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일 전쯤 두 권의 책을 놓고 고민을 했다. 구입하기를 고민한 책은 '이기적 유전자'와 '노화의 종말' 두 권의 책이었다. 결국 이기적 유전자를 주문하고 기다리던 중 우연히 회사 도서실에 대여를 기다리는 노화의 종말 책을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의 노화의 종말은 구입 후 배송 대기 중이던 이기적 유전자를 대신해서 읽었는데, 완전 대만족이다.
지난 스물두 살 때 병원에 한 달 정도 입원해 있던 중 읽었던 '뇌내 혁명' 이후에 내가 읽은 최고의 의학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여러 군데에 저자의 강력한 주장이 녹아 있음을 확인했다.
참고로 유튜브에 여러 리뷰가 있는데, 주요 내용에 대해 찬반 논란이 다소 있는 것 같다. 이 때는 직접 읽어 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한 유튜버의 의견 때문에 두 책 중에 고민하다 '이기적 유전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유튜버의 편견에 하마터면 좋은 책을 놓칠 뻔한 것이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4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태초의 생명체가 끔찍한 지구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추었던, 그리하여 진화 과정에서 오늘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에게 발전된 판본으로 유전되어 온 ‘생존 회로’가 노화의 유일한 근본 원인임을 밝혀낸다.
'삶이란 죽음을 성찰할 때 그 깊은 의미를 비로소 찾을 수 있는 것. '
p. 21
할머니는 여섯 살이 가장 좋은 나이라고 말씀하시며, 그 나이 또래 아이 같은 활기와 경이감을 간직한 채 살고자 최선을 다했다. 할머니는 라디오에서 어떤 음악이 나오든 간에 흥겹게 어깨춤을 추었다. 할머니는 내게 젊음을 즐기라고, 젊다는 느낌을 만끽하라고 밀했다. 어른들은 늘 모든 것을 망친다고 했다. 절대 어른이 되지 마.
친구들이나 식구들과 포도주를 마시고, 좋은 음식을 먹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난하고 아프고 불운한 사람들을 돕고,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척하고, 밤늦게까지 웃고 떠들며 지냈다. 어느 누구의 기준으로 보든 "잘 살아온 인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p. 25
“모든 죽음은 폭력적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잠자다가 조용히 생애를 마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 보고 싶어 하지만, 그런 상상과 달리 자연사 같은 것은 결코 없다. 나는 그런 것이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p. 27
자신의 죽음을 깊이 생각하려면 더욱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카르페, 카르페 디엠. 소년들이여, 현재에 충실해, 자신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 인류에게 최선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자신의 젊음을 붙잡아라. 할 수 있는 한 꽉 붙들어라. 그것을 위해 싸우고, 또 싸워라. 결코 싸움을 멈추지 마라.
p. 29
50대에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자 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이유를 단 하나도 찾아낼 수 없다면? 60대에 족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하는 대신 새롭게 족적을 찍기 시작한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며, 무슨 일이든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p. 31
나는 무언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는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지 못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호기심, 집중, 열정, 지속 등이 성공의 요인이며, 이외에도 많은 덕성들이 쌓이고 쌓인 긴 세월이 뒷받침돼야 한다.)
p. 33
나는 왼쪽으로 돌았다가 다음에는 오른쪽으로 돌았다가 하면서 탐구를 계속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했다. 그러나 끈기 있게 버텼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많은 지류를 보았다. 그리고 수원일 수 있는 것 또한 발견했다.
p. 42~43
그러나 이 세계는 변하려 하고 있다. 좀 큰 섬 중 하나를 만든 따뜻한 열수 분출구들 옆에 물 웅덩이가 고여 있다. 유기 분자들이 섬 표면을 온통 뒤덮고 있다. 운석이나 혜성에 실려 온 것들이다. 메마른 화산암을 덮고 있는 이 분자들은 그냥 분자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들이 따뜻한 물 웅덩이에 녹으면 웅덩이 가장자리에서 녹았다가 말라붙었다가 하면서 특수한 화학적 과정이 진행된다. 핵산이 농축되면서 중합체를 형성한다. 바닷가 물 웅덩이가 증발할 때 소금 결정이 생기는 것과 비슥하다. 이 중합체는 세계 최초의 RNA(리보핵산) 분자다. DNA(데옥시리보핵산)의 선구물질이다. 웅덩이에 다시 물이 찰 때 이 원시적인 유전 물질은 지방산에 감싸이면서 일종의 미세한 비눗방울이 된다. 이 비눗방울은 최초의 세포막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마 일주일쯤 뒤 이 얕은 연못은 짧은 핵산 가닥들이 들어 있는 미세한 전구세포 수조 개로 뒤덮이면서 노란 거품에 뒤덮인 양 보인다. 이 핵산 가닥을 오늘날 우리는 유전자라고 부른다.
이 원시 세포들은 대부분 재순환되지만 일부는 살아남아서 원시적인 대사 경로를 갖추기 시작한다. 이윽고 RNA의 복제가 시작된다. 그때가 바로 생명의 기원 시점이다.
가장 적은 양의 양분과 습기라도 얻으려고 애쓰면서 서로 경쟁하며, 번식하라는 원초적인 요구에 답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고있는 이 죽어 가는 세포들의 덩어리 안에는 독특한 종이 하나 있다. "마그나 수페르스테스" "위대한 생존자"라는 뜻이다.
p. 44
A는 환경이 안 좋을 때 번식을 멈추게 하는 일종의 관리자다.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초기의 행성은 환경이 나쁠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이 회로에는 유전자 B도 있다. B는 “침묵시키는” 단백질을 만든다. 이 침묵 단백질은 상황이 좋을 때 유전자 A에 달라붙어서 그 유전자를 끈다. 그러면 세포는 자신을 복제할 수 있다. 즉 자신과 자손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을 때만 번식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마그나 수페르스테스의 독특한 점은 침묵 유전자 B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기능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DNA의 수선을 돕는 일이다. 세포의 DNA가 끊기면 유전자 B가 만드는 침묵 단백질은 DNA 수선을 돕기 위해 원래 결합되어 있던 유전자 A를 떠난다. 이 단백질이 떨어지면 유전자 A는 활동을 시작한다. 그 결과 DNA 수선이 다 끝날 때까지 모든 생식과 번식 활동은 일시적으로 멈춘다.
이 체계는 이치에 맞는다. DNA가 끊겼을 때 생식과 번식은 생물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예를 들어 훗날 생길 다세포 생물에서 끊긴 DNA를 수선할 때 분열을 멈추지 않는 세포는 유전 물질을 잃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세포는 분열을 하기 전에 염색체들의 특정 지점을 양쪽으로 잡아당겨서 DNA부터 서로 나누기 때문이다. 이때 DNA가 끊겨 있다면 한쪽 염색체는 일부를 잃게 되고 끊긴 나머지 부위는 다른 염색체에 달라붙은 채로 반대편으로 끌려갈 것이다. 그런 상태로 분열되어 나온 세포는 죽거나 제멋대로 증식해 종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그나 수페르스테스는 DNA를 수선하는 이 새로운 유형의 침묵 유전자를 지님으로써 또 한 가지 유리한 입장에 놓인다. DNA가 손상되면 숨죽이고 있다가 수선된 뒤에 다시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은 생존에 매우 유리하다.
멀리서 태양 폭발로 생긴 강력한 우주선이 행성으로 쏟아지면서 죽어 가는 호수에 있는 모든 미생물의 DNA를 조각낸다. 이 미생물들 대다수는 유전체(게놈)의 곳곳이 끊긴 상태지만 그대로 번식했다가는 죽는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아무 일 없었다는 양 분열을 한다. 그러면 두 딸세포들에 DNA가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음으로써 양쪽 다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그러니 분열은 헛수고일 뿐이다. 세포들은 모두 죽어서 사라진다.
즉 마그나 수페르스테스만 빼고 말이다. 우주선이 대재앙을 일으키고 있을 때 마그나 수페르스테스는 색다른 일을 한다. 단백질 B가 DNA 수선을 돕기 위해 유전자 A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그 덕분에 유전자 A가 켜지면서 세포는 하고 있던 거의 모든 일을 멈추고 부족한 에너지를 끊긴 DNA를 수선하는 쪽으로 돌린다. 마그나 수페르스테스는 번식하라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명령에 반항함으로써 살아남는다.
건기가 끝나고 호수에 다시 물이 찰 때 마그나 수페르스테스는 깨어난다. 이제는 번식할 수 있다. 계속해서 번식한다. 계속 불어난다. 이제 새로운 환경으로도 진출한다. 그러면서 진화를 계속한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자손을 낳는다.
p. 46
우리 유전자에 들어 있는 화석 기록을 조사해 보면, 이 행성을 우리와 공유하는 모든 생물이 다소 동일한 기본 형태로 이 고대의 유전적 “생존 회로”를 여전히 지니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 회로는 모든 식물에 들어 있다. 모든 곰팡이에 들어 있다. 모든 동물에 들어 있다. 우리에게도 들어 있다.
p. 51
지난 10년 사이에 이루어진 가장 유망한 돌파구 중 하나는 면역 억제 요법, 줄여서 “면역요법”이다. 면역세포인 T세포는 우리 몸속을 계속 순찰하면서 악성 세포를 찾아내어 종양으로 발전하기 전에 죽인다. T세포가 없다면 우리 모두는 20대에 암에 걸릴 것이다. 반면에 악성 암세포는 암을 색출하는 T세포를 속이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최신 면역요법들은 암세포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다. 암세포가 쓰고 있는 투명 망토를 벗겨 냄으로써 T세포가 인식해 죽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가장 치명적인 암에 속했던 뇌로 전이된 악성 흑색종은 BRAF 억제제와 면역요법의 결합 덕분에 생존율이 2011년 이래로 91퍼센트 증가했다. 1991~2016년에 미국에서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27퍼센트가 줄었으며 계속 떨어지고 있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한 승리다.
p. 53
그들은 수명 문제를 논의할 때 개체가 자기 보전을 추구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보았다. 개체는 이기적 유전자가 추진하는 대로 가능한 한 일찍부터 그리고 가능한 한 오래 번식을 하고자 애쓴다. 그렇게 하다가 죽지 않은 한 그런다.
우리 유전자가 죽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왜 영원히 살지 못하는 것일까? 세 생물학자는 자연선택의 힘이 우리가 18세일 때는 강인하고 튼튼한 몸을 만들 것을 요구하지만, 그 몸이 일단 40세에 다다르면 이기적 유전자가 자신의 생존이 충분히 확보될 만큼 유전자를 복제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몸이 어찌 되든 간에 개의치 않는다고 보았다. 그 결과 몸이 급속히 쇠약해져서 노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이윽고 우리 몸이 받는 자연선택의 힘은 0에 다다른다. 유전자는 계속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맞버팀 다면 발현”
우리가 젊을 때 번식에 도움을 주는 유전자는 나이 든 뒤에는 도움이 덜 될 뿐 아니라, 우리가 늙으면 사실상 거꾸로 유리 자신을 해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토머스 커크우드 : 우리가 왜 늙는가? 생물의 가용 자원이라는 관점
“일회용 체세포 가설”이라는 이 개념은 에너지, 양분, 물 등 종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
언제나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토대를 둔다. 그래서 종들은 전혀 다른 두 생활방식 사이의 어딘가에 놓이는 쪽으로 진화한다. 빨리 번식하고 일찍 죽거나, 늦게 번식하면서 체세포 즉 몸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커크우드는 생물이 빨리 번식하는 동시에 튼튼하고 건강한 몸을 오래 유지할 수는 없다고 추론했다. 양쪽을 다 할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생명의 역사에서 빨리 성장하면서 오래 살기를 도모하게 만드는 돌연변이를 지닌 생물 계통은 곧 자원을 다 소비할 것이고, 따라서 유전자 풀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p. 55
당신이 맹금류에게 잡힐 가능성이 높은 작은 설치류라고 하자. 잡혀 죽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당신은 유전 물질을 재빨리 후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당신의 부모와 조부모도 그렇게 했다. 더 오래 사는 몸을 제공했을 유전자 조합은 당신 종에서는 퍼지지 않았다. 당신 조상들이 포식자를 장기간 피해 다닐 수 없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거꾸로 당신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맹금류라고 하자. 그러면 당신의 유전자-사실은 당신 조상들의 유전자-는 수십 년 동안 번식할 수 있는 튼튼하고 더 오래 유지되는 몸을 만들 때 혜택을 본다. 그 대신에 한 해에 새끼를 2마리 이상 기를 여유는 없다.
