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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독서정리

스물 한 번째 책 : 고전 공부법 - 안상헌

by 마파람94 2023. 6. 27.

독서 경험을 이렇게 나열하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낍니다.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 테세우스, 아드리안네의 실타래, 장자 이야기, 땅에 떨어진 밀알 이야기, 구도자와 영웅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속에 고스란히 내려앉았습니다.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을 하게 되면 우리가 스스로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사랑하게 되면 그것 자체가 우리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마음에 사랑이 없기 때문에 세상이 온통 악의 소굴로 보인다.

 

문제의 열쇠가 되는 것은 세상이 아닌 우리 자신이다. 이 메시지는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요한복음서의 문장과도 관련이 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여기서 밀알은 무엇이며 누구인가? 바로 나 자신이다. 땅에 떨어져 죽는다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행위, 즉 사랑을 말한다. 그 사랑의 행위가 많은 열매를 맺게 하는데 그 열매가 바로 행복으로 넘치는 세상의 모습 혹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세상의 상태다. 반면 우리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의 밀알로 남는데 이것은 자기만 알고 자기 것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이런 행동으로 자신을 지킬 수는 있겠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지는 못한다. 그 결과 불합리한 세상 때문에 결국 자신만 고통받게 될 것이다. 인류의 선각자들이 던지는 메시지의 공통점이 여기에 있다. 

1부.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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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다른 민족이나 인종을 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그의 죄는 나치의 지도자들에 의해 악용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학살이라는 거대한 죄의 일부분을 담당했고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아이히만에게 특이한 점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 했다는 것이다. 그는 상사 혹은 국가가 내린 명령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그것이 인간다운 행동인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단지 관료로서 국가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기만 했다.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아이히만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명령받은 일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일이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었는데도 그 일의 윤리적인 면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자기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자발적으로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 지시해 주기만을 기다렸고 그것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런 성격상의 결함이 생각 없는 행동으로 이어진 듯하다. 여기에 나치는 그를 생각할 수 없도록 일종의 언어적 장치들을 제공했다. 나치는 학살을 위해 언어장치들을 개발했는데 그것은 우회적이고 암호화된 언어로 도덕적, 윤리적 생각을 할 기회를 제거하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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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을 키우는 고전 공부법


 이반 일리치가 죽어가며 고통받는 것에 연민을 느낀다. 그를 불쌍하게 여기고 시간을 내서 기꺼이 도와준다. 자신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며 자기가 죽을 때 누군가 그런 마음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사랑이란 서로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고 배려하고 도와주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때 다른 사람들도 서로 사랑하게 되고, 우리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진다.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조시마 장로가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았던 사랑의 결과에 대해서 알려준다. 내가 상대방을 사랑할 때 상대방 또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우리 사회에 사랑이 넘치게 되어 결국 그 사랑이 나에게 되돌아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상대방을 위한 선한 행동임과 동시에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톨스토이는 뭐라고 대답할까? '선을 실천하기 위해서 산다. 선은 바로 사랑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여기에 생각할 것이 하나 더 있다. 《행복론》에서 톨스토이는 다른 사람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내가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듯 다른 사람들도 마찬 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따라하려고 기를 쓴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눈앞에 보이는 이익과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뒤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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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한 사람이 그렇게 하니 다른 사람도 따라하고, 결국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서로를 따라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것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경우가 교육 문제다. 이른바 강남 엄마들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르고 좋은 삶인지 모르면서 부를 대 물림하는 수단으로 조기교육이라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모르는 수도권의 다른 부모들은 강남 엄마들의 극성스러운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으로 따라한다. 인터넷에서는 이런 엄마들의 교육 방법이 늘 회자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전국의 엄마들은 그런 방식을 따라 아이들 교육에 열을 올린다. 아프리카의 스프링복 떼는 왜 달리는지 모르고 달린다고 한다. 그러다 절벽을 만나면 떠밀려서 한꺼번에 죽게 된다는데 우리 삶의 모습이 꼭 그렇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바로 용기다. 남 들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용기 말이다. 좋은 삶,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려면 먼저 용기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힘이 없고, 용기가 없을 때 남을 따라 산다.

용기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죽음을 떠올려 보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용기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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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을 키우는 고전 공부법

바다에 빠져 죽고 만다. 상자를 열어보면 안 된다는 신들의 경고를 무시한 판도라 탓에 세상에 온갖 종류의 재앙이 퍼지게 된다.

