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번째 책을 모두 읽었습니다. -사실 지난 12월 초에 책을 펼쳤는데, 진도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읽기 쉬운 책이 아니라 더욱 페이지를 넘기는데 힘들었습니다. - 21년 첫 책은 바로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입니다. 유전자의 역할이 '어렴풋이 그럴 것 같다' 라고 생각했던 것들과 '아니 그럴 수가 있나' 라는 것들을 논리적으로 잘 풀어서 쓴 책입니다. 지난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읽었던 책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많은 시사점을 전해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책은 내 나이보다 훨씬 오래전에 쓰인 책입니다. 더욱이 책이 쓰인 이후에 한 번도 내용을 변경하는 개정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토록 세월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찾는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집어내길 바랍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난 세월 동식물의 여러 것들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았던 많은 이벤트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주요 밑줄 그은 부분들을 옮겨와 보겠습니다.
p. 8
책 제목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조점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이다. ‘이기적’을 강조하면 독자들은 이 책이 이기성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은 이타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 책 제목에서 강조해야 할 핵심 단어는 ‘유전자’다.
p. 38
어떤 행성에서 지적 생물이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생물이 자기의 존재 이유를 처음으로 알아냈을 때다.
p. 39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1859년 이전에 이 문제에 답하고자 했던 시도들은 모두 가치 없는 것이며, 오히려 그것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점이다.
p. 43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다. 그러므로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치도록 시도해 보자. 우리 자신의 이기적 유전자가 무엇을 하려는 녀석인지 이해해 보자. 그러면 적어도 우리는 유전자의 의도를 뒤집을 기회를, 즉 다른 종이 결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
p. 57
이제부터 시작할 단순화된 설명은 아마도 진실과 그리 동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p. 68
우리는 생존 기계다. 여기서 ‘우리’란 인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모든 동식물, 박테리아, 그리고 바이러스를 포함한다.
p. 68
자기 복제자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용기, 즉 계속 존재하기 위해 운반자까지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살아남은 자기 복제자는 자기가 사는 '생존 기계'를 스스로 축조한 것들이다. 최초의 생존 기계는 아마도 보호용의 외피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더 우수하고 효과적인 생존 기계를 갖춘 새로운 경쟁 상대가 나타남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생존 기계는 더 커지고 더 정교해졌으며 이 과정은 누적되고 전진적이었다.
p. 73
몸을 제조한다는 것은 유전자 각각의 기여도를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협력 사업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몸의 여러 부분에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p. 73
초기의 자기 복제자를 '살아있다'라고 하든 하지 않든 그들은 생명의 조상이며, 우리의 선조다.
DNA가 우리의 조상이다. (자기 복제자 = DNA, 운반자(생존기계) = 인간이나 동물 등)
다른 종류의 자기 복제자들 사이에 생존 경쟁이 있었던 것이다. 자기 복제자는 자신이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 때문에 고민하지도 않았다. 이 경쟁은 아무런 악의도 없이, 아니 아무런 감정도 없이 행해졌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경쟁하고 있었다.
p. 74
자기 복제자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 존재하기 위해 자신을 담을 그릇, 즉 운반자까지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살아남은 자기 복제자는 자기가 들어앉을 수 있는 생존 기계를 스스로 축조한 것이다.
p. 91
유전자는 자기의 목적에 따라 자기의 방법으로 몸을 조절하며, 몸이 노쇠하거나 죽음에 이르기 전에 죽을 운명에 있는 그들의 몸을 차례로 포기해 버림으로써 세대를 거치면서 몸에서 몸으로 옮겨간다.
p. 92
이 선수들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유전자다. 배에서 각 위치를 차지하려는 경쟁자는 염색체상의 동일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대립 유전자다. 노를 빨리 젓는 것은 잘 살아남을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과 같다. 바람은 외부 환경에 해당한다. 교체 선수 집단은 유전자 풀이다. 하나의 몸의 생존에서 모든 유전자는 한 배에 타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p. 93
유전자는 교차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고 단지 파트너를 바꾸어 행진을 계속할 따름이다. 물론 유전자들은 계속 행진한다. 그것이 그들의 임무이다. 유전자들은 자기 복제자이고 우리는 유전자들의 생존 기계인 것이다. 유전자는 지질학적 시간을 사는 거주자이며, 영원하다.
p. 104
생존 기계는 유전자의 수동적 피난처로 처음 생겨났다. 처음에는 경쟁자들과의 화학전으로부터, 그리고 우연한 분자들의 폭격으로부터 유전자를 지키는 벽에 불과했다.
p. 107
그러나 유전자의 이기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순은 없다. DNA의 진정한 '목적'은 생존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분의 DNA를 가장 단순하게 설명하려면 그것을 기생자로서, 기껏해야 다른 DNA가 만든 생존 기계에 편승하고 있는 무해하고 무용한 길손이라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성과 염색체 교차에는 현대판 수프의 유동성을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성과 교차에 의해 유전자 풀은 잘 섞이며 유전자는 부분적으로 옮겨 다닌다. 진화는 유전자 풀 속에서 어떤 유전자는 수를 늘리고, 어떤 유전자는 수를 줄이는 과정이다.
p. 108
뇌는 그 기능상 컴퓨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뇌나 컴퓨터나 복잡한 입력 패턴을 분석하여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조회한 후 복잡한 출력 패턴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p. 113
유전자 역시 인형을 직접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머처럼 간접적으로 자기 생존 기계의 행동을 제어한다. 유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생존 기계의 체제를 만드는 것뿐이다.
p. 116 유전자에 관한 한 유전자 풀은 유전자가 살아가는 새로운 형태의 수프다. 옛날과 다른 점이라면 오늘날의 유전자는 언젠가는 죽을 생존 기계를 만들기 위하여 유전자 풀 내 동료 유전자들 집단과 협력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p. 119
예측 불허인 환경에서 예측을 하기 위해 유전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학습 능력을 만드는 것이다.
p. 125 생존 기계의 행동에서 가장 뚜렷한 특성의 하나는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존 기계가 동물 유전자의 생존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만이 아니다 물론 생존 기계는 그렇게 설계된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생존 기계의 행동이 목적의식 있는 인간의 행동과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
p.125
우리는 안정성의 성공 여부에 관해서는 무엇인가 평가를 내려야 하지만 동물이 의식적으로 계산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유전자가 가급적 개체로 하여금 올바른 도박을 할 수 있도록 뇌를 만들어 준 그 개체는 당연히 더 잘 살아남고, 따라서 그 같은 유전자를 늘려 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p. 125
생존 기계의 행동에서 가장 뚜렷한 특성의 하나는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생존 기계의 행동이 목적의식 있는 인간의 행동과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 동물이 먹이나 배우자, 또는 잃어버린 새끼를 '찾는' 것을 보면, 인간이 무언가를 찾을 때 경험하는 모종의 주관적 감정을 그 동물 역시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감정에는 어떤 물체에 대한 '욕망', 즉 바라는 물체를 '마음속에 그린 그림' 또는 '목적'이 내포되어 있다. 누구나 자신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듯이, 현대의 생존 기계 중 적어도 하나(사람)에서는 이 목적성이 '의식'이라고 불리는 특성을 진화시켰다.