또 아메리카의 녹색 아놀 도마뱀이 수십 년 전에 포식자가 없는 일본의 외딴섬들로 들어와서는 수명이 더 길어지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유도 아주 잘 설명해 준다.
즉 생물의 몸이 이기적 유전자를 후대로 전달하는 일을 완벽하게 잘 해내는 세계에서는 자연선택이 불멸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개체는 영원히 살지 못한다. 모든 종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에 가용 자원을 번식이나 수명 중 어느 한쪽에 할당하도록 진화해 왔다. 양쪽에 다 투자할 수는 없다. 마그나 수페르스테스가 바로 그러했으며, 그 뒤로 이 행성에서 산 모든 종들은 다 그러했다.
한 종만 빼고, 바로 ‘호모 사피엔스’다.
p. 57
노화를 근본적인 수준에서 설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알려진 모든 물리 법칙과 화학 법칙을 충족시키고, 수세기에 걸친 생물학적 관찰들에 들어맞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분자 크기와 모래알 크기 사이의 가장 덜 이해된 세계를 파악하고 지금까지 존재했던 가장 단순한 생물과 가장 복잡한 생물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p. 58
1950~1960년대에는 과학자와 대중 양쪽 모두 돌연변이 축적이 노화를 일으킨다는 개념을 받아들였다. 인간의 DNA에 방사선이 미치는 효과가 많은 이들의 마음에 새겨진 시대였다. 그러나 비록 방사선이 우리 세포에 온갖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아주 확실하긴 해도 방사선은 노화 때 우리가 관찰하는 징후와 증상의 일부만을 일으킨다. 따라서 보편적인 이론 역할을 할 수 없다.
“오류 파국 가설”
DNA 복제 과정에서 일어나는 오류가 유전자(DNA를 복제하는 단백질 장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자들을 포함해)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고 추정하는 가설이었다. 그러면 복제 과정이 점점 교란되고 복제가 점점 부정확하게 일어나다가 마침내 유전체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노화의 자유 라디칼 이론”
노화가 세포 내에 돌아다니는 짝짓지 않은 전자 때문에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이 짝짓지 않은 전자, 즉 자유 라디칼(주로 활성산소를 가리킨다)은 산화를 일으켜서 DNA를 손상시킨다. 특히 미드콘드리아의 DNA를 망가뜨린다. 자유 라디칼이 가장 많이 생기는 곳이 미토콘드리아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을 먹어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건강 효과가 항산화제 자체의 활성 때문이 아니라, 몸에서 자유 라디칼을 제거하는 효소의 생산을 자극하는 등 노화를 억제하는 몸의 자연적인 방어 체계를 자극함으로써 나타나는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밝혀내 왔다.
자유 라디칼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그 점은 분명하다.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 세포와 노인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에는 특히 돌연변이가 많다. 미토콘드리아의 쇠약은 분명히 노화의 한 징표며 이는 신체 기관의 기능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돌연변이, 특히 세포핵 유전체의 돌연변이가 노화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약 10년 동안 생쥐를 대상으로 자유 라디칼이 일으키는 손상이나 돌연변이 증가가 노화로 이어지는지 조사했다. 아니었다. 늙은 생쥐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회복시키는 일이 놀라울 만치 간단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적어도 말년이 되기 전까지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가 노화에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간 세포의 클론을 만드는 법
클로닝은 돌연변이가 노화를 일으키는지 여부에 관한 답을 제공한다. 늙은 세포가 정말로 중요한 유전 정보를 잃고 그럼으로써 노화를 일으킨다면 늙은 개체로부터 새로운 동물을 복제할 수 없어야 한다. 클론이 늙은 채로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p. 61
복제된 동물이 이미 나이가 많다는 것은 오해다.
폭넓게 이루어진 분석 결과들은 돌리가 조기 노화를 겪은 징후가 전혀 없었음을 보여 준다. 반면에 복제되었을 때 정상적으로 건강한 수명을 산다는 것이 입증된 동물 종은 염소, 양, 생쥐, 소 등 죽 이어진다.
새포 핵 이식을 통한 복제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노화가 세포핵 DNA의 돌연변이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매우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몸에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세포들이 있고 그런 세포들이 클론이 되는 것일 가능성도 물론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오래된 동물이 새로운 건강한 동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유전 정보를 지니고 있으며 돌연변이가 노화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간명한 설명이다.
p. 62 : 과학 혁명의 구조
과학적 발견이란 결코 완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즉 예측 가능한 진화 단계들을 거쳐 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어떤 이론이 세계에 관해 이전까지 설명할 수 없었던 관찰을 설명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이론은 과학자들이 더욱 많은 발견을 하는 데 쓸 도구가 된다.
그러나 새로운 발견은 필연적으로 그 이론이 완전히 답할 수 없는 새로운 질문들로 이어지고 그런 질문들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질문들을 낳는다. 곧 그 모형은 위기 모드로 들어서고 과학자들이 그 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고자 가능한 한 살짝만 모형을 수정할 방법을 찾으면서 표류하기 시작한다.
위기 모드는 과학에서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는 시간이지만 겁쟁이를 위한 시간은 아니다. 기존 세대의 견해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커지면서 기존 주장에 대한 저항이 갈수록 거세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윽고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면서 이 혼란은 사라진다. 이전 모형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 모형이 출현하면서다.
p. 63
노화와 그에 수반되는 질병들은 노화의 여러 “징표”들의 산물이다.
∙DNA 손상으로 생기는 유전적 불안정성
∙염색체를 보호하는 끝부분인 텔로미어의 마모
∙어느 유전자가 켜지고 꺼질지를 조절하는 후성유전체의 변화
∙단백질 항상성이라는 단백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능력의 상실
∙대사 변화로 생기는 영양소 감지 능력의 혼란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건강한 세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좀비 같은 노화세포의 축적
∙줄기세포의 소진
∙세포 내 의사소통의 변형과 염증 분자의 생성
p. 64
줄기세포는 다른 많은 종류의 세포로 발달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소진되지 않게 유지할 수 있다면 이 미분화 세포는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고 모든 질병에 맞서 싸우는데 필요한 모든 분화한 세포들을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다.
p. 66
과학은 빨리 발전하며 지금은 더욱더 빨리 발전하는 중이다. 수세기에 걸친 지식의 축적, 매일 수만 가지의 약물 후보를 분석하는 로봇, 하루에 수백만 개의 염기 서열을 읽는 장치, 겨우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속도로 수조 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터 성능 덕분이다. 그래서 수십 년에 걸쳐서 조금씩 깨뜨려 왔던 노화의 이론들을 이제는 더 쉽게 검증하고 논박할 수 있다.
p. 68
DNA는 디지털이므로 정보를 저장하고 복제하는 믿을 만한 방법이다. 사실 원리상 컴퓨터 기억 장치나 DVD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정확하게 되풀이해 복제할 수 있다.
또 DNA는 튼튼하다. 처음 연구실에서 일할 때 나는 이 “생명의 분자”가 끓는 물에서 몇 시간 동안 견딜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최소 4만년 된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추출할 수 있다는 데 전율을 느꼈다. 이런 디지털 저장의 장점은 왜 핵산 사슬이 40억 년 동안 생물학적 정보 저장의 주된 분자로 쓰였는지를 설명해 준다.
p. 69~70
유전 정보가 DNA에 저장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후성유전 정보는 염색질(DNA와 단백질로 구성된 복합체)이라는 구조에 저장된다. 세포의 DNA는 헝클어진 채로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히스톤이라는 작은 공 모양의 단백질을 칭칭 감싸고 있다. 히스톤을 저절로 둘둘 감싸면서 구슬을 줄줄이 꿴 실과 비슷한 모양이 된다. 다 쓴 정원 호스가 구불구불 말려 있는 것과 비슷하다. 염색체의 양끝을 잡고 쭉 잡아당기면 히스톤 단백질들이 죽 박혀있는 길이 1.8미터의 끈이 될 것이다. DNA의 한쪽 끝을 전원 콘센트에 끼워서 히스톤 단백질의 불빛을 깜박이게 할 수 있다면 세포 몇 개만으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전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후성유전 정보는 하나의 수정란에서 260억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신생아가 되기까지 발생 과정을 조율하고,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들이 우리 몸에서 수천 가지 세포로 분화할 수 있도록 한다.
유전체가 컴퓨터라면 후성유전체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새로 분열된 세포가 어떤 종류의 세포롤 발달할지 지시하고, 뇌의 뉴런과 특정한 면역세포처럼 한 종류의 세포가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해 준다.
원시 지구의 따뜻한 연못에서 디지털 화학 시스템은 유전 정보를 장기간 저장하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환경 조건을 기록하고 거기에 반응하는 데 필요한 정보 또한 저장해야 했는데 그런 정보는 아날로그 형식으로 저장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 일에는 아날로그 정보가 더 낫다. 세포 안팎의 환경이 필요로 할 때마다 비교적 쉽게 꺼내고 저장하고 수정할 수 있으며, 거의 무한히 많은 가능한 값들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에 결코 접한 적이 없는 조건들에도 반응할 수 있다.
디지털과 달리 아날로그 정보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질된다. 자기장, 중력, 우주선, 산소가 공모해 퇴락시킨다. 게다가 그 정보는 복제될 때 잃게 된다.
p. 72-73 : 1장 원시 생물 만세
'노화의 정보 이론'은 우리가 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원시적인 생존 회로에서 출발한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 회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해 왔다. 예를 들어 포유류는 마그나 수페르스테스에게서 처음 출현한 것과 같은 생존 회로를 구성하는 유전자를 2개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우리 유전체에서 그런 유전자를 22개 이상 찾아냈다. 내 동료들 대부분은 이것들을 '장수 유전자longevity gene'라고 부른다. 많은 생물에서 이것들이 평균수명과 최대 수명을 늘릴 수 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유전자들은 삶을 더 늘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것들은 '활력 유전자vitality gene'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유전자들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운동을 하고, 하루 중 몇 시인지를 지켜보고 그에 따라 반응하면서 혈액으로 단백질과 화학물질을 분비함으로써, 세포들 사이에 그리고 기관들 사이에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일종의 몸속 감시망을 형성한다.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갈 때면 가만히 숨죽이고 있으라고 알려 주고, 상황이 나아지면 빨리 성장해 번식하라고 말해 준다.