이런 신화들은 금기에 도전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세상에 퍼져 있는 재앙의 기원을 알려주기도 한다. 오르페우스나 파에톤 혹은 판도라의 이야기를 나의 관점에서 읽으면 단순한 이야기로 이해되기 쉽다. 하지만 인간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이 이야기들은 인간의 본성과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설명 들로 읽힌다. 나를 넘어 인간 전체 혹은 세계에 대한 해석이라는 차원에서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첫머리에 나오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은 신화를 만나면서 더욱 깊은 의미를 찾게 된다. 신석기 시대에는 농경민들의 신화가 중심이었다. 씨앗은 곡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죽어야만 했다. 씨앗은 자라 식물이 되었고, 식물은 씨앗을 남기고 죽었다. 씨앗을 심으니 다시 식물이 자랐는데 이것이 죽음과 삶이 반복되는 농경의 과정이었다. 죽음은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의 한 부분이었으며 죽음을 통해 더욱 풍성한 삶이 펼쳐질 수 있었다. 곡식과 수확의 여신인 데메테르는 죽음의 여신이기도 했다. 죽음과 수확은 늘 함께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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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을 키우는 고전 공부법!

오래전 할머니들은 늦은 밤 아이들을 모아놓고 씨앗의 죽음과 곡식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것이다. 이야기들은 신화가 되어 아이들의 가슴 속에 박혔을 것이고 아이들은 씨앗의 죽음처럼 자신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며 다시 곡식이 되어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 믿으며 잠들었을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덜었을 것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더 깊어졌을 것이다.

신화를 읽다보면 알게 된다. 세상은 그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존재할 뿐인데 그 세상을 우리가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해 왔음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은 사냥개에게 물려 죽은 아이의 이야기를 하면서 부조리한 세상을 인정하 지 않겠다며 분노했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신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탄생과 죽음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어떠한 의미도 없이 그저 태어나고 죽어갈 뿐이다. 그것이 반복되는 것이 삶이다. 의미는 없다. 단지 우리가 그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의미가 만들어질 뿐이다. 세상은 의미 없이 그저 존재한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들이다.

신화를 통해 우리는 세계를 다르게 볼 힘을 얻는다.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들을 이해 하고 수용하게해 세상을 받아들이는 기능을 맡는다. 어떤 과학이나 논리적 지식도 줄 수 없는, 세상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과 신성함이 주는 통찰로 편안해지고 넉넉해진 마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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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생각 넓히기, 이야기를 읽는 방법 ㅇ

곤란한 배후의 세계가 드러난 모습이다. 수천 년 동안 흘러내려 오면서 인간의 삶을 떠받쳐온 정보들의 집합이기도하면서 우리 내면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실마리로 기능하는 것이 신화의 이미지들이다. 이 가면을 통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인간의 정신적 힘과 조우할 수 있다.

우리는 정신보다는 물질 위주의 생활방식에 익숙하다. 그날그날의 사소한 일들 중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에만 겨우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런 분위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야가 좁고 물질 중심적인 생각에 매몰되기 때문에 인간 정신이 가진 가능성과 힘을 끌어내기 어렵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한 세상을 살아가지만 삶의 중심도 없이 메마르고 건조한 일상을 반복하게 된다.

"신화는 사람들에게 내면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르쳐줍니다. 신화를 읽으면 사람들은 상징의 메시지를 해독하기 시작하지요."

신화는 현대인들을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한다. 신화를 읽고 이해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의미와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신화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자기 삶의 의미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신화를 읽으면서 상징을 해독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신화는 상징이므로, 그 상징이 가진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신화공부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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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생각 넓히기, 이야기를 읽는 방법~

신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나 개념 속에는 상징이 담겨 있다. 그 상징을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은 것을 깨닫게 되고 풍성해지지만, 상징을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은 무미건조한 이야기로 끝날 뿐이다. 공부에서 상징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이야기를 읽고도 느낌이 다르다면 서로 다른 상징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많다. 어떤 이야기는 읽어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해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 공부에 대한 재미는 상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에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너는 도토리이다'라고 할 경우, 그 사람은 상대방에게 정말 글자 그대로 도토리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 다. 이때 도토리는 얼간이의 은유인 것이지요. (・・・) 은유를 은유로 보지 않고 문자 그대로 가리키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음식점에 가서 메뉴를 달라고 한 뒤, 그 메뉴에 비프스테이크가 있는 것을 보고는 그 페이지를 씹어먹는 것과 같습니다."