'목적 기계', 즉 의식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기계 내지 물건은 사물의 현재 상태와 자신이 '바라는' 상태의 차이를 측정하는 일종의 장치를 가지고 있다. 이 차이가 클수록 기계는 더 열심히 돌아가도록 만들어진다. 이렇게 해서 기계는 자동적으로 그 둘의 차이를 좁혀 가며(이 때문에 '음의 피드백'이라고 불린다), 자신이 '바라는' 상태에 도달하면 작동을 멈춘다.
p. 129
유전자 역시 인형을 직접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머처럼 간접적으로 자기 생존 기계의 행동을 제어한다. 유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리 생존 기계의 체제를 만드는 것뿐이다. 그 후 생존 기계는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가 되며 유전자는 그저 수동적인 상태로 그 안에 들어앉게 된다. 수동적인 이유는 시간적 차이 때문이다.
p. 130
의식에 의해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가 무엇이든 의식이란 실행의 결정권을 갖는 생존 기계가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되는 진화 경향의 극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뇌는 생존 기계의 일을 매일 관리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언하고 그것에 따라 행위하는 능력도 있다. 또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하는 힘까지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가급적 많은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것이 그에 해당된다. 그러나 앞으로 설명할 부분에서 알 수 있겠지만 인간은 이 점에서 대단히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p. 134
유전자는 도박꾼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예측이란 불확실하기 마련이다. 생존 기계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 도박이다. 따라서 유전자가 할 일은 뇌가 평균적으로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뇌에 미리 프로그램을 짜 놓는 것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이리저리 재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동물이 의식적으로 계산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올바른 도박을 하도록 뇌를 만들어 준 유전자의 개체가 당연히 더 잘 살아남고, 따라서 같은 유전자를 퍼뜨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p. 133
유전자는 생존 기계에게 생존 기술의 각론이 아니라 일반 전략이나 비결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p. 135
예측 불허인 환경에서 예측을 하기 위해 유전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학습 능력을 만드는 것이다.
p. 138
동물의 커뮤니케이션 신호는 본래 서로의 이익을 증진시키도록 진화되었지만 그 후 나쁜 친구들에 의해 악용되었다고 믿는 것은 너무나 소박한 믿음이다. 동물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처음부터 바로 속인다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동물의 모든 상호작용에는 적어도 무엇인가의 이해 충돌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p. 139
미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생존 기계는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학습할 수 있는 생존 기계보다 한 단계 앞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유전자는 뇌가 상상과 예측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즉, 의식이 생겼다.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의 진화는 주관적 의식의 진화를 초래한듯하다.
아마도 의식이 생겨난 것은 뇌가 세상을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서 그 시뮬레이션 속에 자체 모형을 포함해야 할 정도가 되었을 때였을 것이다.
p. 140
현재 우리의 목적에서 의식이란, 실행의 결정권을 갖는 생존 기계가 그들의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되는 진화의 정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하는 힘까지 갖추고 있다. 가급적 많은 아이를 낳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p. 140
진화는 실제로 유전자 풀 내 유전자들이 차등적 생존을 통해 단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행동 패턴 -이기적이든 이타적인 든 - 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다른 행동을 담당하는 경쟁적 유전자이다. 즉 대립유전자보다 유전자 풀 속에서 더 잘 생존해야 한다.
p. 145
생존 기계의 수많은 동작은 다른 생존 기계의 행동에 영향을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자기 유전자의 번영을 증진시킨다.
p. 148
모든 동물의 의사소통에는 처음부터 사기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동물의 상호 작용에는 적어도 어느 정도 이해의 충돌이 내재되기 때문이다.
p. 154
같은 종의 생존 기계끼리는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그 가운데 하나는 자기 종에 속하는 개체군의 반은 잠재적으로 교미 상대이며, 또한 잠재적으로 자기의 자손을 낳고 열심히 길러 줄 착취 대상인 부모가 될 수 있는 개체이기 때문이다. <중략>
한 마리의 지빠귀에게 두더지가 경쟁 상대일 수도 있지만 다른 지빠귀만큼 치열한 경쟁 상대는 아니다. 둘은 지렁이를 놓고 다툴 수도 있으나 지빠귀끼리는 지렁이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을 놓고 싸운다.
p. 166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늘리는 것이다.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에 프로그램 짜 넣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
유전자는 고립 상태에서 '우수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 풀 내의 다른 유전자를 배경으로 해서 일할 때 우수한 것이면 선택된다. 우수한 유전자는 몇 세대에 걸쳐서 몸을 공유해 가지 않으면 안 될 다른 유전자들과 양립할 수 있고 또 보완적이어야 한다.
p. 168
유전자 풀은 하나의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이다.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에 의해서도 침입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돌연변이나 재조합이나 이입에 의해 생기는 새로운 유전자는 대부분이 자연선택에 의해 벌을 받아 즉시 도태되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는 복원된다. 때때로 어떤 새로운 유전자가 그 세트를 침입하는 데 성공하여 유전자 풀 내에 퍼져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불안정한 과도기를 거쳐 드디어 하나의 새롭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조합을 이룬다. 작은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p. 184
유전자 풀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유전자들의 세트가 될 것이며 이는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도 침입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진보를 향한 진화는 꾸준히 올라가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한 안정기에서 다음 안정기로 불연속적인 계단을 올라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개체군 전체가 마치 하나의 자기 조절 단위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착각은 유전자의 수준에서 진행되는 선택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유전자는 그 우수성 때문에 선택된다 그러나 그 우수성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세트 즉 현재의 유전자 풀을 배경으로 했을 때 그 성과가 얼마나 뛰어난지에 기초하여 결정된다. (ESS 유전자 안정화 전략)
p. 189
고래에게 누가 자기의 친척인가를 아는 수단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은 문제가 안 된다. 무리에서 임의로 만나는 구성원이 친척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그 이타주의는 그만한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다.
