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책을 만날 때마다 각오를 세워 긴 호흡을 들이킨 후 책을 펼칩니다. 연초에 제대로 된 책을 접해보자라는 생각에 선택한 책입니다. 읽기 쉽고 편한 책은 아니지만 책을 완독한 다음에 습득하게 되는 저자의 핵심 메시지를 떠올리니 뿌듯한 생각이듭니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나만의 내러티브를 세워 세상과 소통하고자 결심하게 만든 책'이 되겠습니다.
밑줄을 통해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을 새겨봅니다.
행동경제학 및 데이터 과학과의 가나 포그레브나 Ganna Pogrebna 교수가 이끄는 영국 연구진은 같은 방식을 6천 편의 영화 속에 담긴 감정 곡선에 적용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이 여섯 가지 구조적 원형이 발견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포그레브나 교수는 어떤 서사 패턴이 다른 것에 비해 더 성공적인지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맨인홀'의 줄거리 구성이 영화관 매표소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형식이었고 신데렐라 스토리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수익성이 인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관객 수와 수상 경력을 함께 고려해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신데렐라 스토리가 주목을 받고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긴 하지만 관객에게 언제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신데렐라 스토리는 영화 포털 아이엠디비 IMDb (Internet Movie Database) 투표에서도 최악의 점수를 보였다. 평균적으로 '가난 뱅이에서 백만장자로'의 스토리가 최고 평점을 받았다. 그리고 정확히 이 형식을 따르는 전기 영화가 재정적으로 가장 수익성이 높다."
그런데 이야기꾼들은 왜 항상 인공지능이 쉽게 인식하고 예측하고 그래픽으로 표시할 수 있는 이러한 구조를 반복하는 것일까? 간단히 대답하자면 우리가 모두 공감하는 각색 구조이기 때문이다.
• 덧붙여서 말하자면 '백만장자에서 가난뱅이로'의 스토리 구성을 따르는, 즉 행복하게 시작해서 슬프게 끝나는 희극은 특히 성공적이지 못하다. 여러분이 시나리오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제는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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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모험으로의 부름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 우리는 과거에서 현재로 스토리를 전달하면서 우리 자신과 우리 조상,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의 지식을 보존한다. 한스 블루멘 베르크 Hans Blumenberg의 저서 『신화 작업 Arbeit am Mythos』에 따르면 *스토리는 무언가를 몰아내기 위해 이야기된다. 그 무언가란 가장 무해하지만 가장 중요한 경우에는 시간, 그 외의 중대한 경우에는 공포를 말한다." 동굴 벽화와 함께 구술이 정보를 전달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던 시대에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것이었다. 또는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이 더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이야기는 "소진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자신의 힘을 모아서 간직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펼쳐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2
모든 존재에게는 자기 보존이라는 가장 강한 욕구가 존재한다. 우리 인간 또한 죽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의 유한함을 알아야 죽음을 가급적 성공적으로 막기 위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은 가능한 한 좋은 삶, 길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 과제를 극복할 때마다 자신의 유한성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 호스피스 완화의료 연구진들은 노인들이 죽기 직전에 무엇보다 한 가지를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평범한 일상이다. 요양원 간호사들은 노인들의 마지막 소원이 가족과의 작별 인사를 제외하고 30분 동안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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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우리 조상 역시 이야기를 통해 생명을 안전하게 지켰다. 선사시대 불의 부족장로는 자신이 사냥 중에 거대한 살쾡이에게 어떻게 쫓겼는지를 설명하면서 즉흥적인 이야기를 긴장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들려주었다. 살쾡이가 공격하자 그는 나무와 돌로 만들어둔 창을 살쾡이 쪽으로 던졌다. 창이 부러지고 그는 팔에 상처를 입는다. 창 없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도망친다. 저 뒤에 있는 나무 위로 빨리 올라간다. 그러나 아니다. 다친 팔로 나무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그는 폭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계속 달려간다. 그는 절벽 끝에 다다랐고 살쾡이는 그를 갈기갈기 찢으려고 한다. 공격할 힘도 없이 녹초가 된 그는 죽음의 위협 혹은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위협을 느낀다. 그는 아래로 떨어진다. 몇 초간 느껴지는 자유낙하, 떨어져 부딪힘 그리고 차가움. 그는 죽었을까? 아니다. 그는 깊은 물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숨을 헐떡인다. 해냈어!
성공적인 탈출 스토리를 안고 그는 자기 부족에게 돌아간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를테면 무기에만 의지해서는 안되고 폭포 아래 물속은 비상시에 뛰어들 수 있을 만큼 매우 깊으며 두려움을 이겨낼 가치가 있다는 등의 중요한 정보를 확인시켜 준다.
원리는 간단하다. 즉 죽은 원숭이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돌아와서 자신이 어떻게 생존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뭔가 옳은 일을 한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어 보인다. 얼마나 기발한 요령이며 얼마나 놀라운 무기인가! 부족 중 한 사람만이라도 그를 따라 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는 그 부족이 잔인한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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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이야기는 이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정보를 얻으면 우리 뇌는 수신된 내용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자동으로 스토리를 구축한다. 우리가 이야기를 만든다는 사실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은 개인의 의식적인 선택 때문도, 집단의 창의적 독창성 때문도 아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근본적으로 신경 구조에 의해 가능해진 세계 판을 재현할 뿐이다. 우리는 모든 곳에서 이야기를 찾으려고 하고 찾아야만 하기 때문에 비록 추상적인 형태일지라도 곳곳에서 이야기를 발견한다. 우리 뇌는 단순히 이야기를 찾는 것을 넘어서서 이야기에 제대로 중독되어 있다.
완전히 자연적인 초강력 마약
페르시아의 세헤라자데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세헤라자데가 동이틀 무렵 가장 극적인 순간에서 이야기를 끝내자 "샤흐리야르 왕의 마음속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를 갈망했다.""고 『천일야화의 첫 번째 이야기에 기록되어 있다. 세헤라자데의 여동생은 "언니의 이야기는 참으로 아름답고 흥미진진해!"라고 외치며 마음을 훔치는 언니의 이야기 기술에 감흥을 받는다. 그러자 세헤라자데는 왕 앞에서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아직 살아 있고 이 왕이 나를 살려준다면 내일 밤에는 훨씬 더 아름답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줄 거야." 이렇게 자매가 꾸미는 예고편이 작동하자 이야기에 사로잡힌 왕은 더 많은 것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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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거부
서사적 영상을 볼 때 신경학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추정하기 위한 비교군으로 사용되었다.
비디오를 보기 전과 후에 두 피험자 집단에서 혈액을 채취했다. 아버지의 서사적 이야기가 담긴 비디오의 경우에만 모든 피험자의 코르티솔과 옥시토신이 증가했으며 벤과 아버지에 대한 공감도 함께 증가했다. 이렇게 공감이 증가하자 피험자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자 하는 이것 또한 실험의 일부였다. 동기를 얻었다. 말하자면 연구원들은 옥시토신 분비가 구체적인 행동으로도 이어지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피험자들에게 사회적 유대감이 증진되는 모습이 보였다. 말하자면 영웅 여정은 마치 만병통치약 처럼 우리 뇌에 작용하는 듯하다. 이 만병통치약은 우리에게 긴장을 주고 감정적으로 활발하게 만들며 우리를 더 공감적이고 협동적인 사 람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코미디를 보면서 호탕하게 실컷 웃을 때 우리가 느끼는 해방감은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다. 물론 여기서 무엇이 웃음을 유발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유머에 대해 서도 의견이 서로 갈린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은 코미디 영화 <보랏 Borat>에서 보랏 역을 맡은 사샤 바론 코헨 Sacha Baron Cohen이 형광색 모노키니 수영복을 입고 거의 나체로 호텔 로비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까무러치게 웃는다. 또 어떤 사람은 영화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1979)이 끝날 때 십자가에 묶인 남자들이 휘파람을 불며 '언제 나삶의 맑은 면을 봐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라는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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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프린츠에 따르면, 이로써 우리는 아이들에게 두 가지 도구를 손에 쥐여준다. "하나는 그들이 살고 있는 문화의 명시적 의미 - 이를테면 관습과 관행, 가치와 기준, 신화와 전설 - 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 행위자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생각과 행동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행동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보상 및 처벌을 받는지를 하늘에서든 땅에서든 알려주는 일상 심리학의 암시적 구문이다. "49
말하자면 자아는 다른 사람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는 자신에 대해 내가 말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다양한 변형을 할 수 있고 여러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으며, 우리는 모두 여러 존재가 되어 기능적인 정체성과 관계를 서사적으로 함께 형성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내면에서 연극을 하는 원숭이 무리이다.
