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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독서정리

서른 세 번째 책 :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by 마파람94 2020. 7. 15.

5년 전 읽은 후 두 번째 읽는 책입니다. 다시 읽었을 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고전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순간 조르바를 동경하고 그리스와 크레타 섬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자유를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Νίκος Καζαντζάκης - 1883~1957)가 1946년에 출판한 소설.

지중해 남쪽에 자리잡아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의 크레타를 배경으로, 갈탄 광산을 운영하려는 주인공과 그가 고용한 일꾼 알렉시스 조르바가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토막토막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나, 알렉시스 조르바, 오르탕스 부인(보불리~나), 과부 소멜리나, 롤라, 마놀라카스, 미미코, 자하리스 수사 가  등장인물입니다.

 

 

p. 19
-[무슨 생각을 하시오?] 그가 그 큰 머리통을 내저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 양반, 결정해 버리쇼. 눈 꽉 감고 해 버리는 거요.]

 

p. 22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p. 38 
이 세상은 수수께끼, 인간이란 야만스러운 짐승에 지나지 않아요. 야수이면서도 신이기도 하지요. 마케도니아에서 나와 함께 온 반란군 상놈 중에 요르가란 놈이 있었습니다. 극형에 처해야 마땅한 진짜 돼지 같은 놈이었답니다. 아, 글쎄 이런 놈까지 울지 않겠어요. "왜 우느냐, 요르가, 이 개새끼야,. 너 같은 돼지 새끼가 뭣하러 다우니?"내가 물었지요. 나도 눈물을 마구 흘리고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자는 내 목을 안고 애새끼처럼 꺼이꺼이 우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 개자식은 지갑을 꺼내어 터키 놈들에게서 빼앗은 금화를 주르륵 쏟아 내더니 한 주먹씩 공중으로 던지는 겁니다. 알겠어요, 두목? 이런 게 자유라고! 
.... 이런 게 자유라고....나는 생각했다. 정열을 품는 것, 황금 조각을 그러모으는 것,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정열을 무찌르고 보물을 사방에 날려 버리는 것. 

p. 39 
나는 한동안 모래 위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았다. 내 앞에는, 아직은 사막처럼 매혹적이지만 필경은 죽음같이 무서운 신성한 고요가 기달고 있을 터였다. 붓다의 노래가 내가 선 대지에서 솟아나 내 존재의 심연으로 들어왔다. <내 언제면 혼자, 친구도 없이, 기쁨과 슬픔도 없이, 오직 만사가 꿈이라는 신성한 확신 하나에만 의지한 채 고독에 들 수 있을까?> 언제면 욕망을 털고 누더기 하나만으로 산속에 묻힐 수 있을까: 언제면 내 육신은 단지 병이며 죄악이며 늙음이며 죽음이란 확신을 얻고 두려움 없이 숲으로 은거할 수 있을까. 언제면, 오, 언제면?>

 

p. 39 자유에 대해 : 
"다른 정열, 보다 고상한 정열에 사로잡히기 위해 쏟아 왔던 정열을 버리는 것, 그러나 그것 역시 일종의 노예근성이 아닐까? 이상이나 종족이나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것은? 따르는 전형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건 무엇일까?"

 

p. 52 육체와 영혼에 대해 : 
"육체에는 영혼이란 게 있습니다. 그걸 가엾게 여겨야지요. 두목, 육체에 먹을 걸 줘요. 뭘 좀 먹이셔야지. 아시겠어요? 육체란 짐을 진 짐승과 같아요.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 영혼을 팽개치고 말 거라고요." 

 

p. 54 
먼저 먹읍시다. 먼저 배를 채워 놓고 그다음에 생각해 봅시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지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건 육반입니다. 우리 마음이 육반이 되게 해야 합니다. 내일이면 갈탄광이 우리 앞에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 마음은 갈탄광이 되어야 합니다. 어정쩡하다 보면 아무 짓도 못하지요. 

p. 56 

우리는 영혼이라는 이름의 짐을 지고 다니는 육체라는 이름의 짐승을 실컷 먹이고 마른 목은 포도주로 축여 주었다.