p. 194
보다 효과적으로 속이는 형질의 유전자가 뻐꾸기의 유전자 속에 퍼진다. 마찬가지로 뻐꾸기 알의 의태에 어떤 불완전함이 있어도 이것을 놓치지 않는 예리한 눈을 가진 대리모 새의 유전자는 동종의 유전자 풀에 크게 성공하게 된다. 그의 의심 많고 예리한 눈이 다음 세대에 전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선택이 어떻게 해서 적극적 식별 능력을 예리하게 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 경우 식별 능력은 다른 종을 염두에 둔 것이며 그 다른 종의 구성원은 식별자의 책략을 무력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p. 196
생존 기계 각각은 아이 낳기와 아이 키우기라는, 상당히 이질적인 두 종류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서 결단이라는 말은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전략적 조치를 뜻한다.
p. 198
앞에서 강조한 대로 평균 여명은 동물이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할' 때에 가급적 정확히 '계산'에 넣어야만 할 중요한 변수이다. 자식이 부모보다 평균 여명이 긴 종에서는 자식의 이타주의 유전자는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타주의자 자신보다 노쇠하여 죽는 개체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 자기희생을 치르려고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부모의 이타주의 유전자는 그 계산식의 평균 여명의 항에 관한 한 그것에 상응하는 유리함이 있을 것이다.
p. 214
랙에 따르면 개체가 한 둥지의 알 수를 조절하는 이유는 전혀 이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산아 제한을 행하는 것은 집단을 위한 자원을 과잉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의 살아남는 새끼 수를 실제로 최대화하기 위해 그들은 산아 제한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통 우리들이 산아 제한에 결부시키고 있는 이유와는 정반대의 목표가 된다.
p. 216
복지 국가란 지금까지 동물계에 나타난 이타적 시스템 중 아마도 가장 위대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어떠한 이타적 시스템도 본래 불안정한 것이다. 그것은 이용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이기적 개체에 남용당할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p. 217
윈-에드워즈의 입장에서 보면 집단의 번영을 꾀하는 데 있어 낙오자들의 역할은 무대 옆에 대기하고 있는 대역과 같은 것이다. 집단 번식의 주요 무대 위에서 세력권 소유자 중 누군가가 쓰러지면 즉시 그놈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낙오자가 나타나는 이런 행동은 순수하게 이기적 개체로서 가장 좋은 전략일지도 모른다. 제4장에서 말한 대로 우리는 동물을 도박꾼으로 볼 수 있다. 때때로 도박꾼으로서 가장 좋은 전략은 공격 전략이 아닌 관망 전략일지도 모를 일이다.
p. 220
부모의 투자는 ‘자손 하나에 대한 투자로서, 다른 자손에 대한 부모의 투자 능력을 희생시키면서 그 자손의 생존 확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p. 222
개체가 실제로 자기의 개체군 밀도 추정을 근거로 한 둥지의 알 수를 감소시키는 것이 사실로 나타나는 순간, 그것은 곧 실제의 밀도가 어떻든 경쟁자에 대해서는 개체군이 굉장히 큰 것처럼 꾸미는 것이 개개의 이기적 개체에게는 유리하다. 예컨대 찌르레기의 예에서, 가령 겨울 잠자리의 소란 정도가 개체군의 크기를 추정하는 수단이라면 개개의 개체는 있는 힘을 다하여 소리를 크게 지를 것이다. 한 마리가 두 마리처럼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은 마치 한 마리가 동시에 몇 마리의 개체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견해는 크렙스가 별개의 문제를 다룰 때에 시사했던 것이다. 그는 프랑스 외인부대가 이와 같은 전술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 소설 이름을 따서 거기에 'Beau Geste 효과'라는 명칭을 붙였다. 찌르레기의 경우 이 행위의 목적은 주위 동료들이 그것에 속아서 그들의 한 둥지의 알 수를 실제 최적 이하의 수준으로 감소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렇게 해서 성공하는 찌르레기라면 당신과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개체를 감소시키는 것이 되기 때문에 당신의 이기적인 이익에 합당하다.
p. 223
이 장에서 얻는 우리의 결론은 개개의 어미 동물이 가족계획을 실행하되 그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출생률의 최대 활용화라는 의미에서 실천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자기 새끼의 수를 최대화하려고 힘쓰고 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새끼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도 안 되고 지나치게 적어도 안 된다. 개체에서 너무 많은 수의 새끼를 가지도록 하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 계속 살아남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종류의 유전자를 체내에 가진 새끼들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p. 235
그들이 산아 제한을 행하는 것은 집단이 이용할 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낳은 새끼들 중 살아남는 새끼 수를 최대화하기 위해 산아 제한을 실행하는 것이다.
p. 236
어미 새는 아이 낳기와 아이 키우기 사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한 마리의 어미 새 또는 한 쌍의 작이 구할 수 있는 먹이와 자원의 총량이 그들이 키울 수 있는 시끼 수를 결정하는 제한 요인이 된다. 랙의 이론에 의하면, 자연선택은 이런 한정된 자원을 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초기의 한배 알 수(또는 한배의 새끼 수)를 조정한다고 한다.
새끼를 과다 출산하는 개체가 불리한 이유는 개체군 전체가 그로 인해 절멸해 버리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새끼 중에 살아남는 수가 적기 때문이다.