현재 우리는 이런 유전자들을 알고 있으며 그중에는 어떤 일을 하는지 밝혀진 유전자가 많다. 그러므로 과학적 발견을 통해 이런 유전자들을 탐사하고 이용할 기회가 있다. 또 이것들이 어떤 잠재력을 지녔는지를 상상해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분자들을 자연적인 방식과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용하고, 단순하거나 복잡한 기술을 이용하고, 새로운 지혜와 기존 지혜를 활용함으로써 우리는 이런 유전자들을 파악하고,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 보고, 아예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내가 연구하고 있는 장수 유전자는 '서투인sirtuin'(시르투인)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효모에서 처음 발견된 SIR2 유전자의 이름을 땄다. 포유류는 서투인 유전자가 SIRT1에서 SIRT7까지 7개가 있으며, 서투인 단백질은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내가 연구를 시작할 당시 서투인은 과학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현재 이 유전자 집단은 의학 연구와 약물 개발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p. 72 : “장수유전자” “활력 유전자”
이 유전자들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운동을 하고, 하루 중 몇 시인지를 지켜보고 그에 따라 반응하면서 혈액으로 단백질과 화학물질을 분비함으로써, 세포들 사이에 그리고 기관들 사이에 서로 의사소통을 일종의 몸속 감시망을 형성한다.
p. 74
효모가 출현한 이래로 수십억 년 동안 진화한 끝에 이 유전자들은 지금 우리의 건강, 적응성, 생존 자체를 맡고 있다. 또 이들은 “NAD”(니코틴아마이드 아데닌 다이뉴클레오타이드)라는 분자를 이용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NAD는 줄어들며, 그에 따른 서투인 활성 감소가 젊을 때는 없던 질병들이 늙으면 나타나는 주된 이유라고 여겨진다.
서투인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번식 대신에 수선에 치중하기 위해 몸에 “허리띠를 조이고” 당뇨병과 심장병, 알츠하이머병과 골다공증, 심지어 암까지 포함한 노화의 주요 질병들에 맞서서 몸을 지키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중상경화증, 대사장애, 궤양대장염, 관절염, 천식 같은 질병을 악화시키는 만성적인 과잉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또 세포의 죽음을 예방하고 세포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의 활력을 높인다. 근육 소모증, 골다공증, 황반변성도 억제한다. 생쥐 연구에서 서투인을 활성화하면 DNA 수선이 더 잘 이루어지고, 기억력이 좋아지고, 운동 지구력이 향상되고, 얼마나 먹든 간에 살이 찌지 않도록 돕는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다.
p. 76
이 분해와 재활용 과정을 ‘자가포식’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털매머드를 잡는데 실패하고 단백질이 부족한 상태에서 살아남아야 했을 때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mTOR가 문을 닫아건 덕분이었다.
p. 77
바로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장수 유전자들을 활성화할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특정한 유형의 운동, 간헐적 단식, 저단백질 식단, 고온과 저온 노출 등이 그렇다. 이렇게 약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이나 세포가 반응해 활성을 띠는 현상을 “호르메시스”라고 한다. 호르메시스는 전반적으로 생물에게 좋다. 그 어떤 지속적인 손상도 일으키지 않으면서 이 현상을 유도할 수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호르메시스가 일어날 때는 모든 것이 좋다. 그리고 사실 단순히 좋은 차원을 넘어선다. 장수 유전자들이 활성화할 때 생기는 약간의 스트레스가 몸 방어 체계의 나머지 구성워너들에게 숨죽이고, 보존하고, 좀 더 오래 생존을 도모하라고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장수의 출발점이다.
군대와 공병대가 출동하지만 전쟁 같은 것은 없다. 이런 방법을 쓰면 우리는 알약 한 알로 운동과 간헐적 단식의 혜택을 모방할 수 있다.
p. 80~81
일부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부호화”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부위들에서도 아직 해독되지 않은 부위가 최대 10퍼센트에 달하며,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거기에 속한다고 추정한다. 2003년 이래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그 유명한 이중 나선 안에 지도에는 기입되지 않았지만 우리 삶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서열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검출하지 못하고 지나친 서열이 수천 군데는 된다. 처음에 유전자를 검출하기 위해 고안한 알고리듬이 염기쌍 300개 미만의 유전자는 무시하도록 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염기쌍이 21개에 불과한 유전자도 있으며, 현재 유전체 전체에서 그런 유전자가 수백 개 발견되고 있다.
p. 83
효모 세포가 암, 알츠하이며병, 희귀병, 노화에 관해 무언가 말해 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효모의 유전 연구로 받은 노벨 생리의학상이 5개라는 점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p. 86
효모의 노화 문제를 풀 수 없다면 사람의 노화 문제를 풀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말이다.
p. 87
노화를 이해하고 “살아 있게 해 주는 유전자”를 찾는 일을 평생의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p. 94
즉 후성유전체는 어느 유전자를 켜고 어느 유전자를 잠재우라고 세포에 알리는 제어 시스템과 세포 내 구조들을 총괄하는 용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제어하는 일은 우리 유전자보다 후성유전체가 훨씬 더 많이 떠맡고 있다.
이를 시각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우리 유전체를 그랜드 피아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각 유전자는 건반이다. 각 건반은 하나의 음을 낸다. 그리고 똑같이 연주한다고 해도 제작사, 재료, 제작 환경에 따라 각 건반이 내는 소리는 조금씩 다를 것이다. 이 건반 하나하나가 우리의 유전자다. 우리는 약 2만 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데 이보다 약 수천 개까지 더 많거나 적을 수 있다.
또 각 건반은 피아니시모(부드럽게) 또는 포르테(세게)로 연주할 수 있다. 테누토(길게) 또는 알레그로(빠르게)로 연주할 수도 있다. 거장은 각 건반을 수백 가지 방식으로 칠 수 있고, 여러 건반을 무수한 방식을 조합해 재즈, 래그타임, 록, 레게, 왈츠 등 우리가 아는 온갖 음악을 연주한다.
이런 다양한 연주를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바로 후성유전체다. 우리 DNA를 노출시키거나 단백질로 꽉 묶어서 포장하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유전자에 탄소와 산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메틸기와 아세틸기라는 화학적 꼬리표를 붙임으로써 후성유전체는 우리 유전체로 우리 삶이라는 음악을 연주한다.
p. 95
실험실에서 자란 설치류 아구티 쌍둥이는 임신기에 후성유전체가 엽산, 비타민 B12, 콩에서 추출한 제니스테인, 독소인 비스페놀 A 같은 물질에 영향을 받아서 유전자가 얼마나 활성을 띠느냐에 따라 털 색깔이 갈색이나 황금색을 띨 수 있다.
일란성쌍둥이 연구들은 유전자가 장수에 미치는 영향이 10~15퍼센트라고 본다. 즉 우리 DNA는 우리 운명이 아니다.
p. 96
“후성유전적 잡음”은 바로 이 같은 유형의 혼란을 일으킨다. 이 혼란은 대체로 DNA가 끊기는 일처럼 세포에 심한 손상이 일어남으로써 생긴다.
p. 98
DNA는 재조합되고 증폭되고 있었으며, 얼마나 꼬이고 비틀렸느냐에 따라 서던 블롯에서 검은 점과 흐릿한 원으로 보였다. 우리는 이런 고리들을 ERC(염색체의 원형 rDNA)라고 했다. 돌연변이체가 늙어 감에 따라 ERC들이 세포에 쌓이고 있었다.
p. 99
우리는 ERC를 아주 젊은 효모 세포에 집어넣는다면—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할 유전적 기법을 고안했다—ERC가 불어나면서 서투인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고, 그 효모 세포는 일찍 늙고, 불임이 되고, 일찍 죽을 것이라는 검증 가능한 예측을 내놓았다.
p. 100
효모에게서 불임과 노화의 최상위 근본 원인은 본질적으로 유전체의 불안정성이라는 가설 말이다.
젊음→끊긴 DNA→유전체 불안정→DNA 포장과 유전자 조절(후성유전체)의 교란→세포 정체성 상실→세포 노화→질병→죽음
“효모 세포가 알려 준 우리가 늙는 이유”
이런 원형 DNA는 재조합되면서 쌓여서 결국 늙은 세포에 독성을 일으킴으로써 세포를 죽인다. 원형 DNA가 늘어나고 유전체가 불안정해진 것을 알아차리면, Sir2는 유전체를 안정시키는 일을 돕기 위해 잠재우고 있던 교배형 유전자에게서 떠난다. 그러면 암수 교배형 유전자들이 한꺼번에 켜지면서 불임 상태가 된다. 이 불임 상태는 효모 노화의 주된 징표다.
p. 103
우리는 Sir2 효소가 인으로 옮겨가는 것이 DNA에 끊긴 부위가 많아지는 데 따른 반응이며, 그런 끊김이 ERC가 불어나 유전체에 다시 끼워지고 서로 합쳐져 더욱 큰 ERC를 이루면서 나타난다 것을 알았다. Sir2 단백질이 DNA 불안정에 맞서기 위해 움직이면서 부풀어 오른 늙은 효모 세포는 불임이 된다. 생존 회로 작동의 첫 단계였다.
우리는 효모에 폭발한 형태의 인을 지닌 유사 베르너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또 우리가 만들어 낸 베르너 증후군 돌연변이의 효모판인 SGSI 돌연변이체에 ERC가 더 빨리 쌓이면서 조기 노화와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보여 주었다. 중요한 점은 젊은 세포에 ERC를 집어넣으면 더 일찍 늙는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ERC가 단지 늙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늙게 하는 원인이라는 중요한 증거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p. 104
우리 포유류는 서투인 유전자를 7개 지니며, 이 유전자들은 효모의 단순한 SIR2 유전자가 할 수 있는 일 외에 다양한 기능을 갖추는 쪽으로 진화했다. SIRT2, SIRT4, SIRT5 3가지는 미토콘드리아에 들어 있으며 에너지 대사를 조절한다. SIRT2는 세포질을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세포 분열과 건강한 난자 생산을 조절한다.
p. 105
후성유전적 잡음이 인간 노화의 촉매일 수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했다.
나는 당분을 적게 먹인 효모 세포가 더 오래 살 뿐 아니라 그런 효모의 rDNA가 유달리 압축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 결과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ERC 축적, 파국 수준으로 많아지는 DNA 끊김, 인 폭발, 사망이 현저히 늦추어졌다.
p. 106 : 노화의 정보 이론
우리 DNA는 끊임없이 공격을 받는다. 평균적으로 우리 염색체 46개 각각은 세포가 DNA를 복제할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끊긴다. 하루 전체로 따지면 우리 몸에서 2조 번 넘게 끊기는 셈이다. 그리고 복제 때만 끊기는 것이 아니다. 자연 방사선, 환경의 화학물질, 병원의 엑스선 촬영과 CT(컴퓨터 단층촬영)에도 끊긴다.
생쥐 배아를 조작해 서투인 효소 7가지 중 하나인 SIRT1 단백질을 생산하지 못하게 만들면 배아가 발생 과정의 마지막 14일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생쥐 임신기 중 약 3분의 2가 사라졌다.
p. 107
유전공학적으로 SIRT6 단백질을 제거한 생쥐가 전형적인 노화의 징후들을 더 빨리 드러내면서 수명이 더 짧아진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연구진이 세포에서 이 핵심 단백질을 만들 능력을 없애자 그 세포는 이중 나선 DNA의 끊김을 수선할 능력을 잃었다. 우리가 1999년에 효모에서 보여 준 결과와 똑같았다.
서투인 유전자 SIRT1과 SIRT6의 사본을 더 넣으면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효모의 SIRT2 유전자 사본을 효모에 추가로 넣었을 때 일어난 일과 똑같이 생쥐의 건강이 좋아지고 수명이 늘어난다.
이 생존 회로가 포유류에게도 노화를 일으킬까? 이 체계 중에서 10억 년 동안 보존된 부위는 어디고, 효모 특유의 부위는 어느 것일까?
p. 108
서투인은 세포에 있는 수백 가지 단백질에서 아세틸기를 제거한다. 히스톤 단백질뿐 아니라 세포 분열, 세포 생존, DNA 수선 염증, 포도당 대사, 미토콘드리아 활동 등 다른 많은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들에 작용한다.