조셉 캠벨은 우스꽝스러운 예를 들어 문자에는 그것을 초월한 어떤 의미가 있음을 알려준다. 모든 문자는 상징이며 그 상징을 읽어 내는 것이 신화를 읽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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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을 키우는 고전 공부법


테세우스는 미궁의 입구에 실을 묶어두고 풀면서 들어가 괴물을 죽이고 실을 따라 탈출에 성공한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로 알려진 신화를 읽으면 '참 묘수로구나'하며 감탄하게 된다. 이때 감탄에 그치지 말고 이것이 인생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미궁은 우리 인생에서 무엇일까? 괴물은 무엇을 상징할까?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뭘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신화의 의미가 인류의 삶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신화의 이야기를 우리 자신과 관련시키면서 읽는 것이다. 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이미지는 우리 안에 모두 있는 것들이다. 우리 안에 있는 것들이 신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신화가 우리의 내면과 연결되지 못한다면 신화가 주는 깨달음도 얻기 어렵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읽어야 한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인간의 허영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은 허영심으로 인해 몰락하는 존재다. 다가가서는 안 될 것을 추구하다 결국 파멸한다. 지나친 권력과 부, 명예가 그런 것들이다. 이카로스의 이야기에서 나의 허영심을 발견한다면 이야기를 자신과 관련지어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적이 없었는지, 지금 나에게 가까이 가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이카로스 이야기와 나를 연결하는 좋은 질문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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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을 키우는 고전 공부법

우연히 읽게 된 책인데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게 되었다면 축하할 일이다. 천복을 붙잡았으므로.

구도자에서 영웅으로

신화를 읽는 사람 아니,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은 일종의 구도자 같은 상태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험난한 세상에서 삶의 지팡이가 되어줄 스승과 책들을 간절한 마음으로 갈구하기 때문이다. 공자도, 석가모니도, 소크라테스도 모두 구도자였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불완전한 상태에서 세상을 헤쳐나가려면 구도자가 되어야 했다.

구도자들은 깨달음 혹은 구원의 빛을 전해줄 책이나 스승, 경험을 찾아 떠나기 마련이다. 신화 속에는 이런 구도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한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삶 자체가 구도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특정한 나이와 상황이 되면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존재다. 아이가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죽는 과정에서 늘 새로운 영역으로 접어든다. 이때 새로운 영역은 자신이 가보지 못한 곳이고, 때문에 그 앞에서 두려움으로 서성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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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생각 넓히기, 이야기를 읽는 방법 ㅇ

영웅 신화는 우리가 새로운 영역에 접어들 수 있도록 조언자 역할을 해준다. 심리적인 미성숙 상태에서 자기 책임과 역할을 하는 성숙한 상태로 나아가려면 기존의 자신을 죽이고 재생하는 경험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이 영웅의 여행 모티프다. 영웅은 여행을 통해 삶의 바탕이 되는 풍성한 요소들을 얻고, 그것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의 단계로 나아간다. 군에 입대하는 순간, 신입사원으로 첫 출근을 하는 순간, 직장을 그만둘 결심을 하는 순간, 두려워하는 존재와 부딪쳐 끝을 보려는 순간들은 모두 위험과 함께 변화를 수반하는 과정이다.

사람의 성장에는 모험이 필수적인데 지금의 우리는 전혀 모험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모험을 피하기 위해 돈을 벌고 인맥을 형성하려 한다. 인간은 모험을 만났을 때 자신이 지니고 있는 줄도 모르는 능력과 성격을 발견하고, 모험을 통해 그것을 세상 밖으로 내놓는다. 삶이 내 안에 숨은 또 다른 나를 일깨운다. 영웅들의 신화는 그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고 삶의 위험 앞에 당당해질 것을 요구하는 이야기들이다.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을 죽이는 기사 이야기를 캠벨은 우리가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이때의 용은 우리 마음속에 숨겨진 두려움을 상징하는 것이고, 용을 죽임으로써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소년 이 남자가 되려면 어머니로부터 떨어져야 하고 자기를 완성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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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을 키우는 고전 공부법

익히는 일입니다. (...) 우리의 이상을 움켜 안고, 루크 스카이워크 처럼, 조직이 가해오는 비인간적인 압제에 저항함으로써."

구도자는 자신의 고통과 곤란을 극복하기 위해 배운다. 반면 영웅은 자신이 배우고 익힌 것을 공동체로 가져와 우리를 위해 사용한다. 이것이 구도자와 영웅의 차이다. 캠벨의 이야기를 통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공부에서도 구도자와 영웅이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곤란을 극복하기 위해 배움을 추구한다면 이것은 구도자의 상태다. 영웅은 배운 것을 공동체를 위해 사용한다. 영웅은 보다 큰 것을 생각하고 큰 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럼으로써 더욱 커진다. 구도자와 영웅은 생각의 크기가 다르다.