p. 244
이 장에서 우리의 결론은, 개개의 부모 동물은 가족계획을 실행하는데,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손의 출생률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들은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자기 새끼의 수를 최대화하려고 힘쓴다. 그러려면 새끼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도 안 되고 지나치게 적어도 안 된다. 개체에서 너무 많은 수의 새끼를 가지도록 하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 계속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종류의 유전자를 체내에 가진 새끼들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p. 244
개개의 부모 동물은 가족계획을 실행하는데,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손의 출생률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p. 246
아비와 어미가 자식에게 투자한 50퍼센트의 유전자는 서로 다르고 둘은 모두 자기 투자분의 복지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해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어느 정도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한쪽이 자식들 각각에 대해 공평한 할당량보다 적게 주고 도망칠 수 있다면 그는 유리할 것이다. 왜냐하면 남는 자원으로 다른 짝을 얻어 새로운 새끼를 낳음으로써 자기 유전자를 보다 많이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p. 252
즉 "자식은 사기나, 거짓말, 속임수, 이기적인 착취 등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는 식으로 내가 말할 경우 '할 리가 없다'는 말을 어떤 특수한 의미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종류의 행동이 도덕적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순히 그와 같이 행동하는 자식 쪽이 자연선택에서 유리한 경향이 있으며, 그 때문에 야생 동물을 관찰할 경우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사기 행위와 이기적 행위가 보일 것으로 기대될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자식은 속이는 행위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의 진의도 자식에게 사기 행위를 하게 되는 경향을 가진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게 나타남을 지적하는 데 불과하다. 이 논의에서 인간적인 교훈을 도출한다면, 우리는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생물학적 본성의 일부에 이타주의가 심어져 있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p. 257
임신 시점에서 수컷이 자식에 대해 투자한 자원량은 공평한 분담량, 즉 50%보다 훨씬 작다. 개개의 정자는 아주 작아서 수컷은 매일 수백만 개의 정자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수컷이 서로 다른 암컷들을 이용하여 단시간 내에 많은 수의 새끼를 만드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개개의 배가 수정할 때 어미로부터 충분한 먹이를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암컷이 만들 수 있는 아이의 수는 일정한 한도가 있는 반면에 수컷이 만들 수 있는 아이의 수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다. 수컷이 암컷을 상대로 한 착취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p. 261
그러나 이들을 가진 소수의 부모가 얼마나 엄청난 유전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 수컷에게 투자하는 개체 (즉, 수컷의 부모)는 수백 마리에 달하는 바다코끼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암컷을 전문으로 낳는 개체는 아마도 몇 마리의 손자만을 확보할 것이다. 그러나 수컷 만들기를 전문으로 하는 개체가 누릴 수 있는 절대적인 유전적 가능성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p. 263
왜냐하면 암컷은 대형이고 영양을 많이 가진 난자의 형태로 처음부터 수컷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미는 이 때문에 수태를 할 때 이미 어느 자식에 대해서도 더 깊은 '정성'을 쏟는다. 이 자식이 죽을 경우 어미는 아비보다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죽은 자식 대신에 '장래'에 새로운 자식을 하나 키운다 해도 잃은 자식과 같은 단계까지 그것을 키우기 위해 어미가 투자해야 할 양은 아비의 투자량보다 많다. 어미가 자식을 아비에게 맡기고 다른 수컷을 찾아 도망가는 전술을 취하면 아비 편에서도 별 부담 없이 자식을 버리는 방법으로 보복한다.
그러므로 적어도 배우자가 아직 어린 시기에 자식을 내버릴 경우, 아비가 자식을 버리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어미가 자식을 버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와 같이 암컷은 처음뿐만 아니라 자식의 생장의 전기 간에 걸쳐서 수컷 이상의 투자를 한다고 예상된다. 예컨대 포유류의 경우 자기 체내에서 태아를 키우는 것도 암컷이고, 태어난 자식에게 젖을 주는 것도 암컷이며, 자식의 양육과 보호의 부담을 지는 것도 암컷이다. 암컷이란 착취당하는 성이고 착취를 낳게 한 근본적인 진화의 기초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데 있다.
p. 269
암컷은 교미에 응하기 전에 수컷으로 하여금 새끼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도록 하여 그 때문에 '교미 후'의 수컷이 처자를 버린다 해도 결국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생각은 재미있는 발상이다. 수줍어하는 암컷이 결국 자기와 교미에 응하기를 기다리는 수컷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 된다. 즉 수컷은 다른 암컷과의 교미 기회를 포기하고 있으며, 구애 때문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수컷은 마음속에 둔 암컷이 최종적으로 교미에 응할 때까지는 필연적으로 암컷에게 몹시 '속박' 당하는 것이다.
p. 274
수줍어하는 유형의 암컷과 성실형의 수컷이 대부분을 이루는 집단이 진화될 가능성은 많았다. 이와 같은 집단에서는 암컷의 가정의 행복 전략이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여기서는 수줍어하는 유형의 암컷이 어떤 음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수줍어하는 성격 자체가 암컷의 이기적 유전자에 실제로 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암컷이 가정의 행복 전략을 실제로 행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지적한 대로 수컷이 집을 완성하지 못하거나 또는 최소한도로 수컷이 집 짓기를 돕지 않을 때는 그 수컷과의 교미를 거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로 일부일처제 형의 조류에서는 집이 완성될 때까지 교미하지 않는다. 그 결과 수컷은 수정하는 순간에 이미 자신의 값싼 정자보다 더 많은 투자를 자식에게 한 것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구혼자에게 용 잡기나 성배 찾기 같은 것을 마구잡이로 요구하는 암컷은 없다. 그 이유는 수컷에게 무의미한 사랑의 노력을 요구하는 로맨틱한 암컷보다는 암컷과 자식을 위해 필요한 일을 수컷에게 요구한 암컷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용 잡기나 헬레스폰트 해협을 수영해 건너는 것에 비하면 집 짓기는 확실히 로맨틱하지는 않으나 암컷에게 수컷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훨씬 필요한 것이다.
p. 275
따라서 "세대 간의 전쟁에서 어느 쪽의 승산이 높은가"라는 질문에는 일반적인 답이 없다. 최종적으로는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이상적 상태 사이에서 어떤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다. 세대간의 전쟁은 뻐꾸기와 그 양부모 사이의 전쟁에 필적하지만 양자가 서로 어느 정도이 유전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뻐꾸기와 양부모의 경우만큼 대립이 심하지 않음은 확실하다.
p. 276
예컨대 사마귀의 경우에 수컷이 큰 암컷에게 먹히고 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암컷의 식욕을 감퇴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수컷에게는 유리할 것이다. 불운한 수컷 사마귀는 몸으로 자식에게 투자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수컷의 몸은 먹이로서 이용되어 난자의 생산을 도우며, 동시에 자신이 죽은 후 알은 암컷의 체내에 저장되어 있는 자신의 정자에 의해 수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암컷을 잘 속이도록 작용하는 수컷의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한 경향을 나타낼 것이다. 그것에 비해 자연선택은 그 같은 기만을 잘 판단할 능력이 몸에 밴 암컷에게 유리하도록 작용한다.
p. 277
암수 사이에서 널리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차이는 누구를 배우자로 뽑는가에 대해 암컷이 수컷보다 신중하다는 것이다. 암수를 불문하고 신중함이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다른 종과의 교미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p. 277
지금까지, 이야기를 단순하게 하기 위해 수컷에게는 순순한 성실형과 사기꾼형이라는 두 가지 유형밖에 없는 것처럼 설명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십중팔구 수컷과 암컷을 포함한 모든 개체가 조금씩은 사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배우자를 착취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다. 배우자의 불성실을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은 자연선택에 의해 예민하게 단련되어 있으므로 대규모 사기는 매우 낮은 수준에서 유리하다. 불성실에 의해 이익을 얻는 확률은 수컷이 암컷보다 높다. 따라서 수컷이 자식에 대해 약간의 이타적 보호 행동을 보이는 동물인 경우일지라도 수컷의 노력은 암컷보다 조금 약하고, 또한 수컷의 도피 경향도 암컷보다 조금 강할 것이다. 이것은 새와 포유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p. 278
"교미 후 육상 동물의 암컷은 얼마 동안 체내에 배를 가지고 있게 된다. 만일 암컷이 교미 직후에 수정란이 생긴다고 해도 수컷에게는 여전히 도망쳐서 암컷을 트라이버스의 '가혹한 속박'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 수컷에게는 암컷의 선택을 봉쇄하고 먼저 도망칠 결단을 내릴 기회가 필연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아이를 내버려 확실히 죽게 할 것인가, 아니면 머물러서 양육을 할 것인가의 결단을 모두 암컷에게 떠밀어 버린다. 그러므로 육상 동물의 자식 보호에는 아비보다 어미에게 기회가 많은 것이다."