 

p. 68 
나는 천천히 파이프에 담배를 채우고는 불을 붙였다. 나는 생각했다. 세상만사에는 숨은 뜻이 있다. 사람, 동물, 나무, 별, 그 모든 것은 상형 문자다. 그 상형 문자를 해독하여 의미를 짐작하려 드는 자에게는 비탄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보면서도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것들을 진짜 사람이며 동물이며 나무며 별이라고 여길뿐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으리라.... 

p. 70
"여자를 보는 남자는 모두가 여자를 갖고 싶다고 말해야 합니다. 여자란 가엾게도 그걸 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남자라면 여자에게 그렇게 말하고 여자를 기쁘게 해줘야 하는 겁니다."

 

p. 78

두목, 이 빨간 물이 대체 뭐요?
자라는 나무➔점차 익어가는 포도 알갱이➔ 짓이겨 담기➔포도주➔마시면 이성이 잠시 마비.

 

p. 82 
안 믿지요. 아무것도 안 믿어요. 몇 번이나 얘기해야 알아듣겠소?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내어요. 나머지야 몽땅 허깨비지.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 거요.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 게요.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르바의 말이 채찍이 되어 날아들었다. 강인했기 때문에  
그토록 인간을 경멸하면서도 동시에 그들과 함께 살고 일하려는 그를 나는 존경했다.


p. 83 
별이 빛났고 바다는 한숨을 쉬며 조개를 핥았고 반딧불은 아랫배에다 에로틱한 꼬마 등불을 켜고 있었다. 밤의 머리카락은 이슬로 축축했다. 

 

p. 86
-여자란 건강에 해롭고 토라지기 잘하는 동물이랍니다. 누가, 사랑한다, 갖고 싶다고 하면 여자는 웃음을 터뜨립니다. 여자는 당신을 전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당신이 여자에게 입맛이 없을 수도 있고, 또 여자가 싫다고 할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건 문제가 안 됩니다. 여자를 보는 남자는 모두가 여자를 갖고 싶다고 말해야 합니다. 여자란 가엾게도 그걸 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남자라면 여자에게 그렇게 말하고, 여자를 기쁘게 해줘야 하는 겁니다.

p. 94
.....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지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마음은 열려 있고 가슴은 원시적인 배짱으로 고스란히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두 발로 대지를 밟고 있는 이 조르바의 겨냥이 빗나갈 리 없다. 아프리카인들이 왜 뱀을 섬기는가? 뱀이 온몸을 땅에 붙이고 있어서 대지의 비밀을 더 잘 알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 뱀은 배로, 꼬리로, 그리고 머리로 대지의 비밀을 안다. 뱀은 늘 어머니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조르바의 경우도 이와 같다.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 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

 

p. 99

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가를 가르쳐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말해 줄 수 있어요. 혹자는 먹은 음식으로 비계와 똥을 만들고, 혹자는 일과 좋은 유머에 쓰고, 내가 듣기로는 혹자는 하느님께 돌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인간에게 세가지 부류가 있을 수밖에요. 두목, 나는 최악의 인간도 최선의 인간도 아니오, 중간즘에 들겠지요. 나는 내가 먹는 걸 일과 좋은 유머에 쓴답니다. 과히 나쁠 것도 없겠지요.  


p. 100
-[두목, 화내지 마쇼.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소. 내가 사람을 믿는다면, 하느님도 믿고 악마도 믿을 거요. 그거나 그거나 마찬가지니까.] 

 

p. 111 
"지금 세상이 아닌, 좀 더 원시적이고 창조적인 시대였다면 조르바는 한 종족의 추장쯤은 넉넉히 했으리라. 그는 앞장서서 도끼를 들고 새 길을 열었으리라."