서사적 자아
무엇을 서사적 자아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는 수많은 훌륭 한 영웅 여정처럼 한 척의 배, 즉 전설적인 테세우스의 배로 시작한다. 고대 그리스 작가 플루타르코스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역설을 표현했다. "테세우스와 젊은이들이 함께 항해하고 무사히 귀환한 배는 노가 30개 달린 갤리선으로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 시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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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거부
때때로 그들은 낡은 판자를 뜯어내고 튼튼한 새 판자로 교체했다. 그래서 이 배는 철학자들 사이에서 변화와 관련된 쟁점을 보여주는 영원한 예시가 되었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은 이 배가 여전히 예전 그대로라고 주장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더 이상 같은 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50
플루타르코스는 우리가 어떤 대상의 연속성과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타나는 철학적 문제를 이 역설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배의 판자가 계속해서 교체된다면 어느 시점부터 이 배는 테세우스의 배가 아닌 것일까? 판자가 반쯤 교체되었을 때? 아니면 판자가 단 하나라도 교체되었을 때? 아니면 원래 배의 판자가 전부 새로 운 판자로 교체되었을 때? 이 역설은 시시각각 조금씩 변하면서도 같은 속성이 유지되는 인간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내적 일관성과 교체되는 나무판자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이것이 가능한 경우는 서사적 정체성 안에서다. 철학자 폴 리쾨르 Paul Riccœur는 자신의 수많은 글에서 주체가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긴 우회로를 분석한다. 자신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러한 질문에 우리는 통상적으로 우리의 성격적 특성이나 집단 소속감으로 대답한다. 즉 지속해 변화함에도 우리가 어느 정도 변함없는 존재임을 입증할 만큼 매우 본질적이라고 생각하는 정체성의 관점에서 대답한다. 이를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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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가부장적인 사회와 이를 바탕으로 구성된 법체계에서 권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누구의 이야기(피해자 아니면 가해자의 이야기)를 언제 더 신뢰할 수 있는지는 이 책의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야기하는 원숭이는 가끔 자신도 모르게 남을 속이는 원숭이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우연적인 사건에서 인과 관계로 얽힌 이야기를 스스로 엮어낼 정도로 우리가 너무 쉽게 서사적 패턴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작가이자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 Iris Murdoch은 이러한 시도를 '일관성 있는 존재의 어우러짐'55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특징짓는 모든 측면을 정체성에 쏟아 넣어 어떤 캐릭터를 얻으려고 한다. 더 적절하 게 표현하면 주인공, 심지어 영웅이 되려고 한다. 그런데 영웅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인류 역사가 지나면서 여러 번 바뀌었다.
다른 시대, 다른 영웅
인간은 고도로 사회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의 이야기 또한 무엇보다 자신과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 문화와 가장 기능적인 관계로 설정하는 수단이다. 이때 이타적-집단주의적 목표는 언제나 이기적 개인주의적 목표와 얽혀 있다. 이 두 가지 욕구는 한편으로는 수용되기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계층 구조에서 상승하기 위해 교대로 나타난다. 윌 스토는 이를 간단한 말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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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힘에 어울리면서 남보다 앞서 나가는 것 to get along and get ahead'이다.
문자 이전의 문화-오로지 서사적으로 물려받은 지식, 범신론 화정링 신앙에 따른 세계 모형, 협력과 조정에 강하게 의존하는 최대 150*명의 개인으로 구성된 사회 집단을 지닌 문화에서 이야기는 이타심과 공평함을 통해 함께 어울리고 최적의 문제 해결을 통해 나란히 앞서 나가며 근본적인 창조 신화와 인과성 신화를 통해 세상을 헤처가는 기능을 수행했다. 이 마지막 기능을 통해 오늘날 중동의 초기 문자 문화에서 놀라울 만큼 유사한 서사구조와 규범을 가진 최초의 종교가 발생했다. 그 후 기원전 500년경에 오늘날의 그리스, 특히 아테네와 에게해 주변의 도시국가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개인의 발견이다.
스토는 이 현상의 근원을 무엇보다 그리스의 지형에서 찾는다. 즉 가파른 해안으로 깊은 틈이 많아 넓은 평야에서의 농업처럼 집단 기반 활동보다는 개인 위주의 생업(어업, 올리브오일 생산, 무역)이 더 적합하다. 스토는 "고대 그리스에서 이 세상을 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립이었다. 개인의 자립이 성공의 열쇠였기 때문에 전능한 힘을 가진 개인이 문화적 이상이 되었다."고 말한다.56 고대 그리스인들은 최초 문화의 하나로서 명성, 완벽함, 위신과 같은 현대적 가치를
*이는 영국 심리학자 로빈 던바 Robin Dunbar의 이름을 따서 '던바의 수'라고 불린다. 한 명의 인간은 자신의 네트워크에서 평균적으로 150명 정도의 사람들을 잘 구분하고 그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숫자는 무엇보다 대뇌 신피질Neocortex이 발달했던 석기시대에 최대 집단 크기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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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동화가 있다. 내러티브: 숲은 위험하다. 하지만 (남매의) 사랑과 계략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 이야기: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세상의 위험에 무방비하게 내맡겨진 가난한 아이들의 가혹하고 고된 삶. 스토리: 헨젤과 그레텔.
또는 신약성경을 예로 들 수 있다. 스토리: 목수의 아들에서 한 종파의 지도자가 된 사람이 유대인 체제와 로마의 통치 세력에 맞서다가 결국 그로 인해(그리고 우리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힌다. 이야기: 종교에 기반을 둔 전형적인 메시아. 내러티브: 이타심, 자비, 지혜를 통한 초월.
물론 이러한 정의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서 많은 저자들이 서로 다르게 기술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 책의 목적을 위해 이러한 해석을 사용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형식주의자 블라디미르 프롭 Vladimir Propp과 빅토트 슈클로 프스키 Viktor Shklowski는 '과불라 Fabula'와 '슈젯Syuzhet'을 모든 이야기가 지닌 두 개의 독립적인, 하지만 분리할 수 없는 특성이라고 썼다. 파불라는 실제로 일어난 일, 슈젯은 이야기되는 내용을 일컫는다. 이러한 층위를 감정적으로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
원수집안의 두 젊은 연인은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도 서로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실패하고 결국 두 사람은 죽음을 맞이한다. 빈약한 내용이지만 감동적인 스토리다. 좋은 파불라는 단 몇 마디로도 우리를 감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요약된 이야기는 감정을 덜 유발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계층 사회에서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불행한 두 연인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내러티브는? '사랑은 (거의) 죽음보다 강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내러티브는 그 자체로 볼 때 비극적이거나 극적인 경우가 거의 없는 반면 스토리나 이야기는 그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러티브 가 효과적으로 투입될 경우 매우 감정적인 수많은 형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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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멘토와의 만남
모든 영웅(또한 모든 정치인)이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는 한 가지 특성, 즉 겸손 덕분에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다. 그는 국빈에서 용서를 구하는 겸손한 사람으로 변신함으로써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킨다. 단순하지만 분명한 제스처로 두 나라를, 그리고 희생자와 가해자를 서로 포갠다. 다음의 역사적인 사진은 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개별 단어가 전체 내러티브를 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때로는 개별 이미지도 더 큰 변화 과정과 영웅 여정을 말해준다. 이미지는 말 그대로 아이콘이 될 수 있으며 내러티브를 설정하고 전파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이해되는 내러티브까지 말이다.
