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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독서정리

서른 번째 책 :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 고미숙

by 마파람94 2022. 8. 21.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을 읽다 보면 번역본에서 느낄 수 없는 묘미가 있습니다.

작가의 생각이 단어와 문장 그리고 단락과 문단을 매끄럽게 이어가기 때문에 책을 읽기가 굉장히 수월함을 느낍니다.

이번 책이 특히 그런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책이 눈에, 머리에, 마음에 잘 와닿습니다.




이 대목에서 연암은 고개를 흔들었으리라. 연암은 체질상 그런 식의 격식(혹은 규율)과는 당최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격률을 지키기 싫어 사대부의 기본 교양인 한시도 극소수만 남겼고, 중년에는 사대부의 교제에 필수인 경조사도 폐했을 정도다. 게다가 예나 지금이나 정규직. 특히 잘 나가는 정규직은 일이 억수로 많다. 열심히하면 일중독자가 되고, 대충하면 탐관오리(비리 공무원)가 된다. 절대 부러울 수가 없는 코스다.

연암은 이미 청년기에 그걸 간파해버렸다. 그 증거가 <양반전>이다. 청년기에 쓴 이 걸작에서 그는 양반, 즉 조선 시대 금수저가 무엇인지를 통렬하게 보여준다. 이작 품은 정선 군수가 돈으로 양반을 사려는 정선 부자에게 읽어주는 두 개의 문서로 이루어져 있다. 수저론에 빗대 자면 금수저가 되려는 은수저에게 금수저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그 하나는 양반의 예절과 매너.

날 더워도 버선 벗지 말고, 맨상투로 밥상 받지 말아야 한다. 밥보다 국 먼저 먹지 말고, 후루룩 소리 내어 마시 지 말아야 한다. (중략) 

1장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037

내가 -박지원 저, 김명호 역, (자금 조선의 시를 쓰라>,


내가 나만을 위하는 건 양주 같고

만인을 고루 사랑함은 묵적 같고

양식이 자주 떨어짐은 안회 같고

꼼짝하지 않음은 노자 같고 거침없이 활달함은 장자 같고

참선하는 것은 석가 같네

 

공손하지 못함은 유하혜 같고

술을 마셔대는 건 유영 같고

밥을 얻어먹는 건 한신 같고

잠을 잘 자는 건 진단 같고

거문고를 타는 건 자상 같고

글을 저술하는 건 양웅 같고

자신을 옛 인물과 견줌은 제갈공명 같네

 

그러니 나는 거의 성인에 가깝지 않은가

청렴함은 오릉중자에게 못 미치니

 

-박지원 저, 김명호 역, (자금 조선의 시를 쓰라>, 245~246쪽

다만 키가 조교보다 모자라고

부끄럽고 또 부끄럽구나

1장 |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079

장수하려면 꿈이 없어야 한다. 생리적 흐름이 그러하다면 삶의 리듬 또한 그래야 하지 않을까? 생명은 기본적으로 욕망(혹은 에너지)의 흐름이고, 그것이 이리저리 흐르다 보면 뜻밖의 성취를 이루기도 하고 혹은 엉뚱하게 옆으로 새기도 한다.

 

뭔가를 이루려면 시절을 만나야 하고 시절을 만나지 못하면 아무리 애를 쓰고 기를 써도 절대 불가능하다. 그게 인생의 이치다. 해서, 이루면 이룬대로, 이루지 못하면 또 그것대로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데, 그게 아니라 꿈이라는 특정한 형식만을 고집한다면 이런 이치를 알아차릴 도리가 없다. '이렇게 기나긴 터널을 지날 줄 몰랐다', '나는 왜 이 지경인가'라는 비탄이 나올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더 중요한 포인트. 이 꿈을 지배하는 건 결국 화폐라는 사실이다. 꿈의 성취와 화폐의 양은 거의 90퍼센트 이상 중첩되어 있다. 아이돌, 스포츠 영웅, 벤처, 프랜차이즈 등 이들의 성공을 인증해주는 건 그들이 쟁취한 화폐다. 매출 수십억, 연봉 100억대, 광고 수익 몇 백억 등.