 

p. 117 
"빨강, 노랑, 검정 천조각을 굵은 실로 이리저리 꿰맨 돛을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아무리 사나운 폭풍이 불어도 찢어지지 않지요. 내 가슴도 그래요. 아무리 사나운 폭풍이 불어도 찢어지지 않아요. 내 가슴도 그래요. 구멍이 숭숭 뚫려 덕지덕지 기웠어요. 더 이상 두려워할 게 없어요." 

 

p. 119 
  우리는 밤이 깊도록 화덕 옆에 묵묵히 앉아 있었다. 행복이라는 것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닷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건 그것뿐이었다. 지금 한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었다. 

  
p. 128 
-잠시 후에 그가 말을 계속했다. [...여자에게 뭘 기대할 수 있겠어요? 한다는 짓이, 처음 만난 사내와 붙어 새끼를 까놓는 게 고작이오. 사내에게서 뭘 기대할 수 있겠어요? 사내들이란 그 덫에 걸리고 맙니다.] 

 

p. 131 
"여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여자는 불가사의한 거예요. 법률과 종교가 들고 나서 봐야 여자에겐 해당 사항이 없어요. 여자에 대해서 그런 걸 안 됩니다. ... 내가 법을 만든다면 남자와 여자에게 같은 법을 만들어 적용하지는 않겠어요. 남자에겐 열계명, 백계명, 천계명이 필요합니다. 결국 사내는 사내니까... 계명이 아무리 많아도 지킬 능력이 있어요. 그러나 여자에게 필요한 율법은 하나도 없습니다. ... 여자는 힘이 없는 피조물이오."

 

p. 135.

인간의 영혼이란 기후, 침묵, 고독,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네! 

 

p. 149
나는 타락해 있었다.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에 대한 책을 읽는 것 중에서 택일해야 한다면 책을 선택할 정도로 타락해 있었다.

 

p. 150-151 
"말썽이 생기는 건 질색이에요!" 내가 짜증으로 응수했다. 
내가 짜증을 낸 것은, 내 내부의 욕망 역시 암내를 풍기며 지나간 그 탄탄한 몸을 갈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썽이 질색이라고!" 조르바가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어디 좀 들어 봅시다. 두목이 원하는 건 도대체 뭔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산다는 게 곧 말썽이오." 내가 대꾸하지 않자 조르바가 계속했다. "......죽으면 말썽이 없지. 산다는 것은...... 두목, 당신, 산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만드는 게 바로 삶이오!" 

 

p. 153, 소믈리나와의 관계를 권하면서 : 
"여자와 잘 수 있는 사내가 자주지 않으면 큰 죄를 짓는 거라네. 여자가 잠자리를 함께 하려고 부르는데 안 가면 자네 영혼은 파멸을 면하지 못해. 여자는 하느님 앞에서 심판을 받을 때도 한 숨을 쉴 거고, 자기가 아무리 잘한 일이 많아도 그 한 숨 하나면 자네는 지옥행이라네!"

p. 158
"여자가 혼자 잔다면 그건 우리 남정네들의 잘못이에요. 우리는 최후의 심판 날에 우리가 한 짓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 하느님은 그 죄만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여자와 잘 수 있는데도 자지 않은 사내에게 화 있을진저! 남자와 잘 수 있는데도 안자는 여자에게 화 있을진저!"

 

p. 169
  "그만 해두세요, 조르바. 사람이란 제각기 제멋에 사는 겁니다. 사람이란 나무와 같아요. 당신도, 버찌가 열리지 않는다고 무화과나무와 싸우지는 않겠지요? 거 보세요, 그럼 됐지 뭐..." 