p. 279
이제 암컷이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요한 전략, 즉 남성다운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을 이야기해 보자. 이 방책을 이용하고 있는 종에서는 암컷이 자기 새끼의 아비에게 원조받는 것을 실질적으로 포기하고, 그 대신에 좋은 유전자를 얻기에 전력을 쏟는다. 여기서도 암컷의 무기는 교미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암컷들은 상대에게 함부로 교미를 허락하지 않는다. 암컷들은 수컷과 교미하기 전에 모든 주의를 집중하여 상대를 선별하려고 한다. 수컷 중에는 분명히 남보다 좋은 유전자를 많이 가진 개체가 있다.
p. 285
만일 동물이 무리를 지어 함께 산다면 그들 유전자는 그들이 투입한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집단생활의 이점으로 가장 많이 제안되는 것은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p. 285
개체가 자식이 성별을 말 그대로 '선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전자가 한쪽 성별의 자식을 가지는 경향을 나타내도록 작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불균등한 성비를 선호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할 때 이 같은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서 균등한 성비를 선호하는 대립유전자보다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p. 286
암수 어느 개체에서나 그 생애에 있어 번식의 전체 성적을 최대화하는 것을 바란다. 정자와 난자의 크기 및 수에서 볼 수 있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컷에게는 일반적으로 난혼과 자식 보호의 결여 경향이 보인다. 이에 대항하는 대책으로서 암컷에게는 두 가지 대표적인 전략을 볼 수 있는데 그 하나는 남성다운 수컷을 뽑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수컷을 뽑는 전략이다. 암컷이 이들 두 대항책의 어느 것을 취하든 또 수컷이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든 어느 것에서나 종을 둘러싼 생태학적 상황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두 전략의 모든 중간형이 보이고, 이미 말한 대로 아비가 어미보다 열성적으로 자식의 보호에 임하는 예도 알려져 있다.
p. 289
유전자의 언어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말의 체내에서 "몸아, 네가 암컷이거든 상대가 말이든 당나귀든 어쨌든 나이가 많은 수컷과 교미하라"와 같은 지령을 내리는 유전자는 노새라는 막다른 골목에 갇히고 마는 처지가 될지 모른다. 더욱이 이 노새를 위한 부모의 투자 결과, 번식 가능한 망아지를 키우는 데 필요로 하는 어미의 능력은 크게 감소된다. 한편 수컷은 비록 다른 종의 개체와 교미해도 잃는 것은 적다. 물론 그 때문에 수컷이 아무런 이익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암컷과 똑같을지라도 배우자의 선택에 있어 수컷이 신중하지 못하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한 관찰은 모두 다 이 예상에 들어맞았다.
p. 289
암컷이란 착취당하는 성이며, 착취의 근본적인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데 있다.
p. 290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에 비해 상대를 가리지 않고 교미하는 경향이 강하다. 암컷은 한정된 난자를 비교적 느린 속도로 생성하기 때문에 다른 수컷과 많은 교미를 거듭해도 아무런 이익이 없다. 한편 수컷은 매일 막대한 수의 정자를 만들 수 있으므로 상대를 가릴 필요 없이 많은 교미를 해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암컷에게도 지나친 교미는 시간과 에너지의 손실을 가져올뿐더러 실제로는 대단한 대가가 아닐지 모른다. 또 그것은 적극적인 이익에 관련되지 않는다. 한편 수컷에게는 암컷과 지나치게 교미를 거듭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는 없다. 수컷에게 있어 '지나치다'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이것은 인간인 여성이 훌륭한 남성을 고르는 전략이 아닌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남성을 고르는 전략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p. 296
여기서 암컷의 두 전략은 조신형과 경솔형으로, 수컷의 두 전략은 성실형과 바람둥이 형이라 부르기로 하자
p. 299
우리는 조신형 암컷과 성실형 수컷이 대부분인 개체군이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개체군에서는 암컷의 가정의 행복 전략이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조신한 성격 자체가 암컷의 이기적 유전자에 실제로 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p. 318
인간의 특이성은 대개 “문화”라고 하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잘났다고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과학자의 입장에서 이 단어를 쓴다. 문화적 전달은 유전적 전달과 유사하다.
p. 322
우주 비행사가 저 멀리 떨어진 행성에 날아가 생명체를 찾는다면 그는 우리가 상상도 못 할 기묘하고 희괴한 생물체를 찾아낼지 모른다. 그러나 어디에 살고 있든, 어떤 화학적 기초를 가지고 살고 있든, 모든 생명체에 적용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까?
p. 326
청소어는 각각 자기의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대형어들은 거기에 줄을 서서 마치 이발소의 손님처럼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p. 333
우리가 사후에 남길 수 있는 것은 유전자와 밈 두 가지다. 우리는 유전자를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전자 기계다. 그러나 유전자 기계로서의 우리는 3세대가 경과하면 잊히고 말 것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세계 문화에 무언가 기여할 수 있다면, 예컨대 좋은 아이디어를 내거나, 음악을 작곡하거나, 점화 플러그를 발명하거나, 시를 쓰거나 하면, 그것들은 우리의 유전자가 공통의 유전자 풀 속에 용해되어 버린 후에도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
p. 338
‘마음씨 좋은 놈’이라는 일상적인 말을 그에 상응하는 다윈주의의 말로 바꾸면, 마음씨 좋은 놈이란 자기를 희생하면서 동종의 다른 구성원을 도와 이들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전해지도록 하는 개체다. 따라서 마음씨 좋은 놈은 그 수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가 가진 좋은 마음씨는 다윈주의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p. 348
지의류를 구성하는 생물과 같이 양자가 동시에 이익을 주고받는다면 이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협력이 진화할 것이 가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익의 제공과 이에 대한 보답 사이에 시간적 차이가 있을 때에는 문제가 생긴다. 왜냐하면 이익을 먼저 받은 개체가 상대를 속이고 자기가 보답할 차례가 와도 보답하지 않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p. 348~349
이 사례에서 지연성의 호혜적 이타주의의 진화를 가능케 한 것은 아마도 이와 같은 지역 고착성이하는 성질일 것이다. 대형어에게 있어 줄곧 새로운 청소어를 찾는 대신에 같은 '이발소'에 계속 다님으로써 얻는 이익이 이 청소어의 포식의 억제에서 생기는 대가보다 클 것이다. 청소어는 소형어이기 때문에 이 추정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청소어로 의태한 사기꾼의 존재는 진짜 청소꾼에게 간접적으로 위험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전자의 존재에 의해 대형어로 하여금 그러한 줄무늬 물고기를 잡아먹도록 하는 작은 압력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진짜 청소어가 나타나는 고착성이라는 성질은 손님들으 진짜 청소어를 발견하고 사기꾼을 피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가 비록 어두운 측면으로 눈을 돌려 개개의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 능력,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실험하는 능력에는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이 일으키는 최악의 이기적 행동에서 우리를 구출하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단순한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오히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촉진시킬 정도의 지적 능력은 있다. 우리는 ‘비둘기파의 공동 행위’에 참가하는 것이 장기적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앉아 그 공동 행위를 실행하는 방법을 서로 논의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가 없고 세계의 전 역사를 통해 과거에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교육하는 방법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 기계로서 조립되었지만 밈 기계로서 교화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들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전제에 반항할 수 있는 것이다.