나는 서투인을 DNA 안정, DNA 수선, 세포 생존, 대사, 세포 간 의사소통, 등의 임무를 띤 다양한 특수 응급 팀을 파견하는, 종합 재난 대응 부대의 지휘관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p. 109
서투인이 평소에 우선적으로 하던 일을 떠나서 DNA 수선에 매진할 때는 본연의 후성유전적 기능은 얼마간 중단해야 한다. 서투인은 수선을 끝내면 집으로 되돌아가 평소에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한다. 즉 유전자를 제어하고 세포의 정체성과 최적 기능이 유지되도록 돕는다.
p. 110
지진이나 화산처럼 그렇게 많은 응급 상황을 우리 몸에 잇달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DNA 손상이다. 그렇다면 DNA 손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세월이다. 살면서 접하는 유해 화학물질, 방사선, 심지어 정상적인 DNA 복제조차 손상을 일으킨다.
서투인과 그 협력자들이 불려 와서 일을 처리한 뒤 집으로, 즉 원래 있던 유전체로 돌아가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카트리나가 휩쓴 지역에 가서 복구 활동을 하던 기술자 중 일부가 자기 집 주소를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재앙이 되풀이해서 일어나면 그들은 끊임없이 이곳저곳으로 옮겨 가야 한다.
세포는 정체성을 잃고 기능 이상이 생긴다. 혼란이 벌어진다. 바로 이것이 우리 통일 이론의 핵심에 놓인 후성유전적 잡음이다.
p. 111
SIRT2 유전자는 실제로 유전자를 어떻게 끌까?
SIRT2 유전자는 HDAC(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라는 특수한 단백질을 만든다. 이 단백질은 히스톤에 붙은 화학적 꼬리표인 아세틸기를 잘라 낸다. 앞서 말했다시피 히스톤은 DNA를 꽁꽁 감아서 RNA로 전사되지 못하게 막는 일을 한다.
SIRT2 효소는 교배형 유전자에 달라붙는다. 그러면 그 유전자가 침묵하면서 세포는 계속 짝짓고 번식한다. 그런데 DNA 끊김이 일어나면 SIRT2는 끊긴 지점으로 향한다. DNA가 끊긴 부위의 히스톤에서 아세틸기를 떼어내기 위해서다. 그러면 DNA가 히스톤에 꽉 달라붙으면서 끊긴 부위가 나풀거리다가 잘려 나가는 일이 없어진다. 그리고 다른 수선 단백질들이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일단 DNA 수선이 끝나면 Sir2 단백질들은 대부분 돌아가서 교배형 유전자를 침묵시키고 생식력을 회복시킨다. 유해한 ERC(염색체외 원형 rDNA)가 늙은 효모 세포의 핵에 축적될 때 생기는 대규모의 유전적 불안정 같은 응급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 한 그렇다.
생존 회로가 작동하고 또 노화를 일으키려면 Sir2 단백질을 비롯한 후성유전적 조절 인자들이 “한정된 양”으로 존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세포가 Sir2 단백질을 교배형 유전자들을 침묵시키는 동시에 끊긴 DNA도 수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필요할 때마다” Sir2 단백질을 이곳저곳으로 옮겨 써야 한다. SIR2 유전자의 사본을 추가하면 수명이 늘어나고 불임 상태가 더 늦게 찾아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세포가 DNA 끊김을 수선하는 Sir2 단백질과 교배형 유전자를 침묵시키는 Sir2 단백질을 충분히 만들기 때문이다.
p. 112
정보 이론이 옳다면, 즉 노화가 세포의 상해와 손상에 대응하는 후성유전 신호 전달자들이 과로해서 생기는 것이라면, 손상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손상이 일어나면 서투인이 그 손상에 대응하기 위해 본래 맡은 책임을 버리고 이곳저곳으로 달려간다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유전체에서 서투인이 침묵시키고 있던 유전자들이 깨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포 피아니스트를 혼란시키는 요인이다.
p. 113 : 황색망사먼지라는 노란 점균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I-PpoI라고 부르는 이 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기생체라고 본다. I-PpoI는 점균의 유전체를 끊은 뒤 그 사이에 자신의 사본을 끼운다. 이기적 유전자의 모범 사례다.
p. 114 : 타목시펜
우리가 만든 타목시펜을 먹으면 I-PpoI 전자가 켜지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면 만들어진 효소가 세포를 죽이지 않으면서 유전체를 여기저기 자르며 생존 회로를 좀 위협할 터였다. 그리고 타목시펜의 반감기를 이틀에 불과하므로 먹이에서 빼면 유전체 절단 활동을 쉽게 중단시킬 수 있었다.
p. 116 : “호바스 시계”
메틸화라는 DNA에 붙는 후성유전 표지 수천 개를 측정해 생물학적 나이를 정확히 추정하는 방식이다.
“노화가 정보 상실 때문인지 검증하기 위한 아이스 생쥐 만들기”
DNA의 특정 지점을 자르는 효소를 만드는 점균류의 유전자를 생쥐 줄기세포에 넣어서 배아에 주입한다. 그 배아는 태어나서 아이스 생쥐가 된다. 점균의 유전자를 켜면 DNA가 잘리고 서투인이 수선에 나서면서 생쥐의 노화가 일어난다.
p. 122
2007년 알래스카의 원주민 사냥꾼들이 북극고래 한 마리를 잡았다. 사체를 해체하던 그들은 오래된 작살 촉이 지방 측에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주에 역사학자들이 조사하니 1800년대 발에 만들어진 촉임이 드러났다. 그들은 고래의 나이가 약 130세라고 추정했다. 그 발견으로 북극고래는 새롭게 과학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고래 눈의 수정체에 든 아스파트산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나이를 조사해 보니 원주민들이 잡은 북극고래 중에는 무려 211세로 추정되는 개체까지 있었다.
p. 125
과학자들이 이 분야의 과학을 미로처럼 복잡하게 이야기할 때도 그 안에는 몇 가지 반복되는 주제가 숨어 있다. 저열량 감지기(SNF1/AMPK), 전사인자(MSNN2/DAF-16/래태), NAD와 서투인, 스트레스 내성, 장수가 그렇다. 이것들은 모두 고대 생존 회로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FOXO 유전자는 어떨까? FOXO3의 특정 변이체는 중국의 홍강 골짜기 주민들처럼 수명과 건강수명이 둘 다 길다고 알려진 집단들에서 발견되어 왔다. 이 FOXO3 변이체는 상황이 안 좋을 때만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질병과 노화에 맞서는 몸의 방어 체계를 켜는 듯하다. 누구든 자신의 유전체를 분석하면 장수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FOXO3 변이체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p. 126-127 : 2장 혼란에 빠진 피아니스트
여기서 잠시 숨을 돌려서 나무, 효모, 선충, 고래, 인간 등 지구의 모든 생물에 본질적으로 동일한 장수 유전자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를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모든 생물은 동일한 원시 생물에서 진화했으며,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모두 동일한 원료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동일한 생존 회로, 즉 상황이 안 좋을 때 보호하는 세포 내 연결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연결망은 우리의 몰락 원인이기도 하다. DNA 가닥이 끊기는 일처럼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유형의 손상들이 있다. 그런 손상들은 생존 회로를 과로시키고 세포의 정체성을 바꾼다. '노화의 정보 이론'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노화를 일으키는 후성유전적 잡음에 시달린다.
그렇지만 생물마다 늙는 속도는 제각각이다. 그리고 전혀 늙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생물도 있다. 북극고래가 후성유전적 교향악을 교란하지 않으면서 생존 회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아니스트의 실력이 쇠퇴하는 것이라면 해파리는 어떻게 그 능력을 복원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은 우리 연구가 어디로 향할지를 생각할 때 내 사고의 길잡이가 되어 왔다. 허무맹랑한 착상이나 공상과학소설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개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연구에 확고히 뿌리를 박고 있다. 게다가 우리 인간의 몇몇 가까운 친척들이 노화를 회피하는 법을 배웠다는 사실이 그런 개념이 옳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럴 수 있다면, 우리도 그럴 수 있다.
p. 133 : 노화 역전의 시대가 온다
규칙적인 운동이 “일종의 책무다” “나는 사람들에게 운동을 이를 닦는 일처럼 개인위생의 일부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어야 한다. 체육관에 가는 것이 이를 닦는 것만큼 쉽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이 운동할 것이다.
p. 134
SIRT1 효소를 활성화하는 NAD 증진 분자를 투여했을 때 늙은 생쥐의 혈관 벽을 이루는 내피세포들이 혈류가 그리 좋지 않은 근육 부위까지 뻗어 나간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새로운 미세한 혈관, 즉 모세혈관이 형성되어서 근육이 몹시 필요로 하는 산소를 공급하고, 근육에서 젖산 같은 유해 대사산물을 제거하고, 생쥐와 인간의 몸을 노쇠하게 만드는 가장 주된 원인 중 하나를 되돌렸다. 그것이 바로 이 늙은 생쥐들이 갑자기 그렇게 경이로운 마라톤 선수가 된 이유였다.
p. 135
모세혈관의 벽은 생쥐가 운동을 한 양 반응하고 있었다. 그 실험은 일종의 ‘운동 효과 약물’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례였으며, 노화의 몇몇 측면을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실한 신호였다.
p. 139
노화가 단 하나의 유전자를 통해 제어될 수 있다는 오래된 믿음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Sir2 단백질이 효모에게서 유전체 및 후성유전체의 안정성에 중요할 뿐 안니라 산화된 단백질이 딸세포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일도 한다고 발표했다.
p. 141-142 : 3장 눈먼 관행
더 후대로 오면 더 이상 사망을 노년 탓으로 돌리지 않게 된다. 이제 '늙어서' 죽는 사람은 없다. 지난 세기에 걸쳐서 서양 의학계는 언제나 노화보다 더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믿게 되었다. 사실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우리는 사망의 원인을 좀 더 까다롭게 따지게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 증상, 외상 원인의 목록인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는 1893년 처음 발간될 때는 항목이 161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1만 4000가지가 넘으며, 사망 기록을 보관하는 대다수 지역에서 의사와 공중 보건 담당자는 이 분류 기호를 써서 장애와 사망의 직접적이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기록한다. 그리고 전 세계의 의료 책임자와 정책 결정자는 그 자료를 토대로 공중 보건 정책을 결정한다. 대체로 어떤 원인이 사망확인서에 더 자주 적힐수록 사회는 그 원인에 대처하기 위해 더 주의를 기울인다. 심장병, 2형 당뇨병, 치매가 연구와 의료의 주된 관심사인 반면 노화는 이 모든 질병의 가장 큰 원인임에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늙음은 때로 삶을 끝내는 근본 요인이라고 여겨지지만 의사들은 그것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말은 결코 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담당 공무원의 분노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 더 구체적으로 적으라고 증명서를 의사에게 돌려보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동료들로부터 조롱받을 가능성도 높다.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의 건강노년연구소Institute of Healthy Ageing 부소장이자 왕립협회에서 열린 '노화의 새로운 과학' 학술 대회 보고서를 쓴 당사자인 데이비드 젬스는 2015년 《메디컬데일리Medical Daily》에 '사람이 병 없이 오로지 노화로 죽는다는 생각은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은 요점을 놓친 것이다. 노화를 질병과 분리하는 관점은 우리가 어떻게 삶의 끝에 다다르는지 진실을 제대로 못 보게 만든다. 우리가 왜 벼랑에서 떨어지는지를 아는 것은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애초에 우리를 그 벼랑 끝으로 데려온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우리를 그 벼랑 끝으로 데려가는 것이 바로 노화다. 100년쯤 뒤면 우리 모두는 노화의 손에 이끌려서 그 벼랑 끝에 선다.