삶의 중심을 찾아서

<신화의 힘>은 신화를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면 신화에 익숙하거나 내용을 조금 아는 사람들에게 는 신화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책이 될 것이다. 무작정 신화와 이야기를 읽어대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생각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책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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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힘을...

그들은 먼저 공부한 사람들이고 뭔가를 본 사람들이기에 보여줄 수는 없다 하더라도 보는 방법 혹은 보는 순간의 느낌을 전해줄 수 있다.

몇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나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이나 먹고 자고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 다른 것이라고는 삶의 조건들뿐이며 이 조건들이 우리 삶의 핵심은 아니다. 신화는 인류의 본성과 진실, 비밀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이 신화에 접속함으로써 자기 삶의 비밀을 풀어내고 용기와 지혜를 발휘할 힘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삶의 중심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소들로 둘러싸여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나 방법, 자기 생각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조건들이 요구하는 대로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세상의 요구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런 요구에 굴복한 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터져버릴 지경에 이른다. 이런 삶이 반복되면 다스베이더나 아이히만 같은 존재로 변해버릴지 모른다. 이때 신화는 우리가 직면한 순간이 어떤 상황이며 어떤 선택이 삶의 중심을 회복 하는 것인지 발견하게 돕는다. 잘만 하면 가슴이 이끄는 소리에 따라살아가는 행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신화들을 읽은 후에는 죽음이 더는 두렵지만은 않게 된다. 죽음이 두렵지 않으니 보다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적어진다. 대비해야 할 것들이 없으니 몸이 가볍고 어디를 가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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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생각 넓히기, 이야기를 읽는 방법

생각하는 관점이 넓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것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통해 올바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낼 기회를 얻게 된다.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해도 그것이 올바르지 않다면 곤란하다. 《군주론》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인간들이란 다정하게 대해주거나 아니면 아주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복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인간의 본성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는 하지만, 대중을 짓밟아 뭉개버리는 군주의 행동이 올바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이 올바른지를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이 질문에 있다.

세 번째는 의 단계다. 공부를 하고 무엇인가를 배웠다면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실행자의 단계에서 던질 수 있는 질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나는 과연 이렇게 살고 있을까?

'나에게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곳에 적용할 수 있을까?

'좀 더 효과적으로 할 방법은 무엇일까?

알게 된 것을 실천하는 것은 중요하다. 실천이야말로 내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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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을 키우는 고전 공부법

이끌리는 삶일 뿐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 말한다. 왜? 지나친 욕망은 화를 부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돈을 추구하면 돈이 화를 불러온다. 무리하게 돈을 벌려 하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힐 수밖에 없다. 또 그렇게 해서 돈을 벌었다고 해도 돈으로 인한 문제들도 따라오기 때문에 골칫거리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인기를 얻기 위해 애를 쓰면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고, 지나치게 인기를 얻게 되면 생활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너무 빨리 승진하면 질투의 대상이 되기 쉽고, 너무 높은 지위에 올라도 뒷말이나 악플에 시달릴 수 있다.

어느 정도가 바람직한 중용인가를 획일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중용의 정도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며, 가치의 기준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 능력은 자기에게 질문을 던질 때 시작될 수 있다. 질문의 시작은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과 현 실을 그대로 두고 한 발 물러나서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현실과 나를 분리하는 작업이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한다.

'나는 인간적으로 삶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추상적이다. 그래서 몇 개의 구체적인 질문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한가?
어느 지위가 적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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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생각의 원리, 핵심을 발견하는 방법

성과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형성된 조직에서는 이런 인간다움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독서모임이나 내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줄 수 있는 공동체들이 소중한 것이고 이런 공간을 잘 활용할 때 보다 인간다운 삶을 키워나갈 수 있다.

공동체에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고 참여하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갈등이 무서워서 참여하지 않는다면 인간다움을 경험할 기회 역시 사라진다. 더 큰 문제는 참여가 아닌 회피를 선택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자기를 둘러싼 사회적 범위가 좁아지고 결국 자기 안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 안에 갇힌 경우를 우리는 소외라 부른다. 소외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따돌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안에 갇혔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소외는 한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공동체 전체의 문제로 확산된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말해도 큰 무리가 없을듯하다. '참여가 없으면 행복도 없다'라고.

