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잘 쓴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은 영향력이 큽니다.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 작가의 책, 그리고 작가의 이름으로 인해 중독된 것처럼 그의 책을 다시 선택하게 되는 듯합니다.
파올뇨 코엘뇨의 책을 지난 3년 간 5권 이상을 읽는 것으로 헤아려집니다.
이번 책은 성경의 내용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소설로 꾸며냈습니다. 성경의 원래 기록을 각색한 것에 대한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을 듯한데요. 일단 모든 것을 차치하고 이 소설로 성경 원전을 다시 찾아보게 되는 것은 좋은 점인 듯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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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위험하지. 천사가 말했다. "그래서 뭐?" 그러더니 천사는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천사는 엘리야의 괴로움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렇다. 사실 엘리야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스라엘의 왕이 시돈의 공주 이세벨에게 마음을 빼앗겨 주님을 저버리는 걸 지켜보았다. 솔로몬 왕이 이방인 여자 때문에 왕좌를 잃은 역사도 있었다. 다윗왕은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에게 반해서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삼손은 데릴라 때문에 감옥에 갇혔고 블레셋 사람들 손에 눈알이 뽑혔다.
어떻게 사랑을 모르겠는가? 역사는 비극적인 사례들로 가득했다. 그가 성경 내용을 몰랐다 하더라도 기다림과 슬픔으로 기나긴 밤을 보낸 친구와 친구의 친구 이야기가 얼마든지 있었다. 이스라엘에 그의 아내가 있었다면 주님의 명을 받았어도 고향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쯤 죽었을 것이다.
'나는 헛된 싸움을 하고 있는 거야.' 엘리야는 생각했다. '이 싸움에서 결국 사랑이 승리할 테고 나는 남은 일생 동안 그녀를 사랑하게 되겠지. 주여, 저의 감정을 절대 그 여인에게 털어놓지 못하도록 저를 이스라엘로 돌려보내 주소서. 그녀는 저를 사랑하지 않으며 자신의 마음은 영웅이 되어 죽은 남편 곁에 이미 묻혔다고 대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2부 127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일거리가 없어서 시간을 때우러 오는 여인들과 아이들도 있었다.
엘리야는 그날 아침의 사건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첫 상담자는 이집트 피라미드 근처에 숨겨진 보물을 캐는 꿈에 빠져 그곳으로 갈 돈이 필요한 양치기였다. 엘리야는 이집트에 가본 적 없었지만 무척 먼 곳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양치기에게 그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는 매우 어려울 테지만, 만일 그가 자기 양들을 팔아서 꿈을 위해 쓴다면 결국에는 구하던 것을 얻게 되리라고 말해주었다.[하하하 연금술사 얘기네요.ㄷㄷㄷ 소설 속 오마주인가?]
다음은 이스라엘의 마법을 배우고 싶다는 여인이었다. 엘리야는 자신은 다만 예언자일 뿐 마법을 가르쳐줄 순 없다고 대답했다.
다른 남자의 아내에게 저주를 퍼부어 고발당한 농부의 사건을 놓고 엘리야가 원만한 해결책을 찾으려 할 때였다. 병사 하나가 군중을 헤치고 앞으로 나와 총독에게 말했다.
"우리 척후병이 첩자 하나를 잡았습니다." 병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그자를 끌고 오는 중입니다!"
군중 사이로 전율이 흘렀다. 이런 재판이 열리는 건 처음이었다.
"죽여라!" 누군가 외쳤다. "적들에게 죽음을!"
2부 141
버리려 했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기 골짜기 사이에 서있는 이유는 주님이 그에게 사명을 주셨기 때문이었다.
"주여, 저는 그저 일개 목수로 살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당신이 하시는 일에 쓰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엘리야는 거기 서서 그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있었다. 그가 다가오는 전쟁의 중압감과 이세벨이 자행한 예언자 학살과 돌팔매질당한 아시리아 장군의 죽음과 아크바르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두려움을 견디는 중이었다. 주님은 그에게 은총을 베풀었고, 그는 그 은총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때 골짜기 한가운데서 빛이 나타났다. 실제로 본 적은 많지 않아도 평소 목소리는 익숙한 그 수호천사가 아니었다. 그를 위로하러 온 주님의 천사였다.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엘리야가 말했다. "저는 언제 이스라엘로 갈 수 있나요?"
"네가 무너진 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을 배웠을 때다." 천사가 대답했다. "하느님께서 어느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모세에게 주신 가르침을 잊지 말아라. 너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젊음을 잃었다고 탄식하지 않도록 매 순간을 잘 활용해라. 주님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각자의 나이에 맞는 근심거리를 안겨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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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모세에게 이르셨다.
