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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독서정리

스물다섯 번째 책 : 꿈에 대하여

by 마파람94 2025. 5. 18.


일본의 여성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번 책 내용은 평온한 일요일 아침 몸과 마음이 한껏 가벼울 때 어울리는 글들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더욱이 표지를 보면 그런 느낌이 전해오지 않는지요.




조사해 보니 사무실의 Y 씨는 카파 체질. 바타가 불안정할 때는 게을러지지만 안정적일 때는 너그럽고 동작은 느릿느릿. 특히 매운 음식을 즐긴다는데………………. '이거 거의 점이잖아' 싶었습니다. 그녀가 매운 것을 유난히 좋아하기로 유명하거든요. 그녀 몸이 아주 자연스럽게 매운 것을 필요로 하고 저는 기름진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탈이 안 나는 것처럼 각자에게 맞는 '자연스러움'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본인이 그 점을 알게 모르게 자각하고 있어서 누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한다.'라는 것이겠지요.

만약 제가 흰 살 생선과 찐 음식만 먹고, 날마다 여섯 시간 수면을 취하고, 과일을 충분히 먹고, 겨울이면 마른 수건으로 피부를 마사지한다면 남이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한 생활을 하는 셈이겠지만 저의 몸과는 어긋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제 몸이 그 특성을 인식하고서 상당히 정밀하게 자연스러움을 도입했던 것이죠.

장기를 비롯해서 인간의 몸은 본인 자체의 정보를 전부 갖고 있어서 뭐 하나가 모자라도 본인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이 그 장기의 예전 주인 꿈을 곧잘 꾼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물론 자기 몸 안에 있는 장기의 주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듣고 아는 바가 있으니 신경이 쓰여 꿈도 꾸는 것이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면 참 흥미롭습니다.

누가 집에 찾아왔다가 윗도리를 깜박 잊고 두고 갔을 경우 개라면 냄새로 알겠지만 인간도 때로 알곤 합니다.

그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는 정보를 아는 탓도 있지만 (대개 그렇지만) 옷이 흔적을 띠고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감이 좋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 같은 옷을 놓고 굳이 냄새를 맡지 않아도 그 옷이 '미야자와 리에가 입었던 옷인지 다케다 데쓰오가 입었던 옷 인지' 맞힐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 것과 아주 비슷하지 않을까요.

마음과 몸의 깊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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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은 솔직히 '진짜 짜증 나는 인간이네!'입니다. 그런데 그 짜증의 정도도 스케일이 무한히 커질 수 있겠다는 묘한 감상에 젖었습니다. 크면 좋으냐 하면 의문이지만요.

그러나 그렇게 짜증 나는 사람도 마음이 있는 한 사랑을 하고, 결혼을 꿈꾸고, 상처받아 울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람을 슬프게 하는가 하면 멋대로 행동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면 주목할수록 갈급함이 더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가까이에 있으면 싫겠지만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절박한 인생은 모르는 사람까지 매료하죠.

인간이란 정말 기묘합니다.

이 명제는 인간이 이 조그만 뇌로 생각할 일이 아니라 신이 그 커다란 뇌로 생각하기 위해 있는 것이겠지요.

본질적으로 사람은 사람을 재단할 수 없으니까요.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미워하거나 사랑하고 믿을 뿐입니다.

51 더러운 짓과 신의 시점


아홉 살 마루코를 보며 웃고 있을 때가 아니었죠.

결정타는 양동이에 한가득한 '물개와 바다표범 굿즈. 잇달아 샘솟는 온갖 물개와 바다표범을 보면서 어이가 없어 어머니에게,

“이 집에서 대체 뭘 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네. 죄송합니다. 이상한 사람과 같이 살게 해서.”

하고 사과했더니,

"이상한 아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물개 굿즈를 너무 많이 사들이긴 했어."

하시더군요.

이렇게 해서 내린 결론 하나, 내게는 결핍이 있었고 어쩌면 나는 '기묘 대왕'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은 자신의 의식이 집중하는 부분의 자신, 전체의 극히 일부입니다. 게다가 그것은 남이 보는 자신조차도 아니죠.

만약 8밀리미터짜리 필름으로 어린 시절부터 쭉 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내면과 무관하게 그저 보이는 대로 세 번쯤 돌려볼 수 있다면 지금 붙들고 있는 대부분의 고뇌는 '뭐야, 이 사람, 이렇게 하면 되는데.' 하는 식으로 없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2 사무라 모모코의 만화 「모모는 엉뚱해」의 주인공.

62 과거


타임머신! 부탁할게

저는 영아에서 유아기에 걸쳐 눈이 무척 나빴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안대를 하고 있었죠. 나쁜 쪽 눈에만 안대를 하고 있을 때는 한쪽은 보여서 그나마 괜찮은데 훈련 때문에 그나마 보이는 좋은 쪽 눈에 안대를 하면 세상이 거의 암흑, 실명한 상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쪽 눈에 안대를 해야 할 경우, 그전에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면 언제나 『유령 Q타 로』를 탐독했지요.

