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작가입니다. 하루키의 팬이 되다 보니 일본작가들에게도 관대해지는 기분입니다. 키득거리면서 잘 읽었습니다. 특히 작가의 평소 모습일 것이다 생각하고 구글로 어떻게 생겼는지 찾아보게 됩니다. 그러고 저는 작가 얼굴을 보고는 '내 이랄줄 알았다' 입니다.
남편이 출장을 떠나는 날에 출품했다.
"다녀올게."
그냥 손만 슬쩍 흔들며 나섰기에 양심의 가책도 없었다. 생 일인데 싹 무시당했으니까.
흥. 팔리면 쇠고기를 특상품으로 사다가 혼자서 구워 먹어 야지. 그것도 평일 낮에.
노리코는 씩씩거리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SL-10이라는 턴테이블은 어머, 어머, 하는 사이에 가격이 쑥쑥 올라갔다. 출품한 당일에 벌써 3만 엔을 넘어선 것이다. 노리코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또 지뢰를 밟은 것일까. 은 근 불안에 떨면서 모델명을 검색해 보니, 아뿔싸 SL-10은 왕 년의 '명기'였다.
'테크닉스의 SL-10은 국산 최초의 리니어 트래킹 모델로 1979년 발매 당시 가격이 10만 엔이었음에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노리코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기타도 그렇고, 턴테이블도 그렇고, 혹시 기요시에게 물건 보는 눈이 있었던 걸까. 왜 우리 집에 이런 '보물'이 있는 거지.
그건 그렇고 남자들의 세계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기껏해 야 중고 오디오인데, 핸드백처럼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
44 써니 데이
"그랬어? 충격이었다니. 왜?"
"그야말로 남자들이 선망하는 공간으로 변신했던걸. 오디 오가 있고, 홈시어터가 있고, 책과 CD와 LP가 죽 꽂혀 있고, 선반 위에는 선인장 화분도 있고······. 여자를 끌어들인 흔적 이 있는 것보다 충격이 더 컸어. 나랑 살았던 8년이 싹 무시된 기분이더라고."
"그럴 리가……………. 과장이 심한거 아냐?"
마사하루가 쥐어 짜내듯 말하자, 히토미는 후후, 하고 조그 맣게 웃었다..
"나, 마음 한구석으로는 엉망이 돼 있는 집 안을 기대했어. 살풍경하고, 부엌에는 편의점 도시락 껍질이 널려 있고. 그럼 청소라도 해 주려고 했는데, 전혀 아니던걸, 뭐. 그래서 기가 팍 죽어서 그대로 물러 나왔지."
마사하루는 뭐라 대꾸할 말이 없어. 괜히 코를 훌쩍거렸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정신이 들더라. 당신 방, 멋졌어. 나. 어쩜 마음에 들었는지도 몰라. 그리고 오랜만에 당신 독 신 시절에 살았던 방이 생각났어. 책과 CD가 산더미처럼 쌓 여 있었잖아."
그 시절이 그립다는 듯 아련한 표정을 짓고 있을 히토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전화한 김에 묻는데, 당신 집을 나간 이유가 뭐야?"
95 우리집에 놀러오렴
하반신이 후끈해졌다. 우연이지만, 이건 큰 수확이다.
"얼룩이 안 남을까 모르겠네.
"별거 아닙니다."
구리하라는 히로코의 손을 밀쳐 내고는 가방을 들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현관에서 배웅했다.
"모니터 건, 일거리 있으면 알려 줘요. 동네 아줌마, 소개할 테니까."
"그런데…………….""
구리하라가 구두를 신으면서 돌아보았다.
"나, 오늘부로 회사 그만둡니다."
뒷머리를 긁적거리고는 그렇게 말했다.
"어머, 그래요? 왜?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히로코는 놀랐다. 아니, 이럴 수가. 이렇게 갑자기
"그건 그렇지만, 성격에 맞지도 않는 일을 계속해 봐야 별 의미가 없고."
"그럼 안 되죠. 어느 정도는 참기도 해야지. 일이란 게 다 그래요."
만류했다. 동료도 아니면서.
"아니, 벌써 사표를 냈습니다. 이번 주로 끝입니다."
130 그레이프 푸르트 괴물
잘되었지. 뭐.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뭐가 잘되었다는 건지. 자신도 잘 몰랐지만.