"적들 앞에서 너희 마음을 약하게 가지지 말고 두려워하지 마라. 당황하지도 말고 떨지도 마라. 포도밭을 가꾸어놓고서 아직 그 열매를 맛보지 못한 사람이 있느냐? 그런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라. 그가 싸우다 죽어서, 다른 사람이 그 열매를 맛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 여자와 약혼하고서 아직 그 여자를 맞아들이지 못한 사람이 있느냐? 그런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라. 그가 싸우다 죽어서, 다른 사람이 그 여자를 맞아들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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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간단했다. 이집트의 그림 같은 문자들을 소리로 변환해서 각 소리마다 글자 하나씩 지정해놓은 것이었다. 각각의 글자를 배치해가면서 모든 소리를 구현할 수 있고 우주 만물을 묘사할 수 있었다.
어떤 소리들은 발음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그리스인들이 대략 스무 개의 비블로스 문자에 오늘날 모음이라고 불리는 글자 다섯 개를 추가하면서 그 어려움은 해소됐다. 그리스인들은 이런 혁신에 '알파벳'이라는 명칭을 붙였고 오늘날 알파벳은 새로운 문자 체계를 가리키는 이름이 되었다.
이 문자 덕분에 다양한 민족 간 상거래가 훨씬 수월해졌다. 이집트 문자는 공간을 많이 차지했고, 뜻하는 바를 표현하거나 그 걸 읽어내려면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했다. 이집트 문자는 이집트가 정복한 민족들에게 전파되긴 했으나 제국이 무너진 후에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반면 비블로스 문자 체계는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갔고, 그 문자가 널리 확산된 건 페니키아의 경제적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리스식으로 응용된 비블로스 문자 체계는 여러 나라 상인들에게 환영받았다. 먼 옛날부터 무엇이 역사 속에 살아남고 무엇이 어느 왕이나 특정 인물의 죽음과 함께 소멸할지 판가름하는 건 상인들이었다. 페니키아 문자가 무역의 공용 언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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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몇 세대 전에 티레와 시돈이 예루살렘의 왕 솔로몬과 무역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솔로몬 왕은 거대한 성전을 짓고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들로 장식하고 싶어 했다. 또한 솔로몬 왕은 그들이 레바논이라고 부르던 페니키아에서 삼나무를 사들였다. 티레의 왕은 이스라엘이 원하는 자재를 공급했고 그 대가로 갈릴리의 도시 스무 개를 받았으나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여겼다. 그러자 솔로몬은 티레에서 처음으로 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왔고, 이후 페니키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선을 보유하게 되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큰 나라였으나, 사람들은 이름도 알지 못하는. 다만 '주님'이라고만 부를 수 있는 유일신을 섬겼다. 그러다 시돈의 공주가 솔로몬의 마음을 자신이 믿는 진실된 신앙으로 돌렸고, 그 결과 솔로몬은 다섯 번째 산의 신들을 위한 제단을 세웠다. 훗날 이스라엘인들은 '주님'이 전쟁을 일으켜 솔로몬을 권좌에서 멀어지게 함으로써 그들의 왕 중에서 가장 현명한 왕을 벌하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솔로몬의 아들 르하브암은 그의 아버지 대에서 시작된 이방의 신앙을 계속 이어갔다. 금송아지 두 개를 만들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섬기게 했다. 그때부터 예언자들이 나타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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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옷 몇 벌 외에 비블로스 문자를 적을 때 쓰는 도구들을 발견했다. 그는 뾰족한 철필 하나를 꺼내고 점토판을 물에 적셔 글자를 새기기 시작했다. 여인이 일할 때 지켜보면서 글자를 익혀두었었다.
'이 문자는 정말 간단하고 기발하구나.' 그는 다른 데로 관심을 돌리려 애쓰며 생각했다. 이따금 물을 길으러 우물가에 가면 여인들의 이런 말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우리가 발명한 가장 중요한 유산을 그리스인들이 훔쳐갔어." 엘리야는 그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스인들이 모음을 추가해 문자 체계를 발전시킨 덕분에 모든 민족과 나라들이 쓸 수 있는 글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리스인들은 문자를 발명한 도시를 기리는 뜻에서 그들의 양피지 묶음을 '비블리아'라고 불렀다.