p. 359 : 문화, 문화적 돌연변이
인간의 특이성은 대개 '문화'라고 하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나는 잘났다고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과학자의 입장에서 이 단어를 쓴다. 문화적 전달은 유전적 전달과 유사하다. 기본적으로 유전적 전달이 더 보수적이지만 일종의 진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것이다. 영국의 시인 제프리 초서와 현대의 영국인은 대화를 나눌 수 없을 것이다. 비록 그 두 사람 사이에 20세대 가량의 영국인이라는 사슬이 계속 이어졌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 사슬에서 가까이 놓인 세대의 사람들만이 자식이 아버지와 대화할 때처럼 서로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는 유전자가 아닌 수단에 의해 '진화'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게다가 그 속도는 유전적 진화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p. 359
내가 전개해 온 논의는 명백히 진화의 모든 산물에 적용될 수 있다. 만약 어떤 종을 예외로 치려면 특별히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속하는 인간이라는 종을 특수한 존재로 볼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을까? 그 대답은 '예'일 것이다.
인간의 특이성은 대개 '문화'라고 하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p. 360
서로 닮은 개체끼리 도대체 어떻게 뭉치고 국소적 집합을 이룰 수 있을까? 자연계에서는 이는 유전적인 인연, 즉 혈연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대개의 동물 종은 집단 내 임의의 개체와 가까이 살기보다는 자기의 형제자매, 조카 등과 가까이 살고 있다.
p. 364
새로이 등장한 수프는 인간의 문화라는 수프다 새로이 등장한 자기 복제자에게도 이름이 필요한데 그 이름으로는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명사가 적절할 것이다. 밈이다.
유전자가 유전자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과 같이 밈도 밈 풀 내에서 퍼져나갈 때 넓은 의미로 모방이라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뇌에서 뇌로 건너 다닌다.
"밈은 비유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는 구조로 간주해야 한다.당신이 내 머리에 번식력 있는 밈을 심어 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기생하면서 그 유전 기구를 이용하는 것과 같이 나의 뇌는 그 밈의 번식을 위한 운반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예컨데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라는 밈은 수백만 전 세계 사람들의 신경계 속에 하나의 구조로서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p. 364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 = 밈(meme) 밈의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단지 만드는 법, 아치 건조법 등이 있다. 유전자가 유전자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과 같이, 밈도 뇌에서 뇌로 건너 다닌다.
p. 364 : '밈'과 그 진화
새로이 등장한 수프는 인간의 문화라는 수프다. 새로이 등장한 자기 복제자에게도 이름이 필요한데, 그 이름으로는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명사가 적당할 것이다. 이에 알맞은 그리스어 어근으로부터 '미멤'이라는 말을 만들 수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진(유전자)'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유사한 단음절의 단어다. 그러기 위해서 위의 단어를 밈(meme)으로 줄이고자 하는데, 이를 고전학자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밈의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단지 만드는 법, 아치 건조법 등이 있다. 유전자가 유전자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과 같이, 밈도 밈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에는 넓은 의미로 모방이라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뇌에서 뇌로 건너 다닌다. 어떤 과학자가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대해 듣거나 읽거나 하면 그는 이를 동료나 학생에게 전달할 것이다. 그는 논문이나 강연에서도 그것을 언급할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인기를 얻게 되면 이 뇌에서 저 뇌로 퍼져 가면서 그 수가 늘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나의 동료인 험프리는 이 장의 초고를 깔끔하게 요약하여 다음과 같이 적었다.
"(...) 밈은 비유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 있는 구조로 간주해야 한다. 당신이 내 머리에 번식력 있는 밈을 심어 놓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당신이 내 뇌에 기생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기생하면서 그 유전 기구를 이용하는 것과 같이 나의 뇌는 그 밈의 번식을 위한 운반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예컨데,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라는 밈은 수백만 전 세계 사람들의 신경계 속에 하나의 구조로서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p. 378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p. 365 : 신이라는 밈
여기서 말하는 '생존 가치'는 유전자 풀 속 유전자로서의 값이 아닌, 밈 풀 속 밈으로서의 값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 질문은 문화 환경 속에서 신의 관념이 안정성과 침투력을 갖는 것이 도대체 어떤 성질 때문일지 묻는 것이다. 밈 풀 속에서 신의 밈이 나타내는 생존 가치는 그것이 갖는 강력한 심리적 매력의 결과다. 실존을 둘러싼 심원하고 마음을 괴롭히는 여러 의문에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해답을 준다.
p. 366
유전자를 선택의 단위로 하는 낡은 유형의 진화는 뇌를 만들어 냄으로써 최초의 밈이 발생할 수 있는 '수프'를 마련해 주었다. 자기 복제 능력이 있는 밈이 등장하면서 이들은 낡은 유형의 진화보다 훨씬 빠른 독자적 진화를 시작했다.
p. 370
'아이디어 밈'은 뇌와 뇌 사이에 전달될 수 있는 실체로서 정의될 수 있을지 모른다. 즉 다윈 이론의 밈이란 그 이론을 이해하는 모든 뇌가 공유하는 그 이론의 본질적인 바탕이다. 사람들이 그 이론을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는 정의상 다윈 이론의 밈의 일부가 아닌 셈이다. <중략> 즉 유전학적 용어로 이 둘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면 이 경우에 양쪽을 합하여 하나의 밈으로 보는 것이 편리하다.