p. 148
40~50대에는 늙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대개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강연을 할 때면 "노화복"을 가져와서 자원하는 젊은 청중에게 입어보라고 한다. 목에는 목 움직임을 제약하는 죔쇠가 들어 있고, 쇠약해진 근육을 모사하기 위해 재킷과 온몸을 감싸는 외투에는 납덩어리가 들어 있다. 또 청력을 약화시키는 귀마개와 백내장을 모사한 스키 고글을 착용한다. 이런 복장을 하고 몇 분을 걸은 뒤 벗으면 자원자는 몹시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다. 다행스럽게도 벗을 수 있다.
p. 149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가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단순한 검사가 몇 가지 있다. 팔굽혀펴기 횟수는 좋은 지표다. 45세 이상이면서 20회 이상 할 수 있다면 몸 관리를 꽤 잘하는 편이다. 나이를 알아보는 또 한 가지 방법은 앉았다 일어서기 검사다. 먼저 맨발로 바닥에 다리를 꼬고 앉는다. 그런 뒤 몸을 앞으로 홱 수그렸다가 한 번에 벌떡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51~80세 사람들을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SRT에서 만점을 받지 못한 사람 159명 중 157명이 검사를 받은 지 75개월 이내에 세상을 떠났다.
p. 150
60대 이후로 엉덩뼈 골절은 삶을 위협하는 대단히 위험한 요인이 된다. 65세 이후에 엉덩뼈 골절이 일어나면 6개월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거의 절반에 달한다는 보고서들이 있다.
p. 151
노인에게 발의 상처는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위험하다. 특히 당뇨를 앓는 노인에게는 작은 상처조차 치명적일 수 있다. 당뇨 환자의 발에 궤양이 생겼을 때 5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은 50퍼센트가 넘는다. 갖가지 암 사망률을 더한 것보다 더 높다.
몸에 혈액 흐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세포 재생 능력마저 떨어진 상태라서 이 축축하고 살집 두툼한 상처는 세균이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p. 154
한 질병의 진행을 중단시킨다고 해서 다른 질병으로 죽을 가능성이 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무시한다. 사실 때로는 한 질병의 치료제가 다른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요법은 몇몇 유형의 암을 완치시킬 수 있지만 환자의 몸을 다른 유형의 암들에 더 취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정형외과 수술처럼 으레 이루어지는 치료는 심장기능상실(심부전)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개별 전선에서 벌어지는 싸움에서 이긴다고 한들 인간 사망률 법칙에 비춰 볼 때는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알아 차라지 못한다. 암이나 심장병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인간의 평균 수명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다.
병이 생기자마자 마치 다른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양 그 병을 공격한다. 병을 쓰러뜨리는 데 일단 성공하고 나면 환자를 문 밖으로 내몬다. 다음 질병에 걸릴 때까지. 다음 병에 걸리면 다시 그 병을 쓰러뜨린다. 실패할 때까지 이 과정을 되풀이한다.
p. 155
미국은 해다마 심혈관질환에 맞서 싸우느라 수천억 달러를 쓰고 있다. 겨우 1.5년 늘어날 뿐이다. 암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를 괴롭히는 모든 유형의 암을 다 막는다면 평균수명은 겨우 2.1년 더 늘어날 뿐이다. 다른 모든 사망 원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종 단계의 노화는 등산과 결코 비슷하지 않다. 가다가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고 간식으로 에너지 보충을 하고 젖은 양말을 갈아신은 뒤 해 지기 전에 다시 10킬로미터를 걷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보다는 갈수록 높이가 높아지고 간격도 점점 짧아지는 장애물들을 뛰어넘으면서 빠르게 달리는 장애물 경주에 더 가깝다. 우리는 결국 이 장애물 중 하나에 걸려 넘어질 것이다.
p. 156 : ‘장애보정생존연수’
평균 사망 연령은 시간이 흐르면서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비만, 앉아 생활하는 습관, 약물 과다 복용 등 많은 요인들에 영향받는다.
즉 20세에서 70세 사이에 한 가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확률이 1000배 증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특정한 질병을 막아 봤자 수명에는 별 차이가 없다.
p. 159
흡연이 암에 걸릴 위험을 5배 증가시키지만 50세가 되면 암에 걸릴 위험이 100배 증가한다. 70세가 되면 1000배로 증가한다.
p. 165
미국의 중년과 노년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나이보다 10-20세 젊다고 느낀다고 한다. 아직 건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나이보다 젊다고 느끼면 더 나이 들었을 때의 사망률이 더 낮고 인지력 또한 덜 쇠퇴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선순환이다. 계속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한 그렇다.
p. 173 : 장수 식단
육류, 유제품, 설탕을 덜 먹고 채소, 콩, 통곡물을 더 많이 먹으라는 조언이 압도적으로 많다.
채소를 더 많이 먹고 육류를 덜 먹어라. 가공식품을 줄이고 신선한 식품을 더 먹어라.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실천하기가 어려울 수는 있지만 말이다.
p. 175: 적게 먹어라
즉 건강하게 더 오래 살 확실한 방법, 지금 당장 수명을 최대화하는 데 쓸 수 있는 방법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이것이다. “적게 먹어라.”
p. 177
생애 초기에 먹이가 부족한 탓에 제대로 자라지 못한 쥐 암컷들이 풍족하게 먹은 암컷들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는 것을 발견했다.
소화가 안 되는 섬유질-사실상 마분지-이 20퍼센트 섞인 먹이를 준 생쥐가 일반적인 먹이를 먹인 생쥐보다 상당히 더 오래 산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열량실조 없는 열량 제한’
포도당을 덜 먹인 효모는 더 오래 살았고 DNA가 유달리 압축되어 있었다.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ERC(염색체외 원형 rDNA)축적, 인 폭발, 불임이 상당히 지연되었다.
우리는 먹이를 제한했을 때 설치류 역시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그리고 나중에 초파리도 그렇다는 것을 알았다-이 유전적 프로그램은 아주 오래된 것임이, 아마 거의 생명 자체만큼 오래된 것임이 명백했다.
동물 연구는 열량 제한을 통해 위기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서투인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됨을 보여 준다.
p. 178
섬 학생들이 일본 본토 아이들에 비해 열량 섭취량이 3분의 2에 못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또 본토 성인에 비해 오키나와 성인은 열량 섭취량이 약 20퍼센트 적어서 더 마른 편이었다.
p. 181
“늘 배가 고프지 않나요?”
“처음에는 분명히 그래요. 하지만 익숙해져요. 그러면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p. 182~183
중년 때부터 열량을 30퍼센트 줄인 식사를 하기 시작한 원숭이 중에서도 그 나이에 도달한 개체들이 나왔다. 사람으로 치면 60~65세인 19개월 된 생쥐 역시 열량 제한을 시작하면 수명이 늘어나는데 더 일찍 시작할수록 수명은 더 늘어난다.
아마 일찍 시작할수록 더 나을 것임을 시사한다. 분자 수준에서 보자면 쇠퇴 추세가 실질적으로 시작되는 40세 이전에 말이다.
열량 제한이 수명을 늘릴 뿐 아니라 심장병, 당뇨, 뇌졸중, 암을 억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열량 제한은 장수 계획만이 아니다. 활력 증진 계획이다.
p. 187 : 간헐적 단식 또는 주기적 단식
장수촌인 중국 남부 바마야오족자치현 주민들은 질 좋은 건강한 음식을 충분히 접하지만 하루 중 오랜 시간을 먹지 않고 지내는 쪽을 택한다. 이곳의 장수자들 중 상당수는 아침 식사를 거르는 생활을 해 왔다. 그들은 대개 정오 무렵에야 소량의 식사를 하고 해 질 무렵에 가족과 함께 좀 더 많이 먹는 식사를 한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하루 중 대개 16시간 이상을 먹지 않고 지낸다.
현재 한 가지 인기 있는 방법은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늦게 먹는 것이다(16:8 식단). 또 한 방법은 일주일에 이틀은 열량을 75 퍼센트로 줄인 식사를 하는 것이다(5:2 식단). 좀 더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이틀은 식사를 아예 거를 수 있다(먹고 거르고 먹기), 또는 분기마다 일주일씩 굶는 것이다.
p. 189 : 육식을 줄여라
핫도그, 소시지, 햄, 베이컨은 너무나 맛있지만 불명예스럽게도 발암성을 띤다. 이런 식품들이 잘록곧창자암(결장직장암), 췌장암(이자암), 전립샘암과 관련이 있음을 밝힌 연구가 수백 건이나 된다. 또 붉은 고기에는 카르니틴이 들어 있다. 장내 세균은 이 물질을 심장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학물질인 TMAO(트리메틸아민 N-옥사이드)로 바꾼다.
연구 결과들은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더 많이 대체할수록 온갖 질병에 따른 사망률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 준다.
mTOR라는 효소가 억제될 때 세포가 분열에 분배하면 에너지를 덜 쓰고 자가포식 과정에 에너지를 더 쓰며, 그럼으로써 손상되거나 비정상적인 구조를 지닌 단백질을 분해해 재활용을 도모한다고 밝힌 바 있다.
p. 190
그렇다고 해서 붉은 고기를 조금만 먹어도 죽는다는 뜻은 아니다. 수렵채집인의 식단은 섬유질과 영양소가 풍부한 식물에다가 붉은 고기와 생선을 약간 곁들인 형태다. 그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사자의 저녁보다 토끼의 점심에 훨씬 가깝게 식단을 짤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구 결과들은 동물성 단백질을 식물성 단백질로 더 많이 대체할수록 온갖 질병에 따른 사망률이 상당히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p. 191
메티오닌을 제한했을 때 비만이던 생쥐에게서 지방이 대부분, 그것도 빠르게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메티오닌은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달걀에 많은 반면 식물성 단백질에는 전반적으로 적게 들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동물성 단백질”이라고 여기는 닭고기, 생선, 달걀의 섭취량을 줄임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 식품들이 신체적 스트레스나 부상에서 회복하는 데 쓰이지 않는 상황일 때 더욱 그렇다.
장기적으로 보면 단백질 음료는 mTOR 경로가 장수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채식주의자가 육식을 하는 사람보다 심혈관질환과 암에 걸리는 비율이 상당히 낮은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아미노산 섭취량 감소-따라서 mTOR 의 억제-만은 아니다. 열량 제한, 폴리페놀 섭취량 증가(폴리페놀은 과일, 야채, 시리얼, 차, 커피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자신이 남들보다 낫다는 자신감 역시 도움이 된다. 채식주의자가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
p. 194 : 땀을 흘려라
운동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텔로미어가 더 길었다.
정의상 운동은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이다. 운동은 NAD 농도를 증가시키며, NAD 농도 증가는 생존 회로를 활성화하고, 생존 회로가 활성화하면 에너지 생산량과 근력이 늘면서 산소를 운반하는 모세혈관이 더 성장한다. 장수 조절 인자인 AMPK, mTOR, 서투인은 모두 열량 섭취에 상관없이 운동을 통해 새 혈관을 생성하고, 심장과 폐를 더 건강하게 하고, 몸을 더 튼튼하게 하고, 텔로미어를 늘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조절된다.
사실 운동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데 65세 이상의 사람 중 10퍼센트만이 운동을 한다.
일주일에 6~8킬로미터를 뛰는-대다수에게는 하루에 15분 이내로 할 수 있는 운동량이다.-사람도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40퍼센트 줄고 갖가지 원인에 따른 사망률이 45퍼센트 줄어든다고 한다. 엄청난 효과다.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은 달리기를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얻는 건강 혜택은 놀라울 만치 비슷했다는 점이다. 하루에 적절한 강도로 약 10분만 뛰면 수명이 몇 년 더 늘어났다.