물론 말과 이미지 사이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존재한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이미지는 글자처럼 알파벳도, 고정된 문법도 가지고 있지 않다. 사진이나 영화도 자신만의 언어를 만드는지 혹은 적어도 실제 어휘상의 언어와 비교될 수 있는 유사 언어 규칙을 따르는지는 여기서 너무 멀리 벗어나는 질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미지가 단어처럼 기호학적 관점에서 기술될 수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하는 특징을 가진 특수한 장르가 있다. 바로 만화다. 만화 이론가 스콧 맥클라우드 Scott McCloud는 연속적인 이미지가 달성하는 스토리텔링 효과를 탐구하고 이를 역사적으로 - 콜럼버스 이전 미국 미스텍 문명의 삽화 작품인 '바이의 태피스트리 Bayeux Tapestry' (1066년 노르만의 잉글랜드 정복 이야기를 담고 있다)에서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의 이른바 콜라주 소설인 『친절한 한 주Une Semaine de Bonté』에 이르기까지 - 시각적 서사의 전통으로 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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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는 종종 맥락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이미지에 묘사된 사람이 누구인지 혹은 어디에서 왜 사진을 찍 있는지 등을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상처를 입은 알몸의 소녀가 양팔 유쪽뻗은 채 저 멀리 공포를 자아내는 시커먼 구름을 피해 도망가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베트남 전쟁이나 네이팜의 작용 원리를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우리 눈에는 이미 주인공인 어린 판티킴푹Phan Thi Kim Phúc과 위협적인 적대자로서 검은 연기가 보인다. 즉 문제는 치명적인 위험, 해결책은 도주, 그리고 여기에 담긴 내러티브가 '전쟁은 참혹하다'라는 것을 안다.
이미지가 단순히 역사만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과학적, 철학적 견해는 이미지가 고유의 독자적인 내러티브, 이야기, 스토리를 생성한다고 가정한다. 또한 이미지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말이 나글과는 다른 효과를 전달한다.
스콧 맥클라우드는 나아가 아래 그림과 같이 말한다."
4. 멘토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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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이미지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기대감을 일깨우고 긴장감을 생성하기 위해 감정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유발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이미지를 사용하면 메시지의 흐름 속에서 순식간에 주제를 알 수 있다. 이처럼 이미지의 시각적 효과는 마치 어두운 복도에서 빛 나는 네온사인 글자와 같다. 사람들은 일일 타임라인, 말하자면 미디어 대중의 '의식의 흐름'을 빠르게 스크롤하면서 이미지에 시선을 고정하며, 웃고 있는 저자의 얼굴이나 위협적인 말벌 혹은 군중 속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한 사람에게 무슨 사연이 숨겨져 있는지 클릭해서
알고 싶을 만큼 충분히 궁금증이 생긴다.
그런데 특히 사회 정치적 주제는 사진으로 직접 표현할 수 없기에 편집부에서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추상성을 포착하는 법을 능숙하게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다지 의미심장하지 않고 어떤 사태에 시각적 서사를 추가하기 위해 삽입된 이미지가 때에 따라서는 텍스트에 기술된 현실을 뉴스 가치로 드러낼 수 있다. 독일 뉴스통신사 DPA 사진편집부 책임자인 미하엘 카펠러 Michael Kappeler는 '통합을 위한 미디어 서비스Mediendienst Integration'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즉 상징적인 이미지는 '추상적인 주제를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나타내는' 기 능이 있으며 사람들은 '텍스트를 읽지 않고서도 주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삽화가 단순해지기를'21 바란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일깨워지는 그러한 서사를 무슬림 유대인, 극우주의의 세 가지 이미지를 예로 들어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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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멘토와의 만남
말하자면 디지털 시대에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기업의 신화는 실의에 빠져 여자 친구를 다시 붙잡고 싶어 하는 한 청년의 신화다. 2010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소셜 네트워크>로 영화화한 아론 소킨의 각본은 최소한 이러한 이야기를 전한다. 당시 페이스북은 전 세계적으로 4억 1,100만 명의 사용자를 거느리면서 첫 성공의 정 점에 올랐다. 이 영화는 지금은 기업 가치가 약 8천억 달러에 달하고 5만 명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초창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소킨과 핀처는 주인공에게 아주 개인적인 미션을 부여한다. 즉 주인공은 전 여자 친구에게 이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영화 속 저커버그는 실추된 명예 회복과 전 여자 친구의 마음을 다시 걷고 싶은 마음이 유별나게 혼합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으며, 흥미진진한 수많은 이야기에서 복수 마스터 플롯을 인식한다. 말하자면 좋은 영화를 위한 완벽한 서막이다. 하지만 영화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는 여자친구에게 감명을 주려고 페이스북을 만든 것이 아니다. 아마도 그는 우리 모두처럼 소속감을 느끼기를 원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심오한 동기도 -입증된 것은 아니다. 그가 페이스북을 설립하고 세상을 변화시킨,,,
• 5분 동안 컷 없이 이어지는 대화를 보여주는 오프닝 장면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오프닝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초반의 쇼다운 Showdown에 전체 이야기가 녹아 있다. 말하자면 천재적이지만 사회성 면에서는 무능한 괴짜가 - 사회의 이방인으로 계속 남는다는 바로 그 이유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내러티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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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첫 번째 문탁을 넘다
이와 같은 험난한 길에서 타격이나 파산, 새로운 시작은 장애물이 아니라 자기 서사에 필수 불가결한 요인이다. 설립자는 이러한 난관을 거쳐야만 성장할 수 있고 이를 해내겠다는 무한한 의지를 입증할 수 있다. 추락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성공적인 설립자는 오히려 의심스러워 보인다. 항상 쉬운 길을 택하는 사람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한 사람이 영웅 혹은 진정한 기업가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언젠가 이러한 영웅 여정이 마침표를 찍고 성공한 주인공은 재정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더 풍요로워진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마크 저커버그처럼 그 과정에서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켰다.
설립자는 팝스타나 프로 운동선수, 인플루언서와 같은 흥미로운 혼합형 - 인플루언서는 기업가 정신을 단련된 자기 묘사와 온갖 미디어 퍼포먼스와 결합시킨다-과 더불어 근대 후기 꿈의 직업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모두 예외주의 Exceptionalism라는 강력한 내러티브가 담겨 있다. 이러한 예외주의는 때때로 '아주 평범 사람'으로 자신을 묘사함으로써 가로막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뢰성을 얻게 만들 수도 있다. 이를테면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고액 광고를 계약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을 강조하여 보고하는 인플언서를 생각해 보라, 또한 수백만 달러의 제약과 엄격한 기량 최적화 관리를 통해 이미 팬들에게서 및 광년 떨어져 있는 스포츠 스타가 2 종 인터뷰에서 소속팀 포도밭에서 일하는 겸손한 직원처럼 자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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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 번째 문턱을 넘다.