꿈의 시작도, 목적지도 다 화폐다. 그래서 묻고 싶다. 그게 삶인가? 돈이면 단가? 결국 사람보다 돈, 삶보다 돈인가?

2장 우정, 백수의 최고 자산 087

한자를 만드는 자가 날개 우(33) 자를 빌려 벗 붕)자를 만들었고, 손수자와 또 우(ㅈ) 자를 합쳐서 벗 우( 자를 만들었다. 붕우란 마치 새에게 두 날개가 있고 사람에게 두 손이 있는 것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박지원 저, 김명호 역,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211쪽

거꾸로 말하면, 벗이 없다는 건 날개와 손이 한쪽밖에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얼마나 부자유스러운가! 얼마나 괴 로운가!

청년 자살률 세계 1위! 그 이유를 주로 일자리나 격차 사회에서 찾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계의 결핍이다. 다시 말해 인복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이렇게 말한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까 관계를 멀리하는 거라고.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부자일수록 관계의 달인이어야 한다. 그런가? 그렇지 않다. 핵심은 그게 아니다. 돈에 의해 좌우되는 건 결국 인맥이지 인복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화폐보다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연하다. 집에서도 학교에서 도 그걸 가르쳐주지 않는다. 미디어나 대중문화는 말할것도 없다.

092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그러니 꿈을 가져도, 또 꿈이 없어도 불안하고 외로울 따름이다. 따라서 시급한 건 이 전제를 뒤엎는 것이다. 부디 명심하라, 관계는 화폐에 선행한다는 사실을. 특히 백수로 살아가려면 더더욱!

장우정 백수의 최고 자산

093

백수는 이제 가족이 전부'라는 전제에서 탈주해야 한다. 가족은 베이스캠프지 귀환처가 아니다. 솔직히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혈연적 유대, 정서적 애착으로 묶여 있어서다. 합리적 대화나 이성적 관계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집착 아니면 부채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성장한 다음에는 무조건 집에서 나와야 한다. 부모도 자식을 놓아주어야 한다. 아니, 내보내야 한다. 그러면 오히려 인생의 좋은 길벗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야말로 애증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점점 더 헤어나기가 어렵다.

혈연을 넘어서는 관계의 장은 친구, 연인, 동료, 직장 상사, 지인, 선배, 스승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 가장 우선 적인 것은 친구와 스승이다. 학교를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교에서 형성되는 관계가 바로 친구와 선생님 아닌 가. 이 관계가 인생의 결정적 키라는 사실을 안다면 학교라는 현장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 교육이 붕괴된 결정적 이유는 시험과 경쟁이다. 이 것이 초래하는 지적 불균형도 문제지만, 더 결정적인 것 은 인생에서 관계를 증발시킨다는 데 있다. 

104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갱년기가 되면 부부 관계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신체적으로 여성성, 남성성의 배치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때쯤이 면 부부를 연결해주는 자식은 이미 성장했다. 공존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부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사랑'이 아니라 '우정', '책임'이 아니라 '의 리' 같은 새로운 윤리가 필요하다.

 

부모와 자식 역시 마찬 가지다. 이렇듯 가족이 해체되는 경로는 아주 다양하다. 가족을 관계의 전부로 간주했을 때 과연 이런 무상한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관계의 축을 연애에서 우정으로, 가족에서 친구로 이동해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리고 이 같은 윤리적 훈련은 청년기부터 해야 한다. 중년, 노년이 된 다음엔 이미 늦었다. 진짜 노후 대책은 연금이나 보험이 아니라 바로 이 지점이다.