수명 유전자들을 전면적으로 가동하려면 강도가 중요하다.
건강을 개선하는 유전자들을 가장 많이 참여시키는 운동은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었다. (인터벌 트레이닝은 강한 운동 사이에 가벼운 운동을 섞어 반복하는 방식이다) 심장박동수와 호흡률을 상당히 높이는 운동이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효과가 더 좋았다.
힘들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격렬하게 운동하라. 빠르고 깊이 호흡을 하면서 최대 심장 박동수의 70~85퍼센트로 뛰어야 한다. 땀을 흘려야 하고 숨을 고르지 않고서는 몇 마디 이상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해야 한다. 이것이 저산소증 반응이며, 영구히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 몸의 노화 방어 체계를 활성화할 만큼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p. 197
운동할 때 활성을 띠는 장수 유전자들 중 상당수가 텔로미어 연장, 세포에 산소를 전달하는 새 모세혈관 형성, 산소를 태워서 화학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활성 강화 같은 운동의 건강 혜택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신체 활동들이 약해진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또 운동이 유도한 스트레스에 가장 영향을 받는 유전자들이 그런 활동들을 젊을 때의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것을 안다. 다시 말해 운동은 그 유전자들을 켬으로써 세포 수준에서 우리를 다시 젊게 만든다.
“그냥 원하는 대로 먹으면서 남는 열량을 빼면 안 되나요?” “가능성이 적다”
생쥐에게 고열량 먹이를 주면서 그 에너지를 태워서 없애도록 할 때는 수명 연장 효과가 최소한으로 나타난다. 열량 제한 식단도 마찬가지다. 열량만 제한하면서 음식을 배불리 먹는다면 열량 제한의 건강 혜택 중 일부가 사라진다. 열량 제한이 작동하려면 허기를 느껴야 한다.
허기가 뇌에서 장수 호르몬을 분비하는 유전자들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단식과 운동을 결합하면 수명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확실히 그렇다. 양쪽을 다 하고 있다면 축하한다. 제대로 잘하고 있는 것이다.
p. 199
매서운 추위 속을 걸어 보라고. 1월 중순의 차가운 찰스강에 발을 담가 보라고, 몸을 편안하지 않은 온도에 노출시키는 것이 장수 유전자를 켜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온열중성대-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몸이 따로 일할 필요가 없는 좁은 온도 범위-에서 벗어나면 온갖 일들이 일어난다. 먼저 호흡 패턴이 바뀐다. 또 몸에서 가장 큰 기관인 피부로 향하고 통하는 혈액 흐름이 달라진다. 심장 박동은 빨라지거나 느려진다. 이런 반응들은 단순히 무엇 “ 때문에”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모두 유전적으로 수십억 년 전 마그나 수페르스테스의 생존 투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p. 200
항상성, 즉 생물이 안정된 평형 상태를 추구하는 경향은 보쳔적인 생물학 원리 중 하나다. 사실상 생존 회로를 인도하는 힘이다. 따라서 어디에서든 그것을 볼 수 있다. 추울 때 특히 그렇다.
p. 206
인생에서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듯이 당신이 젊다면 생활습관을 바꾸는 쪽이 최선일 것이다.
p. 208
사우나를 자주 하는 이들-일주일에 7번까지-은 일주일에 한 번 뜨끈한 목욕을 하는 사람들보다 심장병, 치명적인 급성심근경색, 그리고 전반적인 사망률이 절반에 불과했다.
P. 218-221 : 5장 먹기 좋은 알약
세포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면 너무나 놀랍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 경이로움을 교실에서 전달하고자 할 때의 문제는 세포가 4차원 시공간에 존재하며 우리 인간이 지각하거나 심지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속도와 규모로 바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초와 밀리미터는 시간과 공간을 아주 짧게 나눈 단위다. 하지만 크기가 약 10나노미터에 1초에 1000조 번 진동하는 효소에게는 1밀리미터가 대륙만 한 크기고 1초가 1년보다 더 긴 시간이다.
1초에 과산화수소 분자 1만 개를 분해해 독성을 없앨 수 있는 보통 크기의 흔한 효소인 카탈레이스catalase(카탈라아제)를 생각해 보자. 대장균 안에는 이 효소 100만 개가 들어갈 것이고, 핀 머리에는 대장균 100만 마리를 올려놓을 수 있다. 이 수들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아예 상상할 수가 없다.
세포 하나에는 카탈레이스 같은 효소가 총 7만 5000가지 들어 있으며 모두 약간 짭짤한 세포 바다 속에서 서로 부딪히며 돌아다닌다. 나노 규모에서 보면 물은 젤라틴 같고, 분자들이 부딪히는 사건은 5등급 태풍보다 더 격렬하다. 분자들은 시속 약 1700킬로미터에 달하는 속도로 이리저리 밀려다닌다. 효소 반응은 1000분의 1 확률로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나노 규모에서 이런 확률로 일어난다는 것은 단 1초 만에 수천 번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생명을 지탱하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말하니 혼돈이 가득한 양 들리겠지만 질서가 출현하려면 이 혼돈이 필요하다. 혼돈이 없다면 생명을 지탱하기 위해 함께 어울려야 할 분자들이 서로 만나지 못할 것이고 합쳐지지도 못할 것이다. (…)
혼돈이 중단되고 우리 효소들이 갑작스럽게 하던 일을 멈춘다면 우리는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죽을 것이다. 에너지와 세포 방어 체계가 없다면 생명은 존재할 수 없다. 마그나 수페르스테스는 더껑이에서 결코 출현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 책의 단어를 이해할 수 있는 후손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수준에서 보면 생명은 꽤 단순하다. 우리는 혼돈에서 빚어진 질서의 은혜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삶을 찬미하며 건배할 때 우리는 사실 효소에 건배해야 한다.
이 규모에서 생명을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을 배웠다.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Richard Feynman은 그 교훈을 간결하게 표현한 바 있다. '지금까지 생물학에서 죽음의 불가피성을 시사하는 그 무엇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죽음이 결코 불가피하지 않으며, 생물학자들이 우리에게 그 불행을 안겨 주는 원인을 발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본다.'
그 말이 맞다. 삶이 끝나야 한다고 말하는 생물학적?화학적?물리학적 법칙 따위는 없다. 물론 노화는 엔트로피의 증가, 무질서로 나아가는 정보 상실이다. 그러나 생물은 '닫힌 계closed system'가 아니다. 생명은 중요한 생물학적 정보를 보존하고 우주의 어딘가에서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한 영구히 존속할 수 있다. 우리가 내일 당장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1903년 12월 18일에 달까지 곧장 날아갈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과학은 작은 걸음을 딛거나 큰 걸음을 딛으면서 나아가지만 언제나 한 번에 한 걸음씩 내딛는다.
바로 여기에 놀라운 점이 있다. 사실상 우리는 길가메시와 므두셀라의 시대 이래로, 아니 마그나 수페르스테스 이래로 첫걸음은 뗀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 수백 년 사이에, 또 우연히 그보다 더 일찍 우리는 약물이라고 부르는 분자를 써서 효소를 화학적으로 조절하는 방법들을 발견해 왔다.
우리는 생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유전적?후성유전적 수준에서 작동 패턴을 바꿀 도구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 아주 오래된 지혜를 토대로 삼아 건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건강한 수명을 연장한다는 목표를 이루고자 할 때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사람의 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미 알려져 있는 다양한 약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p. 235 : 이 책의 핵심 중 하나
2002년은 항산화제 열풍이 한창 불 때였다. 항산화제가 일부에서 믿는 것처럼 노화 억제와 건강에 좋은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있지만 당시에는 아직 그렇다는 것을 몰랐다. 폴란드 카롤마르친코프스키 의대의 과학자들은 "레스베라톨"이 항산화제임을 발견했다. 적포도주에 들어 있으며 많은 식물이 레스베라트롤이 "프렌치 패러독스"를 설명해 줄지 모른다고 주장해 왔다. -중략-
그런데 내 눈을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레스베라트롤을 먹인 효모가 그렇지 않은 효모보다 좀 더 작고 좀 더 느리게 성장했으며 평균 34회 분열을 한 뒤에야 죽었다(대개 25번쯤 분열한 뒤 죽는다). 사람으로 치면 무려 50년이나 수명이 늘어난 것과 같았다.
p. 236 : 이 책의 핵심 중 하나(스트레스를 받던 식물의 조기 경보 시스템)
포도와 같은 식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레스베라트롤리 더 많이 생산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겼다. -중략- 우리는 이것이 "이종호르메시스(xenohormesis)"의 증거라고 본다. 스트레스를 받는 식물이 자신의 세포에게 숨죽이고 생존하라고 말하는 화학물질을 우리가 같은 용도로 이용한다는 개념이다. 식물 역시 생존 회로를 지니고 있다.
p. 245 : 이 책의 핵심 중 하나
2004년에 비타민 B3의 한 형태인 "NR(니코틴아마이드 리보사이드)가 NAD의 핵심 전구물질임을 발견했다. 나중에 그는 우유에 미량 들어 있는 이 NR가 NAD를 늘리고 Sir 2 단백질의 활성을 증가시킴으로써 효모 세포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연구 덕분에 전에는 희귀한 화학물질이었다. NR는 현재 매월 몇 톤씩 팔리는 영양제가 되어 있다.
한편 나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비슷한 경로를 통핸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 뉴클레오타이드)"이라는 화학물질에 도달했다. 우리 세포에서 만들어지고 아보카도, 브로콜리, 양배추 같은 식물에도 들어 있는 물질이다.
몸에서 NR는 NMN으로 전환되고, 이 NMN이 NAD로 전환된다. 동물에게 NR 혹은 NMN이 섞인 음료를 먹이면 2시간 동안 체내 NAD 농도가 약 25퍼센트까지 증가한다. 단식이나 많은 운동을 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NMN이 NAD 농도를 회복시킴으로써 늙은 생쥐의 2형 당뇨병 증상들을 치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 뒤에 우리 하버드 연구실은 NMN을 겨우 일주일 동안 주사했는데 늙은 생쥐의 미토콘드리아가 젊은 생쥐의 것처럼 복구된다는 것을 밝혔다.
p. 256
아버지는 매일 아침 꼭 메트포르민과 NMN을 복용하며, 알약이 다 떨어져 갈 때면 초조해한다. 활력, 삶의 기쁨, 늙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놀라울 만치 바뀌었다.
p. 268
노화세포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을 계속 분비한다. 이 단백질은 염증을 일으키고 대식세포라는 면역세포를 끌어들여서 조직을 공격하게 만든다. 만성 염증은 몸의 건강을 약화시킨다. 다발경화증, 염증성 창자병, 건선을 앓는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라.
6장 원대한 도약
p. 290
나는 몸의 세포 재프로그래밍이 녹내장과 황반변성 같은 눈의 노화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데 가장 먼저 쓰일 것이라고 예상한다(눈은 면역학적으로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유전자요법을 시험할 때 선택하는 기관이다).
30세에 처음 주사를 맞을 당시에는 우리 유전자가 작동하는 방식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40대 중반에 노화 효과가 나타나고 느껴지기 시작할 때 한 달에 걸쳐 안전한 스위치인 독시사이클린을 투여할 것이다. 그러면 재프로그래밍 유전자들이 켜질 것이다.