마크 트웨인 Mark Twain은 "나를 받아주는 클럽에는 가입하지 않겠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단 어떤 클럽에 속하게 되면 다른 모든 클럽으로부터 자신이 속한 클럽을 방어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마치 앞에서 언급한 여름 캠프의 아이들처럼 때로는 (언어적) 폭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다른 유명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다른 집단이 5달러 혹은 그 이상을 받을 때 자기 집단도 5달러를 받는 경우보다 다른 집단이 2달러를 받을 때 자기 집단이 4달러를 받는 경우를 택했다. 나중에 뇌 영상기법으로 살펴봤을 때 우리 뇌가 집단소속감에 따라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를테면 우리 집단에 속한 사람이 울면 슬픔을 느끼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어 우리는 공감한다. 반면 다른 집단 사람이 울면 이득을 느끼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어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마음을 느낀다. 우리가 한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느끼면 자기가 속한 집단의 안녕이 자신에게 극히 중요해질 뿐만 아니라, 이는 다른 공동체의 불행을 반기는 마음으로도 나타난다. 종종 무의식적이고 거의 본능에 따라 작동하는 이러한 부족사고는 부족 문화나 생존의 필요성을 넘어서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는데, 오늘날에는 이를 '부족주의 Tribalism' 라고도 부른다. 부족주의는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 순수한 형태로 관찰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좋아요'를 받으면 자기가 속한 부족에서 인정받고 받아들여졌다고 느끼기 때문에 소량의 도파민이 분비된다. 수량화된 이러한 보상 원칙은 우리의 '내집단 Ingroup'- 즉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속해 있다고 느끼는 집단- 속에서 화합할 수 있는 경험을 포스팅하는 원동력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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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물론 선전 활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쟁이 있는 곳에 늘 존재해 왔다. 적의 사악함과 아군의 강인함에 대한 스토리는 현대의 모든 군대에서 포기할 수 없는 선전이다.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다른 많은 -국가에서는 이른바 트롤 부대 Troll Army가 갈등을 조장하는 이야기들을 만드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준군사조직이 크림 반도를 점령하자 푸틴의 온라인 선전은 본격적으로 모든 수단을 총 동원했다. 이제는 러시아가 서방 세계 전역에서 불안감을 조장하는 선전을 하지 않는 정치적 사건이 없을 정도다. 군대에서 퍼뜨리는 조작적 내러티브는 오래전부터 좋은 효과가 있었으며, 20세기의 여러 굵직한 갈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피알 PR (Public Relations)이라고 부르는 자본주의적 선전의 창시자보다 스토리텔링의 어두운 면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안전한 세상 만들기
사람들로부터 평생 갈채를 받고 살던 심리학자 에드워드 루이스 바 네이즈 Edward Louis Bernays는 부유하고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로 살아간 화려한 경력의 끝에서 격렬한 항의에 부딪혔다. 그가 딸에게 아버지인 자신의 직업을 가질 생각이 있냐고 묻자 딸은 이렇게 대답했다. “차라리 발관리사가 되겠어요." 그는 무슨 짓을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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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시험, 동맹자, 적
신뢰 비신뢰 코드에 따라 작동하고 허구를 사실적 이야기 속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작은 서사 형식"이라고 설명한다. 참/거짓의 구분은 중요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감정적/객관적 또는 연결성/폐쇄성과 같은 다른 차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공적 담론의 기축통화라고 볼 수 있는 신뢰성은 줄어들고 관심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옳은 것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끌어모으는 것이 성공한다.
우리 인간이 거짓말이나 반쪽 진실을 폭로하는데 더 능숙하다면 이제 이 모든 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분명 버네이즈도 그렇게 부유하고 유명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우리에게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티모시 르바인 Timothy R. Levine이 수많은 실험에서 밝혀냈듯이, 우리가 낯선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것이 거짓말인가 진실인가라는 단순한 판단이 맞을 확률은 약 54퍼센트이다. 이야기하는 낯선 사람이 비전문가이든 정보기관 요원이든 경찰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우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화하면서 그렇게 훈련을 했음에도 참으로 비참한 확률 아닌가? 우리와 친숙한 사람들의 경우 올바른 판단은 상대의 전후 배경과 상대가 무슨 이야기하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또는 우리의 예감이나 솔직함도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수많은 느슨한 대인 관계에서 우리는 대부분 르바인이 말한 '진실 모드'로 설정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방이 진실을 말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우리가 속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점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우리는 가끔 속임수에 걸려들 수 있지만 그 대신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사회적 상황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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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주로 더비Derby 경마에서 정보제공자로 일했고 간간이 런던의 이스트 엔드 시장에서 점쟁이로 일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그는 임산부에게 1실링을 받고 태아의 성별을 예측해 주고 만약 틀리면 돈을 다시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린스 모노룰루는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포장하여 잠재의식적으로 우리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고 수 없이 거짓임이 밝혀졌음에도 명확한 검증과 제재를 가하기 어려워 어떤 지장도 받지 않은 내러티브의 효력을 구체화한 인물이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예언 - 이들 혹은 딸을 임산부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할 뿐만 아니라 종이에 써주고 봉투에 넣어 봉인한 다음 임산부에게 그 위에 서명하게 했다. 그의 예언이 맞을 확률은 50퍼센트였고 상당한 돈을 긁어모았다. 그러나 몇 달 후 아이가 예언과 다른 성별로 태어나자 아이 엄마는 잊고 있던 잘못된 예언을 떠올리고 사기꾼을 폭로하기 위해 화를 내며 봉투를 열었다. 그런데 쪽지에는 올바른 성별이 적혀 있었다. 모노룰루는 돈을 되돌려줄 필요가 없었다. 한마디 로그는 항상 자신이 큰소리로 예언한 것과 반대되는 내용을 종이에 썼다. 그의 마스터 스토리는 거짓말이었지만 동시에 항상 맞기도 했기 때문에 약점을 잡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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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시험·동맹자·적
그들의 수입 상황은 특정한 날에 특정한 이유로(이를테면 박람회, 날씨 등) 아주 많은 손님을 태울 수 있는지에 주로 좌우된다. 따라서 효용극대화를 추구하는 그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손님이 많은 날에는 교대 근무를 길게 하고 손님이 적은 날에는 일찍 퇴근한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였다. 즉 대다수 운전자는 스스로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도달할 때까지만 택시를 운전하는 듯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택시 운전사들이 매일 같은 시간 동안 택시를 운행할 경우 수입이 8퍼센트 오를 수 있으며, 손님이 많은 날에는 더 많이 운행하고 손님이 적은 날에는 더 적게 운행할 경우는 심지어 15 퍼센트까지 수입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택시 운전자는 엄격하고 합리적으로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최적의 매출액을 위해서가 아니라 목적을 달성했다는 좋은 느낌을 위해 운전한다. 그리고 그들은 미래에 가능한 수입에 비해 현재 수입의 가 치를 과대평가한다."*
그런데 절대적인 목표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다. 수많은 행동경제학 실험에 따르면 우리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동등하거나 더 낫다고 인지하는지에 따라, 즉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가졌는지
*믿기지가 않는가? 그렇다면 택시 운전사에게 하루에 얼마나 운행을 하는지 물어보라, 손 안의 참새가 지붕 위의 비둘기보다 나은 법이다. 사람들이 현재에 집착하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12장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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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들은 이미 여러 차원에서 놀라울 정도로 계몽적이었다.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중 어느 하나도 착하기만 하거나 악하기만 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자연조차도 셰익스피어에게는 양가적이다. 즉 잔인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며, 매혹적이기도 하고 위협적이다. 영국 시인 존 키츠John Keats는 인과관계를 즉시 찾지 않고 불확실성, 신비, 의혹을 보류하는 셰익스피어의 계몽주의적인 '부정적 수용 능력Negative Capability'27을 증명해 보였다. 예를 들면 햄릿은 문학사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사느냐 죽느냐'라는 독백에서 삼촌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확신을 갖고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죽음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울질한다.
셰익스피어는 주인공의 내적 혼란과 모호성에서 영웅 여정의 고전적 지점을 찾는다. 왜냐하면 영웅이 자신에게 서사적으로 의도된 역할을 거부하고 모호함 속에서 매우 현대적인 것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셰익스피어가 그의 희곡에서 만들어낸 태도를 모호함에 대한 관용, 즉 모순되는 것을 견디는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날에도 그의 이야기를 아주 기꺼이 무대에 올리는 이유다. 그의 이야기는 관객인 우리에게 도덕성, 해석, 근거를 남긴다. 셰익스피어의 이야기 속에 담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계몽과 불가항력에서 벗어난 자유라고 볼 수 있다. 또는 문예학자 한스 디히터 겔페르트Hans-Dieter Gelfert가 말했듯이 "세익스피어의 비극에서 카리스마 있고 타협하지 않는 영웅들은 질서를 깨뜨리고 추락한다. 그리고 곧이어 그 자리에 타협 준비가 된 현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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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험, 동맹자, 적
둘째, 한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낯선 민족을 만날 가능성이 높았다. 갈등과 공존이 전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어떻게든 타결이 이루어져야 했고, 경계 설정이 역사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셋째, 사람들은 정착과 함께 처음으로 재산을 축적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 지렛대로서 상속이 생겨났다. 문명은 점점 더 커지고 더 부유해지고 경쟁이 더 심해졌으며 이에 따라 위계질서도 더 엄격해졌다. 즉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권력과 부를 가짐으로써 더 많은 권리와 특권을 동시에 누렸다.