연암은 정녕 친구를 좋아했다. 신분과 계층을 넘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 누구든 오케이! 그가 백수의 길을 당당히 갈 수 있었던 것도 절친들 덕분이었다. 그의 친구 관계를 잘 말해주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2장 | 우정, 백수의 최고 자산 107


신기하고도 합니다. 우리가 만나게 된 인연이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그대가 나보다 앞서 나도 않았고 내가 그대보다 뒤에 나지도 않아 우리는 같은 세상에 태어났지요. 그대가 북쪽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나 또한 남쪽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아 우리는 같은 나라에 태어났지요. 그대가 남쪽에 살지 않고 나 또한 북쪽에 살지 않아 한마을에 살게 되었지요. 그대가 부인이 아니고 나 또한 농사꾼이 아니라 둘 다 같은 공부를 하고 있으니 이 어찌 큰 인연과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박지원 저, 설흔 역, (연암 박지원 말꽃모음), 23%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그리고 공부라는 같은 활동! 이 절묘한 인연이라니. 벗이란 이토록 소중한 법이다. <열하일기>라는 절대 기문이 탄생한 원천도 거기에 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존재들과 깊이 교감할 수 있었던 건 그가 늘 우정의 기예를 연마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리의 토때는 신체다. 

상우징 백수의 최고가 109


 그것도 아주 일상적으로 밥을 먹으려면 말을 나누어야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화폐와 스펙에 관한 이야기로는 힘들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 삶에 관한 이야기, 그게 바로 지성의 출발이다. 그리고 지성은 원초적으로 유쾌하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자의식을 털어버리는데 아주 유효하다.

연암이 우울증을 앓을 때 민옹이라는 노인을 만났다. 민옹은 평생을 이야기꾼으로 지낸 괴짜 노인이었다. 그의 말은 거침없고 기묘하여 듣는 사람 치고 속을 후련해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연암이 그를 집으로 초대했다. 먹지도 자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하자 그의 첫 반응. "집이 가난한데 다행히도 밥 먹기를 싫어하니 재산이 남아돌게고. 잠을 못 잔다면 밤까지 겸해 사는 것이니 다행히도 곱절을 사는 셈이야."

오복 중에 수(壽)와 부 두 가지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헐! 이게 바로 역설의 향연이다. 사고의 전제를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것. 그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잠시 후 밥 상이 들어왔는데, 연암은 당연히 먹을 수가 없다. 

2장 우정, 백수의 최고 자산

115

"멋진 울음 터로구나. 크게 한번 울어볼 만하다!"

동행자들이 묻는다. 이 넓은 데 와서 웬 통곡? 연암은 답 한다.

"사람들은 다만 칠정(七) 가운데서 오직 슬플 때만 우는 줄로 알 뿐, 칠정 모두가 울음을 자아낸다는 것은 모르지. 기쁨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노여움(怒)이 사무 쳐도 울게 되고, 슬픔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즐거움 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사랑함)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미움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욕심이 사무쳐도 울게 되는 것이야.

근심으로 답답한 걸 풀어버리는 데에는 소리보다 더 효과가 빠른 게 없지.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우레와도 같은 것일세. 지극한 정(淸)이 발현되어 나오는 것이 저 절로 이치에 딱 맞는다면 울음이나 웃음이나 무에 다르 겠는가?"

-박지원 저, 고미숙 길진숙·김풍기 역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상), 139쪽

3장 | '집'의 시대에서 '의 시대로 191

데면데면하다는 건 자기의 언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즉 가짜라는 것. 그런 글은 밋밋하고 지루하여 남들에게 어 떤 감응도 촉발도 야기하지 못한다. 그건 가짜면서 또 죽은 글이다. 연암은 또 말한다. "사모관대를 쓰고 '죽어 자 빠진 시체가 아니라 누더기를 뒤집어썼을지언정 양지 바른 곳에서 햇볕을 쬐는 '살아 있는 거지' 가 되겠노라고.

그렇다. 핵심은 생명력이다. 시퍼렇게 살아 움직여야 한다. 사모관대처럼 화려한 레토릭으로 장식된 글은 오히 려 쓰기 어렵지만 생기발랄한 삶의 현장을 담는거야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은가. 어떤 편견에도 끄달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썼을 뿐인데, 유머가 되고 역설이 되는 그런 글쓰기 말이다. <열하일기》가 세계 최고의 여행기가 된 비결 또한 거기에 있다.