 

p. 175 
그리스도가 나셨소, 우리 현명한 솔로몬이여, 죄 많은 백면서생이여! 세상 잡사 꼬치꼬치 따지지 맙시다! 예수님이 태어났어요, 안 났어요? 물론 태어나셨지...... 그런데 왜 멍청하게 앉아 있어요? 확대경으로 음료수를 들여다보면 (언젠가 기술자 하나가 가르쳐 줍디다) 물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쪼그만 벌레가 우글거린답디다. 보고는 못 마시지...... 안 마시면 목이 마르지...... 두목, 확대경을 부숴 버려요. 그럼 벌레도 사라지고, 물도 마실 수 있고, 정신이 번쩍 들고! 
  
p. 178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본, 나무 등걸이에 붙어 있던 나비의 번데기를 떠올렸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데워 주었다. 열심히 데워 준 덕분에 기적은 생명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날개를 뒤로 접으며 구겨지는 나비를 본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쭈그러진 채 집을 나서게 한 것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어갔다. 
  나는 나비의 가녀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p. 193
-[호자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것 보게, 여자와 잘 수 있는 사내가 자주지 않으면 큰 죄를 짓는 거라네. 여자가 잠자리를 함께하려고 부르는데 안 가면 자네 영혼은 파멸을 면하지 못해. 여자는 하느님 앞에서 심판을 받을 때도 한숨을 쉬고, 자기가 아무리 잘한 일이 많아도 그 한숨 하나면 자네는 지옥행이라네!>] 

p. 196 
전에는 그토록 나를 매혹하던 시편들이 그날 아침에는 느닷없이 지적인 광대놀음, 세련된 사기극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문명의 사양은 그렇게 되기 마련인 것이다. 인간의 고뇌는 정교하게 짠 속임수, 순수시, 순수 음악, 순수 사고 속에서 그렇게 끝나기 마련인 것이다. 

 

p. 196 
최후의 인간은 자신의 원료가 되어 정신을 산출한 진흙이며, 이 정신이 뿌리내리고 수액을 빨아올릴 토양은 아무 데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인간이다. 최후의 인간은 자신을 비운 인간이다. 그 몸에는 씨앗도 똥도 피도 없다. 모든 것은 언어가 되고, 언어의 집합은 음악이 되어도 최후의 인간은 거기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절대의 고독 속에서 음악을 침묵으로, 수학적인 방정식으로 환원시킨다.  

 

p. 199
-[... 하느님은 이미 우리들 몫의 스펀지를 준비하고 계시지요. 그러나 그 죄만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여자와 잘 수 있는데도 자지 않는 사내에게 화 있을진저! 남자와 잘 수 있는데도 안 자는 여자에게 화 있을진저! ..] 

 

p. 211 
많은 사람들이 아무 희생도 치르지 않고 애국자 노릇을 합디다. 나는 애국자가 아니고, 앞으로도 안 될 생각이에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천당을 믿고 거기에다 나귀 한 마리씩 매 놓고 있어요. 나는 나귀도 없고, 그래서 자유로워요. 나는 지옥이 두렵지 않아요. 거기서 뒈질 나귀가 없으니까. 나는 천당도 바라지 않아요. 거기서 토끼풀을 신나게 뜯어 처먹을 나귀가 없으니까. 나는 무식한 돌대가리 라서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통 모르겠는데, 두목은 이해할 거예요. 
많은 사람이 인생이 허무하다고 두려워했습니다. 나는 그것을 이겨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렵사리 생각을 하지만 나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나는 선에 대해 기뻐하지도, 악에 대해 실망하지도 않아요. 그리스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했다는 소리를 들어도 내게는 터키가 아테네를 점령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p. 222
  두목, 나는 롤라의 방에서 롤라의 편지지에다 이 편지를 쓰는 겁니다. 제발 내 말에 귀를 기울여요. 나는 자유를 원하는 자만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는 자유를 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여자도 인간일까요? 


p. 257 
"여자란 꽃병 같은 거예요. 아주 조심해서 만지지 않으면 깨져요."

 

p. 258 
"...여자도 우리 같은 사람입니다. 품질이 좀 떨어질 뿐이지요. 여자란 지갑을 보면 돌아 버립니다. 착 달라붙어 자유고 뭐고, 에라 모르겠다, 모조리 남자에게 주어 버립니다."