p. 372
인간의 뇌는 밈이 살고 있는 컴퓨터다. 뇌에서는 아마도 저장 용량보다 시간이 중요한 제한 요인이며, 심한 경쟁의 대상일 것이다. 인간의 뇌와 그 제어를 받는 몸이 동시에 하나 또는 몇 종류 이상의 일을 해치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밈이 어떤 사람의 뇌의 집중력을 독점하고 있다면 '경쟁자'의 밈이 희생되는 것은 틀림없다.
p. 373
오히려 의식을 잦지 않은 밈들이, 성공한 유전자가 나타내는 준 잔인성이라는 성질을 가진 덕분에 스스로의 생존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가설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p. 374
밈의 성공은 사람들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전하기 위해서 얼마 만큼의 시간을 사용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정하자 그 밈을 전달하려는 것 이외에 사용된 모든 시간은 그 밈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 낭비에 불과할 것이다.
p. 375~6
우리가 사후에 남길 수 있는 것은 유전자와 밈 두 가지다. <중략> 그러나 만일 우리가 세계 문화에 무언가 기여할 수 있다면 예컨대 좋은 아이디어를 내거나 음악을 작곡하거나 점화 플러그를 발명하거나 시를 쓰거나 하면, 그것들은 우리의 유전작 공통의 유전자 풀 속에 용해되어 버린 후에도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과연 하나라도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소크라테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코페르니쿠스, 마르코니의 밈 복합체는 아직 건재하지 않은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은 어떤 문화적 특성이 단지 그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진화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p. 376
일단 유전자가 재빠른 모방 능력을 가진 뇌를 그 생존 기계에서 만들어 주면, 밈은 자동적으로 세력을 얻을 것이다. 모방이 유전자에게 이득을 준다고 가정할 필요조차 없다. 만약 그렇다면 확실히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뇌가 모방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뿐이다. 그러기만 하면 밈은 그 능력을 십분 이용하면서 진화해 나갈 것이다.
p. 377
인간에게는 의식적인 선견지명이라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이기적 존재인 유전자는 선견 능력이 없다. 이들은 의식이 없는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다. 이들이 진화를 거쳐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성질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자든 밈이든 단순한 자기 복제자는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결국에는 이롭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인 능력은 있다.
p. 378
우리는 비둘기 파의 공동행위에 가담하는 것이 장지적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으며 이 공동행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논의할 능력이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p. 378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p. 382
이기적 유전자론의 한가운데에서 모종의 불안감이 회오리친다. 이것은 가장 근본적인 생명의 매개체가 몸인지, 아니면 유전자인지에 대해 우리가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p. 397
지금까지 우리는 승리하는 전략에 두 가지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마음씨 좋음'과 '관대'다. 유토피아에서나 나올 법한, 마음씨 좋고 관대하면 이득이 된다는 이 결론은 너무 잔꾀를 부려 미묘하게 못된 전략을 제출한 전문가들에게는 놀라운 것이었다. 마음씨 좋게 행동해야 이득이 있다는 걸 수학적으로 밝혀냈다.
p. 415
우리 자신의 유전자들이 서로 협력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로의 같은 출구 -알이나 정자- 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인간과 같은 한 개의 생물체에 들어 있는 어떤 유전자도 만일 정자 또는 난자라고 하는 재래의 경로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을 퍼뜨리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택하여 협력을 덜하게 될 것이다.
p. 418
정통적인 염색체 유전자와 성교에 의해 전해지는 바이러스는 자기들의 숙주가 성교하는 것을 바란다는 점에서 서로가 일치한다. 양쪽 모두 숙주가 성적 매력을 갖기를 바랄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흥미롭다. 더욱이 정통적인 염색체 유전자와 숙주의 알 속에 들어가 전해지는 바이러스는 숙주가 단순히 구애에 성공할 뿐만 아니라, 성실한 자식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부모와 조부모가 되는 것까지를 포함해 인생의 모든 자세한 측면에서 성공할 것을 바라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할 것이다.
p. 421
그 양어머니의 신경계는 마치 그것이 무력한 마약 중독 환자인양, 마치 그 뻐꾸기 새끼가 양모의 뇌에 전극을 꽂는 과학자나 되는 듯한 상황 하에서 불가항력적으로 통제당하고 있는 것이다.
p. 428
운반자 그 자신은 스스로를 복제하지 못한다. 운반자는 자기를 구성하는 자기 복제자들을 증식하도록 작용한다. 자기 복제자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또한 세계를 지각하지도 못하며 먹이를 잡거나 또는 포식자로부터 도망치지도 않는다. 자기 복제자는 그와 같은 모든 것을 하는 운반자를 만든다.
유전자와 생물 개체는 다윈의 드라마에서 같은 주역의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가 아니다. 양자는 서로 다르고 보완적이며, 많은 점에서 똑같이 중요한 역할, 즉 자기 복제자라는 역할과 운반자라는 역할을 배당받는다.
p. 429
우리는 지금 개체와 개체군은 이 드라마에서 운반자의 역할을 놓고 다투는 진짜 경쟁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것도 자기 복제자라는 역할에서는 '후보자'조차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개체 선택'과 '그룹 선택' 사이의 논쟁은 대립되는 운반자 간의 진짜 논쟁이다. 개체 선택과 유전자 선택 사이의 논쟁은 결코 논쟁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유전자와 생물 개체는 이 이야기에서 서로 다룬 상호 보완적인 역할, 즉 자기 복제자와 운반자라는 역할의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p. 432 : 유전자냐 개체냐
표현형(Phenotype)이라는 용어는 하나의 유전자가 신체로 발현되는 것, 즉 배 발생 과정을 통해 유전자가 그 대립 유전자에 비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말할 때 쓰인다. 특정 유전자 몇 개의 표현형은, 예를 들면 녹색의 눈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유전자는, 예를 들어 녹색의 눈과 고불거리는 머리카락처럼 둘 이상의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 자연선택이 어떤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은 유전자 그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그 결과, 즉 그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p. 437 : 생물 개체와 확장된 표현형
우리는 생물 개체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낡은 태도를 우리의 생각에서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를 회피하는 셈이 된다. 우리의 생각을 정화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도구는 내가 '확장된 표현형'이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이제 이 확장된 표현형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하나의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 그 유전자가 들어앉아 있는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종래의 정의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어떤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을 그것이 전 세계에 미치는 모든 효과로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p. 444
어떤 자기 복제자가 이 세상에서 성공할 것인지의 여부는 그 세계가 어떤 세계인가에 달려 있다. 이런 조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자기 복제자와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일 것이다. 영국인과 독일인 조정 선수의 예와 마찬가지로 서로가 이익을 주고받는 자기 복제자끼리는 서로의 존재하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우리 지구상의 생물 진화의 어떤 시점에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자기 복제자끼리의 그와 같은 집결이 개체적 운반자의 창조라는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병목형 생활사를 가진 운반자가 번영했고 그것은 보다 더 개체적 유전자다운 것이 됐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실제적으로 중요하지만, 필연이라 하기에는 이론상 불충분한 사실을 하나 추가해 두자. 그것은 이들 인과의 화살이 뭉쳐져 왔다는 사실이다. 이미 자기 복제자는 바닷속에 제멋대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거대한 군체 (개체의 몸) 속에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표현형 효과의 결과는 세계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의 경우 그 동일 개체에 응결해 왔다. 그러나 이 지구에서는 그렇게도 낯익은 그 개체가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주의 어떤 장소이든 생명이 발생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p. 462 : 확장된 표현형의 중심 정리
자연선택은 자신이 잘 증식할 수 있도록 세상을 조종하는 유전자를 선호한다. 이로부터 내가 '확장된 표현형의 중심 정리'라고 하는 것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즉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동물의 행동'에 대해 썼지만 이 정리는 색깔, 크기, 형상 등 어떤 것에나 적용될 수 있다.