물이 끓어 불을 중불로 낮췄다.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쯤 다 시마를 꺼냈다. 이어 가다랑어포를 넣고 약한 불에 3분 정도 끓인다. 불을 끄고 김을 쐬며 냄새를 맡았다. 음, 냄새가 그윽 하다.
잠시 후, 준비해 놓은 소쿠리에 종이타월을 씌워 볼 위에 걸 쳐 놓고 국물을 좍 부었다. 이제 식혀서 페트병에 담아 냉장 고에 넣으면 끝이다.
내친김에 반찬거리 밑손질도 하기로 했다. 브로콜리는 오래 두고 먹을 수 없으니까 산 그날 소금을 살짝 뿌려 데치는 것이 좋다.
냉장고 안을 뒤져 보았더니 안쪽에서 초콜릿이 나왔다. 카 레에 넣어 먹으려고 사서 쇼타가 먹지 못하게 숨겨 둔 것이었다.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초콜릿을 녹여 데친 브로콜리를 송두리째 코팅하면 어떨까.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초콜릿을 보고는 좋아서 눈을 반짝이는 쇼타. 덥석 한입에 넣고는 오물거린다. 안에는 브 로콜리.
우히히히.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끝까지 한번 해 보자. 이건 아버지와 아들의 전투다.
또 냄비에 물을 끓이고 물 위에 조그만 볼을 띄웠다. 초콜릿을 부서뜨려 조각조각 던져 넣는다. 순식간에 사르르 녹기 시 작한다.
카카오 향이 코끝을 스쳤다. 유스케는 아, 여기가 청산, 이 라고 생각했다.
183 여기가 청산
결혼하고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그다음 날, 에이치의 신청은 두말없이 받아들여졌다. 아파 트 회사 사람이 가게까지 찾아와 확답을 준 것이다. 간단한 계약서도 주고받았다. 팔고 남은 아파트가 수십 세대에 이르 면 가게의 손실이 크므로 쌍방이 상한선을 정했다. 아파트 회 사측 영업 담당자는 에이치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이 장사가 끝나면 우리 집에 놀러 오시죠." 하고 농담까지 했다. 역시 에이치는 타고난 영업맨인 듯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하루요의 포스터는 보기 좋게 낙방했다.
"미리 짜고 하는 게임이었나 봅니다. 뒷돈도 받지 않았을까 싶은데, 별 볼일 없는 포스터가 선정되어 모두 어처구니없어하고 있어요. 아무튼 이 업계 사람들은 다들 머저리라니까."
전화기 속에서 디렉터가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았다.
"네, 그렇군요.
뻔한 말에 동조하고 싶지 않아 건성으로 대꾸했다.
"다른 일거리가 있으면 또 부탁드리겠습니다."
디렉터가 그렇게 말했지만 하루요는 더는 상대하지 않겠다 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정열이 식어 왠지 시큰둥해진 것이다.
뾰족 서 있던 것이 흐물흐물 꺾인 느낌이었다.
226 남편과 커튼
오쓰카 씨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 겁니다. 확인해 봤습 니까?"
"아니, 확인은 해보지 않았지만…………."
"그것 보십시오. 아무튼 파기할 수 없습니다. 삽화도 벌써 발주했다고요. 내일이면 오케이 교정이 시작될 거고요. 이 작 품이 다음 호의 첫머리를 장식한단 말입니다."
"첫머리?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마음이 약하시군요. 천하의 N상 수상 작가가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모름지기 문사라면 웬만큼 배포가 커야지요.
"아니 그게, 그렇기는 하지만…………."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느긋하게 생각하세요."
전화가 끊겼다. 격려하자는 말인지 상대의 뜻을 무시하는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한숨이 나왔다. 암울한 기분도 도무지 좋아질 기미가 없었 다. 애당초 내가 소심한 인간이다. 생각한 것을 그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니까 굳이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런 성격이다 보니 만사에 의심만 많고 행동에 옮기지 못한다. 그래서 조직의 일원으로도 지내지 못하는 것이다.
요가가 건강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 개운함은 지금도 기 억에 남아 있다. 그런데도 순순히 받아들이고 열중하는 사람들을 놀려 주고 싶어, 꼬투리를 잡아서는 비아냥거린다.
270 아내와 현미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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