그동안 당신은 가정용 생체표지추적기에 피를 한 방울 떨구거나 의사를 찾아가서 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싶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다. 한 달 뒤 와딩턴 조약돌들이 젊었을 때 있던 곳으로 되돌아감에 따라 몸은 회춘 과정을 겪을 것이다. 희끗했던 머리카락이 사라질 것이다. 상처가 더 빨리 나을 것이다. 주름이 사라질 것이다. 기관이 재생될 것이다. 머리가 더 빠릿빠릿하게 돌아가고, 더 높은 주파수의 소리가 들리고, 차림표를 보느라 안경을 쓸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다시 몸이 젊어진 느낌이 들 것이다.
영화 주인공 벤저민 버튼처럼 다시 35세가 된 양 느낄 것이다. 그런 뒤에는 30세, 이어서 25세로 돌아간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나 벤저민 버튼과 달리 당신은 거기에서 멈출 것이다. 약물 투여를 중단할 테니까. 그러면 아데노연관바이러스는 꺼질 것이다. 야마나카 인자들은 침묵에 잠길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당신은 20년 더 젊어지겠지만 당신의 지식과 지혜와 기억은 온전히 간직한 채로다.
당신은 단지 젊어 보이는 차원을 넘어서 실제로 다시 젊어질 것이며, 그 뒤로 수십 년을 중년 특유의 아프고 쑤시는 증상 없이, 암과 심장병에 걸릴 걱정을 하지 않은 채 보낼 것이다. 그렇게 몇십 년을 지낸 뒤 흰머리가 다시 나기 시작하면 또다시 약물 처방을 받아서 회춘 과정을 시작할 것이다.
게다가 생명공학이 발전하는 속도를 생각할 때, 그리고 우리 세포를 재설정하는 인자들을 조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속도를 생각할 때,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대신에 그저 한 달 동안 알약을 먹는 방식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
공상과학소설처럼 들린다고? 아주 먼 미래의 일인 양 들린다고? 분명히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p. 317
주로 미국국립보건원의 지침 덕분에 수명 실험에 생쥐 암컷을 포함시키게 되었고, 그 뒤로 성별 차이가 장수 유전자와 분자의 활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슐린이나 mTOR 신호 전달을 이용하는 치료는 대개 여성에게 더 잘 듣는 반면 화학요법은 남성에게 더 효과가 있다.
p. 320
결국에는 점점 확장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약물유전학적 약효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모든 약물이 입력될 것이다. 머지않아 환자의 유전체를 모른 채 약물을 처방하는 일이 중세 시대의 치료처럼 여겨질 날이 올 것이다.
p. 321
우리가 의사를 진찰받는 유일한 통로로, 그리고 1차 의료를 맡은 의사처럼 때로는 환자를 전문 기관으로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설정해 놓았다는 것이 문제다.
대기 시간은 곧 확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의사에게 동영상 가정 방문 진료 능력을 제공하는 기술 덕분이다. 10년 안에 의사가 필요로 하는 시료를 껌 한 통만 한 일회용 장치를 써서 가정에서 채취해 컴퓨터에 끼우면 몸의 대사산물과 유전자를 한꺼번에 판독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p. 325
우리는 이미 개인 생체감지기(바이오센서)의 시대로 성큼성큼 들어서 왔다. 우리의 스마트워치는 심장 박동수를 지켜보고, 수면 주기를 기록하고, 심지어 심장 박동수를 지켜보고, 수면 주기를 기록하고, 심지어 음식물 섭취와 운동에 관한 제안까지 한다. 운동선수와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 중에는 생체 신호와 주요 화학물질이 식단, 스트레스, 운동, 경쟁에 반응해 오르내리는 양상을 기록하는 센서들을 하루 24시간 착용하고 있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p. 326 : “포도요! 포도는 먹지 마세요.”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심장 박동수, 체온, 움직임을 측정하는 보통 크기의 반지를 끼고 있다. 반지는 매일 아침 내가 잠을 잘 잤는지, 꿈을 얼마나 꾸었는지, 오늘 하루 얼마나 몸이 가뿐할지를 알려 준다.
나는 결국에는 이런 기술 없이 살고 싶어 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p. 328
일상 생활 측면에서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결정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우리 장치들은 혈액 생체표지들의 상태를 개선하려면 무엇을 하라는 권고안을 갈수록 더 많이 제시할 것이다. 산책을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녹차를 마시거나, 에어컨 필터를 갈라고 말이다. 그 결과 우리는 자신의 몸과 생활습관에 관해 점점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p. 330
생체표지 추적과 컴퓨터의 도움으로 만든 권장 식단이 널리 쓰이는 당뇨약만큼 혈당 수치를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더불어 다른 건강 생체표지들까지 최적 상태로 만든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목동맥(정동맥)이 점점 막혀 가는 징후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지어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간다고 해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생체표지들을 줄곧 지켜보고 측정한다면 거의 놓칠 리 없다.
“삶을 연장하는 기술들”
가까운 미래에 생체표지추적 기기, 가정용 작은 장치, 체내 이식 장치는 식구들의 몸 상태를 지켜보면서 권장 식단을 제시하고 쇠락, 감영, 질병을 탐지함으로써 최적 건강 상태를 유지시켜 주고 생명을 구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며 화상 진료를 하는 의사는 뭔가 이상이 발견되면 구급차, 간호사 또는 약을 집으로 보낼 것이다.
p. 334
생체표지추적은 심장 박동수가 언제 올라가고, 비타민 농도가 언제 낮아지고, 코르티솔(항염증 호르몬) 농도가 언제 높아지는지 알려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몸이 언제 공격을 받을지 통보해 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이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p. 335 : 최악의 팬데믹에 대비하라
다음번 세계적 대유행이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생체표지 추적 혁명의 가장 큰 선물일지 모른다. 물론 개인적인 차원에서 활력 징후와 체내 화학물질의 실시간 모니터링은 건강을 최적화하고 응급 상황을 예방하는 경이로운 혜택을 제공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보면 이 혁명은 팬데믹에 미리 대처하도록 도울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 덕분에 벌써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체온, 맥박 같은 생체 반응을 측정하는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p. 339 : 누구에게 내 정보를 맡길 것인가
이런 기업들이 모두 한 지붕 아래 모여 있는 연합체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미 인수 합병이 시작되어 왔으며, 이런 기업들이 세계 경제의 가장 크고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부문인 헬스케어에 역량을 집중함에 따라 그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헬스케어는 현재 세계 GNP(국민총생산)의 10퍼센트를 넘어섰으며 해마다 4.1퍼센트씩 성장하고 있다.
p. 341
나는 내 계기판에 뜨는 값의 변화들을 계속 지켜보았기에 이제 그것 없이 살아간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라 수 없다. GPS가 없다면 과연 내가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처럼, 생체감지기 반지와 혈액 생체표지 검사로부터 정기적으로 자료를 받기 전에는 과연 내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운동을 해야 할지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이제 의구심이 들곤 한다.
p. 345
특정한 감영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시료 전체에 들어 있는 유전체들을 무작정 다 해독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런 뒤 해독된 서열을 균주 수준에서 알려진 모든 인간 병원체의 서열을 담은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한다. 컴퓨터는 어떤 병원체가 침입했는지, 그리고 없애려면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를 매우 상세히 담은 결과를 내놓는다. 이 검사법은 표준 검사법만큼 정확한 동시에 균주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고 병원체가 무엇인지도 불가지론적으로 알려 준다.
p. 349
또 우리는 현재 쓰이고 있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닭 수정란 수백만 개에 병원체를 감염시키는 놀라울 만치 구태의연한 방식 대신에 사람 세표, 모기 세포, 세균에서 백신을 빠르게 배양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보스턴의 한 연구 집단은 에볼라와 비슷한 질병인 라사열의 백신을 고작 4개월 사이에 약 100만 달러의 비용만으로 동물 실험 단계까지 개발할 수 있었다.
p. 353
현재 돼지의 장기 이식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인 돼지의 레트로바이러스 유전자 수십 개를 유전자 편집 기술로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그 목표로 나아가는 가장 큰 걸음 중 하나를 내딛었다.
이식용 인체 기관의 섬뜩한 공급원이 사라질지 여부는 곧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어쨌든 그 공급원은 결코 수요를 충족시킨 적이 없다. 미래에는 신체 부위가 필요해지면 인쇄해 쓸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우리 자신의 줄기세포를 써서 만들 것이다. 그 줄기세포는 만일을 대비해 미리 수확해 저장해 두거나, 피 또는 입속 세포를 채취해 유전자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장기를 얻기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치명적인 사고를 당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저 3D 프린터가 찍어낼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p. 356-357 : 7장 혁신의 시대
장벽은 무너졌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무너질 것이다. 다음 세대에는 60대와 70대 영화배우가 고속으로 모터바이크를 타고 달리고, 고공 낙하를 하고, 허공 높이 발차기를 하는 모습을 으레 보게 될 것이다. 60세는 새로운 40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70세가 새로운 40세가 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죽 이어질 것이다.
이런 날이 언제 올까?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이 혁명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당신은 더 젊어 보이고, 더 젊게 행동하고, 더 젊을 것이다. 몸과 마음 양쪽으로 그렇다. 더 오래 살 것이고, 그 늘어난 기간 동안 더 건강할 것이다.
물론 어느 한 기술이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다 실패할 가능성은 없다. 제약학, 정밀의학, 응급의료, 공중 보건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혁신 하나하나는 생명을 구함으로써 삶을 몇 년 더 연장할 것이다. 이 모든 기술들을 하나로 모아서 우리는 수십 년 더 건강한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모든 새로운 발견은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유전자 서열 분석을 하려는 노력을 통해 1분이나마 단축시킬수록 그만큼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설령 우리의 최대수명을 그다지 늘리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이 혁신의 시대는 우리가 훨씬 더 오랫동안 훨씬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 줄 것이 분명하다.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대체로 그럴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럴 것이다.
p. 366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때는 전문가조차 허를 찔릴 수 있다.
“무언가와 애써 싸우려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 애써 달아나거나 금지하려고 하지 말고 그것을 활용하라.”
우리는 지식이 배가되고 기술이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을 종종 알아차리지 못하곤 한다. 인류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혁신적이다.
갑작스럽게 융합되는 복잡한 기술들을 수백만 명이 연구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p. 411
이런 실패 사례들에 당연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실패로부터 배우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인 측면에 계속 초점을 맞추게 되면 현재와 미래의 세계 상황을 생각하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p. 421~422
국가는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인적 자본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체되는 것이지 일자리가 부족해서 정체되는 것이 아니다. 퇴직 연령이 더 이른 나라들이 GDP가 더 낮은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노동 시장은 나눌 수 있는 조각이 한정된 피자가 아니다. 누구나 한 조각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사실 노동 시장에 참여하는 나이 든 남녀가 많아지는 것이야말로 사회 보장 제도가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최고의 처방이 될 수 있다. 사회 보장 제도를 잘 유지하는 과제의 해결책은 사람들에게 더 오래 일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미 있는 일을 통해 목적을 추구할 기회와 활력을 수십 년 더 누리는 데 따르는 보상, 존경, 혜택을 고려할 때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p. 430 : KJS
"매우 서두르는" 집단에서는 겨우 10퍼센트만이 그 배우를 돕기 위해 멈춰 섰다. 그들은 신학생이었음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형제를 외면했다. 한 명은 강연장에 빨리 가기 위해 엎드려 있는 배우를 뛰어넘기까지 했다. 그러나 "좀 서두르는" 집단에서는 60퍼센트 이상이 돕기 위해 멈춰 섰다.
예수님이 처음 이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했을 당시에, 동시대인이던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추종다들에게 걸음을 멈추고 장미 향기를 맡아보라고 했다.“과거를 잊고, 현재를 소홀히 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삶이 아주 짧고 초조한 법이다.”
그는 삶을 음미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시간이 “아주 값싸게 사실상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다”라며 한탄했다. “그들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지 못한다.”