조직화할 수 있는 집단이나 문명, 도시, 국가의 규모가 커질수록 소수의 사람이 상층에 위치하고 다른 많은 사람이 하층에 위치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더 정교하고 더 설득력이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 설득력 있는 스토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실제로 스토리는 자원의 부당한 분할과 이용가능성에 논리적으로 좋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 고,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은 가장 독단적인 불의조차도 즉 태어날 때부터 모든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절대주의적 통치자의 불의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특히 종교는 매우 효과적인 메타 내러티브Meta-narrative로 자리 잡았고, 군주제 역시 성공적인 스핀오 프Spin-Off가 되었다.
사무엘의 위임 스토리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늙은 판관 사무엘은 왕을 임명해야 하는 동시에 백성에게 경고도 해야 한다. 왕이 될 사람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백성을 실망시키게 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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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자신이 세운 종교가 국교로 인정받기 전에 먼저 잔인하게 박해받았다. 그다음에는 자신의 마스터 스토리를 공격한 사람들을 박해했다. 근대 초기까지 왕의 몸은 신의 은총을 받은 대표자이자 늙어가는 자연적인 신체라는 두 가지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이 두 역할의 통일성은 정치체Body Politic의 형태로만 이룰 수 있었다. 독일의 역사학자 에른스트 칸토로비치 Ernst Kantorowicz는 자신의 저서 『왕의 두 신체, 중세 정치신학 연구Die zwei Körper des Königs, Eine Studie zur politischen Theologie des Mittelalters』(1957)에서 신을 대표하는 초월적인 불멸의 몸과 개인적인 필멸의 몸으로 이루어진 왕의 신체의 이원성 이념을 발전시킨다. 이러한 '법적 허구Legal Fiction'로부터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신적이자 동시에 인간적인 그리스도의 역동성과 반영이 생겨난다. 32
군주제의 성공뿐만 아니라 군주제적 서사를 가능하게 하고 자기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했던 기독교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강력한 초자연적 현상, 신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 집단 규칙의 준수가 수반되었다. 어쨌듯 지옥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종교에서도 흥미로운 발명품 중의 하나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착하게 행동하도록 만들 듯이 당시 사람들도 이승 세계의 규율을 잘 따르기 위해 영원한 고통과 고문으로 괴로워하는 지옥의 묵시록에 관해 이야기했다. 신의 처벌에 대한 실존적 두려움은 인간을 도덕적 태도를 이끄는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기능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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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시험, 동맹자, 적
인간이 자초한 미숙함의 지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마스 호르크하이버Max Horkheimer 와 테오도르 아도르노 Theodor W. Adomo는 자신들의 유명한 저서 『계몽의 변증법 Dialektik der Aufklärung (1944)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진보적 사유라는 가장 포괄적인 의미에서 계몽은 예로부터 인간에게서 공포를 몰아내고 인간을 주인으로 세운다는 목표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완전히 계몽된 지구에는 재앙만이 승리를 구가하고 있다. 계몽의 프로그램은 세계의 탈주술화였다. 계몽은 신화를 해체하고 지식에 의해 상상력을 붕괴시키려 한다. "33 이에 따라 계몽주의의 이성적 프로그램은 종교, 귀족, 미신에 대한 위대한 서사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격렬한 서사적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리 정해진 소수의 사람이 통치권을 장악하면 안 된다면 누가 통치해야 할까?
이러한 가운데 미국 혁명과 프랑스혁명은 새로운 내러티브를 제시했다. 18세기 혁명가들은 모든 사람은 원칙적으로 평등하다는 기상천외한 이념에 근거하여 세습군주제를 폐지하고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닌 권력 대표자를 선출하게 했다. 신과 그 대리자들이 다스리는 세상에서 부당함은 신에 대한 경건함으로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신이 위계질서를 세우지 않는 현실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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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그 결과 모든 팀에서 임의로 선정된 팀 대표가 네 번째 쿠키를 먹었다. 루이스는 엘리트 졸업생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여러분 모두는 팀 대표로 임명. 어쩌면 여러분의 임명은 완전히 임의적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반드시 이 임명의 임의적 측면을 의식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운이 좋은 소수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는 여분의 쿠키가 주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여분의 쿠키가 여러분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조만간 이 여분의 쿠키를 자신의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내면의 화자가 다시 공격을 개시하고 심리학자들이 '통제위치 Locus of Control'라고 부르는 것을 수행한다. 즉 개인마다 크게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자기 운명을 통제하고 있으며 일어나는 사건이 우리가 내리는 결정과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개인의 통제에 초점을 두는 것은 소위 기본적 귀인 오류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와 결부되어 있다. 말하자면 타인에게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그 책임이 그들 개인에게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 때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순전히 운으로 그룹 대표가 되더라도 여분의 쿠키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연의 경우에도 업적을 생각한다.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가정에서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기억하는가? 우리의 잠재적 성공에 대한 믿음, 우리 성공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는 믿음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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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가장 확실한 지표는 여전히 부모의 지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성공은 얻어지기보다는 상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더 좋은 자질을 갖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황금빛 미래가 자신의 성과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가 선호하는 자기 서사는 독자적으로 자신의 길을 나아가며 모든 역경과 운명에 맞서는 사람으로 귀결된다. 신자유주의에 따라 기능화된 이러한 영웅 여정은 우리의 신화 DNA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의 서사적 직감 속에서 납득할 만하고 정당하게 보인다.
이때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이 그 책임이 본인에게 있으며, 나아가 자신들이 성과가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해서 산다고 확신시키는 서사적 속임수가 사용된다. 그러므로 능력주의는 뒤처지고 배제된 사람들을 영웅 여정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적대자로 만든다. 그리고 영웅 여정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약하고 궁핍한 사람들을 상대로 자연스럽게 공감 연습을 한다. 그래서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의 저자이자 철학자 마이클 J. 샌델 Michael J. Sandel 은 이러한 어른 동화에 대해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은 우리의 능력주의적 오만함에 의문을 제기하고 도덕적, 나아가 정신적 변화가 필요한 때다. 나를 성공시킨 재능을 도덕적으로 받을 자격이 나에 게 있는가? 내가 우연히 갖게 된 재능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에서 사는 것이 나의 업적인가? 아니면 나의 운인가? 나의 성공이 나의 업적이라는 주장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기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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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시험·동맹자,적
우물 독살이 그것이다. 1235년 독일 풀다 Fulda에서 피를 마시는 것에 대한 첫 번째 비난이 등장했다.
이제 여러분은 당연히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피를 마시는 것이 예수 죽음의 재현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유대인이 코셔Kosher 식사법(유대인의 식사법, 여러 규정이 있지만 돼지고기를 피하고 도축한 고기의 피를 빼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편집자)을 따른다는 것을 안다면 세상사람들은 어떻게 그들이 피를 마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역사학 자미리 루빈Miri Rubin은 가능한 답을 제시한다. 즉 1215년에 중세의 가장 큰 교회 공의회인 제4차 라테란 공의회가 열렸는데, 이 공의회에서 이른바 화체설 Transubstantiation이 교회 교리로 확립된 것이다. 54 화체설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피와 살은 사제에 의해 축성된 성찬인 빵과 포도주의 형태로 물리적으로 현존한다. 우리가 4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선언 Declaration을 통해서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말로 달걀을 익힐 수는 없지만 빵을 예수라고 선언할 수는 있다. 어쨌든 당대의 기독교인에게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의 피를 마시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의 신성한 살을 소화하고 배설한다는 생각은 어느 정도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내러티브와 교회 교리를 아주 경건하게 믿지 않는다는 두려움은 익숙한 적대자에게 투영되었다. 사람들이 혐오를 느끼거나 두려워하는 행위, 즉 의식 살인을 하며 예수를 나타내는 몸에서 피를 마시는 변태적 행위를 한다고 생각하는 유대인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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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시험·동맹자·적
이러한 감동의 해결책은 아주 단순하다. 즉 모든 최대 관계를 물리치고 파괴하면 된다.