그리스 비블리아는 동물 가죽 위에 글을 적은 것이었다. 엘리야가 보기에 그건 글자를 보전하기에 매우 취약한 방법이었다. 가죽은 점토판처럼 견고하지 못하고 쉽게 도둑맞을 수도 있었다. 파피루스는 사람 손을 탈수록 낡았고 물이 닿으면 찢어졌다. "비블리아와 파피루스는 오래가지 못해. 점토판만이 언제까지고 없어지지 않고 남게 될 거야.' 그는 생각했다. 아크바르가 좀 더 존속한다면 후대에도 참고가 될 수 있도록
2부 215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주 저의 하느님! 당신의 말씀대로 저는 이스라엘을 떠났고, 그곳에 남은 예언자들처럼 당신을 위해 제 피를 흘릴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은 저에게 비겁하다고 했고 적들은 배신자라고 불렀습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저는 까마귀가 가져다준 것만 먹었고, 이곳 사람들은 아크바르라고 부르는 사렙타까지 사막을 가로질렀습니다. 당신의 손에 이끌려 한 여인을 만났고 당신이 이끄는 대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순간도 진정한 사명을 잊은 적 없었고 이곳에서 보낸 하루하루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아크바르는 이제 폐허가 되었고 저를 믿었던 여인은 그 폐허 아래 묻혀 있습니다. 주님, 제가 지은 죄가 무엇입니까? 제가 당신의 기대에 어긋난 것이 언제입니까? 제가 그토록 못마 땅하시다면 왜 저를 이 세상에서 데려가지 않으십니까? 당신은 저를 데려가시는 대신, 저를 구해주고 사랑해주었던 이들을 또다시 벌하셨습니다.
당신의 뜻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행하시는 일에서 정의가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제게 안겨주신 고통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폐허가 되어 제 안에는 불과 먼지만 남았으니
2부 233
"저는 한 일이 거의 없는 데다가 그나마 제 능력으로 이룬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을 더 많이 해야 할 때가 되었군요." "어쩌면 제가 침략을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양치기가 소리 내어 웃었다.
"당신이 아크바르의 총독이었다 해도 피할 수 없는 일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얼마 안 되는 아시리아 군대가 골짜기에 처음 나타났을 때 총독은 공격 명령을 내렸어야 했어요. 아니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평화 협상을 해야 했어요."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들은 모두 바람에 실려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아요." 양치기가 말했다. "인생은 우리의 실제 행동들로 이루어지지요. 그중 어떤 일들은 우리가 반드시 겪어내도록 신들이 정해둔 것이기도 해요. 이유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 일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왜 그런 걸까요?"
"아크바르에 살던 어느 이스라엘 예언자에게 물어보세요. 그 이는 모든 답을 알고 있을 것 같군요."
2부 253
"하지만 사람들은 여기서 대대로 살아왔잖아요. 그렇게 쉽기 포기해버릴 수는 없어요."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그런 얘기가 무슨 소용일까요"
"나를 도와주세요." 엘리야가 시신 한 구를 둘러업고 시신 더미에 쌓으며 말했다. "역병의 신이 오지 못하게 시신을 모두 화장할 겁니다. 그 신은 살 타는 냄새를 무서워하니까요."
"차라리 역병의 신을 부르자고요." 여인이 말했다. "와서 하루 라도 빨리 우리를 모조리 쓸어가 버리라고요."
엘리야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여인은 아이 옆에 앉아서 엘리야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얼마 후 그녀가 다시 엘리야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왜 절망적인 도시를 구하려는 거죠?"
"그 이유를 따져보려고 하던 일을 멈췄다가는 내가 원하는 걸 이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가 대답했다.
나이 든 양치기의 말이 맞았다. 유일한 탈출구는 불확실했던 과거를 잊고 스스로를 위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과거의 엘리야는 집에 불이 났을 때 여인과 함께 죽어버렸고, 이제 그는 하느님을 믿지 않고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신이 가한 응징에 굴복하지 않고도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
2부 265
그날 밤, 어떤 사람이 나타나 동이 틀 때까지 야곱과 씨름을 했다. 그는 야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를 놓아다오" 하고 말했다.
그러나 야곱은 "저를 축복해주시지 않으면 놓아드리지 않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가 야곱에게 "너는 하느님과도 겨루고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구나.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묻자, "야곱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너는 더 이상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
2부 277
엘리야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로 그것이 그가 놓친 이야기였다!
아주 오래전 족장 야곱이 천막을 치고 잠을 자는데 밤에 누군가 천막 안으로 들어와서 날이 밝을 때까지 씨름을 했다. 야곱은 씨름 상대가 주님이라는 걸 알면서도 대결을 받아들였다. 그는 아침이 올 때까지 지지 않고 버텼고, 하느님이 그를 축복해주시기로 한 뒤에야 대결은 끝이 났다.