 

p. 263 

조르바는 일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했다 "낮에는 일을 해야지. 낮은 사내들 시간이야. 밤에는 즐기고. 그러니 밤은 계집들 것이지. 이걸 혼동하면 큰 일 나는 거야!"

 

p. 284  
'나는 지금도 마시고 피우지만 끊고 싶으면 언제든지 끊어 버립니다. 나는 내 정열의 지배를 받지 않습니다. 고향도 마찬가지예요. 한때 몹시 그리워하던 적이 있어서 그것도 목젖까지 퍼 넣고 토해 버렸지요. 그때부터 고향 생각이 날 괴롭히는 일이 없어요. 터질 만큼 처넣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금욕주의 같은 걸로는 안 돼요. 생각해 봐요, 두목. 반쯤 악마가 되지 않고 어떻게 악마를 다룰 수 있겠어요?' 

 

 

p. 313-314 : 세상의 신비를 책을 써보라는 질문: 
왜 안 쓰느냐, 이유는 간단해요. 나는 당신의 소위 그 <신비>를 살아버리느라고 쓸 시간을 못 냈지요. 때로는 전쟁, 때로는 계집, 때로는 술, 때로는 산투르를 살아버렸어요. 그러니 내게 펜대 운전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어요? 그러니 이런 일들이 펜대 운전사들에게 떨어진 거지요.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p. 318

해변에 돌아왔을 때는 자정이 지나 있었다. 바람이 일고 있었다. 저 건너 아프리카에서 노토스*가 불어왔다. 물가에 누운 이 섬은 수액을 솟게 하는 그 바람 아래서 다시 생명을 되 찾는 것 같았다.

 

노토스:  나무를 부풀리고 포도 넝쿨을 부풀리고 크레타 여인의 가슴을 부풀리는 따뜻한 남풍

 

p. 321 
그래요, 당신은 그 잘난 머리로 이해하는 걸 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건 올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건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딴 놈을 틀렸다......>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당신 팔과 가습을 봅니다. 그래, 팔과 가습이 뭘 합니까? 침묵한다 이겁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흡사 피 한 발울 흐리지 않는 것 같다 이겁니다. 그래,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건가요? 머리로? 웃기지 맙시다!

 

p. 321
  "...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그가 조금 뜸을 들이고는 말을 계속했다. "... 믿음이 있습니까? 그럼 낡은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성물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없나요? 그럼 거룩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문설주나 다름이 없습니다." 
  
p. 326-327 
  "...내게는, 저건 터키 놈, 저건 불가리아 놈, 이건 그리스 놈, 하던 시절이 었었습니다. 두목, 나는 당신이 들으면 머리카락이 쭈뼛할 짓도 조국을 위해서랍시고 태연하게 했습니다. 나는 사람의 멱도 따고 마을에 불도 지르고 강도 짓도 하고 강간도 하고 일가족을 몰살하기도 했습니다. 왜요? 불가리아 놈, 아니면 터키 놈이기 때문이지요. 나는 때로 자신을 이렇게 질책했습니다. <염병할 놈, 지옥에나 떨어져, 이 돼지 같은 놈! 싹 꺼져버려. 이 병신아!>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 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마지막으로 입에 들어갈 빵 덩어리에다 놓고 맹세합니다만)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 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 

  그런데 여자라면... 젠장, 눈이 빠지게 울고 싶어 집니다요. 두목, 당신은 내가 여자를 너무 좋아한다고 놀리지요. 내가 어떻게 이것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젖통만 쥐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손을 들어 버리는 이 가엾은 것들을 말입니다..." 