이러한 해결책을 완수하면 일종의 약속의 땅 형태로 즉 다수의 도덕이 다시 가치를 얻는 실제 혹은 은유적 장소로서 보상이 주어진 다하지만 이때 영웅 여정의 본질적인 순간은 왜곡된다. 왜냐하면 영웅여정에서는 죄수를 물리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악마와 맞서고 근본적으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투쟁의 파시즘에서 말하는 약속은 자기 변화가 없는 상징적인 부활을 경험하는 것이다. 에너지가 외부로만 흐를 뿐 절대로 내부로 흘러들지 않는다. 따라서 내러티브로서 파시즘은 스토리텔링 이 인간에게 근본적으로 의미하는 바와 정반대다.
영웅 여정의 변신에서 보이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주인공이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시즘은 자신의 실수를 통한 배움을 거부하며 반격당하면 타인에게 책임을 돌리고 그러한 타격으로 인해 생겨나는 고통을 배양함으로써 주인공을 존재의 어두 운면으로 조종한다. 구원을 향해 전개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참담함이 정체된 상태다. 이러한 점에서 <스타워즈>의 요다는 "최고의 멘토는 실수다."라고 말했다. 파시즘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영웅 여정이나 생산적인 스토리텔링보다 부정적인 것을 훨씬 더 필요로 한다. 다원화된 주인공들이 적대감을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더키우는 곳에서 파시스트들은 자신을 스스로 성장시키기보다는 극복할 수 없는 최고의 적대자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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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가장 깊은 동굴로 들어가기
이를테면 심지어 디즈니의 <라이온 킹The Lion King> 과 같은 어린이 영화에서도 하이에나의 행진 장면과 적대적인 사자 스카가 식인풍습을 가진 독재자로 묘사되는 모습에서 레니 리펜슈탈의 연출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문화산업이 파시즘의 미학과 모티브를 다루는 방식은 서사적 축약을 원하는 우리의 성향을 보여주는데, 특히 악을 묘사해야 할 때 그러하다. 이야기하는 원숭이는 역사적 유추를 할 때 종종 악과의 연관성을 뛰어넘어 복잡하고 정치적인 총체적 그림을 인식하지 못한다. 인간은 역사적 고유성을 인식할 수 있기에 악마화된 사람을 나치와 파시즘과 같은 모든 불쾌하고 나쁜 것에 수시로 비교해 왔다. 세속화된 사회의 스토리텔링에서는 초월적인 악, 바로 히틀러가 이를 대체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프랑수아 드 스메François de Smet는 나치즘이 어떻게 현대의 관념 세계에 침투할 수 있었는지 조사했다. 13 이 과정에서 그는 무엇보다도 '고드윈의 법칙Godwin's Law'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드윈의 법칙'이란 '온라인 토론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상대를 나치나 히틀러에 비유하는 발언이 나올 확률이 '1에 가까워진다.', 14 즉 그럴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는 법칙이다.
고드윈의 법칙은 미국의 변호 사마이크 고드윈Mike Godwin이 1990년에 만든 이론이다(그러나 독일 계 미국인 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Leo Strauss는 이미 1953년에 이러한 현상을 히틀 러 귀류법 Reductio ad Hitlerum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스메에 따르면 “고드윈의 법칙은 우리의 뿌리 깊은 동물성, 강한 힘에 대한 사랑, 권력에 대한 억압된 의지, 부끄러운 순응적 태도를 상기시킨다. 말이 지닌 힘은 강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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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가장 깊은 동굴로 들어가기
<스타워즈> 등장인물은 말 그대로 번역하면 '나치 돌격대'라는 뜻을 가진 '스톰트루퍼' 헬멧을 착용하고 장교는 게슈타포처럼 보인다. <스타워즈> 등장인물들은 수많은 티셔츠에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중독성 강한 재미있는 영상물 속에서 화려한 춤을 추기도 하며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카니발 의상이 되기도 한다. 디즈니랜드 테마파크의 제국군 스톰트루퍼 퍼레이드를 생각해 보면 그 심연은 더욱 명확해진다.
디즈니랜드조차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마법 같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성Sleeping Beauty Castle 앞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동화 같은 행진을 '복종과 힘의 위압적인 파시"라고 묘사한다. 온 가족을 위한 파시즘이자 완벽한 휴가! 영화평론가 린제이 엘리스Lindsay Ellis는 이러한 현상을 '코스프 레파시즘 Cosplay Fascism'18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혼란에 빠뜨리는 시각적 왜곡으로, 레이디 가가Lady Gaga, 마릴린 맨슨Marylin Manson 또는 람슈타인 Rammstein에게서 보이는 파시즘 모티브의 대중문화화와 유사하다. 동화 세계를 모방한 테마파크라는 매우 인공적인 배경 앞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우리의 둔감함을 잠깐 느낄 수 있다.
낯설게 하기 Verfremdung 효과로 파시즘의 역사를 놓치게 하는 이러한 연출 속에서 우리는 부분적으로 불쾌감을 인지하기는 하지만, 이를 소비하고 싶은 매혹을 느끼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릴 때 자연스럽게 악당을 연기하거나 물리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식과 코드의 미묘한 혼합은 광범위한 관심의 레이더 아래에서 훨씬 더 악의적으로 발생한다. 파시즘 미학은 특히 온라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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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가장 깊은 동굴로 들어가기
큐어넌은 영화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가 하는 것과 같은 영웅여정을 제공한다. 가장 먼저 '깨어나야' 한다. 즉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를 위해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두 개의 알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영화 속 장면처럼 빨간 알약의 순간, 말하자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갈림길에서 계기가 될 만한 강렬한 사건이 주로 사용된다. 공식적 지식과 그에 따른 거짓말을 따르는가, 아니면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진실을 따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직 감추어진 무언가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보다 지성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더 우월한 선택된 집단에 속 한다.
오늘날에는 과거에 비해 음모 신화에 빠져들기 훨씬 더 쉬울 뿐만 아니라 이를 보다 대중문화적이고 매력적으로 느낀다. 심지어 이러한 파시즘적 내러티브에 동참하는 것이 흥미진진하게 보인다. 마치 컴퓨터게임을 하듯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이버 회의주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같은 적대자를 마주한다. 즉
. 영화 <매트릭스>에서 멘토인 모피어스가 주인공 네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 노예란 진실, 네오, 너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모든 감각이 마비된 채 감옥에 태어났지. 불행히도 아무도 매트릭스가 뭔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어, 직접 봐 해... 이제 마지막 기회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어, 파란 약을 삼키면 여기서 끝 침대에서 깨어나 네가 믿고 싶은 걸 믿으면 돼, 빨간 약을 삼키면 이상한 나고 남게 되고 내가 토끼굴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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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가장 깊은 동굴로 들어가기
우정, 결속을 동원하여 적수를 무찌르며 여성 영웅의 여정을 완성한다.
캐리거는 여성 영웅 여정과 남성 영웅 여정을 다음과 같은 점에 따라 구분한다.
목표: 남성 영웅에게는 적수를 혼자 물리치는 것이 중요하며, 여성 영웅에게는 재결합, 가족의 발견, 고향, 구원이 중요하다."
접근 방식: 남성 영웅은 공격적이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정체 상태는 죽음과 다름없으며 언제나 정복 태세를 취한다. 그래서 에로틱과 감정이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말하자면 그러한 것은 영웅의 발전을 가로막고 중요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게 만든다. 키르케와 세이렌은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늦추었다는 점에서 적대자이다. 반면 여성 영웅은 소통과 정보 조달을 통해 느리지만 확실하게 전진한다. 캐리거는 여성 영웅을 건축 기술자 또는 지휘자에 비유한다. 고립은 여성 영웅의 적대자이고 외로움은 여성 영웅을 약하게 만드는 크립토나이트이므로 여성 영웅은 언제나 조화의 태세를 취한다.
