 노년을 누릴 수 있겠습니다. 과거 우정관의 내용 연수가 다해 폐기 처분할 시기가 된 것 입니다.
4장 어떻게 지혜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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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면 밥을 사는 것이 우리의 통상 관례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상대는 그 건으로 엄청난 사업 기회가 생겼고 결과적으로 큰돈을 벌었습니다. 계량적 수지 타산으로 따지자면 그에 상응한 소개비를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밥만 사고 끝낸다면 소개해 준 사람 입장에서 섭섭한 일이죠. 특히 소개자의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클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현재의 이익에 미래의 이익을 더해 계산하라
이런 사례는 매너가 없어서라기보다는 '그런 것으로 선후배 간에 돈을 주고받아야 하나?'라는 우리 동양적인 정서상의 부정적 측면과 거래에 익숙지 않은 관행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이므로 가격을 매기는데 어려움도 있어 밥을 사는 쉬운 방법을 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대개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역으로 은혜를 갚아 주겠다고 기약하며 마무리하고는 하죠. 하지만 은혜를 긴 시간 기억한다는 것이 쉬운 일 같아도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잊지 않고 갚으면 다행이지만 기회가 와도 막상 그때 형편이 되지 않아 본의 아니게 갚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후일 잊어버리고 지나치면 '배은망덕한 놈'으로 지목되는 것이 우리네 정서입니다. 그래서 이론상 가장 좋은 방법은 그때그때 바로 정산하는 것이죠.
250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모든 것에는 정해진 때가 있으니,
하늘 아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통곡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다.
돌을 내던질 때가 있고 돌을 모 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껴안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찾을 때가 있고 잃은 것으로 여겨 포기할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내던질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때가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고 하늘 아래 모든 일에는 지정된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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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주변에서도 그런 우려로 간혹 말이 돌았지만 워낙 미주알고주알 비밀도 많이 알고 있는 터라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E 이사가 반발할 경우 여러 가지 후속 처리 문제가 간단치 않아 차일피일 미뤘다고 합니다. 마키아벨리 <군주론》에 의하면 자신의 힘에 근거하지 않은 권력의 명망처럼 취약하고 불안정한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사장, 리더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조직에서 모든 성과와 영광은 항상 팀장의 몫이 돼야 합니다. 보스의 영광을 가로채는 일은 위험천만하고 가장 큰 불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보스는 아랫사람이 자기를 대신하는 것은 용인하지만 부여된 권한이 자기 것인 양 행동하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그것은 권위에 대한 도전이며 보스에 대한 존중심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렇게 말을 이어 가면 혹자는 '꼰대 같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꼰대가 대부분의 조직을 이끄는 핵심 리더라는 것이고 인간 본연의 속성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대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민수기>에서 모세는 “우리가 당신들을 위해 이 바위에서 물을 내면 되겠소?"라며 하느님 대신 '우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기적을 행한 하느님의 권능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키는 불경을 저질러 하느님의 분노를 샀습니다.
공적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거나 1인자 흉내를 함부로 내지 않는다거나 하는 행동이 2인자, 3인자 등 고위 간부에게만 해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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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손자병법
중 많은 부분이 빠르게 연속되거나 일부 생략됩니다. 그래서 프로 선수들의 스윙을 보면 간결하고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단순한 동작 안에 많은 연속과 생략이 숨어 있는 것이죠
회사 보고서나 기획서를 작성할 때도 단순함의 기술이 비슷하 게 적용됩니다. 1,000페이지의 방대한 보고서를 들이밀면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단 1페이지로 요약이 가능해 야 하고 그것을 펼쳤을 때 다시 1,000페이지가 되도록 해야 합니 다. 생략의 기술이죠. 상대, 상황, 타이밍에 따라 생략도 가능하고 확장도 가능해야 합니다.
알아야 생략도 가능하고 요약도 잘할 수 있습니다. 즉 1,000페 이지에서 세 페이지, 세 페이지에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서 간 단한 메모 정도로 기획이 간단해질수록 보고자의 전문성과 디테 일은 반비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추어의 간단한 기획에는 누락이 있지만 프로의 간단한 기획에는 생략이 있을 뿐입니다. 생략 뒤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내용의 디테일이 숨어 있 다고 봐야겠죠.
서울에서 공부하던 시절 가끔 기차를 타고 고향을 오가던 때의 일입니다. 기차역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보면 나이 듬직한 검수원이 한 뼘 남짓한 조그마한 망치 하나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5장 내일은 어제와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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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평까지는 아니라도 지나온 흔적과 결과물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때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나의 실력이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인가'입니다. 그 근원지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성공해 좋은 결과를 냈든 실패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든 말입니다.
먼저 인생에서 좋은 실적을 낸 경우부터 얘기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어진 재능과 부가 오롯이 자기의 재주인 양 빼기는 것은 어릴적 치기입니다. 젊을 때는 몰라도 오십 이후에는 좀 자중해야겠죠. 이제 그런 교만에서 벗어날 때가 됐습니다. 주어진 80으로 100을 이뤘다고 하더라도 자기 실력은 20뿐이고 실제 달성률도 25퍼센트니 겸손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발 더 나가면 겸허해야겠습니다. 겸손은 남들에게 나를 낮추는 것이지만 겸허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묵상해 보는 것이니까요. 반대로 실패로 점철돼 살아온 사람들은 용기와 희망을 가져야겠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는 죽지 말아야 합니다. 유명한 사람, 대단한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생이 초라하다고요? 그 사람에 비해 절반도, 10분의 1도 안 된다고요? 외형만 봐서는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평가 기준을 달성률로 바꾸면 달라집니다. 20에서 출발해 50, 60까지 달려왔으니 얼마나 대단합니까? 절대 수치에서는 80이 주어진 사람보다 좀 밀리겠지만 달성률은 무려 150퍼센트에서 200퍼센트 훨씬 높습니다.
5장 내일은 어제와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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