 

p. 328 조르바에게 조국이란? 
"내 조국이라고 했어요? 당신은 책에 쓰여 있는 그 엉터리 수작을 다 믿어요? 당신이 믿어야 할 것은 바로 나 같은 사람이에요.
조국 같은 게 있는 한 인간은 짐승, 그것도 앞뒤 헤아릴 줄 모르는 짐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p. 329
"그(조르바)는 살과 피로 싸우고 죽이고 입을 맞추면서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들을 고스란히 살아온 것이었다. 내가 고독 속에서 의자에 눌어붙어 풀어 보려고 하던 문제를 이 사나이는 칼 한 자루 산속의 맑은 대기를 마시며 풀어 버린 것이었다."

 

p. 329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 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 (마지막으로 입에 들어갈 빵 덩어리에다 놓고 맹세합니다만)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 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 

 

p. 333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못 하나 박을 때마다 우리는 승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악마 대장보다 반거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십니다."

 

p. 336 
'나는 부활절이면 그리스도 시대처럼 영혼이 다시 한번 붕 뜨는 기분이 되는데 올해는 다 텄어요. 이제는 겨우 몸만 다시 태어납니다.  맛있는 음식을 배에다 잔뜩 집어넣게 되지요. 그걸 다 똥으로 삭혀 내릴 수가 있습니까? 남는 게 있어서, 그게 기분이 되고 춤이 되고 노래가 되고 말다툼이 되는 거지요. 그게 바로 부활이라는 겁니다.'  

p. 358 

몇 시간 뒤 과부는 내 추억 속에서 조용히 가라앉으면서 하나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과부는 내 가슴 한복판에 밀랍에 싸인 채 안장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동요케 하거나 마비시킬 수 없었다. 그날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은 천천히 확대되면서 시간과 공간을 넘고 이윽고 하나의 위대한 과거의 문화로 변했다. 문화는 대지의 운명이 되었고 다시 과부가 되었다. 위대한 생존의 법칙에 따라 과부가 살해범들과 화해하여 부동의 평화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내게 시간은 마침내 그 진정한 의미를 찾은 것이었다. 과부는 수천 년 전 에게 문명시대,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그 유쾌한 해변에서 매일 아침 죽어 나가던 크노소스의 젊은 처녀들이었다.

 

p. 359
"그는 피가 덥고 뼈가 단단한 사나이... 슬플 때는 진짜 눈물이 뺨을 흐르게 했다. 기쁠 때면 형이상학의 체로 거르느라고 그 기쁨을 잡치는 법이 없었다."
 

p. 376 :
"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남자들 앞에서 운다면 말이죠. 남자들끼리 통하는 기분이 있지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러나 여자 앞에서는 남자는 늘 자기 용맹을 증명해야 합니다. 우리 남자가 여자 앞에서 울음을 터뜨려 버리면, 이 가엾은 것들은 어쩝니까? 끝나는 거지요."

 

p. 384

조르바! 이 바람이 무슨 바람이던가요? 노토스던가요?


p. 386-387 - 
나는,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식도, 미덕도, 선(善)도, 승리도 아닌, 보다 위대하고 보다 영웅적이며 보다 절망적인 것, 즉 신성한 경외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신성한 경외감의 의미를 이해시켜 보려 했다.'조르바, 우리는 구더기랍니다. 엄청나게 큰 나무의 조그만 잎사귀에 붙은 아주 작은 구더기지요. 이 조그만 잎이 바로 지굽니다. 다른 잎은 밤이면 가슴 설레며 바라보는 별입니다. 우리는 이 조그만 잎 위에서 우리 길을 조심스럽게 시험해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잎의 냄새를 맡습니다. 좋은지 나쁜지 알아보려고 우리는 맛을 보고 먹을 만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이 잎의 위를 두드려 봅니다. 잎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소리를 냅니다.

어떤 사람은 잎 가장자리까지 이릅니다. 거기에서 고개를 빼고 카오스를 내려다봅니다. 그러고는 부들부들 떱니다. 밑바닥의 나락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게 되지요. 멀리서 우리는 거대한 나무의 다른 잎들이 서그럭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는 뿌리에서 우리 잎으로 수액을 빨아올리는 걸 감지합니다. 우리 가슴이 부풀지요. 끔찍한 나락을 내려다보고 있는 우리는 몸도 마음도 공포로 떨고 맙니다. 그 순간에 시작되는 게....