p. 463 : 유전자냐 개체냐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자기 복제자'와 '운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자연선택의 근본적인 단위로 생존에 성공 또는 실패하는 기본적인 것, 그리고 때때로 무작위적인 돌연변이를 수반하면서 동일한 사본의 계보를 형성하는 기본 단위를 자기 복제자라고 한다. DNA 분자는 자기 복제자다. 자기 복제자는 앞으로 우리가 살펴보겠지만 어떠한 이유로 거대한 공동체적 생존 기계, 즉 운반자 속에 모인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운반자는 우리 자신과 같은 개체의 몸이다. 따라서 몸은 자기 복제자가 아니다. 몸은 운반자이다. 지금까지 잘못 이해되어 왔기 때문에 나는 이 점을 특히 강조하는 것이다. 운반자 자신은 스스로를 복제하지 못한다. 운반자는 자기를 구성하는 자기 복제자들을 퍼뜨리기 위해 일한다. 자기 복제자는 행동하지 않는다. 또한 세상을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며 먹이를 잡거나 포식자로부터 도망치지도 못한다. 자기 복제자는 이와 같은 모든 것을 하는 운반자를 만든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생물학자는 운반자의 수준에서 생각하는 것이 편리하다. 그러나 생물학자가 자기 복제자 수준에서 생각하는 것이 편리할 때도 있을 것이다. 유전자와 개체는 다윈주의의 드라마에서 같은 역할을 노리는 경쟁자가 아니다. 둘은 서로 다르고 보완적이며, 많은 점에서 동등하게 중요한 역할, 즉 자기 복제자라는 역할과 운반자라는 역할을 수행한다.
p. 467 : 유전자는 왜 집단을 형성했는가?
나는 이 문제를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유전자는 왜 세포 속에 모이게 되었는가? 세포는 왜 모여서 다세포 생물체를 만들게 되었는가? 그리고 생물체는 왜 내가 '병목형'이라고 부르는 형태의 생활사를 갖게 되었는가?
첫 번째, 유전자들은 왜 세포 속에 모이게 되었는가? 왜 태고의 자기 복제자는 원시 수프 속에서 누렸던 자유를 버리고 거대한 군체에서 살기로 했는가? 왜 그들은 협력하는가? 오늘날의 DNA 분자가 살아 있는 화학 공장인 세포 속에서 어떻게 협력하는가를 살펴보면 우리는 답의 일부를 이해할 수 있다. DNA 분자는 단백질을 만든다. 단백질은 효소로서 특정 화학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하나의 화학 반응은 쓸모 있는 최종 산물을 합성하기에는 충분치 않을 때가 있다. 인간의 제약 공장에서 쓸모 있는 화학 물질 하나를 합성하려면 생산라인이 필요하다.
p. 470 : 세포의 무리
왜 세포는 무리를 이루는가, 왜 덜거덕거리며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어 내게 되었는가? 이것이 우리의 두 번재 질문이며, 이 질문 또한 협력에 관한 것이다.
세포가 무리를 짓는 것의 이점은 몸 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무리 내의 세포는 특수화되어 각각의 임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특수화된 세포는 무리 내의 다른 세포들을 위해 봉사하기도 하고 다른 전문 세포들이 효율적으로 일함에 따라 이익도 얻는다. 세포가 많이 있으면 어떤 세포는 먹이를 발견하는 감지기로, 다른 세포는 메시지를 전하는 신경으로서, 또 다른 세포는 먹이를 마비시키는 자세포로, 촉수를 움직여 먹이를 잡는 근육 세포로, 먹이를 분해하는 분비 세포로, 그 소화된 액을 흡수하는 세포로 특수화될 수 있다.
병목형 생활사 :
생물체의 몸은 왜 '병목형' 생활사를 갖게 되는 것일까? 이것이 나의 세 번째 의문이다. 도대체 '병목'이란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코끼리 한 마리의 몸에 얼마나 많은 세포가 있는가에 상관없이 코끼리 한 마리는 단일 세포인 수정란에서 시작했다. 이 수정란이 좁은 병목이며, 이것이 배 발생 과정을 통해 몇조 개의 세포로 불어나서 한 마리의 코끼리가 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종류의 특수화된 세포가 성체 코끼리가 달리는, 상상도 못 할 만치 복잡한 일에 협조하든지 간에, 이들 모든 세포의 노력은 오직 하나의 세포(정자나 난자)의 생산이라는 최종 목표를 위한 것이다. 코끼리는 단일 세포, 즉 수정란이 그 시작일 뿐만 아니라, 그 목표 또는 최종 산물도 다음 세대의 수정란이라는 단일 세포들의 생산이다. 크고 육중한 코끼리의 생활사는 병목으로 시작해 병목으로 끝난다.
p. 473
'칼에서 쟁기로'라는 방식의 직접 변환이 초래하는 변화의 양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정말 급격한 변화는 '제도판으로 돌아와서' 이전의 설계를 버리고 새로이 출발해야만 얻을 수 있다. 설계 기사가 제도판으로 돌아와서 새로 설계를 시작할 때 반드시 이전 설계의 아이디어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문자 그대로 오래된 물건을 새것으로 변형시키려 하지는 않는다. 오래된 물건은 혼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칼을 두들겨 쟁기로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프로펠러 엔진을 '두들겨' 제트 엔진으로 바꾸려 해 보라.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프로펠러 엔진을 폐기하고 제도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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