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책 읽어드립니다'를 올해 쉰네 번째 책으로 읽었습니다. 이 책은 책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소개하는 책이라고 보니까 뭔가 작가의 노력이 들어가 있는 책인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만, 나름대로 2시간에 뚝딱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지구, 유전자 생존기계들의 별 ㅡ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p. 28 : 우리는 유전자에게 조종당하는 로봇 태권보이
탄생한 유전자가 스스로를 복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복제한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켜서 또 다른 유전자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이는 수억 분의 일의 확률이라 결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우연으로 결국 생명이 탄생하고 여러 종의 유전자가 만들어진 거죠.
p. 49 : 생식세포가 결정하는 암수의 엇갈린 전략
암컷은 수컷에 비해 생식세포(난자)의 크기가 큰 데다 한 달에 한 개밖에 못 만들고, 잉태하는 쪽도 암컷이며 임신 기간도 길고 (사람의 경우 약 1년), 낳은 뒤 양육을 책임지는 쪽도 대부분 암컷입니다. 그러니 암컷에게는 여러 수컷과 교미하기보다는 가장 우월한 수컷을 신중하게 고르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반면, 수컷은 매일 수많은 생식세포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잉태와 양육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암컷과 교미해 자신의 생존 기계를 남기고 싶어 하죠. 그러니 수컷은 늘 암컷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처지이고, 선택받기 위해서 수컷은 자신의 외모를 최대한 꾸밀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p. 57 : 뒷담화 : 자연세계도 인간세계도 이기적이지만은 않다)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독자에게 강조하려 했던 말은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입니다.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남을 도와야 하고, 그건 거시적으로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죠.
2) 감추고 싶지만 엄연한 인류의 비밀 ㅡ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유발 하라리는 수만 년 전 지구 상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이 살고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의 전복, '인류의 진화과정'이 순차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그의 말이 맞는다면, 과연 그 시대 그 장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호모 사피엔스가 조직적으로 협력해서 다른 종들을 멸종시켰고, 현생인류는 형제 살해범의 후손이라는 것.
p. 67 : 뒷담화가 인간의 차별적 힘이라고?
언어가 인간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사자나 고릴라도 '위험 해'라든가 '난 지금 아파' 같은 정도의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언어 개념을 소통의 도구로 정의한다면 동물도 언어를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는 놀라울 정도로 더 유연합니다. 특히 동물은 절대 하지 못했던 것, 뒷담화가 가능했습니다.
p. 74 : 인류를 통합한 '돈'이라는 정복자
농업혁명 이후 인류사에 또 하나의 변곡점이 찾아옵니다. 인류의 통합이 이루어진 거죠. 실제로 저는 이 책에서 돈의 개념을 배웠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돈, 즉 화폐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어가며 우리 인간들을 통합시키거나 분열시켜 왔습니다. 책을 읽으며 저는 결국 돈의 본질은 합의된 신뢰임을 깨달았습니다. 저를 비롯한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 여러분은 돈을 좋아할 겁니다. 그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죠.
p. 90 :뒷담화(사피엔스 자신에게 투자하라)
3)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희망 메시지 ㅡ 페스트 (알베르 카뮈)
의사 리유는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쥐 한 마리가 제자리를 돌다 피를 토하고 쓰러져 죽는 장면을 목격한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속 이 장면은 묘하게도 2019년 초겨울 중국 우한에서 '사스 바이러스 ' 징후를 목격한 의사 리원량의 두려움과 겹친다. 소설의 배경은 아프리카 북서부 프랑스령 알제리의 한 도시이자 도청소재지인 오랑시에 국한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진 인간사회의 파멸 과정과 대처 노력, 그리고 인간 군상의 적나라한 심리 서술은 2020년 코로나 19의 공포를 맞이한 전 세계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책을 읽으며 인간의 내면 심리와 사회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천재 작가이며 사상가인 알베르 카뮈를 재발견한다. 인류는 원래 하나였음을, 그래서 연대가 얼마나 절실한지도.
p. 110 : 누가 적인가?
페스트로 도시는 마비됩니다. 그와 함께 모든 경제활동도 멈춰버렸죠. 하지만 단 한 곳만큼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성당이었죠. 주말이면 해수욕장으로 나들이 갔던 사람들이 이제 하나둘 성당으로 모이기 시작한 겁니다이는 의사 리유를 긴장시키는 일 중 하나였습니다. 페스트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병이었으니까요. 전염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방법만이 필요하죠. 서로에게 거리를 두고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 코로나19 사태에서 철저한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요한 수칙인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격리를 통한 예방보다 신을 더 믿었죠. 그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파괴한 이 무서운 전염병을 신이 내린 형벌로 여겼습니다. 그러니 아주 자연스럽게 성당에서 신께 기도하는 것만이 이 형벌을 거둘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 거죠.
p. 132 : 뒷담화 (인류가 하나임을 보여준 보이지 않는 적)
인간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함께 싸우는 '연대의 힘'이라는, 그가 던진 메시지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오늘 우리에게도 중요한 울림을 줍니다.