원리를 따지며 생각하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읽으면 원리에 따라 글을 쓰고 생각을 전개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거기에 지금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많은 문제와 개념이 시작되는 생각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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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을 키우는...

목욕할 수 있는가? 음식물이 변하지 않는다면 너는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가? 그 밖에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변화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스토아 철학은 헤라클레이토스의 영향을 받았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은 흐르는 것이고 그것이 세상의 본질이라고 했다. 우주는 물질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하나의 결합이 깨지고 새로운 결합이 형성되며, 다시 그 결합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세상의 원리다. 이런 원리에 따라 우리 삶을 바라본다면 삶이란 변화하는 그 자체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생각은 죽음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도와준다. 무엇인가를 잃게 될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지나온 무한한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끝없는 시간을 생각하면 내가 사는 몇 십 년의 삶은 아무것도 아니다. 게다가 곧 나의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고 모두가 나를 잊게 될 것을 안다면 무엇인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상실은 변화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러한 우주의 본성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이 추구해야 할 것이 정해진다. 현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과 곤란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참고 이겨내야 한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일어나야 할 일들이기 때문에 일어난다. 인간에게 생기는 모든 문제도 인간에게 생겨야 할 문제들이기 때문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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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힘을 키우는 고전 공부법

소에게는 소의 일이, 포도나무에게는 포도나무에 맞는 일이 일어난다. 자연에서 내가 감당 할 수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일은 당연히 일어나는 것이며, 나는 지혜와 용기를 잘 발휘해서 그것을 이겨내고 견 뎌야 한다. 이것이 이성이며 자연의 섭리다.

이 섭리에 따른 삶을 위해 <명상록>은 황제가 자신의 삶을 올곧게 만들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으로 채워진다. 그는 황제티를 내며 권력을 남용하거나 궁정의 향락에 물들지 않도록 늘 조심했다. 황제의 자리가 주는 후광과 본래의 나를 분리해 내고 본래의 나를 확인하고 유지하기 위해 생활에 질서를 만들어갔다. 낮에는 자신의 철학을 적용하고 실천하고, 밤에는 일상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며 철학을 공고히 하며 견뎌냈다. 그가 자신에게 쏟아내는 말들을 통해 그의 생활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늘 소박하고, 선하고, 순수하고, 진지하고, 가식 없고, 정의를 사랑하고, 신을 두려워하고, 자비롭고, 상냥하고, 밑은 바 의무에 대하여 용감한 사람이 되도록 하라. 철학이 너를 만들려고 했던 그런 사람으로 남도록 노력하라. 인생은 짧다. 지상에서의 삶의 유일한 결실은 경건한 성품과 공동체를 위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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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생각의 원리, 핵심을 발견하는 방법

특별한 이유 없이 왠지 끌려서 그냥 하게 되는 공부도 이것에 가깝다. 돈을 벌거나 성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다거나 알고 싶다거나 이건 한번 알아봐야겠다 싶어 책을 들었다면 실존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쉽게도 요즘은 실존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대부분 생존을 위해 공부한다. 어릴 때부터 생존을 위한 공부만 해오다 보니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성적과 관련된 책만 읽어서 어른이 되어도 책을 읽지 못한다. 공부가주는 유익함을 체험하지 못한 탓이다. 요즘처럼 먹고살기 힘든 시대에 실존을 위한 공부는 배부른 사람들이나 하는 여유 있는 활동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생존을 위한 공부로는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 지식을 머리에 많이 담아두려는 공부만 하기 때문에 생활에 활용되거나 다른 영역으로 파급 효과를 내는 실천적 지식으로 변모하지 못한다. 고작해야 지식을 다른 지식을 만드는 용도로만 활용할 뿐이다. 에리히 프롬은 이런 지식을 소유적 지식이라고 부른다. 소유적 지식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강의를 들을 때 내용을 노트에 기록하고 외운다. 그것이 시험을 잘 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그 사람의 사고 체계를 풍요롭게 해주거나 폭넓게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생각을 경직되게 하고 특정한 이론에 갇히게 한다.

225
~4부. 생각 부수기,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

존재 지향적 공부는 공부한 것에서 깨달음을 얻고 애정으로 세상에 돌려줄 것을 결심하게 하며, 바빠서 혹은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새로운 행동에 나서게 한다.

