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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독서정리

서른 번째 책 : 여행의 이유 -김영하

by 마파람94 2020. 6. 22.

책을 읽은 느낌은 큰 집에 사는 막내삼촌 내지는 큰 형님이 곁에서 여행 얘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느낌의 책 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한 두시간 안에 금방 읽을 수 있게 재미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억의 연장을 위해 책의 주요 금싸라기 글귀를 옮겨와 봅니다. 

 

 

 

 

p.16 

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나중에 쓸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나라를 가든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너무 고심하지 않는 편이다 

p.18 

자기 여행을 소재로 뭔가를 쓰고 싶다면 밑에서부터 주문해두는 게 좋을 것이다. 때론 동행 중에서 따라 시키는 사람이 생기고, 그 인상적인 실패 경험에 대해 두고두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그걸 글로 쓸 것이다 

p.21 

추구의 플롯에 따라 잘 쓰인 이야기는 주인공이 외면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라 내면적으로 간절히 원하던 것을 달성하도록 하고, 그런 이야기가 관객에게도 깊은 만족감을 준다 

 

p.23

인간은 언제나 자기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 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 .

 

p.24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웃니가 그 야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P35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편안한 믿음 속에서 안온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이상, 여행자는 눈앞에 나타나는 현실에 맞춰 믿음을 바꿔가게 된다 

p.47 

푸동공항에서 추방되던 그 순간에 나는 자연스럽게 처음 상하이에 도착했던 스물세 살 무렵을 떠올렸고, 그때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이 변했는가를 생각했고, 몇몇 기업가와 정치가가 구상했던 그 우스꽝스런 사회주의 제대로 알기 패키지여행이, 어떻게 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내 인생을 바꾸었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P49 

멀미란 눈으로 보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이 다를 때 오는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p.51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p.57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p.64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 지워지지 않는 벽지의 얼룩처럼 온갖 기억들이 집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다. 가족에게 받은 고통, 내가 그들에게 주었거나, 그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집은 안식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상처의 쇼원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을 다룬 소설들은 어김없이 그들이 오래 살아온 집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데이비드 실즈는 이렇게 말한다.
...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 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p.67

인생의 난제들이 포위하고 위협 할 때면 언제나 달아났다. 이제 우리는 칼과 창을 든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적, 나의 의지와 기력을 소모시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대결한다. 때로는 내가 강하고, 때로는 적이 강하다. 적의 세력이 나를 압도할 때는 이길 방법이 없다. 그럴 때는 삼십육계의 마지막계책을 써야한다.

p.71
모든 기억은 과거를 편집한다. 뇌는 한 번 경험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어딘가 깊숙한 곳에 처박아두어서 찾을 수 없게 될 뿐. 

 

p.77 

발상은 무게가 없다. 지혜도 그렇다. 기술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런 무형의 자산을 가진 사람은 어딘가에 붙들려 있을 필요가 없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먹고 살기에도 유리했다 


p.79
작가는 우렁찬 목소리보다는 작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 없는 음성으로 낮게 읊조리는 소심한 목소리에 삶의 깊은 진실이 숨어있을 때가 많다. 그런 웅얼거림을 잘 들으려면 발화자 가까이에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 혹은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지는 않는다. 여행은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격렬한 운동으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 할 수 없을 때 마침내 정신에 편안함이 찾아오듯이,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 때로 평화를 느낀다. 모국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이제 그 언어의 사소한 뉘앙스와 기색, 기미와 정취, 발화자의 숨은 의도를 너무 잘 감지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진정한 고요와 안식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모국어가 때로 나를 할퀴고, 상처내고 고문하기도 한다. 모국어를 다루는 것이 나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늘 편안하다는 뜻은 아니다. 

p.81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 밤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부터 떠오르고, 밤이 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뒤척이게 된다. 후회할 일은 만들지를 말아야하고, 불안한 미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게 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p.82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p.86 

여전히 사람들은 굳이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 공기도 별로 좋지 않은 극장까지 가서 옆자리 사람의 팝콘 씹는 소리를 견디면서 영화를 보고 있다 

p.88 

BBC방송의 다큐멘터리 <인간 포유류, 인간사냥 꾼(Human Mammal, Human Hunter>은  '인간은 특이한 타입의 포유류이다' 라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중략-

그들이 사냥감을 마침내 잡게 되는 것은 누군가 활을 잘 쏴서도 아니고, 창을 잘 던져서도 아니다. 영양은 탈진하여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다. 그러면 그들은 창을 들과 사냥감 가까이 다가간다. 탈진한 영양은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자신을 집요하게 추적해온 포식자에게 몸을 맡기듯 눈을 끔뻑인다.