때로는 신과 맞서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잊지 않도록 그 이야기는 대대로 전해내려왔다. 인간은 모두 살아가다 보면 때때로 비극을 마주하게 된다. 터전을 일궈놓은 도시가 외세의 침략을 받을 수도 있고, 자식이 죽을 수도 있고, 이유 없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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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은총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능력이다. 자신의 심장에 성스러운 불을 간직한 사람들만이 하느님과 맞설 용기가 있다. 그리고 그들만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고 있다. 비극은 형벌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진 도전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야는 그가 걸어온 길을 마음속으로 되짚어보았다. 목공소를 떠나던 그날부터 그는 자신의 사명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 들였다. 그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그 사명이 정말 진실이었다 하더라도, 그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갔더라면 어땠을지 궁금해한 적조차 없었다. 자신의 믿음과 헌신과 의지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길을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길에 익숙해지고 그 길에서 본 것들을 좋아하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가 천사의 말을 듣고 간혹 하느님의 명을 받는다 할지라도 그 역시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너무나 확신했기에 그는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한 번도 내려본 적 없는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했다.
그는 의심과 패배와 망설임의 순간으로부터 달아났다. 하지만 자비로운 하느님은 그를 피할 수 없는 심연으로 인도하셨고, 그렇게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해야 한다는걸 알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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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오직 아이들만이 우리에게 닥친 비극을 딛고 일어섰습니다. 그들에게는 과거가 없고 현재의 이 순간만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아이들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상실의 고통을 마음에서 지울 수 있을까요?" 한 여인이 물었다.
"그러긴 힘들 겁니다. 하지만 다른 뭔가를 얻으며 기쁨을 발견할 수는 있습니다."
엘리야는 돌아서서 언제나 구름에 덮여 있는 다섯 번째 산의 정상을 가리켰다. 성벽이 무너진 터라 광장 중앙에서도 산이 잘 보였다.
"저는 오직 한 분뿐인 주님을 믿습니다만, 여러분은 저 다섯 번째 산 구름 속에 많은 신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누가 섬기는 신이 더 강하거나 전능한지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서로의 차이점이 아니라 공통점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비극을 통해 우리는 절망이라는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우리가 우리의 영혼 속에서 모든 것의 해답을 찾았고 모두 해결되었다고 여기며 변화를 조금도 받아들 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과 저는 주로 무역을 하는 나라에 살지만 전사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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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은 밤새도록 당신과 맞서다 동이 틀 무렵 당신에게 축복을 받았습니다. 저도 당신과 몇 달째 맞서고 있는데 당신은 제 말을 들으려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신다면 제가 이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아크바르는 폐허가 된 땅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고, 저는 당신께서 아시리아의 칼을 휘 둘러잿더미와 먼지로 만들어버리신 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저를 축복하시고 제가 이룬 성과를 축복하실 때까지 저는 당신께 맞서겠습니다. 언젠가는 답을 주셔야 할 겁니다."
***
여인들과 아이들은 들판으로 물을 길어 나르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가뭄에 맞섰다. 작열하는 태양이 쨍쨍 내리쬐던 어느 날 엘리야는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쉬지 않고 일하느라 그날의 고통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게 되었어. 그리고 아시리아인들이 티레와 시돈과 비블로스 등 페니키아의 도시 전체를 약탈하고 나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리라는 것도 잊고 있었지. 우리에겐 좋은 일이야.
2부 293
"자기 인생에서 한 단계가 끝났을 때를 알아야 해. 이미 끝나 버린 단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그다음 단계의 행복과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거든. 그러면 주님께서 네 존재를 흔들어 깨우치게 하실 수도 있어."
"주님은 엄격하시군요."
"주님은 선택한 자들에게만 그러신단다."
***
엘리야는 산 아래 아크바르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주님은 때로 무척 엄격하셨다. 그러나 절대 각자의 능력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으셨다. 지금 그들이 앉아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엘리야가 주님의 천사를 만나 죽은 자들의 땅에서 이 아이를 데려오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을 아이는 알지 못했다.
"내가 그리워질 것 같니?" 엘리야가 물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간다면 슬픔은 사라질 거라고 했잖아요." 아이가 대답했다. "아크바르를 우리 엄마에게 어울릴 만큼 아름답게 만들려면 아직도 할 일이 많아요. 엄마는 지금도 아크바르의 거리를 걷고 있어요."
"내 도움이 필요하거나 내가 그리워지면 이곳을 찾으렴. 그리고 예루살렘 쪽으로 바라봐.
2부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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