사람은 시간이 더 많을 때 훨씬 더 인간적이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그렇게 수명이 늘어날 때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어 질까? 궁극적으로 디스토피아적 파국으로 이어질 위태로운 길을 가게 될까? 힘을 모아서 가장 터무니없어 보이는 유토피아적 꿈조차 넘어서는 세계를 만들게 될까?
현재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 어떤 미래를 만들게 될지가 정해진다. 그리고 이 점은 중요하다. 질병과 장애 예방이야말로 우리가 기후 변화, 허리가 휘는 경제적 부담, 미래의 사회 격변이 초래할 세계적 위기를 피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pp.437~438 : 9장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상당히 연장된 활력이 우리 미래의 확실한 일부라고 할 때, 당신은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되기를 원하는가?
부자가 빈자보다 훨씬 더 오래 살고, 그럼으로써 해가 갈수록 더욱 부유해지는 미래라도 괜찮겠는가? 계속 늘어나는 인구가 지구에 마지막 남은 자원까지 깡그리 긁어내고 세계가 점점 더 거주 불가능한 곳으로 변하는 곳에서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이 할 일은 전혀 없다. 그냥 지금 하던 대로 하면 그런 미래가 올 테니까. 사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든 말든 상관없을 것이다. 그냥 편안히 기대어 앉아서 세계가 불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또 다른 가능한 미래가 있다. 늘어난 젊음이 보편적인 번영, 지속 가능성, 인간의 품격을 더욱 증진시킬 횃불이 되는 미래다. 질병들을 각개 격파하는 방식에 토대를 둔 의료 산업 복합체로부터 막대한 자원이 풀려나 다른 도전 과제들에 대처할 엄청난 기회가 생기는 미래다. 이 행성에서 오랫동안 산 이들이 지식과 숙련된 솜씨 덕분에 존경받는 미래다. 선한 사마리아 주의가 세계로 퍼지는 미래다.
또 이 미래는 우리가 싸워서 얻어야 하는 것이다. 결코 보장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 438
어떤 연구에서든 공공 기금과 민간 기금의 균형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야 자유로운 학술 연구, 초기 발견에 대한 투자, 새로 발견한 지식의 혜택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공동 소유권 확보를 장려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p. 445
미국인은 선조들의 선구적인 정신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프랑스와 영국에 거의 뒤처질 뻔하다가 라이트 형제가 노스캐롤라이나 키티호크에서 첫 비행을 한 이래로 1세기 넘게 미국은 여전히 항공 부문에서 앞서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공군을 지니고 있다. 달에 처음으로 탐사선을 보냈다. 그리고 화성에 사람을 보낼 공공 및 민간 사업 쪽에서도 크게 앞서 나가고 있다.
p. 450
노화를 늦출 안전하면서 효과적인 약물은 건강수명까지 연장할 것이다. 그러면 의학적 유지 관리만 하면 될 것이고, 거기에 드는 비용은 아주 저렴할 것이다.
기름, 각종 벨트, 부품 정비, 정기 점검이 필요한 휘발유 자동차에서 이따금 유리창 세정액을 보충하라고 알려주는 전기 자동차로 바꾸는 것과 비슷하다.
p. 451
부를 토대로 경제 활동 인구의 건강과 생산성을 향상시켰고, 향상된 건강과 생산성은 더 많은 부를 낳았다. 가장 높은 수준의 선순환이 일어났다.
p. 459 : “준비가 되었을 때, 빠르고 고통 없이.”
다행히 장수 과학은 우리가 설치류를 더 오래 살게 할수록 그들의 죽음이 더 빠르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 준다.
p. 462
즉 대다수는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성”을 잃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중략-
건강수명을 연장하지 못한다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느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가 수명을 연장하려 한다면 건강수명까지 연장해야 하는 절대적인 도덕적 의무를 지니게 된다.
p. 466 : 인구 vs 소비 vs 수명연장
기술은 우리가 "물건" 중독을 줄이도록 도울 뿐 아니라 이런 소비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서도 절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의 그 어떤 자유 국가가 지구의 다른 나라들은 더 많이 소비하고 있는데 자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덜 소비하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 기업은 법을 통해 따르도록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이 더 쉽게 그리고 더 마음이 동해서 소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p. 468
10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공동으로 각국 정부에 유전자 변형 작물을 승인하라는 공개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들은 물었다. “전 세계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어야만 이것이 ‘인류를 향한 범죄’라고 여길 겁니까? 우리는 더 영양가 있는 식품을 10억 명에게 더 먹일 수 있다. 기후 변화가 계속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지 모른다.
인간이 끼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가축 육류 생산에 드는 엄청난 환경 비용 없이 세계의 단백질 수요를 충족시키는 법을 알아내는 엄청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피“를 흘리는 ”레크헤모글로빈“(콩과 식물의 뿌리에 들어있는 철을 함유한 붉은 색소)을 비롯해 옛날 같으면 미친 과학자가 만들었다고 여길 법한 특징들을 지닌 거의 고기에 가까운 ”식물성 고기“라는 혁신적인 산물은 진짜 고기보다 물을 99퍼센트, 땅을 93퍼센트 덜 쓰고 온실가스를 90퍼센트 덜 배출한다. 우리가 지구를 더 파괴하지 않으면서 단백질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현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이런 제품을 더욱 늘려야 할 것이다.
p. 471
또 우리는 민물, 즉 식수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에서 가장 메마른 곳의 한가운데에 있는 아주 목마른 도시인 라스베이거스 같은 도시들은 보전과 혁신을 결합함으로써 효율적인 물 재활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2000~2016년 사이에 라스베이거스의 인구는 50만 명이 늘었지만 물 총사용량은 3분의 1이 줄었다.
우리는 종종 신기술을 너무 느리게 받아들이지만 마침내 받아들일 때 그 기술은 우리의 가장 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p. 472
미국에서 LED가 널리 쓰인다는 것은 연간 대형 발전소 44기에서 생산되는 전력량만큼 절약한다는, 즉 연간 약 300억 달러를 절감한다는 의미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이 돈으로 미국국립보건원의 예산을 2배로 늘려서 4만 명의 과학자에게 생명을 구할 약물을 연구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인간의 창의성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우리가 소비 때문에 멸종한다면 더 길고 더 건강한 삶이 우리에게 좋을 리가 없다. 그러니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수명을 늘리든 말든 간에 우리 생존은 소비를 덜하고, 혁신을 더 이루고, 자연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이루는 데 달려 있다.
p. 473
역행하거나 미루는 것은 현재 위기의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인적 자본과 그 창의성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p. 489-492 나가며: 22세기를 향하여
우리 연구실 사람들-그리고 전 세계의 연구실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인간 존재의 의미를 바꾸는 부자연스럽고 더 나아가 부도덕한 짓을 한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그런 견해는 좋게 보면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맹신적이라고 할 인간 본성 개념에 토대를 둔다.
내가 볼 때 2003년 대통령 직속 생명윤리위원회가 백악관에 제출한 《치료법을 넘어서: 생명공학과 행복의 추구Beyond Therapy: Biotechnolog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라는 보고서의 배후에도 그 힘이 작용한 듯하다. 그 보고서는 노화 연구가 '인간의 본질human grain'에 반하며 출생, 혼인, 죽음의 이른바 정돈된 한살이에 위배된다면서 노화 연구에 불길한 경고를 했다.
위원회는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혼인할 때의 평균수명이 지금처럼 50세가 아니라 80세나 100세를 넘는다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평생 함께하겠다는 맹세를 하려는 마음이 덜 들까 더 들까?' 거꾸로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대체 얼마나 불행한 혼인 생활을 상정하고 있기에 그런 질문을 해 보라고 사람들을 부추기는 것일까? 나는 아내와 기꺼이 50년을 더 살련다.
위원회는 이렇게 주장했다. '노화는 우리 삶의 경로를 중재하고, 우리의 세월 감각을 빚어내는 과정이다.' 그러면서 노화가 없다면 '한살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우리의 이른바 자연적인 한살이란 우리 조상들 대다수가 머리가 희끗해지거나 주름이 지는 나이까지 결코 살지 못했고, 육식동물에게 먹히는 것이 삶을 마감하는 지극히 평범한 방식이었던 것을 말한다. 그런 삶을 고수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위원회는 이렇게 물었다. '삶에 그 모든 일관성과 지속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더 넓은 경관을 보는 렌즈 역할을 하는 자연적인 삶의 윤곽과 제약(우리의 노쇠와 유한함)에서 벗어남으로써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 아닐까?'
노쇠가 의미 있는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진정으로 믿는다면 부러진 뼈를 치료할 생각도, 소아마비 예방 접종도, 여성들에게 칼슘 농도를 충분히 유지하고 운동을 함으로써 골다공증을 예방하라고 권고하는 일도 결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나는 괜히 이런 문제들을 붙들고 핏대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어쨌거나 과학의 역사만큼 오래된 교훈이니까. '만물의 자연 질서를 교란할' 때 어떤 일을 겪을지 갈릴레오에게 물어보라.
(…) 보고서가 나온 뒤로 여러 해 동안 노화 연구는 질병과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성과의 싸움이라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 그 말은 헛소리, 내가 볼 때는 좀 치명적인 헛소리다.
(…) 요양원에서 하루 자원봉사를 해 보라. 씹을 수 없는 이들을 먹여 보라. 그들의 대소변을 받아 보라. 목욕을 시켜 보라. 자신이 누구며 어디에 있는지조차 떠올리기 힘든 이들을 지켜보라. 그런 일들을 경험하고 나면 노화 관련 문제들에 맞서 싸울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고 잔인한 짓이라는 내 말에 동의할 것이다. 접기
p. 495 : 내가 나를 위해 하는 일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내게 어떤 일어날지 정확히 할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은 좋은 쪽이 아니다. 그러니 내가 잃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나는 매일 아침 NMN 1그램(1000밀리그램)과 레스베라트롤 1그램(직접 만든 요구르트에 섞어서), 메트포르민 1그램을 먹는다.
•나는 매일 비타민 D와 비타민 K2의 하루 권장 복용량과 아스피린 83밀리그램을 먹는다.
•나는 설탕, 빵, 파스타를 최대한 적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40세부터 후식을 끊었다. 비록 슬쩍 맛보기는 하지만.
•나는 하루에 한 끼를 건너뛰거나 적어도 정말로 적게 먹으려고 애쓴다. 사실 일정이 너무 바빠서 일주일 중 점심을 거르는 날이 거의 대부분이긴 하다.
•몇 달마다 채혈 간호사가 집으로 와서 피를 뽑는다. 수십 가지 생체표지 검사를 하기 위해서다. 표지 중 여러 가지가 최적 범위에 있지 않으면 식단이나 운동을 통해 조절한다.
•나는 매일 많이 걷고 계단을 오르려고 애쓰며, 거의 주말마다 아들과 함께 체육관에 간다. 역기를 들고, 좀 뛰고, 사우나를 한 뒤에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근다.
•나는 채소를 많이 먹고 다른 포유동물 먹는 것을 피하려 애쓴다. 맛이 좋기는 하지만. 운동을 한다면 고기를 먹을 것이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 지나친 자외선 노출, 엑스선, CT 촬영을 피하려고 애쓴다.
•낮에 그리고 밤에 잘 때 시원한 환경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체중이나 체질량지수가 건강수명의 최적 범위에 놓이도록 노력한다. 내 최적 지수는 23~25다. 끝.
p. 500
나는 최대한 내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고 몸이 가뿐한지 신경 쓰고, 이따금 피를 뽑아서 생체표지들을 검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어떤 식단, 운동, 영양제가 내게 가장 잘 맞는지를 파악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동안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 가족의 이런 행동들이 점점 더 세밀하게 조정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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