4장 배움에는 끝이 없다

245



중심도 변방도 무색하다.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고,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고, 무엇이 든 만들 수 있다. 이 거대한 파노라마에서 시비-선악-우열의 분별은 무의미하다. 다만 변화무쌍한 흐름만이 있을 뿐! 태평양이 그렇고 동해가 그러하듯이, 2,500년 전공 자, 부처, 노자는 이미 그런 경계에 도달했다. 이 현자들 은 우리에게 무엇을 성취하라고 하지 않았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라고 하지 않았다.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며 혁 명에 투신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들이 말한 바 진리는 자유와 해방이다. 그것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타자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함으로써, 자연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꾀함으로써, 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것으로써. 그러기 위해서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아야 한다. 모든 가치와 표상을, 사람들이 꿈이라고 말하는 것들을, 시대가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너무 시시하다고? 아니다. 이거야말로 원대한 지평이다. 모든 이상과 가치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으므로,

삶은 바로 이 지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지평선

4장 | 배움에는 끝이 없다. 259

옷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몸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마음이라 생각하리라. 그렇게 한번 떨어질 각오를 하자 마침내 내 귀에는 강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릇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넜건만 아무 근심 없이 자리에서 앉았다 누웠다 그야말로 자유자재한 경지였다.

-고미숙 저,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361~362쪽

“물을 땅이라 생각하고, 물을 옷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몸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마음이라 생각하리라." 여기가 핵심이다. 물과 땅, 물과 옷, 물과 몸, 물과 마음. 이 사이를 가로막는 적대적 이분법을 넘어 혼융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그때 온몸에 퍼지는 자유와 해방감. 이 파동이 곧 도이고 지혜다. 삶에는 목적이 없지만 방향은 있다. 연 암이 도달한 이 경지가 바로 그것이다. 누구든 이 경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비우고 내려놓고 교감하는 그 지평선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의 진수다. 오직 그뿐이다! 그리고 이럴 때 비로소 삶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지나간 것에 매이지 않고, 오지 않은 것에 떨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지금,

4장 배움에는 끝이 없다 261


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이라는 요물이 신체의 일부(혹은 전부)가 되리라는 것은 더더욱. 참 희한한 세상이다.

당혹스럽지만 한편으론 신선하다! 이제 자본과 계급을 타도하는 건 어렵지 않다. 상품을 소비하는 궤도에서 탈 주하면 된다. 신상품이 나오면 그냥 쌩까라~. 일본의 청년들이 자동차를 거부하자 일본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되었듯이. 집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청년들이 집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부동산 거품은 절로 꺼질 것이다. 그리고 공유 경제에 접속하라. 그러면 국가의 부는 절로 청년들 혹은 서민들한테로 이동할 것이다. 어차피 노동과 생산은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담당할 것이다. 사회적 부는 늘어나는데 출산율은 줄어들고, 시장은 점점 축소되고 대신 공유경제가 활성화되면?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아닌 아주 새로운 사회체제가 구현될 것이다. 뭔지 모르겠지만 왠지 재밌을 거 같지 않나.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 딱 그렇다. 디지털과 함께 자란 청년 세대는 물론이고 산업화 세대나 민주화 세대한테도 이런 세상은 처음이다. 보통은 새로운 시대가 열려도 기성세대는 그걸 누리지 못한다.

나오는 말 267

그동안 먹고 사느라고, 지지고 볶고 싸우느라고, 또 수명이 짧아서 하지 못했던 일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식은 정보다. 정보의 바다에 익사하지 않으려면 기예를 익혀야 한다.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삶의 기예를 지식과 삶이 마주치면 지성이 된다. 백수는 당연히 지성을 연마해야 한다. 그 지성이 삶과 죽음의 경계로 나아가면 지혜가 된다. 지식에서 지성으로, 지성에서 다 시 지혜로 나아가는 지평선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그럼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 지평선 위를 거침없이 달려가는 것뿐! 각자의 현장에서 각자의 속도대로. 청년에서 중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소크라테스와 공자, 부처와 장자 등 인류의 영원한 멘토들이 그랬던 것처럼. 백수의 원조이자 21세기 청년들의 영원한 '길벗' 연암 박지원이 그랬던 것처럼. 이것이 백수 시대에 백세 인생을 살아가는 최고의 전략이다. 단언컨대, 이보다 더 좋은 삶은 없다. 고로, 백수는 미래다!

나오는 말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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