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책 :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올해 첫 책을 펼쳤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입니다. 이번 책은 책을 읽다가 무의식중에 접은 밑줄입니다. 뭐라 할까요. 그냥 읽다보니 몇 군데 접혀 있었네요.
시장경제 체제는 19세기부터 여러 차례 심각한 불황을 겪었지만 그토록 길고 파멸적이고 세계적인 불황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대공황(大恐協, Great Depression)이라고 한다. 단 한 번 있었던 일이어서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대체로 평화로웠다. 산업시설이 잿더미가 되고 엄청난 액수의 전쟁배상금까지 짊어진 독일이 최악의 경제난에 허덕이고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식민지·종속국 민중은 제국주의 지배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경제는 호황이었다. 강대국들이 군비확장 경쟁을 벌이기는 했어도 당장 전쟁이 날 낌새는 없었다.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거머쥔 미국의 기업들은 유럽의 전후 복구사업에 투자해 큰 수익을 얻었다.
미국 사회가 조용했던 것은 아니다. 보수주의자들은 야단스러운 반공 캠페인으로 소련을 향한 대중의 반감을 부추겼고,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가 인종주의 테러를 저질렀다. 알 카포네의 시카고 마피아를 비롯한 갱단이 밀주·마약·성매매 사업의 이권을 두고 살벌한 전쟁을 벌였다. 그렇지만 미국 사회는 전례 없는 번영을 누렸다. 신문과 잡지 산업이 번창했고 라디오가 새로운 미디어로 등장했다. 자동차가 중산층 가정의 필수품이 됐고 대도시 중심에 고층 빌딩 숲이 생겼으며 플로리다를 비롯한 시골 지역에 전원주택 건설 붐이 일었다. 대중은 각종 프로 스포츠와 미인대회에 열광했다.
대공황은 그 모든 기술적 발전과 사회적 진보의 상징인 뉴욕 증권거래소를 가장 먼저 때렸다. 경제위기가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는 사실을 지금은 누구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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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요를 구성하는 요소는 민간가계의 소비지출, 기업의 투자지출, 정부지출, 순수출(수출수입)이다. 정부지출의 규모는 정부와 의회가 결정하고 수출입은 국민소득 수준과 환율을 비롯한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단 논외로 하고, 소비지출과 투자지출만 보자. 기업의 투자지출이 이자율의 함수라는데는 이 견이 없다. 케인스가 주류 경제학자와 달랐던 점은 하나뿐이다. 민간가계의 소비지출을 이자율이 아니라 소득의 함수로 본 것이 다. 소비지출이 소득의 함수라면 저축도 소득의 함수가 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자율의 등락이 저축과 투자를 균형으로 이끈다는 주류 경제학의 이론은 무너지고 만다. 사회적 총수요 부족 때문에 공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경제학자들은 저축과 투자를 전혀 다른 경제주체들이 전혀 다른 원리에 따라 결정한다는 점을 대체로 인정한다. 기업의 투자지출은 이자율의 함수다. 이자율이 높으면 기업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 프로젝트를 포기한다. 그러나 민간가계의 소비지출은 소득수준이 좌우한다. 소득이 늘면 더 많이 소비하고, 소득이 줄면 더 적게 소비한다. 이자율의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소득이 줄면 소비지출도 감소해 사회의 총수요가 줄어든다. 총수요가 줄면 총공급도 따라서 줄어들며, 총공급의 감소는 소득 감소로 이어져 소비지출을 다시 감축시킨다. 국민경제는 하향 나선형 악순환에 갇힌다. 그럴 경우 경기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이자율이 낮아도 기업은 투자를 꺼리며 기업의 투자지출 감소는 소비지출 감소와 똑같은 경로로 총공급을 위축시켜 경기의 하향 악순환을 증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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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심을 받으리라는 것을 예상했으며 또 자기가 결국 이길 것이라는 자신감을 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옳든 그르든,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의 사상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무엇보다 강력하게 세상을 지배한다. 어떤 이념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현실주의자가 쓸모없어진지 오래인 경제 학자의 노예나 다름없는 경우가 많고, 하늘의 소리를 듣는다는 미치광이 권력자의 광란도 알고보면 어떤 해묵은 학구적 잡문에서 뽑아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단언하건대, 기득권의 위력은 사상의 점진적 침투력에 견주어 크게 과장됐다. 당장이 아니라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를 보라, 경제학과 정치철학 분야에서는 스물다섯 또는 서른 살이 넘어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흔치 않아서, 공무원과 정치인은 물론이요 선동가조차 최신 사상을 현안에 적용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언제든, 선과 악 모두에 위협이 되는 것은 기득권이 아니라 사상이다.