4)실록도 눈을 감아버린 자녀교육 잔혹사 ㅡ 한중록 (혜경궁 홍씨)
역사에 아무리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사도세자'란 이름을 들으면 곧바로 '부왕이 뒤주에 가둬 죽임을 당한 비운의 왕세자'를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이야기인 까닭이다. 그런데 세계에 유례가 없는 꼼꼼한 기록으로 정평 난 <<조선왕조실록>>에도 이 사실이 누락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어떻게 우리에게 눈으로 현장을 본 듯 각인된 것일까? 혜경궁 홍 씨가 지은 회고록 <<한중록 >> 때문이다.
p. 142 : 환갑 나이에 한가로이 삶을 돌아보는 기록문학
''본집에 고모님 글씨 남은 것이 없어 후손에게 남길 것이 없으니 한번 친히 써 내리시면 가보로 간직하겠습니다.'' 혜경궁 홍씨의 조카 수영이 여러 번 이 같은 간청을 합니다. 이 간청은 혜경궁 홍 씨가 <<한중록 >>을 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중록 >>은 모두 4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집필 시기가 다 다릅니다. 그러니까 <<한중록 >>은 한 사람이 10년에 걸쳐 쓴 수필 형식의 기록물인 거죠. << 한중록 >> 제1편의 내용은 자전적 성격이 강합니다. 출생, 어린 시절과 집안 이야기, 세자빈으로 간택된 당시의 상황 등을 편안한 문체로 썼습니다. 임오화변이 있은 지 30년이나 흘러 환갑이 되었고, 그녀의 아들인 정조가 왕위에 오른 지 19년째 되는 해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화로운 날의 지속이었죠. 그래서 그녀는 수필의 제목에 '한가할 한' 자를 붙입니다. 그러니까 <<한중록>>은 '한가로운 가운데 쓰는 기록'이라는 뜻이지요.
p. 148 : 높은 기대와 함께 깊어만 가는 실망의 골
사도세자는 영조가 42세에 가진 늦둥이 아들입니다.
(중략)
이처럼 영특한 아이였으니 사도세자에 대한 영조의 기대치는 한껏 부풀어 올랐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의 성향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읽으라는 글은 읽지 않고, 칼이나 활을 만드는 데 몰두합니다. 만났다 하면 잔소리와 큰소리를 반복하는 아버지를 그 어떤 아들이 좋아하겠습니까? 그런데 그 아버지가 일국의 왕이 었으니 싫은 감정을 넘어서서 두려웠을 겁니다. 추상같은 권력 앞에서 여느 아들들처럼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했겠지요.
p. 157 : 마음을 파먹던 벌레에 몸까지 먹히다
사도세자는 점점 미쳐갔습니다. 가슴속 화병을 어쩌지 못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을 벌입니다. 사람을 죽이기 시작하죠. 궁녀부터 내관까지 하루에도 여러 명씩 줄잡아 백여 명을 연쇄 살인하게 됩니다.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와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이었기에 그동안 사도세자의 광증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마음 졸이는 시간을 보내야 했죠. 그녀는 당시 심경을 ''하늘같은 남편이 아무리 중하다 해도, 나 역시 목숨을 언제 마칠지 모르니 너무도 망극하고 두렵다 '' 라고 표현합니다.
p. 170 : <<한중록>>을 둘러싼 진실 게임
<<조선왕조실록 >> 엔 임오화변 당시 혜경궁 홍 씨의 아버지 홍봉한이 그 현장에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한중록 >>에서 혜경궁 홍 씨는 ''우리 아버지는 그 자리에 없었다 ''라고 증언합니다. 혜경궁 홍 씨의 아버지 홍봉한과 작은 아버지 홍인한은 가슴 아프게도 자신의 남편과는 대척점이었던 노론 벽파 세력이 었거든요. 이런 꼬여버린 상황 때문이었는지 <<한중록 >>의 2부와 3부는 자신의 친정에 대한 변명 일색입니다. 세간에서 우리 아버지와 집안이 내 남편을 죽이는 데 앞장섰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실과는 다르다는 류의 내용들이죠.
p. 173 : 자녀교육의 제일원칙, 소통과 사랑
저한테 <<한중록 >>은 '육아지침서'입니다. 저는 그 안에서 스승을 만납니다. 바로 영조입니다. 정확하게 영조의 반대로만 하면 되니까요. 질책보다 용서를, 지적보다 배려를, 비난보다 응원을 해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더 올바르게 잘 자랄 수 있을 겁니다.
5)기계에 빼앗긴 노동, 그 후 ㅡ 노동의 종말 (제러미 리프킨)
지금 우리 사회는 AI혁명 시대를 맞았다. 생각하는 기계가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해 준다는 명분으로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p. 197 : AI는 당신의 자리도 넘보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책에서 '4차 산업혁명' 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을 3차의 연장선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날 우리가 AI라고 말하는 존재를 '생각하는 기계'라고 표현한 부분을 보면, 20여 년 전 오늘을 예측한 그의 혜안을 놀랍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p. 205 : 나눔, 그 기발한 해법
재화는 무한정으로 생산되겠지만 그것을 소비할 인간들이 대부분 실업자인데 무슨 돈으로 그 재화를 소비하겠습니까? 기업과 정부가 손잡고 실업자들을 다시 소비할 수 있는 노동자로 변화시킨다면 노동의 '종말'이 아닌, 새로운 인간 노동의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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