강점 : 남성 영웅은 결정적인 도전 과제를 개별적으로 극복한다. 그는 자신의 독립성을 입증할 수 있을 때가 가장 영웅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멘토와 동맹자가 있기는 하지만 변화는 고독한 과정이다. 카우보이는 혼자 석양 속으로 말을 타고 간다. 반면 여성 영웅의 강점은 동반자의 수와 사회적 관계를 감당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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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프리츠 브라이하우프트는 자신의 저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공감의 두 얼굴 Die dunklen Seiten der Empathie (2017)에서 이야기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감정적 리턴 티켓Emotionale Rückfahrkarte'을 가지고 있는 공감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절박한 문제를 자기 서사의 위기로 만드는 사람은 청중에게 이러한 리턴 여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즉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도 문제가 지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할리우드는 실제 위기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허구적 위기를 만들어내는데 항상 더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갈등은 이미 한참 지난 일로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야기되거나 특히 단순한 줄거리로 압축될 수 있는 경우에만 각색될 수 있다.
그 어느 것도 기후 위기가 택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 우리는 허구 시나리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 보다 기후 위기에 대해 들을 때 훨씬 더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는 잘못이 있는 사람을 명확하게 특정할 수 없으면 반대로 언제나 개인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으면ㅡ자신을 등장인물과 유쾌하게 동일화하지 못한다. 생활양식상으로 적대자에 속하는 사람은 주인공과 동일화를 시키지 못한다. 그 대신 양심의 가책이나 억압이 생겨날 위험이 있다. 이는 영화관을 방문할 때마다 독이 된다.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소비를 덜 하고 비행기를 덜 타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덜 하면 될까? 우리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것은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이무 행위도 하지 않는 것, 또는 상황을 그냥 지속시키는 무지함이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상황이 '그렇게 계속' 지속된다는 사실이 재앙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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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귀로
1. 생태와 경제의 경쟁
생태와 경제는 서로 잘못된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첫째는 경쟁 마스터 플롯이 갈등을 더 직관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며, 둘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에게 유익한 비용편익 계산을 하는 것이 인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석유 분야와 같은 화석 연료 경제 부분이 가져올 단기적 손실이 큰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도록 묘사되고, 우리가 세상을 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미래를 이상할 정도로 축소한다. 현 상태Status Quo를 변화시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강력한 도전 과제이므로 추상적 차원의 긍정적 변화를 통해 얻는 이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생존할 수 있는 지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보호할 수 있는 경제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가장 단순한 주장도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니얼 카너먼이 연구한 이른바 손실 회피Loss Aversion 인데, 이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한다. 손실 회피는 특히 생태와 경제 사이의 경쟁으로 조장된다.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경제 쪽이 더 유리해 보이기 때문에 경제를 선호한다. 추상적인 기후 위기는 손실 회피의 완벽한 예이다. 현재의 손실과 미래 이익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구체적인 고통이며, 그에 비해 미래는 본질적으로 항상 불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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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돌아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푯말을 들고 있는 그녀의 사진이 말해주는 것은 동참하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 파업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문제인가 아니 면 파괴적인 시스템에 기여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레타 툰베리가 수억 명의 학생들이 당연하게 여 겼던 일상에서 벗어남으로써 얻은 자기 효능감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이것이 기후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구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야기꾼인 우리에게도 그러한 그레타의 순간, 말하자면 새로운 생태학 내러티브인 '그린 내러티브 뉴딜Green Narrative New Deal'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앞장에서 설명한 여성 영웅 여정은 기후 위기에 맞선 싸움을 첫째, 전통적인 서사 패턴에 대한 거부로서,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착취라는 진정한 적대자와의 싸움으로 이끌도록 고무한다. 둘째, 재난 영화의 완강한 남성 영웅보다 그레타처럼 사람들과 연결된 여성 영웅을 따르도록 고무한다. 나쁜 소식이라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 싸움에서 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우리가 아직 제대로 싸움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앙으로 위협받고 그 재앙을 위협적으로 느낀 (거의) 모든 사람은 인적 네트워크를 지닌 여성 영웅여정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서사적 자아는 인류의 이러한 실존적 위기를 긍정적인 서사에 쏟아부을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대한 대안은 모른 체하는 것 아니면 절망뿐이다. 하지만 그레타가 이끌어 온 길처럼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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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귀로
그리고 그들 모두는 어둠이 드리워진 구멍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레고르는 거대한 벌레로 변하고, 주인공 K.는 성문 앞에 머물러 있으며, 요제프 K.는 꿰뚫어 볼 수 없는 심판에 휘말린다. 카프카 문학이 주는 메시지는 불행에서 벗어날 출구가 없다는 것이다.
작가 월 스토가 자신의 저서 『셀피 : 서구는 어떻게 자신에게 집착하게 되었는가Selfie: How The West Becamed Self-Obsessed』(국내 출간 시 부 제는 바뀌었다. -편집자)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우리 시대가 처한 자기 서 사의 위기는 많은 사람을 자살로 이끌고 있다. 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 다른 사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감, 수치심,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싶은 충동, 이러한 슬픈 패턴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0.1퍼센트의 사람들이 자살로 목숨을 잃고 100명 중 2명은 살면서 자살을 시도한다. 낮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자기 보호가 사실상 우리의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이다. 생존은 우리 존재의 주요 목적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은 보조 약물의 도움으로 생 존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인구의 8~10퍼센트가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수백만 명이 약물 복용과 관계없이 우울해한다. 아마도 인류가 오늘날만큼 건강했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과중한 부담을 느끼고 불행하다고 느낀 적도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쳐버린 원숭이가 되었을 뿐일까?
월 스토는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자아의 치명적 위기가 조직적이라고 믿는다. 우리 사회는 타인의 거울에 비친 사회적 완벽주의를 조장하여 자기 서사에 균열을 일으키고 기대에 못 미치는 실망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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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이기로 만들어졌다
『도넛 경제학 : 21세기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는 일곱 가지 방법 Donut Economics: Seven Ways to Think Like a 21st-Century Economist』 (2018. 국내에서는 부제가 바뀌어서 출간되었다. -편집자)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경제 이론의 한 도표는 너무 위험하여 실제로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국내총생산 GDP 성장의 장기적 흐름이다."" 왜냐 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50년까지 매년 3퍼센트씩 성장한다면 세계 경제 규모는 대략 2037년까지 2배가 되고 2050년에는 거의 3 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성장을 창출하지 않는 한ㅡ하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그러한 모습이 아니다ㅡ자원과 환경에 대한 부담도 2배 또는 3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GDP와 유사하게 주가나 닥스DAX 또는 다우존스Dow Jones와 같이 이를 간략히 보여주는 지수들이 있다. 4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러한 것들의 수학적 발전은 첫째, 이미 스토리와 특정 가치를 지닌 개념으로 설명되며, 둘째, 더 큰 내러티브로 조성된다. 닥스 지수가 상승하면 '경제가 잘되고 있는 것이다Es geht der Wirtschaft gut.' 이 단어들은 각각 따옴표로 표시되어야 하며 경고성 지적 혹은 경고성 질문과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되다geht'(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정확히 그 대 상은 누구인가?), '비인칭주어 es'(정확히 무엇이 작동하며, 그 결과는 무엇인가?) '정관사der'(경제라는 이름으로 대략 요약된 실체는 정확히 무엇인가?), '경제 Wirtschaft' (자본을 움직이는 모든 것의 총합을 나타내는 이 개념은 첫째, 완전히 축약된 것은 아닌가, 둘째, 국민경제의 작동과 매우 관련이 있고 아마도 훨씬 더 관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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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경제보다는 평등의 관점에서 아무리 합의해도 여전히 '여성의 문제'인 무급 돌봄 노동을 생각해 보라, 이는 사회 정의와 더 높은 만족감을 가로막는다.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아동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아야 하는가?) '잘gur'(우리는 경제의 좋은 상태나 바람직한 결과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며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 또는 국민총 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과 같은 사회적 성공에 대한 지표와 내러티브는 수십 년 전부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 끝없는 소비주의적 작동을 유지하기 위해 생존과 기본적인 욕구를 지향하는 실용적 소비는 오래전부터 쾌락주의적 소비로 변질하였다. 철학자 게르노트 뵈메Gernot Böhme는 자신의 저서 『미학적 자는 주의Ästhetischer Kapitalismus』에서 특히 미학적으로 소비가 이루어질 때 상품의 '연출 가치'가 본래의 ‘사용 가치'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것은 실행되지 않으며, 지속적인 성장이 목표라면 실행되지 말아야 한다. 뵈메에 따르면 거울의 대량- 조가 공장 생산의 전신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말하자면 현재의 경제 구조는 생필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점점 의식적으로 서사는 인간의 사치품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지니계수는 소득이나 부의 분포를 측정한다. 지니 계수가 높을수록 불평등하 독일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알아맞혀 보라.