능동적 지식

지식을 소유하기만 하는 공부가 사람의 생각을 방어적으로 만들고 아는 것에 집착하게 만든다면, 존재 지향적 공부는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게 하고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 생명을 불어넣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 에리히 프\롬은 이를 능동성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능동성을 경험할 기회를 얻곤 한다. 얼마 전 《고문진보》에 실린 이백의 '우인숙(友人會宿)'이라는 시를 읽을 때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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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을 키우는 고전 공부법


벗들과 묵으며
천고의 근심을 씻어보려고,

눌러앉아 백 병의 술을 마신다.
좋은 밤. 이야기 나누기 좋고,
달이 밝으니 잠들지 못하네.
술에 취해 텅 빈 산에 누우니,
하늘과 땅이 곧 이불과 베개로다.

느낌이 좋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가 책만 읽고 있을 수가 없다 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밤에 백 병의 술을 마실 친구를 찾아 전화번호를 뒤적거렸다. 능동적 삶이 자극받고 끌리는 곳을 향해 기꺼이 달려 나가는 것이라면 '우인숙의 경험'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일상은 '천고의 근심'에 쌓여 있다. 돈이나 지위, 물질을 얻기 위해 살아가는 삶은 수동적인 삶이기에 근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본성과 일치하는 삶이 아니라 체제가 만들어놓은 허구를 좇아 사는 삶에서 능동성을 얻기는 힘들다. 인생은 능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저항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저항은 필연적이다.

능동적 삶은 자유를 추구하는 삶이다. 

235
4부. 생각 부수기,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


만일 우리가 부자가 되고 권력자가 되는데 성공한다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우리의 인생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의 상징들은 우리를 미혹시킨다. 즉 그들은 삶의 실제 모습들을 혼동시키는 경향이 있다. 삶의 질이라는 것의 실체는 타인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가 혹은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에 직접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느끼는가이다.

능동성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것이고, 가지는 것이 아니라 베푸는 것이다. 가지는 것은 집착을 낳고,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일으킨다. 나누는 것은 상대방을 자극하고 활력을 불어넣으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게 한다. 내가 하는 행동은 늘 나에게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베푸는 만큼 되돌아온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게라심의 보살핌을 만나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된다. 삶에 대한 집착,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수록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드는 법이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가진 것을 버릴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서야 소유적 삶이 가진 속박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삶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순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다. 더는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죽음도 두렵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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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생각 부수기,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


갈등이나 다툼이 적다.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존중하므로 그는 어디에서나 사랑받는다.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어서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평판도 얻는다.

참새의 생각과 봉황의 생각.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장자>는 곤()이라 불리는 커다란 물고기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는데 그것을 붕(鵬)이라 한다. 한 번 날아오르면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고 날갯짓으로 일으킨 파도 가 삼천리까지 퍼지며 여섯 달 동안 구만 리를 날아가 쉰다. 이거 짓말 같은 대붕의 이야기에서 봉황의 뜻에 대한 공부를 짐작할 수 있다. <장자>는 참새의 생각을 넘어 봉황의 생각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된다.

<장자>를 처음 읽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거부반응부터 일어난다. 이런 상태라면 아직 대붕의 생각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이야기는 사실이 있고 거짓이 있다. 우리는 사실만 중하다고 여기고 거짓은 허구라며 하찮게 본다. 하지만 배움에서 사실과 거짓의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스 신화나 이솝우화를 포함하여 수많은 문학작품이 따지고 보면 모두 거짓이다. 사실이냐 아니냐로 가치를 따지는 우리의 생각은 참새의 그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작품 중에 <거짓말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 한 집에 엄마와 딸, 고모할머니 두 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 할 머니들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기에 거짓말을 하는 것을 끔찍한 죄악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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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힘을 키우는 고전 공부법


 어느 날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하자 고모할 머니들은 장티푸스를 앓고 누워 있는 엄마에게 가서 용서를 빌게 한다. 그 일로 아이는 장티푸스에 전염되어 죽게 되는데 고모할머니들은 엄마에게 그 사실을 알릴 수가 없다. 딸의 소식을 묻는 엄마에게 고모할머니들은 자신들이 그렇게도 죄악시하던 거짓말을 하게 된다. 아이는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사람을 살리는 거짓, 깨달음을 낳는 거짓, 배움을 얻는 거짓도 있다. 사실이라고 해서 꼭 좋은 것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거짓인지 사실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장자>를 읽으려면 허구와 황당한 이야기에서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장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붕의 생각으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장자>라고 하면 자연으로 돌아가서 원시인처럼 살라고 주장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사실 《장자》 는 이렇게 하라거나 저렇게 하라고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생각의 폭을 넓혀주면서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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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생각 부수기,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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