조르바, 그 순간에 위험이 시작됩니다. 어떤 사람은 정신이 아찔해지거나 정신을 잃고 또 어떤 사람은 겁을 집어먹습니다. 이들은 자기의 용기를 북돋워 줄 해답을 찾으려다가 <하느님!>하고 소리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잎사귀 가장자리에서 다시 심연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용감하게 <나는 저게 좋아> 하고 말하지요.'  
 
p. 388 
그렇다면, 저항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필연을 극복하여 외부적 법칙을 영혼의 내부적 법칙으로 환치시키고 존재하는 것을 깡그리 부정하고 자기 정신의 법칙에 따른 새 세계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긍지에 찬 돈키호테적 반동이 아닐까! 이것은 결국 자연의 비인간적인 법칙을 반대하고 지금 존재하는 것보다 더 순수하고 우수하고 도덕적인 새 세계를 창조하려는 행위가 아닐까?  
 
 p. 390  
육체가 와해되어 버린 뒤에도 우리가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의 잔재가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면 영원불멸을 그리는 우리의 끝없는 염원은 우리가 영원불멸하다는 사실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짧디 짧은 우리 인생에서 무엇인가 영원불멸한 것을 섬기는 데서 유래하는 것은 아닐까?  


p. 391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p. 391
  "... 부불리나가 살아 있을 동안 말입니다, 어느 카나바로도 나(뼈다귀에 가죽을 입힌 이 조르바 말입니다)만큼 그 여자를 기쁘게 해 준 사람은 없습니다. 이유를 알고 싶어요? 이 세상의 모든 카나바로는 그 여자에게 키스하면서도 자기 함대나 왕이나 크레타나 훈장이나 마누라나... 이런 걸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런 걸 깡그리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이 늙은 것도 그걸 알고 있었어요. 자 유식한 양반, 이 이야기는 하고 넘어갑시다. 여자에게 그 이상의 기쁨은 없는 법입니다. 진짜 여자에게는... 잘 들어 두시오,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 진짜 여자는 남자에게서 얻어내는 것보다 자기가 주는 데서 훨씬 더 큰 기쁨을 누리는 법입니다." 

 

p. 416

 조르바의 춤을 바라보며 나는 처음으로 무게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처절한 노력을 이해했다. 나는 조르바의 인내와 그 날램, 긍지에 찬 모습에 감탄했다. 그의 기민하고 맹렬한 스텝은 모래 위에다 인간의 신들린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스 출장때 학회 만찬에서 같은 배경음악으로 춤을 춘적이 있다.

 

p. 417-418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혹자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혹자는 악마라고 부르는)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외부적으로는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나는 언젠가 조르바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느 날 밤, 눈으로 덮인 마케도니아 산에는 굉장한 강풍이 일었지요. 내가 자고 있는 오두막을 뒤흔들며 뒤집어엎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진작 이걸 비끄러매고 필요한 곳은 보강해 두었지요. 나는 불 가에 홀로 앉아 웃으면서 바람의 약을 올렸어요. <이것 보게, 아무리 그래 봐야 우리 오두막에는 들어올 수 없어. 내가 문을 열어 주지 않을 거니까. 내 불을 끌 수도 없겠어. 내 오두막을 엎어? 그렇게는 안 되네.>" 

  조르바의 이 몇 마디 안 되는 말에서 나는 인간이 취해야 할 도리와 강력하면서도 맹목적인 필연에 부딪혔을 때 우리가 맞서 대적할 어조를 감득했다. 