-중략-

여덟시간 동안 자신들의 추적을 따돌린 쿠두에게 존중을 표하고 머리와 몸을 정성스럽게 쓰다듬는다.

p.99 

다른 사람과 동행하고 싶으면 하고, 혼자 가고 싶으면 가고,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저녁식사 자리로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사파리에 풀어놓은 별로 위험하지 않은 동물인 셈이다 

p.103 

사람들은 거울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각도로 얼굴을 돌린다고 한다. 그래서 무방비 상태에서 찍힌 스냅사진을 볼 때 그게 자기 모습이 아니라고 여기게 된다고 한다. 

p.104

분명 함께 여행을 갔는데도 저녁식사 자리에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것은 다른 출연자의 여행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p.106 

아주 드물게 출연자는 자기도 모르게 성 안에 들어와 있지만 자신은 그걸 알지 못할 수 있다. 아니, 제작진 그 누구도 그 순간에는 알지 못한다 

 

p.109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이 순간은 유일하며 다시 오지 않는다. 이 순간을 즐기자.


p.117 

한 층에 간접경험을 쌓고 그 위에 직접 경험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추가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여행 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 

p.129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신경쓰지 않는 것들, 그러나 잃고 나면 매우 고통스러워지는 것들. 그 그림자를 소중히 여겨라. 하지만 만약 그것을 잃었다면, 그리고 회복하기 위해 영혼까지 팔아야 한다면, 남은 운명을 방랑자가 되는 것뿐이다 

 

 

 

p. 136

 



p.141 

이런 환대는 정말 고맙지만 드물지는 않았다. 환대의 관점에서 지난 여행들을 돌아보면,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쑥 튀어나와 아무 대가 없이 도움을 주었다 (독일 슈트투가르트 출장, 파리여행, 바르셀로나 택시, 로도스 섬 비행기 놓친 날, 피츠버그 야구 관람, 피츠버그 쉐라톤 호텔 스테이크, 뉴욕 게스트하우스)

 

p.146
이런 환대는 어떻게 갚아야 할까. 언젠가 읽은 여행기에서 나는 답을 발견했다. 자기는 북유럽을 여행하던 중에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그제야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당황하는 그녀 대신 현지인 할머니가 버스 요금을 내주었다. 나중에 갚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자기에게 갚을 필요 없다,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갚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준 만큼 받는 관게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 만한 세상이 아닐까.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p.155 

그는 '여행은 여행자가 외부 세계에 감행하는 습격이며, 여행자는 언젠가 노획물을 잔뜩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약탈자다'라고 덧붙인다 

p.164 

오히려 여행자에게 너무 큰 관심을 갖는 현지인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뜻이고, 그 필요가 너무 절박하면 그들은 폭력을 써서라도 강탈하려 할 것이다. 


p.168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묻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느냐가 성숙한 여행의 관건이다. (호메로스의 오딧세우스의 외눈박이 괴물과의 사투를 기억하라)

p.179

여행지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아닌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자’가 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p.180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p.181 

여행자 오디세우스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그의 허영심이었다. 그를 위험에서 구한 것은 스스로를 노바디로 낮춘 덕분이었다.  : 허영과 자만은 여행자의 적이다.

 

p.190 

아들의 고생담을 들은 족장은 동정은 커녕 크게 탄식했다. 아니, 영국까지 가서 도대체 뭘 배우고 왔단 말인가? 

p.199 

현실은 줄거리가 없다. 어떤 일들이 불쑥불쑥 일어난다. 때로 우리의 통제력을 벗어난다.


p.204

여행은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에서도 소설과 닮았다. 설렘과 낯선 세계로 들어가고, 그 세계를 천천히 알아가다가 원래 출발했던 지점으로 안전하게 돌아온다.독자와 여행자  모두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그게 무엇인지는 당장은 알지 못한다. 그것은 일상으로 복귀할 때가 되어서야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살던 동네가 다르게 보이고 낯설게 느껴진다.

p.206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

 

p.207
아마도 그는 다시 떠났을 것이다.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 들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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