얼마나 필사적이었던지 사막에서 헤매던 사람이 며칠 만에 오아시스를 발견하고는 물을 바닥까지 다 마셔 버릴 듯 벌컥거리는 격이었어요.

세 살이 되어 겨우 글자를 읽기 시작했지만 만화는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곱 살 많은 언니가 아톰과 첫사랑에 빠졌을 때 저의 첫사랑은 도론파가 되었던 것이죠.

아톰은 아톰이 로봇이라 생기는 슬픈 얘기가 많아 안대를 한 어둠의 세계에서 만나기에는 너무 서글펐어요.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이 함께 사는 허망함이 꽤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거기에서 진실의 무게를 찾아낼 수 있지만 그때의 애처로운 제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가족의 사랑과 공상 속의 친구뿐이었기 때문에 너무 무거웠어요.

그래서 저는 혼자 있는 시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간을 오로지 후지하라 월드의 재미난 친구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그 다른 세계에 죽음이나 사명은 없고 일상과 일상 속의 비일상Q가 동네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니는 것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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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데 그런 이상한 일은 의외로 쉽게 받아들여지더군요. 정말. 이 그려질 뿐인데, 그런 일상과 비일상에서 진실을 감지했던 것이겠죠. 그 후로는 갓 태어난 오리가 처음 본 인간을 따르듯 저는 후지코 월드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제 작품에는 그 영향이 현저하게 보이죠.

일상 속에서 생기는 불가사의한 사건,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세계관, 허망한 성(性), 강한 가족 의식......얼마든지 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옛날부터 좀 이상하고 색다르지만 인간성이 감지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또한 서로 다른 종과 자연스럽게 지내는 후지코 월드 사람들에게 뿌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제게 후지코 선생님은 저를 형성한 신의 하나입니다.

그런 선생님을 만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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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대담을 했거든요! 후지코 F. 선생님과.

너무 기뻐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제가 쓴 작품도 읽어 주셨더라고요! 칭찬까지 해 주셨답니다!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죠.

인생의 신비로움을 느꼈습니다.

정말이지 저의 어린 시절을 용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쓰다 보니 이런 선물도 받게 되네요.

살면서 '정말 절망적이네, 이제 끝인가 봐.' 하고 생각했 던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작은 일에서 큰일까지, 실질적인 일에서 정신적인 일까지. 그런 때도 마음에 밝은 점이 아련하게 하나 있고, 그 점이 당당하게 “괜찮아.” 하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그 상황을 몇 번이나 이겨냈죠.

미래는 알 수 없으니 그렇다고 생각해 왔어요. 가능성과 저의 낙관적인 성격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어쩌면 그런게 아니라 미래의 제가 지금의 저에게 "그럭저럭 이겨 내서 지금 무사히 이렇게 있잖아, 힘내.” 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 중에 이런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있어서 감화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아, 세 살 때의 나를 찾아가 지금은 괴롭고 아무 재미도 없어서 자기를 내던지고 싶을지 모르지만, 어른이 되면 소설을 쓰고, 그 소설을 Q의 작가가 읽고 칭찬해 주게 돼, 하고 말해 주고 싶다!'라고 간절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간절하면 세 살 때의 내게 닿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만약 『기테레츠 대백과』나 『도라에몽』에 등장하는 타임머신처럼 편리한 도구가 있다면 당장 타고 날아가서 그렇게 말하겠지요. 그러면 그 작고 어린 나는 너무 기뻐서 훈련도 힘들지 않게 여기겠지요.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이 생각은 과거의 제게 그저 밝은 한 점으로, 아련하지만 확실한 한 점으로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또 지금의 제게 힘을 보내고 있는 미래의 제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란 뜻이기도 하니 마음 든든한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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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든 여자든, 어느 나라 사람이든 희로애락의 표현에 종교 특유의 모난 구석이나 공허한 부분 없이 너무도 자연스러웠습니다.

해 저물녘 인도의 그 멋진 저녁 햇빛을 받으면서 7시에 시작하는 공개적인 명상을 준비하기 위해 모두가 붉은색 로브를 벗고 흰색으로 갈아입습니다.

하얀색이 여기저기 흩뿌려진 평온하고 아름다운 저녁 풍경, 다양한 나라 사람들의 웃는 얼굴.

여유란 정말 멋진 것입니다.

오쇼는 돈을 흥청망청 쓰고 호화로운 집에서 산다고 비판받은 사람이지만 신자들 또한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언급한 책은 많지 않습니다. 인간의 성은 쾌적함 속에서만 육성되는 멋진 것입니다. 그곳에는 국경과 빈곤과 병이 없는 대신 행복한 저녁의 꿈이 있었습니다.

저는 작가이며 어린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곳에 꿈만 있지는 않다는 것쯤 잘 압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이니까요.

어느 남자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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