  나는 해변을 따라 잰걸음으로 걸으며 내 적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호령했다. "내 영혼에는 들어오지 못해. 문을 열어 주지 않을 거니까. 내 불을 끌 수도 없어. 나를 뒤엎는다니, 어림없는 수작!" 

p. 419 
나는 무서워 고개를 흔들었다. 이따금 대지는 투명해져 우리는 밤이고 낮이고 지하 공장에서 일하는 막강한 통치자, 구더기의 존재를 깨닫는다. 그러나 우리는 황급히 눈을 돌리고 만다. 인간이란 어떤 것이든 참을 수 있는데 이 하얀 구더기만은 보고 있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p. 424 
재수 없는 사람은 자기의 초라한 존재 밖에도 자만하는 장벽을 쌓는 사람이다. 거기에 안주하며 삶의 하찮은 질서와 안녕을 그 속에서 구가하려 한다. (중략) 하지만 미지의 세계로부터 공격이 차단된 하찮은 확신의 테두리 안에서 지네처럼 꼼지락거리다 보며 아무 도전도 받을 수 없다. 숙명적인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 되는 강력한 적은 오직 하나, 터무니없는 확신뿐이다.  

 

p. 429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상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예비금을 남겨 두니까. 이러니 줄을 자를 수 없지요. 아니, 아니야! 더 붙잡아 맬 뿐이지..... 줄을 놓쳐 버리면 머리라는 이 병신은 그만 허둥지둥합니다. 그러면 끝나는 거지. 그러나 인간이 이 줄을 자르지 않을 바에야 살맛이 뭐 나겠어요? 노란 카밀레 맛이지. 멀건 카밀레 차 말이오. 럼주 같은 맛이 아니오. 잘라야 인생을 제대로 보게 되는데!'  

 

p. 429 
"아니요.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잘라야 제대로 보게 되는데!"

 

p. 436-437p 
  <두목, 이런 말을 해서 어떨는지 모르지만 당신은 가망 없는 펜대 운전사올시다. 평생에 한 번이라도 그 아름다운 녹석을 봐야 하는 건데, 당신은 보지 않았어요. 젠장, 일이 없을 때 나는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지옥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하고. 그러나 어제 당신의 편지를 받고 나는 두목 같은 펜대 운전사에게는 지옥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 뒤로 조르바는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나는 이따금 친구들에게 이 위대한 인간의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성보다 더 깊고 더 자신만만한 그의 긍지에 찬 태도를 존경했다. 우리들이라면 고통스럽게 몇 년을 걸려 얻을 것을 그는 단숨에 그 정신의 높이에 닿을 수 있었다. 우리는 <조르바는 위대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이 높이에서 더 뛰어나갔더라면 <조르바는 미쳤다>고 했으리라. 

 

p. 437
"나는 이따금 친구들에게 이 위대한 인간의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성보다 더 깊고 더 자신만만한 그의 긍지에 찬 태도를 존경했다. 우리들이라면 고통스럽게 몇 년을 걸려 얻을 것을 그는 단숨에 그 정신의 높이에 닿을 수 있었다. 우리는 조르바를 위대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p. 443 아, 이것이 조르바의 유언!
"최후의 순간까지 정신이 말짱했고 그 사람을 생각하더라고 전해 주시오. 그리고 나는 무슨 짓을 했건 후회는 않더라고 해주시오. 그 사람이 건투를 빌고 이제 좀 철이 들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하더라고 전해 주시오. ...내 평생 별짓을 다 해보았지만 아직 못한 게 있소. 아, 나 같은 사람은 천년을 살아야 하는 건데..."

 

 

---역자 후기---


p. 460 

<메토이소노>는 <거룩하게 되기>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임계 상태 저 너머에서 일어나는 변화, 이것이 <메토이소노>다. 물리적, 화학적 변화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 <거룩하게 되기>가 바로 이것이다.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은 물리적인 변화다. 포도즙이 마침내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인 변화다.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성체>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다. 

 

p. 462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 내재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 등등. 영원히 모순되는 반대 개념에서 하나의 조화를 도출하려던 그에게 육체와 영혼은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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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현지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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