**정부가 국민의 행복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 정부가 존재할 목적이 없다." 부탄 국은 헌법에 명시된 이 문장으로 다른 양상의 자기 성찰기반을 마련했다. 경제 요인과 함께 국민총행복에는 환경 매개변수, 정의, 훌륭한 행정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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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부활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그리고 가장 거짓된) 어른 동화는 구조적으로 볼 때 반영웅 여정Anti-Hero's Journey이다. 반영웅 여정은 사람들에게 모험도, 여행도, 변화도 없다고 약속한다. 아니 그 이상이다. 말하자면 우리가 일하고 돈을 모으고 불평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믿음을 가지면 모든 것이 그대로 있을 수 있고 아무것도 달라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이 시스템이 부당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사람들은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불공정하고 파괴적인 시스템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불쾌감은 정치적 무력감과 자기 효능감 결핍과 결합한다. 그렇다면 점점 더 세분화하는 사회에서 새롭고 조화 로운 자기 서사는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우리 시대의 이러한 질문에 대해 현재 가장 선호되는 대답은 놀랍게도 개인주의적 성향이다. '마음챙김'과 '자각'이 붐을 이루는 이유는 이것이 개인을 자립적인 존재로 서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상 속에서 우리는 모두 '치유'해야 한다. 이 말은 이미 외부로부터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치유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적대자는 기껏해야 ‘유독한' 관계에 불과하다. 시련은 언제나 자신의 심리적 행동 영역에 존재한다. 즉 우리는 소통하고 감사하는 법,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근심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뉴스도 보지 않고 자신을 자극하는 모든 것과의 접촉을 피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이러한 금욕주의의 변종은 궁극적으로 서사하는 자아를 외부의 모든 서사적 갈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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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책에서 사회적 부족주의와 예술과 문화의 동질화라는 특징으로 단일화되어가는 현실에서 모호함과 모순에 가능한 한 침착하게 대응하는 우리의 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프랑스의 철학자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는 '비교할 수 없는 incommensurable' 세계 설명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데도 그러한 세계 설명의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언어유희'(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에게서 차용한 개념)를 그 자체로 반영하고 서로 관련시키는 것, 간단히 말해 다른 사람의 영웅화와 적대화를 우리의 것과 서로 맞추고 현실에 대한 우리의 서사적 연출을 함께 시도할 수 있는 공동 무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체성 정치 내러티브는 이에 대해 한 가지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즉 우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동시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욕구와 지위,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두 가지 사실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우리의 영웅 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두 가지 사실이 눈에 띈다. 하나는 우리의 서사적 본능이 우리를 한데 모이게 하고 따뜻한 불가에 둘러앉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야기 속에 담긴 우리의 생각이 매우 보편적이어서 수천 년 동안 여러 문화에 걸쳐 같은 패턴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생존과 의미 발견이다. 생존과 의미 발견은 우리의 상황과 처지가 아무리 다르더라도 결국 우리를 서사적으로 연결하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다시 모여야 할 인류의 가장 큰 불로 우리를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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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아니더라도 수년 동안 다음과 같이 경고해 왔기 때문이다. 즉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조류 독감, 에볼라, 사스에서 이미 발생한 것과 같은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의 발발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가 생태계를 공격적으로 착취하는 데 있다. 동물은 자연 서식지가 파괴되거나(이를테면 산림 벌채나 토양 밀봉, 천연자원 채굴, 독성 화학 물질 사용을 통해), 식량 기반 또는 생태 서식 공간 Biotope 의 다른 중요한 특징이 파괴될 때(사냥이나 인간이 데려온 또는 인간을 피해 낯선 서식지를 침범하는 천적 동물로 인해) 바이러스 운반체로서 인간에게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은 더 많은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으며 배설물이나 혈액을 통해 더 많은 바이러스를 환경에 내뿜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2021년 1월에 포츠담 기후영향 연구소 Potsdam Institut für Klimafolgeforschung에서 활동하는 수학자 로버트 베이어Robert Beyer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100년 동안 기후 변화로 인해 40종의 박쥐가 원래의 서식지를 떠나 중국 남부의 윈난 성지역과 미얀마와 라오스 인근 지역으로 이동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동물들이 SARS-CoV-2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약 100개의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 지역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규모 감염지가 되었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기도 하다. 하버드 대학의 기후, 건강 및 지구 환경센터 소장인 아론 번스타인 Aaron Bernstein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말미암아 "인간이 아닌 모든 생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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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묘약을 들고 귀환하다
청력보호구를 착용한 노동자들은 다가오는 기차에 등을 돌리고 서 있다. 이때 기관사는 더 늦기 전에 다른 선로로 전환할 수 있는 스위치를 본다. 그러나 다른 선로에도 사람들이 서 있다. 하지만 두 명뿐이다. 이 두 사람에게도 경고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철도 기관사는 스위치를 전환하여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하고 다른 두 명을 희생시켜야 할까? 기관사는 공리주의적 결정을 내려 세 명을 더 구하는 것을 자기 행동원칙으로 삼아도 될까?
이러한 도덕철학적 문제를 '트롤리 문제'라고 부른다. 오늘날 정치인들은 현재와 미래 사이의 트롤리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스위치를 변환하는 데는 많은 돈과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이 문제는 단순히 윤리적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들은 오늘 스위치를 변환해서 나중에 훨씬 더 적은 피해가 발생하도록 애쓰는가, 아니면 오늘 기차가 그냥 달리게 놔두어 비용을 아끼고 상황이 정말로 얼마나 나빠지는지 두고 보는가? 이 질문은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킨 '예방의 역설Prevention Paradox'로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팬데믹 초기에 바이러스 학자들은 '예방의 역설'을 반복적으로 지적했다. 즉 예방 행동은 미래의 피해로부터 사회를 보호하지만 예방이 얼마나 필수적이며 얼마나 옳은지는 결코 증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크리스티 안드로스텐Christian Drosten은 "예방에는 영광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모든 요인이 조합된 후기 현대 사회는 현재 선호도를 강하게 발전시킨다. 집단으로 볼 때 우리는 미래의 호머다.
코로나와 기후는 또 다른 측면에서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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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묘약을 들고 귀환하다
우리의 논지는 내러티브가 강력한 문화 상품이나 정치 프로그램 또는 무미건조한 팝송에 포장되어 오늘날 가장 강력한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내러티브를 그 자체로는 거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감각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그리고 가장 기만적인) 내러티브 중 일부는 반(反)영웅의 여정이라는 사실도 인식했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사람들에게 모험도 여정도 변화도 약속하지 않는다. 그러한 내러티브에 담긴 치명적이면서도 매혹적인 메시지는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전혀 변화할 필요가 없다.
만약 여러분이 직접 내러티브를 엮을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여러분은 영웅이나 멘토가 되고 싶은가? 여러분은 모든 것을 모험에 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여러분은 어느 지점에서 적대자가 되는가, 아니면 전혀 적대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가? 우리는 우리 자신과 인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어쩌면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우리가 파란색 알약과 빨간색 알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는지도 모른다(종종 잘못된 동기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우리는 깨어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계속 잠들기를 원하는가?
우리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그것은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안보 훈련에서 가장 자주 듣는 조언일 것이다. 위험이 임박했을 때 위험해지기 전에 행동하는 것이 현명하다. 말하자면 주인공이 되지 말고 이야기하는 원숭이로 남아 있는 것이 좋다.
여러분 자신과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라, 그리고 이야기를 확실한 해피엔딩으로 시작해 보라. 여러분이 어느 지점에서 주인공이고 어느 지점에서 적대자인지 솔직하게 자문해 보라. 유토피아를 만들고 낙원 상태를 상상해 보라. 그리고 용기를 가져라. 지금까지 감히 꿈만 꾸었던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하기 전에 방아쇠를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여러분의 여정을 오늘 바로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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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묘약을 들고 귀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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