언론인과 정치인은 의심했지만 젊은 경제학자들은 케인스의 이론을 받아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인스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계를 정복했고 대공황 이후에는 모든 산업국가의 경제 관료를 추종자로 만들었다. 그는 새로운 철학을 정립한게 아니라 경제이론 하나를 혁신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가 한 일을 '케인스혁명'이라고 했다.
J. M. Keynes. 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Harcout. Brate and Company, 1936. Chapter 24. 존 메이너드 케인스 지음, 조순 옮김, 고용, 이자와 화폐의 일반 이론, 비봉출판사, 1985, 387~388쪽을 참고해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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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한 시민도 많았다." 1천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불법이민자 는 포함하지 않은 통계였다. 2050년 미국 인구는 4억 4천만 명으 로 늘어날 것으로 짐작되는데, 흑인은 13%로 큰 변화가 없는 반 면 히스패닉은 29%, 아시아인은 9%로 늘고 백인 비율은 47%로 줄어들 전망이다.
우세한 무기와 운송수단을 먼저 확보한 유럽인은 지구의 모든 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피부색과 신체 특성을 기준으로 '인종(人l, race)'을 구분하고 '인종 집단' 사이에 타고난 능력의 우열이 있다는 관념을 형성했다. 신을 들먹이거나 과학을 빙자해 외모가 다른 인종 집단을 죽이고 착취하고 차별했다. 그러나 인종은 실체가 없는 가상의 관념이다.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인간의 유전자가 99.9% 이상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호모사피엔스는 겨우 20만 년 전에 출현했고 유전학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집단을 형성할 만큼 오래 존재하지 않았다. 인종 개념은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 백인 흑인·히스패닉·아시아인 · 원주민 등으로 인종을 구분하는 미국 인구센서스도 과학적 토대는 없다.
미국 인종문제의 책임은 '소수인종'이 아니라 '백인'에게 있다. 그들은 인종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미국을 건립했으며 인종주의적 특권의식에 의거해 흑인 노예를 부렸다. 누가 백인인지는 자기들도 모른다. 처음에는 앵글로 색슨계 이민자만 백인이었다. 독일·아일랜드와 북유럽 이민자가 뒤를 이었고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인과 동유럽 유대인이 합류했다. 유럽 식민지였던 라틴아메리카 사람도 대거 섞여들었다. 그들은 피부색과 신체 특성이 모두 달랐고 자기네끼리 혼인해 유전자가 뒤섞였다. 백인의 경계는 불분명하고 내부 구성은 복잡 다양하다. '인종'과 마찬가리조 '백인'도 객관적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사회적 발명품이라는 말이다.
신의 신택진·임민·정지욱 지음. 미국의 2000년 인구총조사에 관련된 쟁점, 한국조사 연구학회, 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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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은 체제경쟁에서 일찌감치 승리했다. 수많은 증거가 있지만 '프라이카우프(Freikaur)' 하나로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프라이카우프는 돈으로 자유를 산다'는 뜻이다. 1960년대 초 동독에는 1만 2천여 명의 정치범이 있었다. 서독 정부는 그들을 구출하려고 여러 시도를 했고, 1963년 동독 정부가 처음으로 협상에 응했다. 첫 번째 '거래'에서 여덟 명을 넘겨받고 34만 서독마르크 (DM)를 지불했다. 몸값' 산정 근거는 교육비였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총액 8만 5천 달러, 한 사람당 1만 달러 조금 넘었다. 학력과 직업에 따라 달랐던 몸값은 점점 올라가 1989년에는 평균 10만 마르크, 그 시점의 환율을 적용하면 5만 달러에 육박했다
통일 이후 독일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서독은 26년 동안 35억 마르크를 지불하고 동독 시민 3 만 3,755 명을 데려왔다." 거래를 계속하려면 비밀을 유지해야 했기에 통일 전까지는 아무도 그 일을 거론하지 않았다. 프라이카우프는 콘라트 아데나워 (Konrad Adenauer) 총리의 기민당-자유당 중도보수 연립정부에서 시작해 빌리 브란트(Willy Brandt)와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 총리의 사민당-자유당 중도진보 연립정부를 거쳐 헬무트 콜 총리의 중도보수 연립정부까지 모든 정부가 이어받았다. 어떤 정파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거나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서독 정부는 인도적 지원과 동독 교회에 대한 지원을 명분으로 슈타지가 설립한 위장단체에 현금이 아닌 현물을 제공했다.
www.bundesregierung.de/breg-de/aktuelles/haeftlingsfreikauf-letztes kapitel-422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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